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 독서의 장 📖

D-29
그러면 저 아가씨한테 연봉을 60퍼센트 줄 테니 오전근무만 열심히 하고 가라면 어떨까? 우리는 인건비 절감 해서 좋고, 저 아가씨도 그 시간에 뭐 다른 걸 준비할 수 있으니 좋지 않겠어? 공무원 시험 같은 거20p 돼지고기가 일주일 동안 상하지 않고 버틸 리 없다. 남편이 제 후배들에게 그 고기로 한턱내고 싶어 한다는 걸 여자도 알았다. 월급이 반년 동안 두 번 나왔는데 제때 나오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반만 나왔다. 부부 자신이 반찬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아이들 학원을 끊고 적금과 보험을 깬 다음 카드 빚을 졌다. 전기와 수돗물 겠다는 독촉장까지 받았다. 평소 같으면 “대의원 감투 참 높다."고 비꼬아 줄 만한 일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남편의 마지막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87p 떠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에 합의 했는지 절대로 털어놓지 않았다. 집주인이나 조합이 액수를 절대로 밖으 로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모양이었다. 세입자 보상 금은 500만 원이라는 말도 있었고 1000만 원이라는 말도 돌았다. 가옥주들은 다들 협상 중이라고 했다. 집주인이나 조합이 1000만 원을 준다고 하면 나는 어 떻게 할까, 선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선녀에게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았다. 179p 다 조작이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적당히 저희들이 스 티커 미리 붙여 놓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정하거나 친 구들 불러내서 행인인척 연기하게 하는 겁니다. 놀라는 모습도 연출하고요.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한 것 처럼 보여야 하니까 장소를 조금씩 바꿔 가면서 한 사람 이 옷을 갈아입거나 안경이나 모자 같은 걸로 다른 사람 인 척해서 몇 번씩 찍습니다. 사진이 정말 중요한데, 연인 이 나오는 그림이 좋습니다. 그래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애들끼리 연인인척하면서 팔짱 끼고 가는 모습을 연기하고 그럽니다. 251p 현대 경제학은 노동가치설을 부정한다. 어떤 재화나 용 역이 가치를 갖는 것은 누군가 그걸 만들어 내느라 고통 을 참고 정성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보석 반지가 비싼 이유는 세공사의 노력 때문이 아니다. 보석의 원석이 부 족하기 때문이다. 재화와 용역의 가치는 투입한 노동이 아니라 구매자의 주관적인 효용과 공급량, 보완재와 대체 재의 가격 같은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나는 열흘 동안 쓰는 원고가 두 시간 남짓 드는 강연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데 대해 불만을 품 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동시에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합리적인 일이다. 313p
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장강명 연작소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문예지에서 발표된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노동과 경제 문제를 드러내는 소설들은 각각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총 3부로 구분되어 리얼하면서도 재치 있게 한낮의 노동을 그린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하재영 p. 26 집은 우리에게 같은 장소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집이 쉼터이기 위해 다른 누군가에게 집은 일터가 되었다. 보수도, 출퇴근도, 휴일도 없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사 노동의 현장. 엄마는 운전을 배우고 싶어 했고 같은 지역에 사는 친언니를 만나러 가고 싶어 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웬만해선 며느리의 외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집처럼 편하다’는 관용구대로 일과가 끝난 뒤 돌아가는 휴식의 공간을 집이라 한다면 엄마에게 집은 집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가족에게 집이 집이기 위해 엄마는 집을 비워선 안 되었다. p. 58-59 가난은 서로에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가난은 월세 30만 원짜리 자취방이지만 누군가에게 가난은 포클레인이 밀어버릴 쪽방이었다. 누군가에게 가난은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 가난은 거리로 내몰린 노숙인의 삶이었다. 가난을 가늠하는 일은 자신의 과거든 타인의 현재든 비교 대상이 필요했다. 마포의 3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친구의 집을 다녀온 날, 나는 가난했다. 원룸에서 불과 몇 정거장 떨어진 난곡의 쪽방을 목도한 날, 나는 가난하지 않았다. p.121-122 범준과 함께라면 오랫동안 소망했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로에게 기꺼이 영향받고 동시에 나 자신으로 자유롭게 존재하는 관계를. 자유롭다는 것은 나의 의지나 노력만이 아니라 나와 상대가 맺고 있는 관계에서 가능해진다. 그와의 결혼이 타협, 해결, 목표, 희생, 의존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나오는 문장처럼,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홀로 있을 때만큼이나 자유롭고 여럿이 있을 때만큼 즐겁”기를 바랐다. 열정적인 사랑이나 낭만적인 결혼이 아니라 온화한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관계가 되고 싶었다. 그와 함께, 나의 삶을 살고 싶었다. 두 사람이 함께, 서로의 삶을 살고 싶었다. p.143 엄마는 '읽는 사람’이었다. 솔제니친과 체호프 같은 러시아작가들을 특히 사랑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읽고 내가 받은 충격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사람도 가족 중에서 엄마가 유일했다. 나는 끝까지 읽지 못했고 앞으로도 읽지 못할 것 같은 박경리의 『토지』와 최평희의 『혼불』을 완 독하고 재독까지 한 사람도 내 주변에서 엄마뿐이었다. 가세가 기운 뒤 엄마는 집 안팎에서 이중노동을 하면서도 잠들기 전까지 시와 소설을 읽었다. 엄마에게 독서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기만의 정신적 공간이었으리라. p.194 누군가는 집 안에 길이 있 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집 밖에 길이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 두 문장은 다르지 않다. 몸을 집 안에 두고도 세계를 유랑하는 이들이 있다. 디킨슨처럼 아무데도 가지 않는 여행자를, 먼 곳을 떠도는 은둔자를 나는 흠모한다. 나의 방-작업실-서재가 내면으로 들어가는 길이자 외부로 나가는 길이기를 바란다.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디킨슨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이제 자유야."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으로 국내 논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재영 작가가 집에 관한 에세이로 돌아왔다. 그는 신작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의 강남’이라 불렸던 수성구의 고급 빌라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를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p.28 돌이켜 보면 삶에 있어 나는 단 한 번도 멈춰 있던 적이 없었구나, 라는 사실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앞이 전혀 보이질 않던 스무 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비틀거리며 주저앉아 있던 나였지만 그것은 결코 멈춰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 것 이다. 절망과 방황에 휩싸여 비틀거릴 적에도, 쓰러져 죽은 듯이 누워 있을 적에도 나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p.73 하지만 왜였을까. 그럼에도 나는 떠나지 못했고, 나를 버리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나는, '나'만큼은 버릴 수 있었다. 나 같은 건 아 무것도 아니었다. 하나 ‘나’를 버리고 가려는 그곳은 이 세계의 근원이 아니었다. 내가 가는 곳은, 내가 자꾸만 끌려가는 곳은 다름 아닌 소설이었다. 때문에 나는 현실의 그 어느 것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우주는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나는 끊임 없이 아팠다. 