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츠발 독서모임 12회차: <메멘토 모리> / 피터 존스 저

D-29
성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8(에이츠)>에서 파생된 독서모임입니다. 12회차 도서는 피터 존스 저, <메멘토 모리>입니다. 정해진 기간까지 책을 완독하신 후 해당 모임에 감상을 남겨주세요. 단, 이번 회차는 책을 추천해주신 분이 모임에 계시지 않은 관계로 비문학 교양서에 한해 지정 도서 외 도서를 독서하셔도 괜찮습니다. 감상에 정해진 분량은 없으며 타인의 감상에 대해 피드백을 다는 것 역시 자유입니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나 읽을 거리가 있다면 톡방이나 그믐, 에이츠 등을 통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간 내로 감상을 올리지 못하신 분은 다른 책에 대한 100자 평을 에이츠에 남겨주셔야 합니다. 중간 점검은 기간 중 불시에 시행되며, 진도가 가장 빠른 분은 선정 도서 추가 or 책에 대한 발제가 가능합니다. 모임에 대한 피드백은 카카오톡을 통해 언제든지 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회차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줄 감상: 사람은 언제고 죽는다.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최대한의 생을 살아라 책을 읽기 전, 어쩐지 작가 이름에서 기시감을 느꼈다.그도 그럴것이 이전 감명깊었던 라틴어 수업의 작가였던 것이다.덕분에 책에 대한 흥미와 신뢰도가 올라갔다. 예나 지금이나 삶과 죽음이란 좋은 담론주제인 것 같다.이 화두만으로 약 한 시간 정도는 이야기를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늙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걸까. 환경 특성상 주변에서 중노년층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적어도 그 분들은 표면상으로는 인생을 더 깊게 즐기는 것 처럼 보였다. (어디까지나 내 주변 모습 한정이지만. ) 자식들도 독립했으니 이제 자신을 위해 살겠다며 취미생활도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닌다.그 분들은 지금이 더 즐겁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만큼 부고소식도 종종 들려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갈 때가 되니 갔다는 반응들이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들 하시는데, 정말 일정 이상의 시기가 되면 저렇게 담담해지게 되는 건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부분보다는 그에 이르기까지의 삶에 대해 더 집중해 보고 싶었다. 사실 스스로가 나이 든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물론 20대때보다 지금이 여러면에서-특히 멘탈적인 부분에서- 더 안정되었긴 하지만... 외견같은 부분은 모르겠다.천년만년 이렇게 살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작가는 고대 로마의 현인들의 생각을 통해 말을 전해온다.어차피 사람은 늙고 죽으니, 살아있는 동안 경험과 지혜를 쌓는 것이 백 번 낫다고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현재의 나는 어떤지 되돌아보게 되었다.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내내 꿈꿨는데, 더 나이들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나이가 든다는 것, 늙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초반부를 읽으며 고대인들의 청년과 노인에 대한 인식이 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신기했다. 가부장적이고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는 한국과 아주 비슷할 정도였다. 다만 당시 고대 로마의 기준으로 노인이라고 인식하는 나이대가 지금보다 훨씬 젊다는 점에 매우 놀랐다, 그리고 유명한 철학자가 노인의 특성에 대해 정리한 것 중 노인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비난하는 부분들을 보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지나가던 할배한테 걸려서 혼나기라도 했나. 갑자기 내가 1호선에서 시비 걸렸던 일들이 생각났다. 비문학 교양도서지만 역자후기에 나와 있듯이 고대 로마의 생활사, 문화사 비중이 꽤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다양한 직업, 해방노예와 옛 주인의 관계, 대부분의 장례 지도사가 연극 제작자를 겸했다는 것(당시 부유층의 장례 절차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고 한다), 후계를 위한 성인 입양, 유산 사냥 등등.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유산 사냥꾼에 대한 설명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제비는 있었구나... 죽음 이후의 세계보다 살아 숨쉬는 현재를 더 중요시하는 로마 사람들답게 죽음으로 가는 과정 또한 매우 숭고하게 여겼는데, 이와 관련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네로 황제가 그렇게나 한참 망설이고 머뭇거리며 온갖 미련 끝에 죽은 줄 처음 알았다. 추잡하고 수치스러운 죽음이라는 표현되어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적이다. 로마에서 성인은 남성에 한정되기 때문에 이 책에 여성에 관한 설명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노예 에피카리스에 관한 일화. 