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여자 문제로 아버지를 공격한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드미뜨리, 안온한 깨달음의 세계에서 거리로 나와 누구에게나 위안을 주는 알료샤에 비해 이반은 ‘악을 바라보고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초반에 이반과 장로의 만남에서 그의 심상치 않은 면을 예상했는데 이토록 거대한 폭풍을 마음에 지니고 있었군요. 이반의 주장은 활자가 튀어나와 마음을 할퀴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이토록 강렬하게 악의 민낯을 다 드러낸 다음에도 어떤 이야기로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 또한 그리게 될까 궁금합니다.
저한테는 "악령"의 끼릴로프, 스따브로긴과 함께 강렬한 무신론자 3대장입니다. 그 다음은 "페스트"의 리외쯤 되려나요.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로 봐서..., 고행 계율을 받은 네가! 그렇다면 네 가슴속에도 어떤 새끼 악마가 들어앉아 있는 거야, 알료샤 까라마조프! 물론 말해 주지. 그래서 널 데려온 거니까, 넌 내게 소중하단다. 난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아. 조시마 장로한테 양보하지 않을 거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5권 4. 반역 p426-427,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https://karamazovhotel.ru/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더 브라더스 카라마조프' 호텔이 있네요 블라디미르 스카야 지하철역 앞 도스토옙스키 동상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도박사' 읽기를 마치고 러시아 문학 기행을 갈 때 이곳에서 묵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수기 1박당 10만원 전후의 4성급 호텔로, 시설이 깨끗하고 룸 컨디션도 좋아 보여요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때 'karamazov'라는 프로모션 코드를 넣으면 10% 할인이라는 팁이 재미있습니다 ^^
책을 읽다가 잠시 덮어두고, 유리 보리소비치 브리네르(Юлий Борисович Бринер=율 브리너)가 주.인.공. 드미뜨리 역할을 맡은 1958년 영화 <The Brothers Karamazov>를 보았는데요 145분 동안 드미뜨리가 보여주는 격정 멜로 패륜 막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반을 단순하게, 알료샤를 심심하게 다룬 대신, 카쩨리나와 그루셴까를 입체적으로 그린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다만, 원작에서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거나 과장 또는 축소된 점을 고려할 때, 완독 후 관람 추천입니다 ^^ https://www.instagram.com/p/Co6VWnpLyJk/?utm_source=ig_web_copy_link 서울 대학로에서는 “우리 몸에 살고있는 폭풍” 𝑴𝑼𝑺𝑰𝑪𝑨𝑳 <𝑩𝑹𝑶𝑻𝑯𝑬𝑹𝑺 𝑲𝑨𝑹𝑨𝑴𝑨𝒁𝑶𝑽> 도 상연 중이네요 '강렬한 넘버의 연기 차력쇼'라는 평이 있던데, 궁금해지는 공연입니다~!
율 브리너가 드미뜨리라니 언뜻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음, 드미뜨리 머리카락이...?) 한번 더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캐스팅인 거 같아요. 정말 허걱, 하고 놀라게 되는 건 알료샤 역이 윌리엄 섀트너라는 건데요.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님... 입니다.
시간상 절대 일정내 완독 못할것 같지만 일단 오늘부터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넷덕분인지 소설이 현실을 못따라가는것 같아서 책이 재미없어졌는데 그래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ㅎ
5.18 그믐밤 신청합니다 !
@IlMondo 님, 그믐밤 신청 확인했습니다. 5월 18일 그믐밤 모임에서 뵙겠습니다!
p233 발람의 나귀란 하인 스메르쟈꼬프를 뜻했다. 겨우 스물네살로 아직 젊은 그는 끔찍이도 사교를 싫어하고 말이 없었다. 그가 낮을 가리거나 뭔가를 두려워해서가 아니었다. 아니 반대로 그는 성격이 오만하고 모든 사람을 경멸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에 대해 한두마디라도 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겠다. 그를 키운 사람은 마르파 이그나찌예브나와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로 그는 그리고리가 표현한 대로 '배은망덕하기 이를 데 없는'소년으로 야생의 존재처럼 방 한구석에서 세상을 보며 자라났다. 어린시절 그는 고양이를 목 졸라 죽여 장례식 치러주기를 좋아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일종의 제의 비슷하게 온몸에 흰 천을 두르고 노래를 부르며 향로를 휘두르듯이 죽은 고양이 위로 뭔가를 흔들었다. 이 모든 것을 조용히 아주 비밀스럽게 했다. 한번은 그리고리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그를 붙잡아 회초리로 호되게 벌을 내렸다 : 까라마조프 집안에 스메르쟈꼬프는 한기가 도는 사람인 거 같습니다. 표도르의 아들인 듯한데 그의 탄생 과정도 비극적이네요. 앞으로 그에게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합니다.
