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저도 오랫동안 궁금해 왔던 부분이 '반역' 챕터에 나와 있었어요. 어른이 죄인인건 알겠는데 아이들은 뭘까. 아동학대에 관한 묘사가 잔혹해서 소름이 끼쳤어요. 그러면서 한편 이렇게 불편한 상황과 외면하고 싶은 질문을 던지는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심문관' 챕터는 저에게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해하기에 사람들은 신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종교를 원한다. 예수님은 이 그림에서 빠져 주셔야 한다. 사람들은 진실을 감당할 수 없다 정도입니다. 마지막에 예수님이 입 맞추고 떠나는 부분에서 왠지 울컥했네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모임은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며칠 늦은 사이 벌써 4권까지 갔네요ㅠㅠ 저는 처음에는 "말이 왜 이리 장황해..?"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꾹 참고 읽다가, 그루셴카와 카체리나 이바노비치가 한 방에서 이야기하는 장면 부터 쭉쭉 읽히더라구요 ! 이게 가족인지 원수인지, 사람이 사람한테 이렇게 말해도 되는건지 싶지만, 끝에 가선 신성을 간직하고 있는 알료샤나 이성, 논리를 추구하는 이반보다 '솔직한 말과 행동' 밖에 할 줄 모르는 드미트리한테 빠졌습니다. (끝끝내 표도르는 좋아할 수 없더군요..)
다행히(?) 표도르 빨리 죽습니다. ㅎㅎㅎ 그루셴까와 까쩨리나 이야기하는 장면부터 끝까지는 쭉쭉쭉이에요. 그믐밤에서 뵙고 싶습니다, 지금님. ^^
친애하는 내 아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자네도 이 점은 잘 알아 두시길, 왜냐하면 나는 끝까지 이 추잡함 속에 허덕이며 살고 싶거든, 그러니까 자네가 이 점을 잘 알아 두었으면 해. 추악함 속에 허덕이는 것이 더 감미로운 법이거든. 다들 욕을 하면서도 그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다만 다들 몰래 그 짓을 하지만 나는 탁 터놓고 한다는 말이지. (…)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자네의 그 천국이라면 나는 들어갈 마음이 없어.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민음사, 1권 382p ,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첫째 아들과 한 여자를 두고 다투는 아빠(표도르)가 셋째 아들(알료샤, 알렉세이)에게 '첫째에게 땡 전 한푼 못 준다'며 하는 말..
한국 가정을 생각하면 은근히 아버지와 아들들 간에 대화가 자유롭고 수평적인 거 같습니다...?
저또한 드미트리가 결국엔 매력적인 인물로 보이더라구요. 알료샤는 재미없고, 이반은 재수가 좀 없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서 가장 불행한 인물도 무신론자 이반이라는 점에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도형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형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구요 “나의 호산나는 엄청난 의혹의 도가니를 거쳐 나온 것이다.” 죽기 전까지 도스토예프스키는 유신론과 무신론 사이에서 갈등했다고 고백했다하니 믿음과신앙이라는 키워드를 무신론자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도 재미닜을것 같아요!!
이반은 재수가 많이 없고, 본인도 자신이 재수가 없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런데도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 같아요. 저한테는 "죄와 벌"의 스비드리가일로프, "악령"의 끼릴로프와 스따브로긴,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이반 까라마조프가 결국은 같은 형태의 무신론자로 다가오고, 그 넷 중에서는 그나마 이반이 제일 덜 재수없는(인간미가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도 선생님이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 넷이 다 파멸한다는 점이었던 거 같아요. 재미없는 알료샤가 속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예정이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인간 존재의 비밀은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서 살 것인가에 있으니까.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에 대한 확고한 관념이 없다면 인간은, 설령 그의 주위가 온통 빵 천지라 할지라도, 사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지상에 남느니 차라리 스스로를 박멸할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5편 pro와 contra, 536p,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존재 자체로 자유롭지 못하고 무엇인가 목표를 두거나 어느 것에 얽매인 인간의 삶은 불행하지 않을까요. 인간에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 자유가 있어야겠지요.
