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전원에서 머문 날들』에 이어서 소설 『토성의 고리』를 읽습니다.
※ 『토성의 고리』는 총 10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3일에 걸쳐서 1장씩, 총 29일간 읽어보려고 합니다.
※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제 짤막한 감상을 남기겠습니다.
※ 제 아이디를 탭 하고 [만든 모임]을 보시면 이전에 열렸던 모임의 성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모임에 대한 의견도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 안 읽고 얘기하셔도 좋고 아는 척하셔도 좋고 생판 딴 얘기하셔도 좋습니다.
⏤참여 인원과 관계없이 23/4/25에 시작하겠습니다:)
(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
D-29
russist모임지기의 말
Dongnimmun
뭐니뭐니 해도 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람들이 더러 극단적이라고 평가할 만큼의 철저한 검소함이었다." p.13
『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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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nimmun
“ 그런 여행에서 돌아온 그를 볼 때나 자신의 작업을 대하는 그의 변함없는 진지함에 감탄할 때, 내게는 그가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종류의 겸손함 속에서 자기 나름의 행복을 찾은 사람처럼 보였다." p.14 ”
『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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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nimmun
나는 그가 밤의 어둠과 불가해함 속에서(in the dark and deep part of the night)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혼자서 생각했다. p.14
『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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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russist
[#모임 시작] 안녕하세요?
이 모임은 4월 25일 화요일부터 5월 23일 일요일까지 총 29일간 진행되는 모임입니다. 29일에 걸쳐서 『토성의 고리』를 읽습니다. 구판과 신판의 쪽수가 조금 다른데요, 어느 판본이든 괜찮습니다. 제가 둘 다 가지고 있습니다.
각 장별로 일정은 나눠놓겠습니다. 다만 일정에 구애받지 마시고 자유롭게 읽으세요. 일정은 안팎을 구분하는 느슨한 경계로서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낮고 허술한 목책이며, 높고 견고한 벽이 아닙니다. 스스로 원해서 자발적으로 신청하신 모임인 만큼 이 책이 끝날 즈음에는 각자 무언가를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정
1장 : 4/25-27 (3일)
2장 : 4/28-30 (3일)
3장 : 5/1-3 (3일)
4장 : 5/4-5 (2일)
5장 : 5/6-7 (2일) ⏤*5/8일은 쉬세요.
6장 : 5/9-11 (3일)
7장 : 5/12-14 (3일)
8장 : 5/15-17 (3일)
9장 : 5/ 18-20 (3일)
10장: 5/21-23 (3일)
화제로 지정된 대화
russist
[#1장~] 책의 도입부에 나오는 제사는, 제발트처럼 자기 의도를 선명히 드러내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세 개의 제사는 앞으로 펼쳐질 내용 전체를 느슨하게 아우르는 몇 안 되는 표지입니다. 그 중에서 저는 '토성의 고리'에 대한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의 정의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추측컨대 주행성인 토성의 주위를 도는 위성이 행성의 기조력 때문에 파괴되었고, 이후 위성의 크고 작은 잔해들이 토성의 주위를 돌면서 무리를 형성한 것이 오늘날 '토성의 고리'라는 내용을 답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걸맞게, 『토성의 고리』에서 제발트 본인으로 추측되는 '나'는 파괴 이후의 잔해처럼 끊임없이 무언가의 주위를 배회합니다. 정말 '잔해'라는 표현이 꼭 어울릴 정도로 1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주제가 나오는데, 한 인물과 인물, 주제와 주제 사이에는 특별한 인과성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것의 파편인듯 느슨한 무리를 형성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한 인물(한 주제)는 다른 인물로 미끄러지는 계기로서 작용하며, 한번 다뤘던 인물은 여간해선 다시 다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인물과 인물, 주제와 주제 사이를 "무중력상태"로 부유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인물이 나옵니다. 프란츠 카프카나 귀스따브 플로베르나 보르헤스 같은 소설가 뿐 아니라 렘브란트가 데카르트 같은 화가와 철학자, 그리고 마이클 파킨슨이나 재닌 로절린드 데이킨스 같은 '나'의 사적인 지인도 심심찮게 등장하며, 심지어 허구의 인물인 엠마도 등장합니다. '나'는 인물과 주제 사이를 말 그대로 종횡무진 전개합니다. 하지만 전혀 구심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요, 1장에서 가장 중심적인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토머스 브라운' 경일 것입니다.
한편, 1장에서 '나'는 노퍽 지방의 노리치 병원에서 모종의 수술을 진행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회복을 위해 병실에서 머무르는 동안 글을 구상했노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나'는 자신의 병상 생활에서 17세기 노리치 지역에서 활동했던 의료인이자 종교가 토머스 브라운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17세기의 어느 날 토머스 브라운이 참관했던 어느 해부학 현장과 자신이 병상에서 누워 보냈던 나날을 연결시키면서, 자연히 한 그림으로 주제를 옮겨갑니다. 그것은 절도죄로 교수형을 당한 한 죄수의 해부 현장을 묘사한 그림으로서 렘브란트의 작품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중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1장 시작하겠습니다:)
russist
“ 잘 알려져 있다시피 데까르뜨는 정복의 역사 주요한 한 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육신에 주목하기를 그만두고 우리 안에 이미 설치된 기계를 향해,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고 철저히 노동을 위해 활용하며 고장이 나면 수리하거나 폐기해버릴 수 있는 기계를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전시해놓은 몸이 시선에서 배제되는 기이한 현상은, 현실에 충실하다고 칭송받는 렘브란트의 그림이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
『토성의 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