아프므로, 쓸 수밖에 없었다.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다. p.137 모든 욕망은 결국 채움으로써 이루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내려놓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구나. 모든 일은 내가 하고자 해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삶과 현실을 온전히 받아 들일 때에 가능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의 개인적인 욕망에 결코 연연하거나 집착할 필요가 없다. p.195 어떻게든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살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을 다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건강한 몸과 마음이었다. 글을 쓰더라도 맑은 정신으로, 건강한 육체로 써 나가고 싶었다. 지금처럼 불안정한 정신과 몸 상태로는 단 하루도 더 살고 싶지 않았다. p.233 "숨을 들이쉴 때는 에너지가 생성되고, 내쉴 때는 에너지가 몸 안으로 퍼져나갑니다. 계속해서 숨을 들이쉬고 또 내쉽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숨을 쉬고, 또 쉬었다. 아랫배 안쪽에서 마치 만다라처럼 동글게 퍼져 나가는 열기. 내 안에 ······ 생명이 있구나.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구나. 뱃속으로 퍼져 들어가는 따뜻한 기운이 나에게 속삭이듯 말해 주고 있었다. 매일 이 렇게, 질병을 무찌르고,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의 문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것. 요가는 그렇게 내 안에 오롯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를 숨 쉬게 하는것들현재 유능한 요가 강사로, 그리고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나 작가가 이번에 판미동에서 출간되는 신간 『나를 숨 쉬게 하는 것들』은 이처럼 힘겨운 청춘을 지나온 저자가 요가를 통해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고 극복하는지를 보여 준다. 특히 우리 안에 내재된 열등감과 좌절, 슬픔, 비참함 등을 어떻게 떨쳐 내는지를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35 나는 평범함으로 뭉뚱그려진 자화상 안에 우리의 특권과 차별이 은폐되어 있지 않은지 의심한다.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약자로서의 정체성과 수혜자로서의 정체성이 혼재되면서 정확한 자기 인식을 방해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한다 p110 그러나 관계는 상실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엄마에게는 상실이자 배신인 일이 나에게는 분리이자 독립이 아니었을까? ‘엄마의 딸’로 살지 않고 ‘나’로 살기 위해 겪어야 했던 진통이 아니었을까? p125 우리는 세계의 실패를 직시하는 대신 그 실패를 어머니라는 개인에게 떠넘김으로써 근본적 원인을 은폐한다. 어머니도 다른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실패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모든 사람처럼, 한때는 미숙했고 영원히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p131 학문적·문학적으로 업적을 쌓은 인물이 아니라도 우리에게는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오랜 세월 모성을 신성시하고 절대시할 수 있었던 이유, 여성의 본능이자 소명으로 추켜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조건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모성에 대해 발언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p159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아름다움의 신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성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p259 이야기의 기원에 충실하려면 첫 장은 엄마의 엄마에게서 시작되어야 했고, 마지막 장은 엄마의 엄마에게서 끝나야 했다. 내가 주인공으로 열망한 인물은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지 못한 여성’, ‘비존재로 존재하는 여성’이므로. 결국 엄마의 삶을 기록해야 했던 이유는 우리의 계보에 ‘비존재’인 할머니가 있음을 기억하고, 할머니와 달리 엄마를 ‘존재’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p52 모든 타자가 내게 특별해진 존재만큼 특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해서 그 깨달음과 일치되게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감상주의를 넘어서야했고 내안의 도덕적 한계를 재설정해야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튀어나오는 자기모순을 당혹감에 휩싸여 응시해야 했다. p55 더이상 나는 피피와 나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생명을 가진 우리가 어느 면에서 같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이제 나는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을 생각한다. 내가 피피와 완전히 다른 존재라면, 그것은 무엇에서 비롯하는 것인가? p99 반려동물은 우리와 한집에 살고 이름을 가지고 개별적 존재로 대우받는다. 그렇게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또 하나의 계급을 형성"한다. 서구의 저자들이 '반려동물은 동물인가' 라고 묻는 의도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계급차이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다른 동물의 계급차이, 어떤 동물은 사랑받고 어떤 동물은 착취당하는 현실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은 동물인가?'라는 질문은 전혀 다른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서의) 동물인가?' p217 그러나 저 단순한 주장의 진짜 문제점은 여전히 손익의 대상을 인간으로 국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동물을 배제했던 비인간성이 현대 축산업을 참극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완전히 잊고 있는 것이다. 개식용 합법화 주장이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오인되는 상황은 우리가 현대 축산업의 비극으로부터 아무 교훈도 배우지 못했음을, 우리의 기억상실을, 어리석음을 증명할 뿐이다. p281 한 사회안에서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와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는 결코 동떨어있지 않다. 모든 존재가 목적이라는 인식과 모든 생명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의 주류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적으로서의 인간으로 대우받을 것이다. p290 이들은 자신들이 합리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더 합리적이라기보다는 더 간편한 입장일 것이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동물의 고통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가 누리는 안락함이 불편함으로 바뀔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있는지 모른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이 책의 표제인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I never had a mother)”는 에밀리 디킨슨이 편지에 썼던 유명한 문장이다. 이 선언은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내 안의 ‘여성적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 여성에게는 모두 어머니가 없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작가 하재영이 어머니의 생애사를 인터뷰하며 그와 교차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달팽이들』 『스캔들』 등의 작품을 발표한 바 있는 소설가 하재영의 첫 논픽션으로, 버려진 개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번식장, 보호소, 개농장을 취재하고, 그 과정에서 만난 번식업자, 유기견 보호소 운영자, 육견업자 등 다양한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개 산업의 실태를 그려낸다.