이반은 독살스럽게 얼굴을 찡그리고 여전히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한마리 뱀이 다른 뱀을 잡아먹는데, 둘 다 그러라고 해!"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66, 도스토예프스키
p286 "썩 꺼져, 이 창녀 같으니!"까쩨리나 이바노브나가 울부짖었다. 그녀의 완전히 일그러진 얼굴이 선 하나까지 부들부들 떨렸다. "창녀라니요, 당신 자신도 처녀의 몸으로 돈 때문에 깊은 밤중에 기사의 집에 드나들어놓고선, 자신의 미모를 팔러 갔었잖아요. 나도 아는데" : 알료샤가 까쩨리나 집에 찾아갔을 때 그루셴까의 등장은 아주 강렬했습니다. 아주 매력적이고 천진난만 해 보이지만 그녀를 상대하기는 그 누구라도 만만치 않을거 같네요. 도도한 까쩨리나마저 저리 휘둘리는 것을 보면 말이예요.
p356 왜냐하면 저들 두사람의 만남은 그 첫 순간부터 저분의 심장에 오욕으로 남았으니까. 그게 바로 저분의 속마음이지! 나는 저분이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내 그 얘기를 듣는 일만 해왔던 거야. 저는 이제 가겠습니다. 하지만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당신은 정말로 형만을 사랑한다는 걸 알아두세요. 형이 주는 모욕이 크면 클수록 당신은 더욱더 형을 사랑할 겁니다. 바로 이것이 당신의 격정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모욕하는 형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만일 형이 개과천선한다면 당신은 당장에 형을 내던지고 사랑도 완전히 식어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의 대단한 신실함을 끊임없이 관조하고 형의 배신을 비난하기 위해 형은 당신에게 필요한 존재예요. 이 모든 건 당신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 아름다운 까쩨리나와 드미뜨리의 약혼은 일상적인 사랑에 의해서가 아닙니다. 드미뜨리는 까쩨리나의 오만함에 대한 복수로 까쩨리나는 드미뜨리가 자신의 도덕적 자긍심을 무너뜨린것을 '구원'이란 단어를 앞세워 결혼할려는 것이 아닌지. 왠지 지적이고 관념적이고 허무주의자같은 이반이 형의 약혼자 까쩨리나에게 흔들리는 장면은 의외의 모습이라 재미있습니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흐를지 궁금하네요.
저도 드미트리-카체리나가 연을 계속 이어가는 오기(?) 가 너무 신박하더라구요! ㅋㅋ 실제로 제가 만난다면 기싸움에 말라죽을 것 같지만.. 도스토옙스키는 대체 어떤 사랑을 했는지.. 진짜 어떻게 읽을 줄 알고 썼는지도 궁금하네요 ㅎㅎ
드미뜨리-까쩨리나의 기묘한 애증은 왠지 현실에서 있을 것 같지만 필력 없는 작가한테는 묘사할 엄두가 안 날 그런 관계이지요. 잘못 썼다간 독자들이 짜증내면서 ‘설득력이 없다’고 불평 터뜨릴 거 같고요. (시청률은 높은데 너무 오래 방영되어 소재가 떨어진 미드에서 종종 벌어지는 막장 관계들이 생각납니다.) 드미뜨리-그루셴까 사이에도 역시 필력 없는 작가한테는 묘사할 엄두가 안 날 긴장과 끌림이 있습니다. 드미뜨리-까쩨리나-그루셴까 같은 기묘한 삼각관계에 이반 같은 인물까지 끼워넣어 잘 버무린 솜씨에 정말 경탄합니다.
p358 어쩐일인지 그 이등대위에게 화가 잔뜩 난 드미뜨리 표도로비치가 그분의 구레나룻을 붙잡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굴욕적인 모습으로 거리로 끌고 나가 거리에서도 또 오랫동안 끌고 다녔대요. 이곳 학교에 다니는 그 이등대위의 어린 아들이 그걸 보고는 곁을 뛰어다니면서 큰 소리로 울며 아버지를 위해 빌고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매달려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사람들은 웃기만 했다는군요. 용서 하세요. 알렉셰이 표도로비치, 저는 그이의 그 수치스로운 행동을 분노없이는 떠올릴 수가 없어요. : 드미뜨리의 행패에 수모를 겪는 이등대위와 그의 아들의 모습은 너무 처절해서 마음이 저리네요. 예전 <죄와 벌>에서 퇴역관리 마르멜라도프와그의 아내 까쩨리나 이바노브나의 묘사처럼 참 너무 비참하네요. 도스토옙스키는 어떻게 이런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잘 묘사하고 표현하는지 참 대단하고 궁금하네요.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을 읽으며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길 원하셨을까요??
저는 스타브로긴의 기행이 떠오르더라고요. ㅎ
이렇게 도선생님의 3부작을 읽는 다면 비슷한 등장인물들끼리 묶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드미뜨리가 스타브로긴보다는 자기 감정에 솔직한 인물인거 같더라구요.
드미뜨리가 스따브로긴보다 머리가 좀 나쁘고 대신 마음 깊은 곳에 정의감이나 염치 같은 게 좀 있는 거 같습니다. ^^;;;
저도 읽으면서 다른 작품의 인물들이 떠오릅니다. 유로지비라고 설명되는 등장인물이 많아서일까요.. 공통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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