<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D-29
그런 경험이 있으시군요. 그냥 한참 시간이 흘러 우연히 예전의 그 장소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묘할 것 같은데요. 아니 에르노는 그 밤에 그 병원의 불빛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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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이 있어서 앞으로 읽을 분량을 정리해 봤습니다. 워낙 짧은 작품이어서, 한 번 쭉 읽고 천천히 이 일정에 맞추어서 이야기 나누어도 좋을 것 같아요.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아니 에르노의 <사건>이나 <단순한 열정>을 읽고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번역가의 인생책'이니 번역에 대한 질문을 남겨주셔도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공지를 하겠지만, 5월 25일 목요일 7시에 연희동 초콜릿 책방에서 이 책으로 북토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5월 9일 – 22쪽 ‘이런 생각에 그는 전율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다.’ 5월 10일 – 23쪽 ‘이는 내 책들의 성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효했다.’ 5월 11일 – 24쪽 ‘그와 있으면서 나는 부르주아가 되었다.’ 5월 12일 – 26쪽 ‘한참 동안 무슨 꿈인지도 모른 채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5월 13일 – 27쪽 ‘내 아들들에게 각각 실행했던 입문의 반복이었다.’ 5월 14일 – 28쪽 ‘내가 그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5월 15일 – 30쪽 ‘바꾸어놓았다.’ 5월 16일 – 30쪽 ‘우리는 더할 나위 없는 쾌락을 맛보며 각자의 상실을 상상하며 공감했다.’ 5월 17일 – 32쪽 ‘알 수 없었다.’ 5월 18일 – 33쪽 ‘그 증거로 그는 나 때문에 스무 살 여자를 떠나지 않았다.’ 5월 19일 – 34쪽 ‘사실을 잊는 것이 불가능했다.’ 5월 20일 – 36쪽 ‘하지만 이번에 나는 일말의 수치심도 없이 승리감을 맛보았다.’ 5월 21일 – 37쪽 ‘마치 나와 함께 있는 것이 그를 젊음의 범주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듯.’ 5월 22일 – 38쪽 ‘온 나라에 울려 퍼지던 종소리는 기억했다.’ 5월 23일 – 39쪽 ‘당신과 꼭 닮기 위해.’ 5월 24일 – 41쪽 ‘이 사진이 나를 슬프게 하네요.’ 5월 25일 – 42쪽 ‘ 그저 두 번째 기억이 될 것이다.’ 5월 26일 – 끝
가난한 청춘인 젊은 남자 A는 유쾌하고 씩씩하고 당당한 청년이네요. 맘에 들어요 ㅎㅎㅎ 경제적 여유가 있는 아니 에르노가 가난한 어린 연인을 바라보며 지녔을 마음을 짐작해보려는데 이런!! 엄마맘만 자꾸 그려지네요.
아! 🤭
'그에게 노동이란 만약 다른 방식의 삶이 가능했다면 순응하고 싶지 않았을 제약을 의미했을 뿐이다.' 저는 동감!! 아니 에르노는 젊은 남자와 자신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와중에도 젊은 남자는 여전히 매력이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이십 대 시절과 ‘젊은 남자’를 비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세대 차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한 번도 생각 못 했는데, ‘젊은 남자’가 매력남으로 등극했군요. 전 어쩐지 소심하고 지질한 느낌이 느껴졌는데요.
번역 에피소드. 22쪽에서 ‘여성’과 ‘엄마’를 의미하는 속어를 한국어로 옮기고 싶어서 어떤 속어가 있는지 페이스북에 물었다가… 그냥 프랑스어 발음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이 징표들을 알아챈 것은-어쩌면 훨씬 더 정확히 말해서 내가 그 징표들에 무관심했던 것은-내가 더 이상 그와 같은 세계에 있지 않다는 증거였다.' 24 촌스럽다고 여겨지는 서민 계층에서 지식인 부르주아가 된 아니 에르노는 관대하고 여유롭습니다.
