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꾸러미 : 케이트 디카밀로 <비어트리스의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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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잭 도리와 빕스피크 할머니가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잭 도리가 (제 느낌으로는 보고하듯이 건조하게) 말하는 모습이랑 빕스피크 할머니가 위로의 말이나 극적인 행동 없이(감고 있던 눈을 뜬 것이 어찌 보면 극적인 행동이었네요) 잭 도리에게 이름을 말하게 하는 모습이 너무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어요. 감동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어서 안타깝네요ㅠ
저도 이 장면이 참 좋았어요. 빕스피크 할머니는 잭 도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그건 니 생각일 뿐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거짓말하거나 과장되게 위로하지 않아요. 그저 담담히 들어주고 니가 누구인지를 계속 물어보지요.
안녕하세요. 모임 열어주신 소리님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제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습니다. 가을에 나뭇잎을 다 떨어트려버리는 걸 겁내는 아기나무, 개구리가 된 친구 올챙이를 보며 왜 나는 뭍으로 나가지 못할까 속상해하는 물고기, 겨울잠 자러 들어간 동굴에서 달빛을 보게 해달라고 조르는 아기곰…. 이제 딸은 스스로 책을 읽는 어린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저의 머릿속에 맴도는 주인공과 장면들이 있어요. 그래서 “동화책”이라는 장르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던 차에 동화책을 주제로 한 모임이 보여 냉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소리님이 공유해주신 글을 먼저 읽었습니다. 토요일님 말씀처럼 저도 뭉클해졌어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럼에도 견딜만 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동화작가들의 역할이라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모든 어른에게 해당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요. (조금 동떨어진 얘기같기도 하지만…) 저는 성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뭔가를 이루어가는 사람들보다, 실패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끈질기게 해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더 감동 받곤하는데 그들이 지닌 용기와 사랑의 깊이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책은 어제 시작해서 3장까지 읽었습니다. 안스웰리카처럼 개성있는 동물 캐릭터는 동화책의 필수 장치인가, 싶어요. 겨울왕국에서도 울라프는 등장하기만 해도 아이들의 환호를 받잖아요. 그런데다 이 염소는, 음, 왠지 자기만의 사연이 있을 거 같아요. 수사 에딕도 어린 수사일 것 같아요. 아버지의 목소리로부터 벗어나고싶어하는 모습을 보니 비어트리스와 함께 성장하겠구나, 하는 예측을 해보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로알드 달의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가 떠올랐어요. 거기에서도 제임스가 “너는 쓸모없는 겁쟁이”라는 이모들의 말로부터 벗어나는 여정이 그려지거든요. 이 대목에서 어린이들을 믿어주자는 디카밀로의 글이 다시 연상되네요. 비어트리스, 왈가닥 염소의 귀를 잡고 자는 모습으로 등장하니 어떤 목소리와 몸짓을 가진 아이일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작품 속 글쓰기에 관한 @달여인 님의 의견에 공감해요. 저는 작가가 비어트리스를 통해 허구가 주는 힘과 작가의 소임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자 기록이 소수에게만 허락되었고 유일신을 위한 것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비어트리스는 에딕의 인어 이야기(허구) 문장을 반복해 적으며 병사의 증언에 저항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지요. 비어트리스는 병사의 검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만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비어트리스가 자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본인의 주관에 따라 그대로 적기도 하고 그걸 가공하기도 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작가가 하는 일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에딕이 수도원을 나오기 전, 슬픔의 연대기에 본인과 비어트리스에 관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두 인물이 일개 수사, 위험한 소녀가 아닌 대체불가능한 서로가 되는 관계성이 아름답더라구요~
@연필 님, 동화책 애독자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어른이 보기엔 별것 아닌 시행착오도 어린이의 앞날엔 어떤 의미가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저도 동화 읽고 쓰기를 지속하는 것 같아요. 안스웰리카가 첫 장면에 등장하는 것이 아무래도 강렬하지요. 저는 안스웰리카가 일종의 계시를 받아 행동하는 동물일까 짐작하며 읽고 있습니다. 에딕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부정했던 아버지의 말을 복기하며 그 말을 반박해나가요. 인용해주신 로알드 달 작가의 작품을 연결하니, 에딕이 비어트리스의 조력자에 그치지 않고 온전한 자기자신이 되고자 도전하는 장면장면이 더 눈에 밟힙니다.
에딕이 다른 수사들에게 비어트리스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고 연설을 하는 장면도 그래서 감동적이었어요. 지켜주고 싶은 누군가 덕분에 사람은 강해지기도 하잖아요. 저는 에딕에게 자꾸 마음이 가네요.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 "작은 먼지 조각들이 공중에서 춤을 추었어 (p. 20)". 있는 그대로를 볼 줄 아는 마음. "그게 너야. 세상에 친구가 있는 사람. (p. 48)"
읽을수록 책 제목에 들어간 '예언'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인물들은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저마다 행동을 취하는데, 지나간 예언과 새로 쓰인 예언을 대하는 태도들이 재미있어요. 왕은 본인이 왕이 된다는 예언을 실현시키고자 폭력적인 방법으로 노력했을 것이고 이번에는 자기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미래를 부정하며 폭력적인 행위를 취하고 있네요. 비어트리스는 예언 속 본인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비어트리스와 왕(측근 포함), 선과 악의 대립 치고는 왕, 고문 중심의 이야기가 활자 디자인도 다르고 크기도 작게 적혀 있는 게 의아하네요. 작가는 왜 이렇게 처리했을까요?
