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에서 바라보는 도시, 푸른 나무들과 덤불로 에워싸인, 해변까지 이어지는 별장들, 여름의 빛, 소풍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거쳤던 바닷가, 다른 남자 한둘과 함께 바지를 걷고 앞서 걸어가는 아버지, 파라솔을 들고 혼자 걸어가는 어머니, 주름진 치마를 입은 누이들, 그리고 그 뒤에서 작은 당나귀를 끌고가는 하인들, 당나귀 등에 매달린 운반용 바구니 사이에 앉아 있던 나, 그 모든 것들 말입니다. 프레더릭 패라는 또 이렇게 말했다. 심지어 몇년 전 언젠가는 꿈에서 이런 장면을 보기도 했는데, 우리 가족은 마치 덴하흐 연안으로 유배된 제임스 2세의 작은 왕가 같았습니다. ”
『토성의 고리』 64쪽,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문장모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