제목: 고래 저자: 천명관 약력: 소설가, 영화감독 페이지: 455P 리뷰: ‘고래’를 읽다 보면 마치 재미난 연희 한 편을 보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이 소설은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지루함이 없다. 누가 날 건드리지 않고 오직 독서에만 집중하게 해준다면 단 하루의 정주행으로 끝냈을 것이 틀림없다. 이 책을 읽는 독자를 풀악셀에 노브레이크로 이끌어가는 미친 속도감의 화자는 부디스천들 말로 이른바 “전지자(全知者)”의 위치에서 사건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어느 하나 모르는 것 없이 꿰뚫고 있을 뿐만아니라 복선의 수준을 넘어 등장인물들에게 닥쳐올 결말을 대놓고 스포일 해버리기도 하며 “그것은 xx의 법칙이었다” 라는 말로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반론도, 평가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일방통행을 즐긴다. 게다가 주인공, 조연 가릴 거 없이 이야기의 소재로 한번 등장했던 사람은 대충 흐지부지 끝내는 법 없이 혹, 잊을만하면 ‘얘 누군지 기억하지?’ 라며 재등판시킨 후 자살, 피살, 사고사, 자연사를 각자의 항로에 맞게 선물하는 치밀함도 선보인다. 거의 유일하게 죽지 않고 행불처리 되는 사람은 노파의 딸 애꾸 정도? 하지만 그나마도 곱게 퇴장시키지 않고 춘희를 죽음의 위협에서 도와준 후 어찌 되었는지도 알 수 없게 실종으로 처리하여 끝맺음 한다. 또 하나 화자의 특징은 해학의 달인이라는 것이다. 시종일관 등장하는 선정적인 장면은 여느 야설의 그것을 뛰어넘어 디테일하며 격조마저 높은데다 주인공 금복이 여자에서 남자로 변한 과정을 설명하던 중 마스터스와 존슨의 연구까지 들먹이는 장면에선 몇 번이나 반복해 읽으며 연신 터졌고 금복의 네 번째 남자 “文” 에게 금복이 바람을 핀다는 제보를 해 준 어느 인부의 고자질에서는 만연체 문학의 정수를 보는 듯 했으며 쌍둥이 자매의 왔다 갔다 하는 다중인격 에피소트에서는 영화 ‘아이덴티티23’을 생각나게 했고 노파의 넋을 위로하고자 벌인 굿판에서 무당의 공수를 두고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벌인 일사(一事)학파와 이사(二事)학파의 상호비방 에피소드는 이 소설 최고의 웃음포인트였다. 심지어 리얼리티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듯한 장면도 군데군데 나오는데 금복은 아이 아빠인 ‘걱정’이 죽은 지 4년 후에 임신을 하질 않나. ‘걱정’이 죽기 직전 몸무게가 500킬로그램 가까이 나갔다는 말, 금복의 딸 춘희가 교도소에서 개고생을 하고 출옥한 뒤 남발안까지 두부 한 조각 만 먹고 맨발의 천리행군을 감행했음에도 체중은 하나도 줄지 않은 것 등등.. 아니다. 이렇게 나열하다가는 끝이 없겠다. 아무튼 이런 부분의 선(先)언급 없이 단지 완독의 증거로써 그럴싸한 문장 만을 발췌한다면 이 소설은 아무런 맛도 나지 않게 된다. 그러니 진맛을 느끼자면 직접 읽어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리라. 참고로 천명관은 부산 '구암'이라는 곳을 무대로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을 그린 영화 ‘뜨거운 피’ 의 감독이기도 하니 혹 영화를 아직 안 보셨다면 이것도 추천한다. 책을 처음에 받아 들고 ‘이 양반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누구더라..’ 하다가 이틀만에 비로소 기억해냈으니까. 1)10P(같은 문장이 처음과 후반부에 두 번이나 등장하지만 처음과 끝의 느낌이 다름)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2)90P(금복의 세 번째 남자인 칼자국을 언급하는 대목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려한 수식어)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명높은 밀수꾼에 그 도시에서 상대가 없다는 칼잡이인 동시에 호가 난 난봉꾼이며 모든 부둣가 창녀들의 기둥서방에 염량 빠른 거간꾼인 그는” 3)271P(주인공 3인방 중 한 명인 금복의 인생을 설명하는 듯한 대목) 그녀가 고래에 매료된 것은 단지 그 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푸른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두려움 많았던 산골의 한 소녀는 끝없이 거대함에 매료되었으며, 큰 것을 빌려 작은 것을 이기려했고, 빛나는 것을 통해 누추함을 극복하려 했으며 광대한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답답한 산골마을을 잊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바라던 궁극, 즉 스스로 남자가 됨으로써 여자를 넘어서고자 했던것이다. (그러나 소설 중간에 금복은 고래가 마을사람들에게 해체되는 꿈을 꾸는데 이것이 금복의 몰락에 대한 복선인 것을 화자는 뻔히 알았을 터이지만 지금껏 해오던 방식과는 달리 독자들에게 훈수를 두지 않았는데 이는 단순한 실수였을까?) 