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김영삼도서관에서의 질문과 답변이 이렇게 이어진 게 너무 신기합니다. 반가웠습니다!
어제의 행복했던 기억이 왠지 꿈같네요. 처음 도스토옙스키의 3부작을 도전할 때는 스스로도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겨우겨우라도 고지를 올라간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믐>의 도박사님들과 김혜정 대표님, 수북강녕님,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해주신 장작가님이 계셔서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 한옥마을의 그림같은 수북강녕책방에서의 항상 도선생님의 포스터가 우리를 지긋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러 도박사님들의 토론과 생각들이 넘쳐났었네요. 우선 장맥주님의 신은 전지, 전능, 전선한가? 과연 그러한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또는 우리 삶에서 인정할 수 없는 고통들은 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가? 란 질문이었어요. 우선 유신론과 무신론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나누었는데 사람은 선과 악 전에 모든 사람은 원죄가 있고 죄의 크고 작음도 사람의 기준이지 신의 기준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신선했습니다. @동키동키님의 엔트로피가 친숙하지만 잘 알지 못해 궁금했고 @임쏘쏘님의 하느님과 감사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한 바이러스가 뿜뿜 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링크 걸어주신 참조영상도 잘 보겠습니다. ^^ 예전에는 유신론에 대해 항상 두루뭉술한 이미지적인 말만 주로 들어 좀 그랬는데 어제 참석하신 분들께서 조곤조곤하고 조리있게 설명해주셔서 많이 배웠습니다. 2부에서는 장작가님의 존 메설리의 <인생의 모든 의미>를 기준으로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도 참 좋았습니다.보통은생각 없이 살게 되는데 다시 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읽어야 할 책이 또 생겼네요.^^ <그믐>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책과 이를 풍성하게 채워줄 해박한 그믐의 회원님들 덕분이겠지요. 김지혜작가님의 <책들의 부엌>에 나오는 소양리 북스 키친 같은 곳에서 밤새 이야기를 나눈다면 행복할거 같아요. 체력만 된다면요. ^^ 아직 <까라마조프 형제들 3>의 '12편 오심'을 읽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완독하고 마치겠습니다. <까라마조프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작품이어서인지 읽기도 좋고 내용도 축복스럽게 마무리 되었어요. <악령>과 같은 작가님이 맞으신가 싶었어요. 전 <악령>의 어두운 느낌도 좋지만 <까라마조프 형제들>의 일료사 친구들과 알료사의 희망찬 모습(흡사 알프스소녀 하이디같은)도 좋았습니다. 3부작을 마치면서 뿌듯함과 아쉬움이 함께 공존하네요. 왠지 목표를 잃으면 잠시 쉬어도 공허할 때가 있지요. 하지만 어둠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올해 초에는 두려웠던 벽돌책 깨기 도전을 하나씩 할까봐요. 그리고 짬짬이 도선생님의 책도 다시 잃어야 겠어요. 명작은 읽을수록 씹는 맛이 다르다던데!! 전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가 자꾸 떠오르네요. 왠지 지적이지만 가난하고 세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자존심이 강하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계속 늪으로 빠지던 모습이 처음에는 바보같았지만 지금은 안타까운거 같아요. <까라마조프 형제들>의 이반도 그렇구요. 똑똑해서 자신의 지식을 믿고 신을 부정하기도 하지만 윤리적인 면에서는 강하게 외면할 수 없어 이중적인 자신의 모습에 고통을 받는 모습이 약간 발전된 라스꼴리니꼬프같기도 하고. <까라마조프 형제들>에서 표트르의 세아들은 아니지만 스메르쟈꼬프도 참 강렬한 인물이었습니다. 똑똑하지만 한없이 어두운 모습이 그의 심연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지 않네요. 작년에 그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대학로에서 공연되었다고 하시던데 궁금하더라구요. 수북강녕님과 그런 공연들을 같이 본다면 최고의 해설사님과 함께하는 걸텐데라는 상상을 했습니다. 언젠가 그런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믐>의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따뜻하면서도 설레이는 느낌이 있는데 다른 분들도 행복하셨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어둠이 찾아온다'는 근사한 문구 아래 에서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그래서 행복한 공간이어지길 바랍니다.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씀에 저도 공감합니다:) ㅎㅎ
한 시간쯤 더 시간이 있었다면 러시아 과자 먹으면서 조금 가볍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속편에 대한 상상도 펼쳐봤을 텐데... 저도 아쉽습니다. ㅠ.ㅠ
