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p220 보여줄까? 꼭 읽어보라. 약혼녀가 되겠다고 제안하고 있어. 그녀 쪽에서 제안한거야. 그러니까 '사랑합니다'미친듯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내 남편이 되어주세요. 놀라지 마세요. 당신을 조금도 구속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가구가 되고, 당신이 딛고 다니는 양탄자가 되겠습니다....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당신자신으로부터 구하고 싶습니다.....' : 까쩬까가 드미트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저는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와 집안을 위해 그리고 방황하는 드미트리를 위해 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드미트리에게 경멸감의 입술을 했던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썼을까요?
p 223 내가 그때 알게 되었고 지금은 더 분명히 아는 사실은, 아버지의 위임을 받은 이등대의자 내 명의의 어음을 그루셴까에게 넘겼다는 거야. 내가 다 포기하고 그만두도록 그루셴까에게 돈을 독촉하라고 한 거지. 나를 겁주려고 했어. 그래서 내가 그루셴까를 손봐주려고 나섰던 거야. 나는 그전에도 그 여자를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별로 인상적이지는 않더군. 더구나 그 늙은 상인, 지금은 병들어 쇠약한 채로 누워 있지만 어쨌든 그가 그 여자에게 상당한 거금을 남길 거라는 얘기도 알고 있었어. 또 그 여자가 돈을 모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는것도, 악랄한 이자놀이를 한다는 것도, 동정심이라곤 없는 교활한 사기꾼이라는것도 말이야. 그런데 그 여자를 때려주러 갔다가 그 여자 집에 눌러앉게 되었지. : 드뎌 그루셴카가 등장합니다. 늙은 상인의 첩이라는 설정부터 심상치가 않네요. 그녀는 아버지와 아들을 연적으로 만드는 놀라운 인물입니다.
대주교나 추기경 등의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바라지 않는다는 설명이 매우 설득력있게 들려요. ____ 언젠가 재림할 그 날을 희망하는 사람들 위에 기득권을 만들고 실은 영원히 재림하지 않길 바란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메달았고 앞으로 그 누가 재림한데도 이단으로 몰 것이다 그들은.
어떤 분들은 이 대목이 도스토옙스키가 믿었던 동방정교와 달리 교황을 신의 대리인으로 보는 가톨릭을 비판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하는데, 저는 그보다는 큰 의미로 해석하고 싶네요. 기독교적 구원에 대한 회의감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민중들 사이에는 이런 관조자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바로 스메르쟈꼬프는 그런 관조자들 중의 한 사람임에 틀림없으며 스스로도 그 이유를 모른 채 자신의 인상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2권 6. 스메르쟈꼬프 p225,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이 바보야, 우리는 모두 경솔함 때문에 신앙을 갖지 못하는 거라고. 왜냐하면 그럴 만한 시간이 없거든, 첫째로 할 일이 너무 많고, 둘째로 하느님께서는 시간을 너무 조금 주셨어. 기껏해야 하루가 스물네 시간에 불과하니 회개는커녕 잠잘 시간도 부족한 거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2권 7. 논쟁 p232 ,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멍청하면 멍청할수록본론에는 더 가까워지는 법이야. 멍청하면멍청할수록 더욱 더 분명해지는 거고. 멍청함은 간결해서 교활하게 굴 줄 모르지만, 똑똑함은 잔머리를 굴려서 감쪽같이 숨어 버릴 궁리만 하거든. 똑똑함은 비열하기 십상이지만, 멍청함은 솔직담백하고 정직하거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5편 Pro와 Contra (3.형제들, 가까워지다)496p,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안녕하세요 저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여러번 완독을 실패했었어요. 이번에 기필코!!! ㅎㅎ
환영합니다~. 유명도에 비해서 그리 어렵지 않은 책이에요. 함께 완독해보시지요!
1부 2권 스캔들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와.. 정말 어려워요^^;; 그래도 천천히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여기 여러분들이 올려주신 글들과 문장을 참고하면서요~
저도 도전해보겠어요!!! 수북강녕에서 책만 사놓고 못읽어서 함께 읽고 싶어요!