작은 아씨들이었나, "중요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 중요해진다"? 이런 구절이 있었던 거 같거든요. 슬픔의 연대기에는 일어난 일을 적는 것인지 일어날 일을 적는 것인지를 묻는 비어트리스의 질문을 보고 그 구절이 떠올랐어요. 다른 글씨로 나오는 왕과 고문의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와 같은 시점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미래인지,도 조금 헷갈리기도 하네요. 이제 저는 2권으로 넘어갔어요. 흥미진진해져서 급히 다 읽어버릴 것 같아 속도조절 하고 있습니다.
연필님이 언급해 주신 "중요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 중요해진다" 이 부분이 '비어트리스의 예언'에서 말하여지는 예언 아닌가 싶네요. 예언이 진짜 예언이고 어떤 작용을 할지 궁금했는데, 제 생각으론, 말하여지고 쓰여져 이 이야기의 플롯을 이끌어간 이야기의 시작이며 구성의 핵심에너지라고 여겨집니다.
순식간에 비어트리스의 세계를 방문하고 나왔어요.ㅎ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다 읽으신 후 읽어주세요. 제 생각엔 활자가 다른 세가지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듯 합니다: 1. 비어트리스의 세상-고난이 있었으나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이 안에는 비어트리스와 사랑하는 주변인물들(에딕, 책 도리 그리고 카녹) 그리고 염소 안스웰리카와 빕스피크 할머니의 분신인 듯 보이는 벌. 사랑과 믿음의 세계. 2.왕의 세계-왕을 조종하는 고문과 더불어 욕심과 잔인함이 가득한 거짓말의 세계. 3.인어이야기-에딕의 엄마와의 기억이 담긴 인어브러쉬에 얽힌 비어트리스가 만든 허구의 이야기. 미흡한 저의 이해세계입니다.
저는 아이가 없어서 동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요, 아직 남아있는 모임 기간도 기니 이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찬찬히 읽어보고 다시 모임에 놀러올게요.
‘비어트리스의 예언’을 읽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어떤 세상이고, 나는 여기서 어떻게 살아야 해?” 작가 디카밀로가 던져준 이 화두는 사랑과 믿음으로 고난과 거짓이 난무한 슬픈 세상을 밝혀가자는 따스한 이야기인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너무 어둡고 가슴 먹먹한 답답함이 계속되다 보니 이 동화의 대상은 몇 살부터일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 속 ”‘글자”에 흥미가 생겨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글자 익히기와 글의 중요성: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여자아이. 글자를 익히며 세상을 밝히고 주변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잭 도리를 통해 그리고 글을 써서 글자를 통해 세상을 알려 주는 에딕 수도사. 글의 힘을 믿습니다.~^^ ‘글자는 단어(이름)을 만들어, 단어는 이야기를 만들고. ..’ (200쪽). 김춘수 시인의 시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주변의 모든 것에 꽃이라는 이름을 불러봅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떼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올려주신 시가 떠오르는 부분이 책에 나오네요. p.46 "인어의 이름은 무엇이었을 것 같아요?" "몰라." "제 생각에는 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고쿠라29 님, 안녕하세요? 소중한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유년시절, 잘 이해되진 않지만 안타까웠던 이야기에 이끌렸던 일이 떠오르네요. 이번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발자국을 남겨주신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달여인 님, @연필 님의 감상을 읽는데 제가 디카밀로 작가가 아님에도 괜히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저도 예상보다 훅훅 진도가 나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진지한 문제의식을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서술과 생생한 묘사, 입체적인 인물들로 풀어내서인 것 같아요. 특히 염소의 관점에 이렇게 이입하게 하다니...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구를 기록과 전파, 그리고 감각되는 물성으로 다채롭게 그리는 것이 '이 세상의 한 존재로서 너는 어떻게 기록되고 싶니?' 묻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각 장이 짧은 것이 숏 콘텐츠에 익숙한 요즘 세대를 의식해서인가 싶었는데, 지금은 한 편 한 편이 시 같아요. 물론 이야기 진전이나 문체가 어떤 어린이에겐 지루할 듯도 한데요. 중고학년이라면 익숙한 스타일이 아니어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끼고 깊이 있게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달여인 님 감상평 읽고 싶어서 저도 오늘 책 다 읽어버렸어요.^^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뒤로 갈수록 약간 느슨해졌어요. 그래서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너무 슬플까봐 걱정했거든요.) 린드그렌의 <산적의 딸 로냐>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다들 읽으시면 스포 포함 자세한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저도 '산적의 딸 로냐' 다시 읽고 싶어요.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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