'그와 함께 나는 삶의 모든 나이를, 내 삶을 두루 돌아다녔다.' 25 '한참 동안 무슨 꿈인지도 모른 채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26 시간 속을 부유하는 느낌입니다.
저도 저렇게 시간 속을 떠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 에르노는 젊은 남자를 정말 사랑했나 봅니다. ☺️
모든 것이 변함없는 예전의 대학, 그런데 건물 정면에 있는 시계는 멈춰 있었다는 것이 상징적으로 느껴졌어요. 허구적 장치를 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무언가 소설적인 느낌이 났어요.
p.26-27 "이미 벌어진 장면과 행동들을 다시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내 젊은 시절이라는 연극을, 혹은 정성스럽게 일화들을 만들며 소설을 쓰는 느낌, 혹은 그 소설을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Ou encore celle d'ecrire / vivre un roman dont je construisais avec soin les episodes.) 원문을 같이 보고 있는데 이 부분 문장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번역하셨을까...감동했어요. 에르노가 쓴 ecrire / vivre 이 부분 고민을 하셨나요? 궁금합니다. 또 아들을 키워낸 50대 여성으로서 이 말이 뭔지 너무 알겠어서 이 부분을 여러 번 멈추고 음미했답니다.
아름다운 번역이라니 과찬이십니다. 번역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원문의 힘입니다. (원문을 같이 수록하면서 오역 지적이 나올까 공포 그 자체였는데, 감사합니다.)
요 며칠 바빠서 댓글을 못 남겼어요. 이미 지나간 장면이긴 하지만, 22쪽 중간에 "그는 나를 뫼프나 뢰므라고 불렀다'라는 문장 주어를 보면 각각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 엄마를 의미하는 속어라고 쓰여 있어요. 혹시 이 속어를 우리말로 굳이 번역한다면 어떤 말과 비슷한지 알 수 있을까요?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니 감이 전혀 안 와서 궁금합니다.
이 단어들이 프랑스에서는 그냥 구어처럼 사용되는데요, 저는 한국어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서… SNS에 질문을 했더니, 정말 거칠고 입에 담기 힘든 단어들이 답으로 돌아왔어요. 제겐 충격적인 사건이었어요.
27쪽까지의 내용에서 젊은 남자를 보면서 자신의 과거가 반복되는 인상에 젖는다는 게 흥미롭네요. 제 경우에는 저보다 스무살 정도 어린 이십대 친구들을 만나면 오히려 제가 스무살일 때와는 다른 차이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단순히 친구 사이로 젊은 남자를 보는 게 아니라, 연애 과정을 통해 상대의 내밀한 부분까지 볼 수 있어서일까요? 타인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은 마치 독서의 한 과정 같기도 해서 신비한 경험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로 쓸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 여기서 반복의 의미는 사랑이라는 행위의 반복이 아니었을까요? 사랑의 대상만 바뀌고 그 과정은 반복된다고 저는 받아들였어요. 물론 아이들에게 보여준 연극을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반복이었겠지만요.
저는 때때로 추억을 떠올리거나 어떤 경험을 하게 되면,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힘든 감정에 막막해지고 답답해져요. 그런데 작가들은 그 순간들을 문장으로 표현해서 꼭 맞는 감정을 해석해주고 구체화해줍니다. 작가로서의 아니 에르노는 그런 해석과 구체화의 치밀함이 놀랍네요
그래서 이 책의 첫 문장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쓰지 않으면 그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뿐. ” 아니 에르노 작가는 늘 그 끝을 보고 싶었던 분. <사건> <여자아이 기억>을 읽으면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5.14 일요일 '그럼에도 나는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에서 그 무기가 허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호이익, 지배적 위치, 저속한 명령문이 공존하지만 어쨌든 사랑이라. 참으로 오해받기 쉬운 입장이면서도 굳이 에두르지 않는 명쾌함과 당당함이 아니 에르노의 매력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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