수북강녕에서 산 책이면 열린책들 버전이지요? 저랑 같이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6일에 한 권씩 읽으시면 그믐밤 전까지 완독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 요한복음 12장 24절 - [ 4/24~29 제1권 어느 집안의 내력 / 제2권 달갑지 않은 회합 / 제3권 색마들 ] - 인물편 (열린책들 버전) - <악령>에서도 그랬지만, '대하소설'급의 스케일은 아닐지언정 이번에도 인물들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책에서 의도하는 바와 다르게 인물에 대해 실제와 전혀 다른 선입견을 갖고 읽고 있더라고요. 인물에 대한 외모 중심의 묘사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표도르, 알료샤, 드미뜨리, 까쩨리나, 그루셴까 순서입니다. 표도르 까라마조프 : 그의 용모는 그때까지 그가 살아온 모든 삶의 특성과 본질을 생생하게 입증해 주고 있었다. 항상 오만함이 서려 있고 의심기가 역력한 데다 냉소적인 그의 가느다란 두 눈 아래에는 길쪽한 살집이 잡혀 있었다. 기름기가 번지르르 흐르는 조그만 얼굴에는 많은 주름살이 새겨져 있었으며, 혐오스러울 만큼 음탕한 모습을 더해 주는 커다랗고 길쭉한 비계덩이 혹이 뾰족한 턱에 마치 지갑처럼 매달려 있었다. 게다가 입은 길게 찢어지고 탐욕스러웠으며, 두툼한 입술 사이로는 썩어 버린 시커먼 이빨 조각들이 눈에 띄었다. 또 말을 할 때면 언제나 침을 튀기곤 했다. 그러나 어쩌면 자신은 만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얼굴에 대해 즐거이 익살을 떨었다.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매우 뾰족한 데다가 심하게 휘어진 매부리코를 특히 화제로 삼았다. <영락없는 로마 인의 코야. 이 혹과 어울려 쇠퇴기 고대 로마 귀족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잖아.> 그는 그것을 자랑스러워 했던 것 같다. p.46-47 알료샤 까라마조프 : 알료샤는 당시 건장한 체격을 갖추었고, 뺨에는 홍조가 돌며,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는 건강미 넘치는 열아홉 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당시 대단한 미남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키의 다부진 몸매에다가 짙은 아마빛 머리, 약간 길쭉하긴 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계란형 얼굴, 반짝거리는 짙은 잿빛의 크고 시원스러운 눈동자를 가진 사려 깊고 아주 얌전한 청년이었다. p.50 드미뜨리 까라마조프 : 28세의 젊은 사내이며, 보통 키에 수려한 용모를 갖추고 있었으나 나이에 비해 상당히 늙어 보였다. 근육질의 사내로서 비록 그의 얼굴에는 뭔가 병적인 것이 엿보였지만 뛰어난 체력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위었고 두 뺨은 움푹 꺼졌으며 안색에는 환자의 황달기 같은 것이 어려 있었다. 상당히 크고 검은 두 눈은 퉁방울처럼 튀어나와 있었고 대단한 고집을 가진 듯하지만 어딘지 초점이 흐려 있었다. 흥분하여 씩씩거리면서 말할 때조차 그의 시선은 자신의 심리 상태를 거역하고 있는 듯 무언가 당시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듯한 우울한 눈빛을 하고 있다가도, 재미있고 장난기 어린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갑자기 호탕하게 터뜨리는 그의 웃음소리에 사람들이 놀라는 일도 적지 않았다. p.121-122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 그녀의 불타오르는 크고 검은 두 눈은 매우 아름다우며, 그 창백한 두 눈은 약간 누르스름한 기색이 비치는 갸름한 얼굴에 특히 잘 어울렸다. 그 두 눈과 매혹적인 입술의 윤곽에는 드미뜨리가 한때 무서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 사랑이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 같은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중략)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가식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순박한 선의와 솔직하면서도 열정적인 진실이 빛나고 있었다. 