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소문자 a와 대문자 A는 각각 젊은 남자와 아니 에르노 인거죠?
<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D-29

72mandu

레모
저는 잘 모릅니다. 오로지 디자이너 선생님만 알죠. 프랑스어판은 작품 제목만 적혀 있어요. @유미소

레모
저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젊은 남자를 A.로 지칭하는 것을 보며 빵 터졌습니다.
<단순한 열정>에서 화자가 열정에 빠진 대상을 A.로 명명했었지요. 그리고 <단순한 열정>을 읽고, 아니 에르노에게 편지를 보내고 마침내 만나게 된 젊은 남자. 그의 정체를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네요. 그는 아니 에르노와의 만남과 이별을 <단순한 열정>과 똑같은 방식으로 쓴 <포옹>으로 데뷔한 필리프 빌랭입니다.
젊은 남자는 대학에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연구합니다. 작가보다 작품을 더 많이 읽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 보니 <단순한 열정>의 작품 속에 있는 A.를 질투하기에 이르죠. 아니 에르노는 젊은 남자와 만나는 동안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출간합니다. 그 책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며 쓴 일기죠. 그 당시 만났던 남자가 있었는데, 작가가 P.라고 명명하자 젊은 남자가 화를 냅니다. <단순한 열정>의 그 남자만 왜 A.로 부르냐며, P.도 A.로 고치라고 하죠. 알파벳 첫 번째 문자이자, 프랑스어로 ‘사랑(amour)의 약자인 A.를 <단순한 열정>의 그 남자만 갖는 것을 질투하죠. 그래서 결국 아니 에르노는 P.를 A.로 고칩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아니 에르노는 <젊은 남자>를 다시 A.라고 명명하죠.🤭

마인드풀
<단순한 열정>을 읽은 후 바로 <젊은 남자> 를 집어들어서 그러지 않아도 젊은 남자를 칭하는 A 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네요. 재미나네요^^

hyeyum32
글의 첫문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래서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은 첫 페이지 자체가 강렬하네요. 막 읽고 싶어지게요~

레모
아마 어떤 글이든,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문장이 첫 문자일 것 같아요.

레모
오늘(5월 6일)은 16 페이지 첫 번째 문단, ‘각기 다른 남자와 침대에 있을 때도 그랬다.’까지 읽고 이야기 남겨주세요. 도어스의 노래도 한 번 들어보고요.

김혜나
화려한 미문이나 거추장스러운 묘사 없이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이어지는 문장이라서 쉽게 잘 읽히고, 상황도 잘 연상되네요. 마치 홍상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해요. The Doors 의 <Love Street>는 말씀 안 하셨으면 굳이 찾아듣지는 않았을 텐데 ㅎㅎ 비오는 날 맥주 한 잔 마시며 책 읽고 <Love Street>까지 들으니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하네요. 어쩐지 빔 벤더스 영화의 한 장면도 떠오르고요^^

레모
홍상수의 영화에서 예술 하는 남자들이 여자 꼬시는 장면 같은 건가요? 저는 아닌 에르노가 <젊은 남자>에서 의도적으로 여성들도 같은 이유로 남성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마다 속이 좀 시원했던 것 같아요. 빔 벤더스의 어떤 영화일까요?

마인드풀
제가 이 책을 웃으면서 읽고 있어요. 같은 느낌을 표현해 주셔서 댓글을 읽으며 역시 웃음이 나옵니다. 폐경이 된 나이든 여성도 이렇게 젊은 남자와의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것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그녀를 통해 저 역시 묘한 후련함, 재미를 느꼈거든요 ^^

레모
저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에서 <젊은 남자>가 가장 유머러스하다고 느꼈어요. 뒤에 가서 또 한 번 빵 터집니다.

72mandu
도어스의 음악은 타임 슬립 장치군요. 아니 에르노에게도 음악을 듣는 지금의 저도요^^
'차츰 이 모험은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우리가 끝까지 가보고 싶은 이야기가 되었다'
이 문장을 읽고 필리프 빌랭의 모험의 끝을 굳이 확인하고 싶은 나는 너무 속물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레모
아니 에르노의 책엔 유난히 대중음악이 많이 나와요. 어떤 노래를 자주 듣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으니 자기 삶의 한 시절을 이야기하는 작가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요.
(필리프 빌랭의 버전과 아니 에르노의 버전을 비교해 읽는 것도 재미있긴 합니다. 저는 <포옹>도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레모
이 책을 번역하기 전에 <여자아이 기억>을 작업했지요. 그래서 저는 열여덟에도 누워만 있었다는 침대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어요.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후에는 강간이 분명했던 사건) 작가에게는 그날 밤의 기억은 영원히 잊히지 않았기에 이렇게 스치듯 언급을 했겠지요.

김혜나
@레모 빔 벤더스의 <돈컴노킹>이었어요~ 저는 음악은 잘 몰라서 The Doors 노래도 처음 들어봤는데 왠지 연상이 되네요^^ 홍상수 영화는 별다른 꾸밈없이 성관계를 보여줘서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ㅎㅎ

레모
오늘(5월 7일)은 18쪽 ‘나는 이제 정해진 나이 없이, 반쯤 깬 상태로 이 시절에서 저 시절로 떠다녔다.’까지 읽고 이야기 남겨주세요. 이제 50대의 작가는 우연처럼 20대 초반 자신이 살았던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시절에 대한 글을 준비하고 있는데, 믿을 수 없는 우연처럼요.

김혜나
"나는 이제 정해진 나이 없이, 반쯤 깬 상태로 이 시절에서 저 시절로 떠다녔다."라는 문장을 읽으니 '아니 에르노'라는 존재가 소설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만 같아요. 사고, 생활, 습관, 존재 등 이 사람의 모든 것이 그저 소설이라는 한 장르로 이루어져 있다는 인상이 확 밀려드네요.

레모
작가의 삶은 오직 글쓰기만 남은 삶 같아요.

마인드풀
"그 장소, 바로 그 병원이 내가 학생 시절, 불법 임신중절 후에 출혈을 일으킨 1월의 어느 밤에 이송 된 곳이다. ...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이 우연속에는 미스터리한 만남과 살아야만 했던 이야기의 기미가 느껴진다. " 아니에르노가 사실과 경험한 것 만을 쓴다고 들었는데 정말 놀라운 우연이네요. 그 속에서 또 쓰고 이어질 이야기들이 생겨 났겠네요.
그러면서 이 책의 첫 장 <내가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은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 뿐> 과도 연결 지어 생각해 봅니다. 그녀 인생에서 일어난 일들이 놀라운 우연 속에서 다시 소환되고 글로써 끝 맺음이 되어 지는 과정을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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