정말 뜻깊은 밤이었습니다. 신의 존재나 삶의 의미를 놓고 맨정신으로 다른 사람과 이렇게 진지하게, 또 길게 대화를 나눠 본 게 몇 년 만인가 싶습니다. 청소년기 이후에 그런 적이 있기는 있었나...? 신앙이 있는 분과 없는 분의 비율이 신기하게 비슷했는데 다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시면서도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잘 말씀하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3개월 동안 도스토옙스키 3대 장편을 다 읽고 독서토론을 하겠다는 계획을 들었을 때 그게 과연 가능할까, 몇 분이나 참여할까 의구심이 들었던 게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지금도 참 신기합니다. 도박사 프로젝트를 제안해주시고 장소도 제공해주신 @수북강녕 대표님, 모임을 잘 이끌어즈신 @고쿠라29 대표님, 그리고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러시아 과자들도 잘 들고 왔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장맥주 언젠가 다른 그믐밤에서 <피네간의 경야>로 모임을 하면 어떨까 싶어 어제 작가님께 슬쩍 말씀드렸다가, 손사래를 치시는 모습에 웃었습니다 석 달 동안 우리가 함께 읽은 세 작품은 열린책들 기준으로 총 5,440쪽(<죄와벌> 1,300쪽, <악령> 1,264쪽,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2,876쪽)이므로, 월평균 1,813쪽을 읽은 것이 됩니다 @스마일씨 님 말씀처럼 이번 도박사 모임을 통해 (판돈뿐 아니라) 讀力이 올라간 상황이므로, 다음 도전 목표를 꿈꾸며 '주관적 삶의 의미'를 찾아보고 싶네요 ^^
정말 어지간하면 저도 도전해볼까 하고 잠깐 고민을 하거나 최소한 고민하는 시늉이라도 했을 텐데 책이 책인지라... 손사래를 치는 동안 민망하거나 죄송하지도 않았답니다. 흐흐흐. 제목만 들어봤고 실물은 처음 보는 책이었는데(번역이 된 줄도 몰랐어요) 자태가 참 육중하기도 하고 본문도 상상 이상이었어요. 어우... 이번 생에서는 확실히 시도하지 않겠습니다! ^^
<까라마조프 형제들2>의 '3 '시련을 통과하는 영혼. 첫번째 시련'부터 등장하는 니꼴라이 빠르페노피치와 미짜 사이의 긴장감 있는 조사하는 장면을 읽을 때 장강명 작가님의 <재수사2>도 같이 읽고 있었는데 재수사의 조사실 장면에서의 빠른 속도의 빈틈없는 대화와 같이 겹쳐 보여 무척 재미있었어요. 도선생님은 19세기 분이신데 이런 속도감 있는 장면을 쓰시는게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작가는 시간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글을 쓰시나봐요.
@거북별85 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잘 돌아가셨는지요. 무려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비교되니 영광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속도감을 느끼는 이유는 실제로 그들이 말을 빨리 하거나 대화 속에서 어떤 사건이 빠르게 설명이 되기 때문은 아닐 테지요. 욕망이 다르지만 지적으로는 대등한 사람이 서로 대결하는데 그 양상이 팽팽하면 속도감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러려면 작가가 서로 다른 견해를 양쪽 모두 설득력 있게, 독자가 그때까지 생각해 온 것 이상으로 깊이 있게 펼쳐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거 같아요. 도스토옙스키는 그걸 아주 잘했던 거 같고요. 본인은 독실한 신자임에도 무신론의 논리를 그렇게 심오하게 전개할 수 있을 정도로...
ㅎㅎ 감사합니다~다음날도 씩씩하게 잘 출근했습니다. 도스토옙스키 3부작 도전은 개인적인 독력 향상에나 작가님의 <재수사>를 읽는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보통 비문학쪽 글만 읽다가 그믐 덕분에 소설에 다시 빠져보니 작가님들의 인물과 상황 그리고 전개과정을 창조해내시는 능력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그과정이 촘촘하고 전개가 자연스러울수록 작품속에서 창조된 세계가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와닿더라구요~ 도스토옙스키도 독실한 신자임에도 무신론에 대해 치밀한 논리전개를 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더 무신론의 허망함을 느끼도록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3부작에 행복한 자리 마련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까라마조프 형제들3>의 처음 등장하는 꼴랴 끄라소뜨낀이라는 소년이 열세살인데도 참 매력적인 소년이었습니다. 뒤에서도 그런 인물인지??? 아빠를 사랑하는 일료샤의 든든한 친구였어요. 잠시 사이나 나빴지만. p 13 소년은 어머니를 매우 사랑했지만 그가 '학생다운 말로 표현했듯''송아지처럼 애교를 떠는 게' 실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겨진 책장에는 몇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었다. 꼴라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그 책들을 벌써 몇번이나 읽었다. 어머니는 이 때문에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다만 소년이 놀러 나가는 대신 책을 들고 몇시간씩 책장 옆에 서 있을 수 있다는데 가끔 놀라곤 했다. p14 소년들은 함께 장난을 치며 놀았는데 역관에 손님으로 머문지 네댓새 되는 날에 어리석은 소년들 사이에 2루블을 걸고 정말 있을 수 없는 내기가 벌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아이들 중에서 거의 가장 어렸고 그래서 나이 먹은 소년들에게 약간 무시를 당하던 꼴랴가 자존심에서인지 혹은 거리낌없는 대담함 때문인었는지 밤 11시 기차가 올 때 선로 사이에 엎드렸다 기차가 전속력으로 자기 위를 지나갈 때 까지 꼼짝 않고 누워 있겠다고 제안했던 것이다.