지난날의 그 <당당함과 오만함>은 지금은 단지 대범하고 귀족적인 에너지와 자신에 대한 어떤 뚜렷하고 강력한 확신으로 비쳤다. p.257 그루셴까 :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하게 보이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아닌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다른 아름다운 여자들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평범한> 여자가 아닌가! 사실 그녀는 매우, 매우 아름다운 여자였으며 많은 사내들의 정열을 자극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러시아적 미인이었다. 그녀는 상당히 큰 키였으며 몸매는 풍만한 데다가 몸 동작도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고, 목소리도 어떤 달착지근한 향기를 뿜어내듯 여성스러웠다. 그녀는 화사한 검은 비단 옷을 사각거리며 안락의자에 사뿐히 걸터앉아 거품처럼 하얗고 토실토실한 목과 넓은 어깨를 검은 모직 숄로 얌전히 감쌌다. 그녀의 나이는 스물두 살이었으며 얼굴은 자신의 나이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 얼굴은 매우 흰 편이었고 뺨에는 연분홍빛 홍조가 돌고 있었다. 얼굴형이 너무 넓은 게 아닌가 싶고 아래턱은 살짝 앞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윗입술은 얇았으나 약간 튀어나온 아랫입술은 두 배 가량 두꺼워 마치 부어오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놀라우리만치 매혹적인 검은 머리칼, 짙은 검은색 눈썹, 속눈썹이 긴 아름답고 푸른 눈 등은 혼잡한 군중 속을 거니는 아무리 무심하고 부주의한 남자라 할지라도 일단 마주치기만 하면, 갑자기 그 앞에 걸음을 멈추어 서서 오랫동안 그 얼굴을 못 잊을 것이다. 그녀는 천진난만한 눈으로 바라보며 무엇이 그리 좋은지 즐거운 표정이었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리라는 확신에 가득 차서 조바심내는 어린애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벙글거렸다. 그저 천성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고양이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몸 동작과 달리, 그녀의 몸매는 풍만하고 힘이 넘쳐흘렀다. 숄 밑으로는 넓고 풍만한 양 어깨의 아름다움의 절정에 다다른 젊은 처녀다운 볼록한 젖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몸은 분명히 비율이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밀로의 비너스 상의 형태를 그려나가는 듯했다. 러시아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루셴까를 보면서 그 싱싱하고 젊음이 넘치는 아름다움도 서른 살이 되면 조화를 잃어 뚱뚱해지고 얼굴은 살이 쪄 축 늘어지며 눈가와 이마에는 얼마 안 되어 주름살이 가득하고 얼굴빛은 윤기가 사라져 어쩌면 불그죽죽해질지도 모르는, 한마디로 말해서 러시아 여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찰나적인 아름다운, 무상한 아름다움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드시 예언할 것이다. 그녀는 말꼬리를 늘이며 음절 하나하나의 발음에서 억지로 달착지근한 뉘앙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물론 그것은 낮은 교육 수준과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저속한 예의 관념을 입증하는 나쁜 언어 습관에 지나지 않았다. p.262-264
- 주요 문장편 (더클래식 버전) - 와닿는 문장들이 있었는데요. 열린책들보다 더클래식의 번역이 저에겐 더 좋았어요. 분책 기준이 다른데, 1,792쪽짜리 합본판도 나와 있어 구매 욕구가 솟구치네요 ^^ 민중에게는 말없이 끝까지 참는 슬픔이 있다. 그러나 밖으로 터져 나오는 슬픔도 있어서 이 슬픔이 눈물과 함께 밖으로 터져 나오면 금세 통곡으로 변한다. 특히 이것은 여자들에게 그렇다. 하지만 이 괴로움이 말없는 슬픔보다 견디기 쉬운 것은 아니다. 통곡으로 치유받을 수 있는 것은 더 큰 고통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느낄 때다. 이런 슬픔은 더 이상 위로를 바라지 않고, 치유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생긴다. 통곡은 마음의 상처를 끊임없이 찌르고자 하는 욕망에 불과한 것이다. (27%) (열린책들 1권 p.89) "나는 방탕을 사랑하고, 방탕의 치욕을 사랑하고, 방탕의 잔인성마저 사랑했다." (69%) (열린책들 1권 p.193) '하느님, 오늘 제가 만나고 온 모든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마음의 평안을 잃은 그 불행한 이들을 구원해주시옵소서.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시옵소서. 모든 길은 주님의 손 안에 있음을 믿사오니 주님의 길로 그들을 인도해주시옵소서! 주님의 사랑으로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내려주옵소서!' 알료샤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성호를 긋고 포근하게 잠이 들었다. (99%) (열린책들 1권 p.282)
