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D-29
아니 에르노는 문학의 세계로 진입하며, ‘진정한 조국’(p.13)이라고까지 언급하며 읽어 왔던 문학 작품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절망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런 문학의 언어로는 자신이 쓰고 싶은 글(자기 종을 위한 복수, 여성을 위한 복수)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만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아요. 모든 작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아니 에르노는 ‘무엇을 쓸 것인가?’만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습니다. 어쩌면 젊은 시절 작가가 엄청나게 읽었던 문학 작품들은 그런 글쓰기 형식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었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카뮈의 ‘긍정과 부정 사이’도 그런 텍스트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이 산문은 카뮈의 첫 번째 작품인 <안과 겉>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를 관통했던 균열, 내 사회적 균열의 이야기. 이 균열이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에 어떤 전환점이 되었을까요?
전환점이 아니라, 그 균열의 발견(확인)이 아니 에르노 글쓰기의 근간이자 출발점이 아니었을까요?
아니 에르노 노벨문학상 연설문 읽기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은 작가의 문체를 확고하게 만든 계기가 된 <남자의 자리>이야기를 시작으로 문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문학이 정치적일 수 있는지, 또 그리고 우리는 왜 책을 읽는지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뒤늦게 들어왔더니 댓글에 날짜 기능이 없어서 헷갈리네요. 5월4일까지 연설문 맞겠죠?^^ 연설문이 강렬해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니 에르노의 글이 '삶의 변화'까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의 고독을 깨트'림은 확실하고 그로 인한 안도와 연대의 지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연대가 곧장 정치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스스로도 노벨문학상 수상이 '집단의 승리'라 명명함으로서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용감하고 '정치적'인 선언서라 여겨집니다. 좀 늦었지만.... 7p"...이유로 무시당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자손인 내가, 태어난 사회계층의 정의롭지 못함을 ..." 이 문장에서 '마지막 자손'이나 '태어난 사회계층의 정의롭지 못함'을 번역가님께서는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만갈래 길에서 헤매는 듯 의미가 잘 잡히질 않네요.
‘마지막 자손’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20대 초반의 작가를 의미하고요 (본인은 어찌 되었든 대학 진학으로 부모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되니까요), 뒤에 ‘태어난 사회 계층의 정의롭지 못함’은 약간 모호한 표현 같아요. 저는 작가의 말을 제 입장에서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는데요, 정확하게 이해를 하자면 ‘자신이 태어난 사회에 있는 다양한 계층의 정의롭지 못함(계층 간의 차이의 부당함)’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질문을 주셔서 저도 되풀이해서 읽었더니, 의문을 가질만 번역이었던 것 같아요. (연설문의 문장이 작품보다 많이 거칠었습니다.)
내일(5월 5일)부터는 아주 천천히 <젊은 남자>를 아주 천천히 읽을 예정입니다. 노벨문학상 연설문이나 다른 작품 이야기를 함께 나눠도 좋을 것 같아요. 아마 <젊은 남자>를 읽으면 떠오르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있을 것 같아서요.
자신이 경험한 것만 쓴다는 점에서, 그리고 여성 작가의 내밀한 삶의 고백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아니 에르노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이 결코 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이 돋보이는 스테이크 접시의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그 스테이크가 식탁에 올라오게 되는 과정(도축, 고기 손질의 여과 없는 묘사)을 선택의 여지 없이 모두 봐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는 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서는 <젊은 남자>는 한결 수월하긴 했습니다. 아니 에르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건 여러 의미에서 여성 작가들에게 고무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맞아요, 그려서 아니 에르노의 글을 불편해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주 정확한 비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트 문학이 아니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도 날것 그대로의 장면들이 묘사된 <사건>을 번역하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작가는 스스로 그러한 방식을 ‘칼 같은 글쓰기’라고 명명합니다. 자기 자신의 기억 속 이야기를 예리한 칼로 도려내서 그대도 글로 표현하는 방식이죠. 이렇게 객관성을 유지해서 글을 쓰면, 그 글을 읽는 독자는 어떤 부분에서는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끼게 되지요.
저도 그믐의 글쓰기에 날짜 기능이 없어서 좀 아쉽습니다. 여러분들의 글을 찬찬히 읽어봅니다.
저도 ‘그믐’이 처음이라 조금 답답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점도 있어요. 글이 많지 않으니 천천히 따라오세요.
오늘은 (5월 5일) <젊은 남자> 14쪽 ‘그는 나보다 서른 살 가까이 어렸다’까지 이야기를 나눠요. 딱 두 문단입니다. ☺️
연설문 마지막 부분에 대한 감상을 오늘 남깁니다~ 저는 '나는'을 인용하며 일인칭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오로지 경험한 것만 쓴다"는 문장만으로는 아니 에르노 문학 세계를 오해할 소지가 있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러나 이 연설문을 읽으며 작가의 일인칭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나는'은 개인을 넘어서고, 개별적인 것은 보편적인 것에 도달합니다"라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연설문의 마지막 문단은 왠지 울컥할 정도로 감동이 있네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을 이렇게 책자로 읽을 수 있어 매우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다음 페이지에 이어지는 내용도 좋죠. “한 권의 책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참아내고 감추었던 경험들의 고독을 깨트리는데, 스스로 다르게 생각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해질 때, 그것은 정치적입니다.”
내가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 뿐.
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인터넷 서점용 <젊은 남자> 카드 뉴스를 만들었는데요, 첫 번째 카드에 ‘섹스’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모서점 엠디님께서 추천사를 제일 앞에 두어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답니다. 그게 그렇게 자극적인 표현인가요? ☺️
<젊은 남자> 도입부 두 단락은 자극적이기보다는 고독한 느낌이 듭니다. "섹스 후의 고독과 피로를 느끼며, 삶에서 더는 기대할 것 없는 이유들을 찾고 싶었다." 라는 문장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담담한 문체와 함께 '섹스'라는 어휘 또한 '식사', '목욕', '수면'과 같이 일상적이고 무미건조한 어휘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젊은 남자'와 이어가는 만남이 궁금해 두 단락만 읽기가 오히려 어려웠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만드는 서사 구조가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남성 작가 혹은 예술가들이 ‘뮤즈’라 칭하며 거창하게 헛소리들을 한 것에 비해, 아니 에르노는 굉장히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욕망이 사라진 후 남은 것은 오직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뿐.
맞습니다. 저도 그런 것이 좀 연상되어서 묘한 기분이었어요. 나이든 남자가 젊은 여자를 만나 영감을 얻는 식의 것은 식상한데요. 나이든 여성이 관계를 주도 하는 영향력이 있는 듯해서요. ^^
카드 뉴스 당장! 찾아봤습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것'보다 약한 자극이 '섹스'인걸요~~😊 추천사의 문장이 너무 좋아서가 아닐까......라고 넘겨짚어 봅니다. 오늘의 두 문단은 유미소님의 말씀대로 저에게도 멈추기 어려운 지점이었습니다, 서른 살 가까이 어린 수줍은 남자가 앞으로 어떤 글이 될 지요.... '글을 쓰도록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나는 종종 섹스를 했다.' 빽빽하고 단단한 문장들이 숨 쉴 틈 없이 저를 몰아붙입니다. 몇 번을 읽어도 쉬이 놓여나질 못하는 올가미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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