4)353P(주인공 3인방 중 한 명인 노파가 모든 복수를 끝내고 사라지기 직전) 그것이 일찍이 남의 집 부엌살이로 떠돌다 딸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버러지처럼 땅바닥을 기어다니며 지독하게 돈을 모았지만 끝내 한 푼도 못 써보고 결국 그 돈 때문에 목숨까지 잃어 한 많은 인생을 마감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불에 타 죽에 함으로써 스스로 복수를 완성한 노파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5)361P(주인공 3인방 중 한 명 인 춘희에게 벽돌이 가지는 의미) 흙과 불과 물로 빚어낸 벽돌은 공간을 가르고 비바람을 막아줄 뿐만아니라 온기를 보존하고 공기를 정화해주는 훌륭한 건축자재였지만 그런 실용적인 쓰임새는 춘희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에게 벽돌은 떠나간 사람들을 향한 비밀스런 신호이자 잃어버린 과거를 불러오는 영험한 주술이었던 것이다. 제목: 그랑주떼 저자: 김혜나 약력: 소설가 페이지: 130P 리뷰: 그녀가 쓴 또 다른 책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를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나는 이 작가의 어떤 부분이 뛰어난지 도무지 모르겠다. 흐리멍텅한 표현, 설명 없는 불친절한 서사, 열린 결말, 왔다갔다 시점, 느닷없는 인과관계 등 어떤 방식을 선택해도 그건 작가의 마음이겠지만 읽는 사람의 짜증을 유발한 대가에서까지 자유로울 생각은 마시라. 내용이 내용인지라 긴 리뷰는 필요 없을 듯하지만 뭐 이런 것도 언급을 안 하는 풍조가 책에서 어른들이 보인 행태와 비슷할수도 있네 어쩌네 성인지 감수성 뭐 어쩌네 할지도 모를거 같아 신경쓰여 한마디만 하자면 마음의 상처를 밖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안으로 곪아 터지고 그것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벌하게 된다. 주인공 서예정이 그러했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숨지지 못하는 아이들의 순박한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일까? 그녀는 춤 못추는 자신과 그런 자신에게는 필요가 없는 발등의 ‘고’를 보며 그랑주떼를 시전한다. 아마도 높이는 오르지 못했을 터이지만 그녀는 이제 숨지도 피하지도 않을 것이다. 1)31P(차가운 얼음 양동이에 자신의 발을 집어넣고) 모든 것이 사라지고 아무런 느낌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지금 이순간만이 나에게 남았다. 물은 정말이지 차갑고 뜨거워, 나에게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을 다 앗아가 버렸다. 2)59P(친구인 리나에게 속으로 말하며) 내가 그걸 말해주면 너는 다른 애들한테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거잖아. 그럼 나 말고 다른 아이들하고 같이 다닐 거잖아. 3)110P(오빠와 자전거를 타다 예전에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와 마주치고 난 후)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 계속, 나에게 떠오르는 것일까? 왜 이렇게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일까? 왜 이렇게 자꾸만 밖으로 나오려 하는 것일까? 4)117P(리나가 무용원에서 그랑주떼를 하는 모습을 보며) 모든 것이 멈춰버린 그 순간 리나도, 공기도, 나도...... 지금이 순간까지도 모두 멈춰버린 그 공간에서, 리나는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꿈을 이루고 있었다.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5)129P(작가의 말 중에서) 자와 비, 사랑은 나눌수록 늘어나고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 어찌보면 무척 쉽고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붓다의 가르침을 받고서 나는 내 안에 떠오르는 어떠한 이야기를 발견했다. 모두가 다 나에게 절대로 말해선 안된다고 했던 이야기.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문학동네 소설상이 오랜만에 당선작을 냈다. 주인공은 지난해 여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천명관씨. 등단작 '프랭크와 나'를 제외하곤 아무 작품도 발표하지 않은 진짜 신인이다.