제가 민음사본으로 읽는데요. 1권에 인쇄가 안 된 부분이 8페이지나 돼 급하게 제일 싼 e북을 구매했거든요. 더스토리건줄 알았는데 더클래식거네요. 제가 이전에도 썼지만 민음사본은 김연경님 번역인데 이게 번역투에다 어떤 문장들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 힘들게 읽고 있는데요. 저 더클래식 판으로 읽으니 번역이 읽기가 훨씬 쉽더라고요. 민음사본으로 완독하고 나면 다른 출판사걸로 다시 읽고 싶네요. 🥹
그럼 구입하신 민음사 책은 파본이었던 거에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저도 읽다 보니 앞서 읽은 두 작품보다 유독 기독교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네요. 아마도 주인공 막내 알료샤 역할이 있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면 이제 본격적으로 도스토옙스키가 기독교 포교 활동 차원에서 쓴 책인가 싶기도 하고요.
네. 산 지 시간이 좀 돼 교환도 안 되고 🥹 이제는 때가 됐으니 내 모든 걸 갈아넣겠다 이런 심정? ㅎ
엇 허헉.. 민음사 판이 번역 별로인가여? ㅜㅜ
앗 보라구름님 제가 편견을 갖게 했나보네요. 사람마다 읽기 좋아하는 번역스타일이 다르니 보라구름님은 좋으실 수도 있어요.
- 막장의 절정편 (더클래식 버전) - "나한테는 말이야... 한평생 못생긴 여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지. 이게 바로 내 원칙이야!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 아니, 어림도 없을 거다. 너희 몸속에는 피 대신 젖이 흐르고 있거든. 아직 솜털도 벗지 못했어! 내 원칙에 따르면 다른 여자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재미있는 점을 어떤 여자에게서든 반드시 발견할 수 있다는 거지. 그러나 그것을 찾아내는 방법을 아는 게 문제야. 이게 중요해! 바로 이게 재능에 속하는 문제야! 나한테는 못생긴 여자란 존재하지 않아. 여자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벌써 매력의 반은 있는 거니까... 아니 이건 너희들이 알 리 없지! 아무리 관심을 못 받는 늙은 여자라 해도 세상 남자들이 오죽 눈이 멀었으면 저런 여자를 여태껏 몰라보고 저렇게 늙도록 내버려두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되는 그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요령이 있거든. 맨발로 다니는 계집애나 못생긴 계집애는 아예 처음부터 깜짝 놀라게 해야 해. 바로 이게 그런 여자들에게 접근하는 비결이지. 아마, 너희는 이런 걸 몰랐겠지. 그런 것들을 깜짝 놀라게 해서 '이렇게 흘륭한 어른이 나 같은 비천한 계집애를 사랑해주시다니' 할 정도로 마음을 흔들어 놓아야 하는 거야. 언제나 하인에게는 주인이 있듯이, 어떤 비천한 계집에게도 항상 주인이 있게 마련이지. 세상사가 다 그렇지. 인생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건 바로 그것밖에 없다니까! 얘, 알료사, 나도 죽은 네 어미를 언제나 깜짝 놀라게 해주곤 했단다. 어느 때는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다가도 적당한 때가 오면 갑자기 있는 애정을 다 쏟곤 했지. 무릎을 꿇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도 하고 발에 키스를 하기도 해서 언제나 나중에는 네 어미를 웃기고 말았지. 그 웃음소리는 또 얼마나 독특하던지, 가늘고도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독특한 소리였지. (중략) 어떤 여자에게서 그 나름의 매력을 발견하는 재능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야! (81%) *** 아들들을 앉혀 놓고 만취한 아버지가 보란 듯이 하는 대화입니다. 그야말로 까라마조프가 까라마조프 하네요. 딸들을 앉혀 놓고 만취한 어머니가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여자'를 '남자'로, '계집'을 '사내'로, '어미'를 '아비'로 바꿔 읽어 보기도 했습니다. *** "나한테는 말이야... 