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D-29
저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젊은 남자를 A.로 지칭하는 것을 보며 빵 터졌습니다. <단순한 열정>에서 화자가 열정에 빠진 대상을 A.로 명명했었지요. 그리고 <단순한 열정>을 읽고, 아니 에르노에게 편지를 보내고 마침내 만나게 된 젊은 남자. 그의 정체를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네요. 그는 아니 에르노와의 만남과 이별을 <단순한 열정>과 똑같은 방식으로 쓴 <포옹>으로 데뷔한 필리프 빌랭입니다. 젊은 남자는 대학에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연구합니다. 작가보다 작품을 더 많이 읽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 보니 <단순한 열정>의 작품 속에 있는 A.를 질투하기에 이르죠. 아니 에르노는 젊은 남자와 만나는 동안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출간합니다. 그 책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며 쓴 일기죠. 그 당시 만났던 남자가 있었는데, 작가가 P.라고 명명하자 젊은 남자가 화를 냅니다. <단순한 열정>의 그 남자만 왜 A.로 부르냐며, P.도 A.로 고치라고 하죠. 알파벳 첫 번째 문자이자, 프랑스어로 ‘사랑(amour)의 약자인 A.를 <단순한 열정>의 그 남자만 갖는 것을 질투하죠. 그래서 결국 아니 에르노는 P.를 A.로 고칩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아니 에르노는 <젊은 남자>를 다시 A.라고 명명하죠.🤭
<단순한 열정>을 읽은 후 바로 <젊은 남자> 를 집어들어서 그러지 않아도 젊은 남자를 칭하는 A 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요. 재미나네요^^
글의 첫문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래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첫 페이지 자체가 강렬하네요. 막 읽고 싶어지게요~
아마 어떤 글이든,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문장이 첫 문자일 것 같아요.
오늘(5월 6일)은 16 페이지 첫 번째 문단, ‘각기 다른 남자와 침대에 있을 때도 그랬다.’까지 읽고 이야기 남겨주세요. 도어스의 노래도 한 번 들어보고요.
화려한 미문이나 거추장스러운 묘사 없이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이어지는 문장이라서 쉽게 잘 읽히고, 상황도 잘 연상되네요. 마치 홍상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해요. The Doors 의 <Love Street>는 말씀 안 하셨으면 굳이 찾아듣지는 않았을 텐데 ㅎㅎ 비오는 날 맥주 한 잔 마시며 책 읽고 <Love Street>까지 들으니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하네요. 어쩐지 빔 벤더스 영화의 한 장면도 떠오르고요^^
홍상수의 영화에서 예술 하는 남자들이 여자 꼬시는 장면 같은 건가요? 저는 아닌 에르노가 <젊은 남자>에서 의도적으로 여성들도 같은 이유로 남성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마다 속이 좀 시원했던 것 같아요. 빔 벤더스의 어떤 영화일까요?
제가 이 책을 웃으면서 읽고 있어요. 같은 느낌을 표현해 주셔서 댓글을 읽으며 역시 웃음이 나옵니다. 폐경이 된 나이든 여성도 이렇게 젊은 남자와의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것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그녀를 통해 저 역시 묘한 후련함, 재미를 느꼈거든요 ^^
저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에서 <젊은 남자>가 가장 유머러스하다고 느꼈어요. 뒤에 가서 또 한 번 빵 터집니다.
도어스의 음악은 타임 슬립 장치군요. 아니 에르노에게도 음악을 듣는 지금의 저도요^^ '차츰 이 모험은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우리가 끝까지 가보고 싶은 이야기가 되었다' 이 문장을 읽고 필리프 빌랭의 모험의 끝을 굳이 확인하고 싶은 나는 너무 속물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 에르노의 책엔 유난히 대중음악이 많이 나와요. 어떤 노래를 자주 듣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으니 자기 삶의 한 시절을 이야기하는 작가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요. (필리프 빌랭의 버전과 아니 에르노의 버전을 비교해 읽는 것도 재미있긴 합니다. 저는 <포옹>도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이 책을 번역하기 전에 <여자아이 기억>을 작업했지요. 그래서 저는 열여덟에도 누워만 있었다는 침대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어요.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후에는 강간이 분명했던 사건) 작가에게는 그날 밤의 기억은 영원히 잊히지 않았기에 이렇게 스치듯 언급을 했겠지요.
@레모 빔 벤더스의 <돈컴노킹>이었어요~ 저는 음악은 잘 몰라서 The Doors 노래도 처음 들어봤는데 왠지 연상이 되네요^^ 홍상수 영화는 별다른 꾸밈없이 성관계를 보여줘서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ㅎㅎ
오늘(5월 7일)은 18쪽 ‘나는 이제 정해진 나이 없이, 반쯤 깬 상태로 이 시절에서 저 시절로 떠다녔다.’까지 읽고 이야기 남겨주세요. 이제 50대의 작가는 우연처럼 20대 초반 자신이 살았던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시절에 대한 글을 준비하고 있는데, 믿을 수 없는 우연처럼요.
"나는 이제 정해진 나이 없이, 반쯤 깬 상태로 이 시절에서 저 시절로 떠다녔다."라는 문장을 읽으니 '아니 에르노'라는 존재가 소설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만 같아요. 사고, 생활, 습관, 존재 등 이 사람의 모든 것이 그저 소설이라는 한 장르로 이루어져 있다는 인상이 확 밀려드네요.
작가의 삶은 오직 글쓰기만 남은 삶 같아요.
"그 장소, 바로 그 병원이 내가 학생 시절, 불법 임신중절 후에 출혈을 일으킨 1월의 어느 밤에 이송 된 곳이다. ...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이 우연속에는 미스터리한 만남과 살아야만 했던 이야기의 기미가 느껴진다. " 아니에르노가 사실과 경험한 것 만을 쓴다고 들었는데 정말 놀라운 우연이네요. 그 속에서 또 쓰고 이어질 이야기들이 생겨 났겠네요. 그러면서 이 책의 첫 장 <내가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은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 뿐> 과도 연결 지어 생각해 봅니다. 그녀 인생에서 일어난 일들이 놀라운 우연 속에서 다시 소환되고 글로써 끝 맺음이 되어 지는 과정을 따라가 봅니다.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정말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일들을 많이 겪고,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 같아요. 마치 글감을 찾는 사람처럼 살아온 사람처럼요.
A가 사는 루앙은 1960년대 대학생이었던 아니가 살던 도시 A의 집은 아니가 임신중절로 출혈을 일으켜 입원했던 오텔디외 병원 쪽 일요일이면 피곤한 어머니가 잠든 옆에서 책을 읽던 아니는 비오는 일요일 오후 A와 침대에서 졸고 도어스의 음악이 흐르고 ... 정신을 차리기 힘들 만큼 그 시절로 끊임없이 돌아가게 하는 장소, 분위기 이쯤되면 '정해진 나이'같은 거 잊을 수 있지요^^
제가 <사건>을 번역해서 그런지, 저는 작가가 그 병원에 실려가는 일화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그런데 우연히 만난 젊은 남자의 집에 바로 그 병원인 것을 확인했을 때,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정해진 나이 없이’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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