온갖 고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과 의기를 위해 끝까지 자백하지 않고 자살한 것이 위의 네로 황제와 확연히 대비된다. 노예지만 훨씬 숭고한 생을 살았고, 직접 죽음을 선택한 과정 또한 용기 있고 대단하다. 비문에 대한 장을 읽으면서 사람은 뭘 그렇게 남기고 싶은 게 많을까? 죽고나면 어차피 직접 볼 수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모두 고대인들의 불꽃같은 삶의 증거라고 생각하자 그럴 만 하다고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열심히 살았다면 그만큼 많은 걸 표현하고 남기고 싶을 것 같다. 그걸 허영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지. 오래 전에 대학 교양시간에 유언장을 쓰는 과제를 한 적이 있는데 유산 분배에 상당히 집중하며 썼던 기억이 난다. 만약 다시 쓴다면, 내 삶의 족적에 대해 더 길게 쓸 것 같다.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으므로 언젠가 당연히 죽음이 다가오겠지만 겁내고 두려워하기보다는 현재를 충실히 살아갈아야한다. 고대인이 아는 걸 현대인이 모를까 싶지만,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니... 사는 건 참 똑같다. 물론 죽는 것도.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로마인의 지혜’ 라는 부제목이 붙어 있지만, 지혜를 담고있다기 보다는 당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책에 가깝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지혜’라고 해서 막연히 좋은 말이 있겠지, 나를 위로해주는 문장이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실만이 담긴 책이어서. 그리고 로마 시대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에게는 인명부터가 높은 진입장벽이 되기도 했다. 맨 처음 로마인의 수명을 연구한 자료에서는 익숙한 총균쇠의 향기가 나서 저자 소개를 다시 펼쳐보니 ‘교수’라는 직함이… 곧바로 왜 이러한 구성을 취하게 되었는지 납득했다. 이렇게 쓰니 굉장히 책에 불만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는데(…) 의외로 책 내용에는 굉장히 만족했다. 평소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로마 역사를 이번 기회에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책은 딱딱한 역사가 아니라 ‘나이’와 ‘죽음’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고대 철학을 설명하면서, 단순히 철학자들의 몇몇 문장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었는지도 설명해주고 있다. 아이가 교사를 때렸는데 오히려 아이를 옹호하는 부모(54페이지)의 일화나, 남들에게는 철학적 규범을 내세우면서 정작 자신의 딸을 잃었을 때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키케로(71, 77페이지)의 일화를 보면서는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통념(?)이 떠오르기도 했다. 제2장 ‘청년 대 노인’ 에서는 저 시대에도 세대갈등이 극심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 로마 사람들과 지금 우리와 다른 점은 저 시대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 세네카의 사례나 제6장의 여러 일화를 봐도 로마인들은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는 상태를 부정하고 삶을 이어나가려는 행동을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취급한 것 같다. 저자도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는지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격언의 바탕이 되는 신념은, 인생이란 막이 내려가기까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고난을 안길 수 있으며, 막이 늦게 내려가면 우리가 그만큼 더 큰 고난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마침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신문에는 포도주를 매주 한 병 이상 마시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보도가 실렸다. 모두에게 희소식이 아닌가!”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는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그렇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살면 살수록 힘든 일은 더 늘어만 갈텐데, 나는 왜 오래 사는 것이 꼭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죽음으로 가는 고통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건 아닐까?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을 나는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까? 책에서는 뚜렷한 답을 내려주고 있지 않지만, 원래 뚜렷한 답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는 질문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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