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D-29
결국 사흘 만에 나는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지만 매가 된 기분이었어. 넌 그 매가 어떤 목적을 이루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겠지? 그녀는 어떤 것도 주지 않았어. 말하자면, 곡선미라고나 할까. 악녀나 다름없는 그루셴까는 놀라운 육체적 곡선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 곡선미는 그녀의 발 하나에도 나타나 있고, 심지어는 왼발 새끼발가락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그녀의 남편이 되어 부부가 되는 영광을 누리면서 정부(情夫)가 찾아오면 다른 방으로 자리를 비켜 주는 거야. 그녀의 남자 친구들의 덧신이 더러우면 털어 주기도 하고 사모바르도 끓여 주고 심부름도 쫓아다니면서….」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난 아버지의 목덜미, 그 코, 그 두 눈, 그 파렴치한 조소를 증오해. 개인적인 혐오감이 느껴지거든. 바로 그걸 두려워하는 거야. 난 참을 수가 없어….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 하느님께서 창조 첫날에 빛을 만드시고, 넷째 날에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드셨다면 첫날 빛은 어디서 비쳤을까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만일 내가 더 이상 기독교도가 아니라면, 다시 말해서 〈너는 기독교도냐, 아니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박해자들을 속인 것이 아닌 것입니다. 왜냐하면 박해자들에게 내 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기독교도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지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벌레들에게는 쾌락을! 동생아, 내가 바로 그 벌레다. 이건 특별히 내게 해당하는 말이야. 우리 까라마조프는 모두 그런 존재들이지. 네 안에도, 천사 같은 동생아. 그 벌레가 살면서 네 핏속에 폭풍을 낳고 있어. 쾌락은 폭풍이니까.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05, 도스토예프스키
성서에서 말하기를, 설혹 좁쌀만 한 신앙이라도 가지고서 태산을 향해 바다로 들어가라고 명하면 그 이야기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태산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다로 들어가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 만일 제가 무신론자이고, 당신은 저를 쉬지 않고 비난할 수 있을 정도의 성실한 신자라면 태산더러 바다가 아니라(바다까지는 멀기 때문에) 우리집 정원 뒤편에 흐르는 악취 풍기는 개천으로 들어가라고 직접 말씀해 보시지요. 그때는 당신이 아무리 악을 써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는 것을 아시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이 올바른 자세로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늘 다른 사람들한테 욕설만을 퍼붓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이제 제가 기독교인이 아니다 보니까 스메르쟈꼬프의 이런 기독교 비꼬기가 그저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약간 통쾌하기까지 하네요. ^^;;;
젠장, 하느님을 처음으로 고안해 낸 놈들 때문에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제3권 색마들,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나는 언제나 뒷골목이 좋았어. 광장 뒤에 있는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골목 말이야. 그곳에는 모험이 있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진흙탕에 묻힌 진주가 있거든.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06, 도스토예프스키
드미트리의 방탕하고 공허한 삶이 느껴지는 문장입니다. 이런 그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실 둘째인 이반이나 셋째인 알료샤에 비하면 드미트리는 어디 하나 칭찬 받을 구석이 없는 사고뭉치인데, 읽다 보면 오히려 이반이나 알료샤보다 드미트리가 더 살아 있는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반이나 알료샤가 어떤 사상을 형상화한 인간이라면 드미트리는 대표하는 사상이 없고, 오로지 욕망으로 설명되는 인간이기 때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주인공을 어떤 면에서는 드미트리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장본인이고 모든 사건이 그의 운명을 중심이 두고 돌아가니까요. 독자들이 감정 이입하는, 또 작가가 진주인공이라고 밝힌 알료샤가 이야기에서 하는 역할이라고는 그저 구경하는 사람 정도입니다. 이반은 눈부신 입담을 보여주지만 역시 조연 정도의 위치에 그치고요.
