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까라마조프 가족에서 가장의 많은 역할을 대신 해 온 건 그리고리라는 하인 같은데 이 인물은 뒤에서 무슨 일에 휘말리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예리하십니다. 그리고리가 뭔가 휘말리기는 합니다. ^^
저도 그리고리란 하인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어떻게하면 파렴치한 표도르 빠블로비치 곁을 지킬 수 있는지, 표도르가 버린 세아들을 살뜰하게 대신 키울수 있는지 신기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천박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타락한 인간이던 그가 그녀의 순결한 아름다움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솔직히 그 순결한 눈동자가 마치 나를 면도날로 베는 것 같았어"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8, 도스토예프스키
p51 당시 알료샤는 탄탄한 체구에 맑은 시선과 발그레한 뺨을 지닌 건장한 열아홉살의 소년이었다. 그 무렵의 그는 아주 아름답기까지 했고 균형잡힌 몸매에 중키, 짙은 황갈색 머리카락, 약간 길지만 이목구비가 반듯한 타원형 얼굴, 넓은 미간에 빛나는 짙은 회색 눈동자를 지닌, 아주 사려 깊고 평온해 보이는 소년이었다. 28쪽의 이반과 알료샤의 어머니에 대한 묘사나 알료샤에 대한 묘사를 보면 참 아름다운분들인 것 같다. 이들이 표도르 빠블로비치를 남편과 아버지로 두어 그들의 외양이나 성품과는 다른 거친 삶을 살아나가게 된다.
p 61 오, 노동과 슬품에 지친, 아니, 더 중요하게는 항상 지속되는 부당함과 자신 뿐 아니라 세상의 일상적인 죄에 지친 러시아 소시민의 온순한 영혼에 성물이나 성인을 찾아 그 앞에 무릎을 끓고 절하는 것보다 더 강한 욕구와 위로는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비록 우리에게 죄, 불의, 유혹이 있다 해도 그럼에도 이 땅의 저쪽 어딘가에는 성스럽고 고결한 분이 계신다. 그 분에게는 정의가 있고, 그분은 공의를 아신다. 그러므로 정의는 지상에서 죽지 않았고, 언젠가는 약속대로 우리에게 전해져 온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 : 고통스러운 현실에 지친 소시민들은 이러한 믿음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었다. 오늘 오전 뉴스에 케냐에서 사이비 종교 교주에 의해 죽임을 당한 소시민들의 사건이 나왔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러한 종교적 믿음, 관념적 믿음이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을 주는 거 같다. 그래서 한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진정한 믿음이 항시 존재하면 좋겠다.
제가 하는 일은 만사가 이 모양이에요. 아첨을 하려다가 언제나 손해만 보거든요. 벌써 상당히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인데, 한번은 어느 유력한 인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부인께서는 간지럼을 잘 타는 분이시더군요〉라고 말입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2권 달갑지 않은 회합,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저도 흠모하는 사람 앞에서는 헛소리를 연발하는 병이 있습니다.
드미뜨리 표도로비치는 28세의 젊은 사내이며, 보통 키에 수려한 용모를 갖추고 있었으나 나이에 비해 상당히 늙어 보였다. 근육질의 사내로서 비록 그의 얼굴에는 뭔가 병적인 것이 엿보였지만 뛰어난 체력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위었고 두 뺨은 움푹 꺼졌으며 안색에는 환자의 황달기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상당히 크고 검은 두 눈은 퉁방울처럼 튀어나와 있었고 대단한 고집을 가진 듯하지만 어딘지 초점이 흐려 있었다. 흥분하여 씩씩거리면서 말할 때조차 그의 시선은 자신의 심리 상태를 거역하고 있는 듯 무언가 당시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란 무척 어렵습니다〉라고, 그와 이야기를 해본 사람들은 그를 평하곤 했다. 어딘가 모르게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듯한 우울한 눈빛을 하고 있다가도, 재미있고 장난기 어린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갑자기 호탕하게 터뜨리는 그의 웃음소리에 사람들이 놀라는 일도 적지 않았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스마일씨 알료샤가 19세 박보검이라니 이해가 딱 되어요. 드미뜨리는 어떤 배우가 어울릴까요? 저는 이병헌이 떠오르네요. 28세 때는 아니고 30대 중반 즈음의...?
「당신은 사람들에게 영혼 불멸에 대한 믿음이 고갈되면 그런 결과가 생길 거라고 정말로 확신하십니까?」 갑자기 장로가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물었다.「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만일 영생이 없다면 선행도 없는 것입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드미뜨리 표도로비치!」 표도르 빠블로비치는 자신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만일 당신이 내 자식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지금 이 순간 당신한테 결투를 신청했을 거요…. 권총으로, 3보의 거리를 두고…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열린책들 번역에 다른 부분에 불만은 없는데, 표도르가 자식한테 존댓말을 쓰고 상대를 '당신'이라고 부르니 어색합니다. 인성도 그 모양인 인간이.
'진정한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이번에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을 처음 접하며 번역의 중요성을 참 많이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 왠지 이해가 안가는 것을 번역의 탓으로 돌리는 못난 저의 모습이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장비탓만 하지 않도록 제 실력이 늘길 바랍니다. ^^
읽을수록 공감이 가네요.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인류를 사랑하는게 맞나?라는 의구심도 들고. 이 글이 스누피에 나오다니.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네요.
피너츠의 어디에서 봤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느 에세이에서 "버트란드 러셀이 한 말인지 피너츠에 나오는 말인지 모르겠지만"이라면서 인용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었다니... 혹시 그 뒤에 버트란드 러셀이나 피너츠에서 다시 인용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시골의 수도원마다 이런 끌리꾸샤가 흔히 보였고 자주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오전 미사에 데려오면 그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교회 전체를 돌아다니며 개처럼 울부짖다가도, 성혈성체를 내와서 그들을 성혈성체 쪽으로 데려가면 '귀신 들림 현상'이 곧바로 사라졌고 병자들은 몇분간이라도 늘 평안해졌다.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91, 도스토예프스키
<까라마조프 형제들>에서 끌리꾸샤가 자주 나와서 무엇일까 했는데 요즘으로 말하면 일종의 '우울증'같다고 하네요. 여성들에게 이런 일들이 흔히 일어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라니!! 요즘처럼 '여성 인권'이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라는 의문이 듭니다. p91 그러나 놀랍게도 훗날 나는 의사들을 통해 그것은 결코 꾀병이 아니며 무서운 여성질환으로 주로 우리 루시에 많으며 시골 여성의 힘겨운 운명을 증명하는 병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병은 아무 의료적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힘겹게 출산한 직후 곧바로 극도의 고된 노동을 감당한 탓에 발병한다는 것이었다. 그 밖에 출구없는 슬픔과 폭력등에서 비롯하기고 하는데 일반적인 예에 따르면 어떤 여성은 천성적으로 그런 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 우리나라에도 '울화병'이라는 병이 많이 있었는데 일종의 '끌리꾸샤'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가끔 동네에 머리에 꽃을 꽂은 여자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들을 비웃거나 놀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 때는 이러한 단어와 행동들의 일상화되었던거 같은데 어쩌면 이들의 슬픔을 집단적으로 희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클리꾸샤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어쩌면 여권이 바닥이던 사회의 유물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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