강력한 힘으로 결집한 속세의 과학은 특히 지난 세기에 이르러 성서 속에서 약속한 모든 것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엄밀한 분석 이후에 속세의 과학자들에게는 지난날의 신성한 모든 것이 깡그리 사라져 버리고 말았단다. 그러나 그들은 각 부분들을 분석했으면서도 전체를 간과했으니, 그들의 맹목이란 가히 놀라울 정도란다. 그런데 그 전체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들의 눈앞에 굳건히 버티고 서 있어서 지옥의 문도 그걸 정복할 수는 없는 거란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4권 발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왜냐하면 기독교에 반기를 든 자들이나 그에 거역하는 자들도 본질상 그리스도와 외모가 다를 바 없이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며, 지금까지 그들의 지혜도 그들의 열정도 이미 옛날에 그리스도께서 모범으로 제시한 인간의 형상과 덕성보다 더 우수한 것을 창조해 낼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지. 물론 그런 시도도 있었지만 오직 기형적인 것만을 만들어 냈을 뿐이란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4권 발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추악한 세계가 더 달콤하거든. 모두 그 세계를 비난하지만 모두 그 세계에 살고 있고, 남들은 몰래 그 짓을 하지만 난 드러내 놓고 하고 있을 뿐이란다. 그런 나의 정직한 태도를 빌미로 그 추잡한 놈들은 내게 달려들고 있지. 하지만 너의 천국을,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나는 원치 않아. 너도 알다시피 행여 저 세상에 너의 천국이 존재한다고 해도 점잖은 사람이 거기에 간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거든. 내 생각에는 한번 잠들면 깨어나지 않아, 아무것도 없는 거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4권 발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이젠 가겠습니다, 하지만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이것만은 알아 두십시오, 당신은 정말로 형만을 사랑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형의 모욕이 심해질수록 당신의 사랑은 더욱더 커질 것입니다. 당신의 파열이란 바로 그런 것이니까요. 당신은 형의 현재 모습 그대로를, 당신을 모욕하는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계십니다. 만일 형이 마음을 고쳐 먹는다면 당신은 곧 형을 버릴 것이고 또 그 사랑도 식어 버릴 겁니다. 그러나 형이 당신한테 필요한 것은 형에 대한 변함없는 당신의 신의를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고, 당신에 대한 형의 배신을 책망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자존심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4권 발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알료샤처럼 순수한 영혼이 가까이 있다면 아버지 표도르같은 파렴치범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군요. 모두 말씀드렸으니… 안녕히 계십시오,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나한테 화를 내지는 마십시오, 나는 당신보다 백 배 이상으로 벌을 받았으니까요. 앞으로는 당신을 결코 만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벌을 받은 거니까. 안녕히 계십시오. 당신의 악수도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너무나 의식적으로 나를 괴롭혔기 때문에 지금은 당신을 용서해 드릴 수가 없군요. 나중에는 용서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당신의 악수도 필요 없습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4권 발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도련님 같은 사람들의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말입니다, 비록 멸시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고결한 마음씨를 지닌 우리 헐벗은 아이들은 겨우 아홉 살에 불과한 나이에 벌써 이 땅의 진실을 배우게 되는 겁니다. 부자들은 평생에 걸쳐서도 그런 깊이에 이르지 못하지만 우리 일류샤는 광장에서 도련님 형의 손에 입을 맞추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모든 진실을 깨달은 겁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4권 발작,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바짝 따라가고 있는데 진도가 안 나가네요. 일단 열린책들 종이책이 왔는데 더클래식으로 읽던 문체랑 너무 다르고 줄간격도 좁아서ㅜ읽기 불편하더라고요.! 결정적으로 제가 와 이 문장 좋다! 했던 게 너무 심플하게 넘어간 것을 보고 결국 반품하고 더클래식으로 다시 구매했습니다. 이제야 마음이 편안하고요, 고전은 또 이런 시행착오들이 있네요! 일단 읽어나가 보겠습니다:) 알료샤 너무 웃겨요. 라키친을 살살 약 올리는데에 전문이네요. “아니야. 나는 자네를 속물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자네는 머리가 영리해, 그렇지만, 아니네. 그만하기로 하지. 그저 난 무심코 웃은 것 뿐이야.”
근처에 알료샤 같은 사람이 있고 저랑 의견이 다르다면 정말 약 오를 거 같습니다. 의견이 같으면 주눅 들 거 같고요. ㅎㅎㅎ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은,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들 중에는 매질을 할 때마다 쾌감에, 말 그대로 쾌감에 빠져 들게 되고 한대 한대 때릴 때마다 쾌감은 점점 더 고조되어 가는 사람도 있다는 거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5권 찬반론 4.반역 ,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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