그랑 주떼젊은 감성을 위한 테이크아웃 소설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제2권 『그랑 주떼』.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200자 원고지 300매~400매 분량으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감 있고 날렵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형식과 스타일을 콘셉트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두 번째 작품은《제리》, 《정크》의 저자 김혜나 작가의 소설이다. 발레에 적합한 몸을 지녔지만 정작 춤에는 재능이 없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그믐>, 장강명 1. 우주에는 시작이 없어. 남자가 대답했다. 우주는 마치 볼펜과 같은거야. 그냥 하나의 덩어리야. 볼펜은 길쭉하게 생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볼펜에 양끝이 있다고 말하지. 하지만 사실은 볼펜이 공기와 닿는 모든 면이 다 볼펜의 끝이야. 그 모든 접점에서 볼펜이 시작하고 끝나는 거야. 우주도 비슷해. 시공간연속체가 무無와 만나는 지점이 있지. 거기서 우주는 시작하고 끝나. 그 안쪽에는 우주 알이 있어. 그 바깥쪽에는 우주 알이 없고. p.10 2. 우리가 초능력이 있어서 미래를 내다보고 앞일을 미리 알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렇지 않거든. 세상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단 한 치 앞도 못 본다 이거에요. 그래서 난 미래를 예측하겠다, 추론하겠다는 사람은 믿지 않아요. 내가 보는 건 거리에 나가서 먼저 온 미래를 보는 거지. p.53 3. 네가 이차원 세계의 생물이라고 생각해봐. 일층에서 살면서, 일층만 보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이층이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사는 거야. 그런데 누가 네 주변에 벽을 둘러. 그러면 그 벽 너머가 보이지 않겠지? 그런데 만약에 삼차원 생물인 내가 벽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벽 너머를 보면 어떨까. 네 눈에는 내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더니 벽 너머에 있는 걸 봤다고 주장하는 거야. 하지만 너는 그게 맞는지 그른지 알 수가 없어. p.66 4. 도대체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내가 호치키스 같은 거라도 하나 발명하면 세상에 태어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난 그런 것도 발명하지 못하잖아. 그냥 학습만화 말풍선의 위치를 잡고 오자를 교정하는 사람이잖아. 인류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내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삶이 나아진 사람이 있을까. 난 그냥 일벌 한 마리인 거야. 여왕벌을 위해 나무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꿀을 따지. 나 같은 게 천 마리, 만 마리, 십만 마리가 더 있어. 다른 일벌한테, 아니면 여왕벌한테, 내가 무슨 의미일까. p.82 5. 너는 미래가 결정된 건지 궁금해했지. 이렇게 설명하면 어떨까. 모든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존재에게 과거와 미래는 마치 건축물과 같아. 거대한 미술관을 상상해봐. 그 안을 네가 걷는다고. 네가 걷는 방향에 ᄄᆞ라서 눈앞으로 많은 그림이 지나가는 거야. 인간이란 그 미술관에서 가이드를 따라 처넌히 움직이는 단체관람객 같아. 정해진 방향으로, 정해진 속도로 움직이며 눈앞에 있는 그림에 집중해야 하지. 그 그림을 볼 수 있는 때는 그 순간밖에 없으니까. 그것도 미술관을 경험하는 하나의 방식이야. 그런 방법으로도 미술관에 있는 많은 그림들을 볼 수 잇어. 어떤 사람은 짧은 코스를 걸으면서도 알차게 작품들을 감상할 테고, 어떤 사람은 여러 전시관을 돌면서도 별생각 없이 작품들을 지나치겠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미술관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하기 때문에 어떤 존재도 모든 전시관을 다 둘러볼 수는 없어. p.142-143 <반인간선언> 주원규 1. 기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되어버렸지. 기업이 인류를 먹여 살린다는 것에는 거대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네. 먹고산다는 건 존재의 생존을 뜻함이고, 이때의 생존은 동물적 욕구 충족만을 넘어서지. 이 생존은 보다 고결한 차원을 지향하는데, 바로 신성을 향한 욕망이야. 다시 말해 인류는 신성을 향한 욕망을 기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지. 기업이라는 구조 자체를 원하거나 거부하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야. 기업의 속성을 오늘의 지구촌이 그런 식으로 규정해버린 거네. p.30 2. 인류는 이윤이란 단어에 매력과 천박함을 동시에 느끼지. 하지만 이윤은 그 자체로는 무無야. 소멸의 없음이 아닌 무의미로서의 없음인데, 인류의 공생, 지속가능한 번영을 지향하면 무의미는 의미가 되고, 그 반대 경우라면 무의미의 무의미가 되겠지. 기업이 사투를 벌이는 방향은 무의미의 의미화야. 무의미는 의미 없음이고, 의미가 없다는 건 의미를 모른다는 거야. p.83 3. CS 그룹 특별 공로자들에게만 수여하는 반지의 엠블럼 역시 두 개의 별이 커다란 CS 로고 안에 에워싸인 모습이었다. 최수철이 그런 민서 옆에서 몇 마디 더 부연했다. “이 새일회의란 단체는 파양 교포들을 후원하고 돌보는 정도의 단체로 보여.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파양된 아이들을 후원하는 단체에 일정량 기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p.149 4. 서희는 신년 특별호에 담긴 ‘CS 그룹, 신기업 윤리 선언문’의 지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스캐닝하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제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난폭하지만 분명한 논리로 무장된 선언문 형식의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p.193 5.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차가운 칼바람이 불어오는, 눈서리마저 휘몰아치기 시작한 늦은 오후에 크레인 위에서 공중 곡예를 펼치는 정체불멸의 파업자를 향해 올라가는 서희는 정치 쇼를 벌이는 것도,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발악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서희는 단지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이 살아 있는지, 앞으로도 이 정신 그대로 살아 있을 수 있는지,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는지, 이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p.252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등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의 이번 수상작은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의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매회 화제성을 낳고 있는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소설이다.