홀 구석에서 그 아가씨의 눈동자가 나를 좇는 걸 보았어. 불꽃이, 은근한 분노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을 보았지. 이런 장난은 내 속에서 키우던 벌레 같은 정욕만 즐겁게 해주었어. 다섯달 뒤에 그 아가씨는 어느 관리와 결혼하면서 도시를 떠났다. 어쩌면 화를 내면서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까라마조프 형제들 1(창비세계문학 85) p207, 도스토예프스키
여성들과의 관계도 드미트리에게는 '자존심 게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그의 영혼에 따뜻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p 210 중령은 또 어땠는데! 우리지역에서 으뜸가는 인물 중 하나였지. 발이 넓어서 온 도시 사람들을 불러서 저녁을 먹이고 춤을 추기도 했어. 내가 그 도시에 도착해서 대대에 들어갔더니, 도시 전체에 미인 중ㅇ서도 절세미인인 중령의 작은 딸이 이제 막 수도의 귀족학교를 졸업하고 곧 우리 도시로 돌아올거라는 소문이 자자하더군. 그 작은 딸이 까쩨리나 이바노브나야. 중령의 두 번째 부인의 소생이지. 이미 고인이 된 그 두번째 부인은 명망 높은 대단한 장군 집안 출신이었는데, 내가 확실히 알게 된 바로는 중령에게 지참금을 한푼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해. : 도도한 까쩨리나 이바노브나의 등장입니다. 귀족학교를 졸업한 절세미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p 211 며칠이 지나서 역시 연회에서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지. 그녀는 나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입술 표정에서 경멸감이 보이더군.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기다려라. 복수할테니!' 하고. 당시 나는 병사에서 장교로 진급한 경우에 대부분 그렇듯 거칠고 무식한 인간이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어. '까쩬까'는 순진한 여학생이 아니라 성깔 있고 오만하면서도 정말로 덕이 있고 게다가 지성과 교양까지 겸비한 특별한 여자인데, 나는 이도 저도 없는 인간이라고 느꼈다는 거야. 너는 내가 청혼하고 싶어했다고 생각하니? 전혀 그렇지 않아. 그저 나는 멋진 사람인데 그녀는 내게 무심하기에 복수하고 싶었을 뿐이야. : 까쩬까와 드미트리의 '잘못된 만남'의 시작입니다. 자존심 센 이 둘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복수심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잘못된 만남이 시작되었을까요?
p220 보여줄까? 꼭 읽어보라. 약혼녀가 되겠다고 제안하고 있어. 그녀 쪽에서 제안한거야. 그러니까 '사랑합니다'미친듯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내 남편이 되어주세요. 놀라지 마세요. 당신을 조금도 구속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가구가 되고, 당신이 딛고 다니는 양탄자가 되겠습니다....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당신자신으로부터 구하고 싶습니다.....' : 까쩬까가 드미트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저는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와 집안을 위해 그리고 방황하는 드미트리를 위해 자신을 낮추고 희생하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드미트리에게 경멸감의 입술을 했던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썼을까요?
p 223 내가 그때 알게 되었고 지금은 더 분명히 아는 사실은, 아버지의 위임을 받은 이등대의자 내 명의의 어음을 그루셴까에게 넘겼다는 거야. 내가 다 포기하고 그만두도록 그루셴까에게 돈을 독촉하라고 한 거지. 나를 겁주려고 했어. 그래서 내가 그루셴까를 손봐주려고 나섰던 거야. 나는 그전에도 그 여자를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별로 인상적이지는 않더군. 더구나 그 늙은 상인, 지금은 병들어 쇠약한 채로 누워 있지만 어쨌든 그가 그 여자에게 상당한 거금을 남길 거라는 얘기도 알고 있었어. 또 그 여자가 돈을 모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는것도, 악랄한 이자놀이를 한다는 것도, 동정심이라곤 없는 교활한 사기꾼이라는것도 말이야. 그런데 그 여자를 때려주러 갔다가 그 여자 집에 눌러앉게 되었지. : 드뎌 그루셴카가 등장합니다. 늙은 상인의 첩이라는 설정부터 심상치가 않네요. 그녀는 아버지와 아들을 연적으로 만드는 놀라운 인물입니다.
대주교나 추기경 등의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바라지 않는다는 설명이 매우 설득력있게 들려요. ____ 언젠가 재림할 그 날을 희망하는 사람들 위에 기득권을 만들고 실은 영원히 재림하지 않길 바란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메달았고 앞으로 그 누가 재림한데도 이단으로 몰 것이다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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