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골목대장 느낌의 꼴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속편에서 스타브로긴이나 라끼찐처럼 변할 수 있을거란 상상은 못해봤는데 무척 재미있을것 같네요~ 도선생님께서는 어떤 후반부를 전개하시려고 이렇게 밝게 마무리를 했을까요??^^ 전 요즘 유행하는 본편 이외에 '외전'의 느낌으로 '스메르쟈꼬프''꼴랴'를 작품으로 나오면 좋았을거 같습니다~
저는 그믐밤에서 스메르쟈꼬프 뮤지컬이 있다는 이야기에 그야말로 깜짝 놀랐어요. 한국에서 까라마조프 스핀오프 뮤지컬이 나올 줄이야... 인터넷에 올라온 간략 소개를 보니 쉽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접근법 같았습니다.
당신도, 까라마조프씨, 저 모든 병아리들과 함께 어울리는데, 그건 실은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들을 발전시켜주고 유익한 역할을 하고 싶으신 거죠?
까라마조프 형제들 3(창비세계문학 87) 4.주치까 p44, 도스토예프스키
까라마조프 형제들 3(창비세계문학 87)『까라마조프 형제들』에는 인생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있다.-커트 보니것 ★ 노벨연구소 선정 ‘100대 세계문학’ ★ 『가디언』 선정 '세계 100대 도서' ★ BBC 선정 '지난 천년간 최고의 작가 10'
p54 그는 다시 방으로 돌아오면 보통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소중한 아들을 즐겁게 해주고 위로해주었다. 아이에게 옛날이야기, 우스운 일화를 얘기해주는가 하면 자기가 만난 여러 우스운 사람들 흉내를 내거나 동물들 흉내를 내면서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짖거나 소리를 지르는지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류샤는 아버지가 부자연스럽게 몸을 꼬면서 광대 흉내를 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소년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아버지가 사회에서 억눌려 지낸다는 것을 마음 아프게 의식하고 있었고 '수세미'와 그 '무서운 날'을 끊임없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일류사와 아버지 퇴역 이등대위 스네기료프의 이야기는 참 마음이 아픈 장면입니다.이번에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접하며 어떻게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잘 표현하는지 신기했습니다. 제가 다양한 고전을 읽지 못해서인지 힘든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절절하게 쓰여진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네요.
실제로 만나면 굉장히 불편할 사람인데(그리고 이런 인물 흔할 거 같은데) 책을 읽다 보면 연민의 마음이 가득 생겨요.
그래요, 맞아요! 여기 드나들다보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겁니다. 세상만사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려면 저런 분들을 알아가는 게 훨씬 유익하지요. 바로 저런 분들과의 사귐에서 많은 걸 알게 될 거예요.
까라마조프 형제들 3(창비세계문학 87) 6.조숙함 p85, 도스토예프스키
곧 닫힐게 될 <까라마조프 형제들>을 아쉬워하며 열심히 글을 올리다 보니 제가 올리는 글들이 일관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제 장작가님이 말씀한 온 존 메설리의 <인생의 모든 의미>에서 무신론 중 주관적 자연주의에 너무 치중된 인생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아빠, 울지 마세요... 내가 죽으면 다른 아이, 좋은 아이를 데려다가... 저 모든 애들 중에서 착한 애를 골라 일류샤라고 부르고 나 대신 사랑해 주세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7. 일류샤 p93,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아빠, 제 무덤에 흙을 덮을 때 참새가 날아오도록 빵껍질을 부숴서 그 위에 뿌려주세요. 참새들이 날아오는 소리를 들으면 기쁠 것 같아요. 저 혼자 누워 있는 게 아니니까요.
까라마조프 형제들 3(창비세계문학 87) 에필로그 p469, 도스토예프스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고통만큼 신(내세)을 간절히 원하게 되는 때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부분을 가슴 아프게 읽었어요. 책의 마지막이 일류샤의 장례식인 이유가 혹시 그런 것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일류샤의 운명을 까먹었던 터라 두 번째로 읽으면서도 ‘어라?’ 하고 놀랐습니다. 어린 소년이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게 요즘 흔한 일도 아니고, 개도 찾았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서 설마 죽을까 싶었는데요. 그런가 하면 저는 ‘잊지 말자’는 다짐이 영원한 손실 앞에 무척 무력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제 마음 속에 남는다 하더라도 제가 죽으면,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남는 게 없을 텐데요. 너무 허망합니다. 무신론자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혹한 진실일까요? ‘개인적인 무신론 3대 경전’ 이야기 재미있었습니다. 저한테 무신론 3대 경전은 뭘까 생각해봤는데 두 권은 골랐고(『악령』, 『시지프 신화』), 다른 한 권은 뭐가 될까 찾아보고 있습니다.