[남의 돈을 대하는 태도가 내 돈을 대하는 태도다] p.45 내 돈은 엄청 아끼고 절대로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공금이나 세금의 사용에 대해선 무심한 사람들을 간혹 본다. ... 세금이나 공금 같은 공공 자산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자신의 돈 역시 함부로 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세금은 내 돈이지만 동시에 남의 돈이다. 합법적인 절세는 내 자산을 보호하는 일이지만 탈세는 남의 돈을 훔치는 일이고 남의 돈을 함부로 하는 행위다. 남의 돈을 함부로 하지 않을 때 내 돈도 함부로 취급받지 않는다.  [내가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매일 하는 일] p.124 나는 정보를 모으고 구분하고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공부와 정보수집을 게을리할 수 없다. 유튜브를 통해 젊은 선생들의 강연을 듣고 관록 있는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자산을 벌고 모으고 관리하는 것에 있어서 나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유일하게 나를 믿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의 지혜와 정보를 끊임 없이 구걸하는 것이다. [좋은 돈이 찾아오게 하는 일곱 가지 비법] p.205 1. 품위 없는 모든 버릇을 버려라. 욕을 하고 투덜거리는 것, 경박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 남을 비웃는 것, 지저분한 차림, 약속에 늦거나 변경하는 일 등의 이런 모든 행동은 품위 없는 짓이다. 2. 도움을 구하는 데 망설이지 마라. 묻고 요청하고 찾아가고 부탁하라. 반드시 물음에 답을 주고 도움을 주고 반기는 사람이 있다. 3. 희생을 할 각오를 해라. 작은 목표에는 작은 희생이 따르고 큰 목표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공부를 위해서는 잠을 포기해야 하고 돈을 모으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4. 기록하고 정리하라. 투자내역, 정보,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 명함, 사이트 암호들, 구매 기록 등을 모두 정리하거나 기억하라. 이것은 재산이며 동시에 당신을 보호한다. 5. 장기 목표를 가져라. 산을 오르려면 봉우리가 보여야 한다. 즉각적인 자극에 유혹당하지 말고 펴앵 지킬 만한 가치를 찾아라. 6. 제발 모두에게 사랑받을 생각을 버려라. 눈치 보지 말고 비난에 의연하고 무리와 어울리는 것에 목숨을 걸지 마라. ..... 7.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지 마라. 투자는 지금도 늦었고 저절로 수고 없이 느는 것은 나이밖에 없다. 한 살이라도 젊어서 투자하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부자가 된다. [능구와 공부] p.303 나는 내가 무엇을 바꾸고 싶거나 깊은 염원이 있으면 100일을 계속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100일 동안 그 행동을 했다는 것은 바꿀 수 있다는 뜻이고 절박하게 노력했다는 뜻이다. 원하는 것을 100번씩 100일 동안 써보는 것은 그것을 나에게 증명해내는 시간이다. <중용>에 나오는 능구라는 단어의 구(久)는 지속(duration)을 의미한다. 구체적 기간을 3개월을 뜻한다. 3개월만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본질이 바뀐다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도올 선생을 통해 듣게 된 이 교훈으로 3개월 혹은 100일을 꾸준히 하는 개념이 아주 오래된 가르침임을 알게 됐다. ...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다음 달이나 내년에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쿼터 법칙] p.350 내 동일한 수준의 경제력이나 수입을 가진 사람들의 쿼터 수준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 쿼터 법칙은 검소함과 사치 사이에서 기준을 만들어준다. 이 기준을 만든 이유는 매년 내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 문제가 생겼을 때 수입 없이 3년은 살 수 있다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다. .... 동양철학에서는 음과 양을 이치에 맞게 대할 때 그 온전함이 나타난다고 가르친다. .... 그래서 사업가나 자산가에게는 오히려 적당한 품위가 드러날 만한 사치가 필요하다. 단, 사치의 경계를 넘지 않는 옷차림, 깨끗한 자동차, 잘 정리된 집은 사업가의 신용을 높여주고 고운 언어, 단정한 태도, 정갈한 음식을 취하면 성품이 올라간다. 부자의 품격이 나타나는 지점이다.
돈의 속성(300쇄 리커버에디션)2020ㆍ2021ㆍ2022ㆍ2023 4년 연속 최장기 베스트셀러 80만 깨어있는 독자들이 선택한 경제경영 필독서 『돈의 속성』 ▶ 『돈의 속성』 300쇄 기념 개정증보판 발행! ▶ 『돈의 속성』 300쇄 기념, 김승호 회장의 추가 메시지를 담다! ▶ 중국, 일본, 대만, 태국 4개국 출간! 이 책은 초판 발행 후, 경제경영 필도서로 자리매김한 『돈의 속성』 300쇄 기념 개정증보판이다. 300쇄에 맞춰 코로나19로 바뀐 경제상황과 돈에 관한 김승호 회장
2. 1996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고액 상금 공모전의 등장] p.44 장편소설을 통한 문단 입문 현상이 최근 문학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신인 작가들이 신춘문예를 거치지 않고 문예지의 장편공모나 단행본 출간 등을 통해 소설가로 데뷔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는 것. 이 같은 현상은 1990년대 들어 더욱 활성화돼 신춘문예 등단-문학 수업-장편쓰기의 과정을 정통 문학 코스로 여기던 1980년대 이전 상황과는 큰 대조를 보여 관심을 모은다. p.45 한 출판사 관계자는 "뛰어난 글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방송 작가나 시나리오 작가로 빠져나간다. 문단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출판사들이 고액의 상금을 내걸고 작가를 길러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p.48 장편소설공모전이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생긴 이유는, 그게 여러 영역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두 좋은 제도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초창기에는 말이다.....원고를 단체로 접수받아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심사하는 공모전은 당연히 그보다 훨씬 더 공정하다. 단편으로 등단하면 다른 원고를 모아 책이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말만 등단 작가일 뿐, 원고 청탁을 기다리며 시간을 죽여야 했다. 