저도 꼴랴가 아주 귀여웠습니다. 동네 골목대장인데 나름 제 머리로 생각할 줄도 알고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똑똑한 어른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13년 뒤가 배경인 속편에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게 아닐까, 냉혹하고 비뚤어진 청년이 되어 알료샤와 대립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어요. ^^
골목대장 느낌의 꼴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속편에서 스타브로긴이나 라끼찐처럼 변할 수 있을거란 상상은 못해봤는데 무척 재미있을것 같네요~ 도선생님께서는 어떤 후반부를 전개하시려고 이렇게 밝게 마무리를 했을까요??^^ 전 요즘 유행하는 본편 이외에 '외전'의 느낌으로 '스메르쟈꼬프''꼴랴'를 작품으로 나오면 좋았을거 같습니다~
저는 그믐밤에서 스메르쟈꼬프 뮤지컬이 있다는 이야기에 그야말로 깜짝 놀랐어요. 한국에서 까라마조프 스핀오프 뮤지컬이 나올 줄이야... 인터넷에 올라온 간략 소개를 보니 쉽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접근법 같았습니다.
당신도, 까라마조프씨, 저 모든 병아리들과 함께 어울리는데, 그건 실은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들을 발전시켜주고 유익한 역할을 하고 싶으신 거죠?
까라마조프 형제들 3(창비세계문학 87) 4.주치까 p44, 도스토예프스키
까라마조프 형제들 3(창비세계문학 87)『까라마조프 형제들』에는 인생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있다.-커트 보니것 ★ 노벨연구소 선정 ‘100대 세계문학’ ★ 『가디언』 선정 '세계 100대 도서' ★ BBC 선정 '지난 천년간 최고의 작가 10'
p54 그는 다시 방으로 돌아오면 보통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소중한 아들을 즐겁게 해주고 위로해주었다. 아이에게 옛날이야기, 우스운 일화를 얘기해주는가 하면 자기가 만난 여러 우스운 사람들 흉내를 내거나 동물들 흉내를 내면서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짖거나 소리를 지르는지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류샤는 아버지가 부자연스럽게 몸을 꼬면서 광대 흉내를 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소년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아버지가 사회에서 억눌려 지낸다는 것을 마음 아프게 의식하고 있었고 '수세미'와 그 '무서운 날'을 끊임없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일류사와 아버지 퇴역 이등대위 스네기료프의 이야기는 참 마음이 아픈 장면입니다.이번에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접하며 어떻게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잘 표현하는지 신기했습니다. 제가 다양한 고전을 읽지 못해서인지 힘든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절절하게 쓰여진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네요.
실제로 만나면 굉장히 불편할 사람인데(그리고 이런 인물 흔할 거 같은데) 책을 읽다 보면 연민의 마음이 가득 생겨요.
그래요, 맞아요! 여기 드나들다보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겁니다. 세상만사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려면 저런 분들을 알아가는 게 훨씬 유익하지요. 바로 저런 분들과의 사귐에서 많은 걸 알게 될 거예요.
까라마조프 형제들 3(창비세계문학 87) 6.조숙함 p85, 도스토예프스키
곧 닫힐게 될 <까라마조프 형제들>을 아쉬워하며 열심히 글을 올리다 보니 제가 올리는 글들이 일관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제 장작가님이 말씀한 온 존 메설리의 <인생의 모든 의미>에서 무신론 중 주관적 자연주의에 너무 치중된 인생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아빠, 울지 마세요... 내가 죽으면 다른 아이, 좋은 아이를 데려다가... 저 모든 애들 중에서 착한 애를 골라 일류샤라고 부르고 나 대신 사랑해 주세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7. 일류샤 p93,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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