저도 적극 동감합니다!! 무신론자라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앞에서까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지금 전 무신론자지만은요^^ 죄없는 아이들의 잔혹한 죽음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신에 대한 믿음과 부정을 선택하기 가장 극단적인 상황인거 같습니다~ 저도 쑥스럽지만 아이들 앞에서 도스토옙스끼 읽은 엄마라며 뿌듯해 한답니다(자기효능감 급상승!!)~^^ 이 과정과 모임들이 소중하고 고마운 기억으로 남을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의 교육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이런 멋지고 성스러운 기억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교육일 겁니다.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지고 삶으로 나아간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구원을 받은 겁니다.
까라마조프 형제들 3(창비세계문학 87) 에필로그 p475, 도스토예프스키
어제 @ 동키돈키님이 이 부분을 언급했을 때 공감했었거든요. 사람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가 신기루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서로의 기억이 아닐까 했습니다. 멋지고 성스러운 기억들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각자에게 다른 세계를 선물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원히 이렇게, 평생토록 이렇게 손을 잡고 가요! 까라마조프 만세!꼴랴가 다시 열광적으로 외쳤고 모든 소년이 그의 외침에 화답했다
까라마조프 형제들 3(창비세계문학 87) 에필로그 p478, 도스토예프스키
<까라마조프 형제들>의 마지막은 밝고 희망차다 <악령>의 마지막 '티혼의 암자에서'를 쓴 도스토옙스키가 동명이인이 아닌가 싶을정도였다 밝아서 좋긴 한데 단짠의 느낌으로 <악령>도 다시 한번 읽어볼까 싶어진다 프란시스코 고야가 말년에 <아들을 먹어치우는 사투루누스>나 <검은연작>들을 남겼다 그의 후기 그림들은 <악령>의 스타브로긴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작품들을 낳은 도스토옙스키에게 르느와르같은 느낌의 작품을 그려낸 사실이 신기하다~
도박사님들은 모임 후기도 정말 상세하게 올려주시네요. 정성과 열정에 감탄합니다.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저는 한 번씩 일상을 잊고 이 책 속에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문학작품이 이렇게 많은 질문과 대답,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구나 싶습니다. 어떤 질문은 긴 시간이 지난 후 그 대답을 찾게 될 듯하네요. 아마도 이제는 일상에서 가끔 ‘맞아, 나 도스토옙스키 읽은 사람이지?’하게 되겠지요^^ 그믐 밤도 멋진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읽고 나눠주신 모든 분 감사합니다!
@동키돈키 님이 말씀하신 공동체 윤리에 대해 집에 가면서 생각해보았어요. 공동체 윤리가 신의 대체물이 될 수 있는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잔체주의나 군중심리의 함정을 피해서 대단히 일관성 있고 내부 모순이 없는 논리를 공동체가 개발할 수 있다면(저는 어려울 거라 봅니다만) 그걸 객관적 자연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편으로는 그래봐야 종이기주의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장맥주 공동체 윤리는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형식적인 측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그 시대에 맞는 그 시대만에 공동체 윤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핵심에는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어야 하겠지만요. 지금까지 역사에서 논의된 수 많은 공동체윤리가 결국에 가서는 경전화, 성역화 되면서 변질되는 걸 보면서 절대적인 공동체 윤리의 내용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과, 결국 이 공동체 윤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형식이 공동체 윤리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민주주의 라는 체제의 위대함(?)은 내용이 있는게 아니라 그 형식적 틀에 있는게 아닐까요? 개개인의 뜻을 취합해 이를 공론으로 정한다. 이때 내린 결정이 항상 정의롭고 윤리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내린 결정이기에 책임도 같이 질 수 있는 것 같아서요. 대심문관이 그렇게 비난한 인간의 자유의지의 위대함을 살릴 수 있는것도 제가 말한 공동체 윤리의 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위대한 선지자가 와서 기가 막힌 윤리를 top-down으로 제시하면 그 시대에는 잘 기능할지 모르나 결국엔 시대변화를 따라잡디 못하고 변질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행착오가 있다라도 사람들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들의 개인윤리 토대로 공동체 윤리를 도출해내고, 공동체 윤리의 틀 안에서 개인윤리가 조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조화시킨다는 것이 너무나 나이브하고 이상적인 생각일지라도, 그러한 시도가 있어야 공동체 윤리가 인정받을 수 있을것 같아요. 결국엔 삐딱하고, 회의적이고, 허무주의자를 표방한다는 저같은 사람이 이런 다소 나이브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아직까지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ㅎㅎ…
삶의 의미나 윤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진지해지는 게 당연한 거죠! 저도 민주주의의 가치는 마지막에 도출하는 결론이 아니라 그 과정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입법도, 사법도. 그래서 즉각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을 늘 경계하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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