장편소설공모전은 바로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럴 우려가 없다. 상금이야 높으면 높을수록 당연히 좋다. 책이 많이 팔려서 인세 수입이 상금을 넘을 경우 별도로 인세를 지급한다는 조건은 대환영이다.  3. 출판인과 평론가들의 문예운동 [장편소설공모전을 만든 사람들] p.79 "저는 출판사는 '작가가 창작 활동만으로 먹고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창비나 문지는,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선비 출판'을 했어요. 좋은 책 잘 만들어서 내면 독자들이 알아볼 거다, 굳이 광고까지 해 가며 책 팔 생각 없다, 그런 선비 정신이 있었죠. 그런데 아무리 잘 쓰고 열심히 쓰는 작가라도 1년에 책을 한 권밖에 못 써요. 그렇게 1년에 한 권 나오는 책은 출판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책을 알리려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문학을 하는 사람은 그런 걸 신경쓰지 않아야 할지 모르지만, 문학출판을 하는 사람은 신경 써야 한다고. 그게 내가 문학출판사를 하는 이유다, 그렇게 생각했죠."  p.84 "... 단편으로 소설 쓰기를 시작하면 소설을 구상할 때부터 자세나 호흡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단편과 장편, 둘 다 잘 쓰는 작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대부분 둘 중 하나예요.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는 장편 잘 쓰는 작가가 많지 않아요. 단편은 세계적인 작가들과 비교해도 뛰어날 만큼 정말 빛나는데 말이죠. "  p.94 "지금 한국문학이 위기인 건 분명해요. 베스트셀러가 전부는 아니지만, 문학 베스트셀러에 한국 소설이 없어요. 하루 이틀 사이에 이렇게 된 게 아닙니다. 지금의 독자들은 읽는 재미, 대중적인 소설을 원합니다. 그런데 한국 문단이나 작가나 출판사는 대개 문단문학적인 미를 추구하는 평가기준을 갖고 있어서, 그게 주류가 되면서 독자들과 멀어졌다고 생각해요." p.96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무엇으로부터 독립되고, 어떤 가치에 중립적이어야 하는가? 상업성, 금전적 가치다. 잘 팔릴 작품이 아니라 뛰어난 작품을 뽑기 위해 위원회를 둔 것이다. 장편소설공모전 수상작들의 대중성이 썩 높지 않을 것임은 이런 설계단계에서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출판사들은 당선작이 화제를 모아 흥행까지 잘 되길 기대했다. 처음부터 모순이 내재해있던 셈이다. 출판사들이 문학 출판 시장을 공금자가 주도하는, '밀어내기'가 가능한 부문으로 여겼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판단 전후에는 계몽적, 엘리트주의적인 분위기가 다분히 깔려있다....... 그런데 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사안에 반응하는 곳이지, 정책이나 상품을 개발하는 곳이 아니다. 정부 부처나 기업을 위원회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좋은 응모작이 오지 않을 때 심사위원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당선작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 말고는.  4.2000년 이후 생겨난 장편소설공모전들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의 한계] p.136 대중문화의 메가히트작들이 어떻게 해서 성공했는지 과정을 분석한 이 책에서 저자는 "문화 시장은 카오스 그 자체"라고 간단히 정의한다. "창의력이 곧 상품인 문화 사업은 확률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창의 력 시장'에 내재한 카오스 특성을 치유할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카오스를 이겨내는 불굴의 투지와 끈기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혁명적인 신인] p.139 예술의 역사에서 이런 사건은 결코 드물지 않다. 논쟁과 함께 등장해 악평을 듣고 야유를 받고 조롱당한 혁명적인 작가와 작품들이 많다. 마네 이후에도 피카소와 뒤샹이 그랬다. 음악에서는 쇤베르크가 그랬고 스트라빈스키가 그랬다. <봄의 제전> 초연에서는 거의 폭동이 일어났다. [좋은 작품을 뽑았는가] p.190 "왜 이렇게 종이 출력물로 원고를 받는 거죠? 그냥 문서 파일로 받아서 심사위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면 더 편하지 않을까요?" "글쎄요. 문서 파일로 내라고 하면 응모자들이 꺼리지 않을까요. 자기 작품이 도용당할까 봐 걱정하는 지원자들이 많거든요. 심사 뒤에는 정말 원고를 파기하느냐는 문의 전화도 많이 와요." p.193 동시에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냐, 한겨레문학상 또는 수림문학상이 추구하는 문학성은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어져 버린다. 어떤 성향의 작품을 뽑겠다는 뚜렷한 방향을 지니지 않은 채로 문학상 두 곳의 심사에 참여한 것은 괜찮은 일일까? p.194 장편을 심사하다 보면 실험성이나 미학성도 중요하지만 가독성을 안 따질 수가 없어요. ... 물론 대중성이 떨어지더라도 우리 문학사에 남을 만한 원고가 있다면 그걸 뽑아 줘야겠죠. 그렇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원고에 '읽히는 힘'이 있어야 해요. .... 그런데 '재미있다'는 것도 단순히 내러티브만의 문제는 아니죠. 이 서사가 얼마나 새로운가, 이 인물이 전에 보지 못한 캐릭터인가, 그런 것도 보죠. .... 구성이나 문장이 좀 부족해도 작가로서 뭔가 돌파하려는 힘, 작가 정신이랄까요. 장인 정신이 아닙니다. 세계를 자기 나름대로 기획해서 보고, 거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실을 줄 아는 사람, 작가로서 자기 필체, 문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의 글을 뽑고 싶죠.  6. 공무원 시험 같은 느낌입니다 [로스쿨과 학생부종합전형] p.235 지금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공정성을 확실히 담보하지 못하는 제도보다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더라도 획일적으로 시험을 치러 점수를 기준으로 뽑는 게 차라리 낫다고 여긴다. 이런 분위기가 공채제도를 유지하는 큰 힘이기도 하다. 그런 정서를 비난할 수는 없다. ... 장편소설 공모전이든, 공채제도든, 대학 입시든, 시험의 형식만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거의 없다. 그 시험은 많은 부조리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과이자 타협점이기도 하며, 여러 주체들과 거의 한 몸처럼 묶여 있다. 이 점을 무시하고 피상적으로 접근하면 기기묘묘한 편법과 부작용만 잔뜩 낳기 일쑤다.  p.287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가 없어도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현재 아무도 악의가 없다.'