한평생 못생긴 남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지. 이게 바로 내 원칙이야!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 아니, 어림도 없을 거다. 너희 몸속에는 피 대신 젖이 흐르고 있거든. 아직 솜털도 벗지 못했어! 내 원칙에 따르면 다른 남자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재미있는 점을 어떤 남자에게서든 반드시 발견할 수 있다는 거지. 그러나 그것을 찾아내는 방법을 아는 게 문제야. 이게 중요해! 바로 이게 재능에 속하는 문제야! 나한테는 못생긴 남자란 존재하지 않아. 남자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벌써 매력의 반은 있는 거니까... 아니 이건 너희들이 알 리 없지! 아무리 관심을 못 받는 늙은 남자라 해도 세상 여자들이 오죽 눈이 멀었으면 저런 남자를 여태껏 몰라보고 저렇게 늙도록 내버려두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되는 그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요령이 있거든. 맨발로 다니는 사내애나 못생긴 사내애는 아예 처음부터 깜짝 놀라게 해야 해. 바로 이게 그런 남자들에게 접근하는 비결이지. 아마, 너희는 이런 걸 몰랐겠지. 그런 것들을 깜짝 놀라게 해서 '이렇게 흘륭한 어른이 나 같은 비천한 사내애를 사랑해주시다니' 할 정도로 마음을 흔들어 놓아야 하는 거야. 언제나 하인에게는 주인이 있듯이, 어떤 비천한 사내에게도 항상 주인이 있게 마련이지. 세상사가 다 그렇지. 인생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건 바로 그것밖에 없다니까! 얘, 알료사, 나도 죽은 네 아비를 언제나 깜짝 놀라게 해주곤 했단다. 어느 때는 다정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다가도 적당한 때가 오면 갑자기 있는 애정을 다 쏟곤 했지. 무릎을 꿇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도 하고 발에 키스를 하기도 해서 언제나 나중에는 네 아비를 웃기고 말았지. 그 웃음소리는 또 얼마나 독특하던지, 가늘고도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독특한 소리였지. (중략) 어떤 남자에게서 그 나름의 매력을 발견하는 재능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야! "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다산북스/책 증정] 『공부라는 세계』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경계를 허무는 [비욘드북클럽] 에서 읽은 픽션들
[책 증정]  Beyond Bookclub 12기 <시프트>와 함께 조예은 월드 탐험해요[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책 증정] <그러니 귀를 기울여>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3기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연뮤클럽이 돌아왔어요!!
[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책 리뷰 <초대받은 여자> 시몬 드 보부아르안노란책 리뷰 <time shelter>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책 리뷰 <개구리> 모옌안노란책 리뷰 <이방인> 알베르 카뮈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4월의 그믐밤엔 서촌을 걷습니다.
[그믐밤X문학답사] 34. <광화문 삼인방>과 함께 걷는 서울 서촌길
스토리탐험단의 5번째 모험지!
스토리탐험단 다섯 번째 여정 <시나리오 워크북>스토리탐험단 네 번째 여정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스토리 탐험단의 두 번째 여정 [스토리텔링의 비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북킹톡킹 독서모임] 🖋셰익스피어 - 햄릿, 2025년 3월 메인책[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봄은 시의 세상이어라 🌿
[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나희덕과 함께 시집 <가능주의자> 읽기 송진 시집 『플로깅』 / 목엽정/ 비치리딩시리즈 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3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