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젠장, 하느님을 처음으로 고안해 낸 놈들 때문에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나는 언제나 뒷골목이 좋았어. 광장 뒤에 있는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골목 말이야. 그곳에는 모험이 있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진흙탕에 묻힌 진주가 있거든.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06, 도스토예프스키
드미트리의 방탕하고 공허한 삶이 느껴지는 문장입니다. 이런 그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실 둘째인 이반이나 셋째인 알료샤에 비하면 드미트리는 어디 하나 칭찬 받을 구석이 없는 사고뭉치인데, 읽다 보면 오히려 이반이나 알료샤보다 드미트리가 더 살아 있는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반이나 알료샤가 어떤 사상을 형상화한 인간이라면 드미트리는 대표하는 사상이 없고, 오로지 욕망으로 설명되는 인간이기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주인공을 어떤 면에서는 드미트리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장본인이고 모든 사건이 그의 운명을 중심이 두고 돌아가니까요. 독자들이 감정 이입하는, 또 작가가 진주인공이라고 밝힌 알료샤가 이야기에서 하는 역할이라고는 그저 구경하는 사람 정도입니다. 이반은 눈부신 입담을 보여주지만 역시 조연 정도의 위치에 그치고요.
홀 구석에서 그 아가씨의 눈동자가 나를 좇는 걸 보았어. 불꽃이, 은근한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을 보았지. 이런 장난은 내 속에서 키우던 벌레 같은 정욕만 즐겁게 해주었어. 다섯달 뒤에 그 아가씨는 어느 관리와 결혼하면서 도시를 떠났다. 어쩌면 화를 내면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07, 도스토예프스키
여성들과의 관계도 드미트리에게는 '자존심 게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그의 영혼에 따뜻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p 210 중령은 또 어땠는데! 우리지역에서 으뜸가는 인물 중 하나였지. 발이 넓어서 온 도시 사람들을 불러서 저녁을 먹이고 춤을 추기도 했어. 내가 그 도시에 도착해서 대대에 들어갔더니, 도시 전체에 미인 중ㅇ서도 절세미인인 중령의 작은 딸이 이제 막 수도의 귀족학교를 졸업하고 곧 우리 도시로 돌아올거라는 소문이 자자하더군. 그 작은 딸이 까쩨리나 이바노브나야. 중령의 두 번째 부인의 소생이지. 이미 고인이 된 그 두번째 부인은 명망 높은 대단한 장군 집안 출신이었는데, 내가 확실히 알게 된 바로는 중령에게 지참금을 한푼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해. : 도도한 까쩨리나 이바노브나의 등장입니다. 귀족학교를 졸업한 절세미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p 211 며칠이 지나서 역시 연회에서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지. 그녀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입술 표정에서 경멸감이 보이더군.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기다려라. 복수할테니!' 하고. 당시 나는 병사에서 장교로 진급한 경우에 대부분 그렇듯 거칠고 무식한 인간이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어. '까쩬까'는 순진한 여학생이 아니라 성깔 있고 오만하면서도 정말로 덕이 있고 게다가 지성과 교양까지 겸비한 특별한 여자인데, 나는 이도 저도 없는 인간이라고 느꼈다는 거야. 너는 내가 청혼하고 싶어했다고 생각하니? 전혀 그렇지 않아. 그저 나는 멋진 사람인데 그녀는 내게 무심하기에 복수하고 싶었을 뿐이야. : 까쩬까와 드미트리의 '잘못된 만남'의 시작입니다. 자존심 센 이 둘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복수심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잘못된 만남이 시작되었을까요?
p220 보여줄까? 꼭 읽어보라. 약혼녀가 되겠다고 제안하고 있어. 그녀 쪽에서 제안한거야. 그러니까 '사랑합니다'미친듯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내 남편이 되어주세요. 놀라지 마세요. 당신을 조금도 구속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가구가 되고, 당신이 딛고 다니는 양탄자가 되겠습니다....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당신자신으로부터 구하고 싶습니다.....' : 까쩬까가 드미트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저는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와 집안을 위해 그리고 방황하는 드미트리를 위해 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드미트리에게 경멸감의 입술을 했던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썼을까요?
p 223 내가 그때 알게 되었고 지금은 더 분명히 아는 사실은, 아버지의 위임을 받은 이등대의자 내 명의의 어음을 그루셴까에게 넘겼다는 거야. 내가 다 포기하고 그만두도록 그루셴까에게 돈을 독촉하라고 한 거지. 나를 겁주려고 했어. 그래서 내가 그루셴까를 손봐주려고 나섰던 거야. 나는 그전에도 그 여자를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별로 인상적이지는 않더군. 더구나 그 늙은 상인, 지금은 병들어 쇠약한 채로 누워 있지만 어쨌든 그가 그 여자에게 상당한 거금을 남길 거라는 얘기도 알고 있었어. 또 그 여자가 돈을 모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는것도, 악랄한 이자놀이를 한다는 것도, 동정심이라곤 없는 교활한 사기꾼이라는것도 말이야. 그런데 그 여자를 때려주러 갔다가 그 여자 집에 눌러앉게 되었지. : 드뎌 그루셴카가 등장합니다. 늙은 상인의 첩이라는 설정부터 심상치가 않네요. 그녀는 아버지와 아들을 연적으로 만드는 놀라운 인물입니다.
대주교나 추기경 등의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바라지 않는다는 설명이 매우 설득력있게 들려요. ____ 언젠가 재림할 그 날을 희망하는 사람들 위에 기득권을 만들고 실은 영원히 재림하지 않길 바란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메달았고 앞으로 그 누가 재림한데도 이단으로 몰 것이다 그들은.
어떤 분들은 이 대목이 도스토옙스키가 믿었던 동방정교와 달리 교황을 신의 대리인으로 보는 가톨릭을 비판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하는데, 저는 그보다는 큰 의미로 해석하고 싶네요. 기독교적 구원에 대한 회의감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민중들 사이에는 이런 관조자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바로 스메르쟈꼬프는 그런 관조자들 중의 한 사람임에 틀림없으며 스스로도 그 이유를 모른 채 자신의 인상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2권 6. 스메르쟈꼬프 p225,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이 바보야, 우리는 모두 경솔함 때문에 신앙을 갖지 못하는 거라고. 왜냐하면 그럴 만한 시간이 없거든, 첫째로 할 일이 너무 많고, 둘째로 하느님께서는 시간을 너무 조금 주셨어. 기껏해야 하루가 스물네 시간에 불과하니 회개는커녕 잠잘 시간도 부족한 거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2권 7. 논쟁 p232 ,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멍청하면 멍청할수록본론에는 더 가까워지는 법이야. 멍청하면멍청할수록 더욱 더 분명해지는 거고. 멍청함은 간결해서 교활하게 굴 줄 모르지만, 똑똑함은 잔머리를 굴려서 감쪽같이 숨어 버릴 궁리만 하거든. 똑똑함은 비열하기 십상이지만, 멍청함은 솔직담백하고 정직하거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5편 Pro와 Contra (3.형제들, 가까워지다)496p, 도스토예프스키
안녕하세요 저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여러번 완독을 실패했었어요. 이번에 기필코!!! ㅎㅎ
환영합니다~. 유명도에 비해서 그리 어렵지 않은 책이에요. 함께 완독해보시지요!
1부 2권 스캔들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와.. 정말 어려워요^^;; 그래도 천천히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여기 여러분들이 올려주신 글들과 문장을 참고하면서요~
저도 도전해보겠어요!!! 수북강녕에서 책만 사놓고 못읽어서 함께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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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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