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 다만 그런 흉한 생각을 품은 자들이 싹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이런 구조에서 배제와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기리라는 이야기다. 8. 정보, 또는 간판에 맞서는 방법 [간판이 중요한 이유] p.333 1990년대만 해도 어떤 소설이 문학상을 받았을 때 그 심사평을 보면 그 안에 갑론을박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문학상 심사평들이 다 만장일치고 칭찬일색이에요. 그렇게 결점이 없는 작가가 있을 수 없는데도 심사위원인 평론가들이 칭찬만 해요. ... 그들만의 리그에 있는 작가이고, 평론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나왔고. 이건 주례사인 거예요. ... 문학 권력, 문단 권력과 관련이 있다고 봐요. 문학 권력 출판사들이 책을 팔기 위해 포장을 하는 거예요. p.339 한국문학계에는 일종의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소설을 비판할 바에는 굳이 언급을 안하겠다, 침묵하겠다, 그런. 해봐야 작가랑도 서먹해지고 출판사에서도 그런 서평을 반기지 않으니까요. 9. 암흑과 문예운동 [독자들의 문예운동이 중요한 이유] p.381 재미있는 당대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서평집은 어떨까? 여행 에세이나 관광 안내 책자, 동네 맛집 지도가 사람들에게 방문 욕구를 자극하듯이 이런 책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소설에 대한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p.391 웹 소설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문학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문학의 주변부, 또는 문단문학으로 들어오는 징검다리 정도로는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 웹 소설 시장은 외형상으로는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암담한 지점이 많다. 문예운동 대신 수익 모델을 둘러싼 여러 주체의 반응들을 주로 보게 된다. '미학적 축적' 같은 용어를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문학공모전이라는 제도와 공개채용이라는 제도를 밀착 취재, 사회가 사람을 발탁하는 입시-공채 시스템의 기원과 한계를 분석하고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고발하는 논픽션이다. ‘당선’과 ‘합격’이라는 제도가 사회적 신분으로 굳어지며 ‘계급화’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낸다.
<유진과데이브> p33 둘의 다툼을 유발한 데이브의 설거지 방식은 이러했다. 싱크대 배수구를 마개로 덮은 후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는다. 세제를 잔뜩 풀어 거품을 낸다. 그 거품에 식기를 담갔다가 꺼내면서 수세미로 문지른다. 아직 세제 거품이 묻어 있는 식기를 그대로 건조대에 꽂는다. 같은 거품에 다른 식기도 담갔다가 꺼내서 문지르고 건조대에 꽂는다. 세제 거품이 묻은 채로 건조대에 꽂혀 있는 식기들을 티 타월로 닦아서 찬장에 넣는다. p61 데이브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유진에게 입을 맞출 것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복하고 즐거운 연인을 연기하려 할 것이다. 유진이 같이 장단을 맞추지 않고 다시 한 번 조금 전의 이야기를 꺼낸다면 비로소 싸움이 시작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야, 네가 내게서 등을 돌리고 샤워를 하러 들어간 그 순간 싸움은 시작된 거야. p87 정식으로 처음 뵙는 여자 친구의 어머니께 설 선물로 이렇게 작은 화분을 드리는 30대의 남자가 있을까? 유진은 잠시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은 이미 그 문제로 다툰 적이 있었고, 그 때 데이브가 주장했던 선물들을 떠올리면 화분은 감격스러울 지경이었다. p143 "그래도 그게 아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엄마는 그 말을 반복했다. 그래도 그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그게 아니다. 너는 호주에 가도 한국 사람이다. 한국 사람한테는 그게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아니다. 그날 엄마의 말은 유진의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었다. p156 약속. 유진은 그 단어를 오랫동안 곱씹었다. 자신이 바란 것이 그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법적이지도 않고, 사회적일 필요도 없는 아주 사적인 약속. <하얼빈> p96 이것이 이토로구나. 사진 속의 이토는 체구가 작아 보였다. ...듣던 대로, 이토는 덩치가 작구나. 이것이 이토의 몸이로구나. p141 안중근은 거울 속의 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저것이 나로구나...내가 살아서 이토를 쏘는구나... 이발을 마치고 안중근은 우덕순을 데리고 사진관으로 갔다. -사진을 찍자. -돈이 모자랄 텐데... -겨우 된다. -지금 찍으면 찾을 수가 있겠나! -없다. 그래도 찍어두면 남는다. 새로 산 옷을 입고 찍자. -오늘 호강하는구나. p166 저것이 이토로구나... 저 작고 괴죄죄한 늙은이가... 저 오종종한 것이... 안중근은 러시아 군인들 틈새로 조준선을 열었다. 이토의 주변에서 키 큰 러시아인들이 서성거려서 표적은 가려졌다. p167 러시아 헌병들이 안중근을 몸으로 덮쳤다. 안중근은 외쳤다. -코레아 후라 p264 '출장 불가'를 알리는 뮈텔의 답장을 받은 다음날 빌렘은 여순으로 떠났다. 여순으로 가는 기선은 닷새에 한 번씩 진남포에서 출항했다. 운항 날짜가 맞았다. 진남포 부두에서 빌렘은 명동대성당의 뮈텔에게 전보를 쳤다. 보내주신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저는 여순으로 갑니다. 빌렘
하얼빈‘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유진과 데이브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 번째 소설선, 서수진의 『유진과 데이브』가 출간되었다. 2020년,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서수진의 이번 작품은 국적과 인종을 달리하는 두 연인의 사랑의 불가능성에 관한 진지한 고찰을 담은 소설이다. “우리가 외면해선 안 될 이 나라의 진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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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내셔널 갤러리 VS 메트로폴리탄
[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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