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꾸러미 : 케이트 디카밀로 <비어트리스의 예언>

D-29
<비어트리스의 예언>을 읽기 전, 글 한 편을 나누고 싶습니다. 디카밀로 작가를 알고 계시거나 동화에 관심 있으신 분은 이 글도 아실 것 같아요. 김명남 번역가님이 우리말로 옮긴 디카밀로의 글입니다. 어린이가 동화를 읽음으로써 스스로 슬픔을 받아들이게 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저는 동화를 쓸 때 '어디까지 어린이 독자에게 보여줘도 괜찮은 거지?' 고민하곤 하는데요. 동화작가가 어린이의 눈으로 보고 그리는 어린이(혹은 어린이 같은) 인물의 마음과 생각에 제약이 있을까요? 디카밀로가 "어린이를 믿는다" 말한 대목이 여러분에겐 어떻게 느껴지실지 궁금해집니다. https://starlakim.wordpress.com/2018/01/25/why-childrens-book-should-be-a-little-sad-kate-dicamillo/
소리님 안녕하세요. 동화읽기 참 오랜만 인 듯 합니다. 작품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부터 함께 읽어 나가려합니다. 디카밀로-생소한 작가이라 아는 것이 없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네요. 앞서 말씀하신대로 동물의 캐릭터나 묘사가 궁금합니다.~~^^
나눠주신 칼럼 Why Children’s Book Should Be a Little Sad 너무 잘 읽었어요. 제가 처음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읽었을 때를 기억났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되면서도 어린 마음이 이상하게 저릿했어요. 필요한 것을 갖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 내 진심이 누군가에게 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또 어떤 것은 아무리 원해도 가질 수 없다는 것. 모두 <인어공주>를 읽고 배웠습니다. 디즈니의 흥겨운 '언더 더 씨' 주제곡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에리얼은 저의 인어공주가 아닙니다. 슬픔이 때로 힘이 된다는 것을 무지개빛 물거품으로 사라진 인어공주가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 <비어트리스의 예언> 내용은 전혀 모른 채로 소개된 칼럼을 읽고 바로 <인어공주>가 생각났는데요, 책을 읽으니 중간에 인어 이야기가 나와서 괜히 반가웠어요.
맞아요! 저도 중간에 인어공주 이야기 나올 때 @고쿠라29 님의 글을 떠올렸어요. 저도 인어공주를 제가 읽은 첫 슬픈 결말 동화로 기억하거든요. 조금 울기도 했어요. 책을 읽었던 방의 느낌, 그 때 다른 친척 어른들이 있었는데 내가 운 이유를 어른들에게는 설명할 수 없었던 느낌, 같은 게 기억나요. 몇살 아이를 독자로 생각한 걸까 물어보셨는데 이 책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10살/3학년 제 아이는 스토리 자체로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책 속의 여러 상징과 의미를 이해할 것 같지는 않아요. 적절한 타이밍을 살펴서 아이에게도 권하려고 합니다. ^^
맞아요. 저도요. 인어 나오니까 고쿠라29님 떠올랐어요. 신기하다 하면서요. 비어트리스가 창조한 인어 이야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우선 앞에서 나온 것들이 이야기 재료가 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해마 이름이 모렐리치)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미완으로 남겨둔 것도 흥미로웠고요. 작가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염두에 두었을까요? 그리고 제가 작품에서 이해 안 됐던 부분 중 하나가 왕이 왜 인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싶어했는지였어요. 처음에는 천일야화 같은 느낌인가(이야기의 힘을 너무 과대포장?) 싶었는데, 두 번째 읽을 때는 왕은 예언만 믿고 스스로 이야기를 써나갈 힘이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어요.
@소리 님 안녕하세요. 모임 열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함께 읽었던 좋은 기억이 있어서 모임에 냉큼 참여했습니다. :) 진짜 오랜만에 동화를 읽게 되었네요. 케이트 디카밀로 작품은 처음 읽어요. (사실 오늘 책을 주문했어요.) 링크해주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뭔가 뭉클한 느낌인데... 어른이 되어 동화책을 다시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저를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문득 유은실 작가님 작품도 떠오르네요. 앞으로 천천히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린이(독자)를 믿는다"라는 말을 곰곰 생각해볼게요. "세상을 사랑한다"는 말도요.
김명남 번역가님이 우리말로 옮긴 디카밀로의 글에서 " 누군가 나를 봐주었구나 하는 기분을 우리 둘다 느꼈다고 생각해요." 독자를 믿는다는 것은 아마도 서로(작가와 독자)가 마음이해를 한다는 믿음일 듯 하네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있는 힘이 있다는 믿음이요.
@토요일 님, 저도 성인이 되고 동화를 다시 만났을 때 감회가 새로웠어요. 유은실 작가님의 어떤 작품을 인상 깊게 읽으셨을지도 궁금해지네요(저는 <멀쩡한 이유정>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토요일 님의 감상을 계속 청해 읽고 싶은 마음입니다. 천천히 함께해요:>
@달여인 님, 반갑습니다! 모임을 선택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의견도 나눠주시니 무척 감사해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과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믿음... 이 글에 담긴 좋은 동화의 정수를 잘 끄집어주신 것 같아요. 이번 책을 읽으며 디카밀로 작가의 세계관을 함께 감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책을 빨리 읽는 편이어서(그만큼 금세 잊어버려서) 천천히 읽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표지 그림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염소와 아이, 그리고 책. '슬픔의 연대기'라는 말이 너무 낯설어서, 구글링을 해서 원어 찾아보니 정말 Chronicles of Sorrowing네요. 슬픔을 연대순으로 기록했다는 뜻일까? 화자가 들려주는 형식이던데 원서도 그럴까(저는 약간 어색하게 느껴져서요), 이런 형식의 의미는 무엇일까? 등등의 궁금증과 '멋진 도입이다'라는 감탄이 뒤섞인 첫 느낌이네요.:)
@토요일 님, 저도 가슴 뛰는 도입부라고 생각했어요. 블록버스터 판타지영화의 첫 씬 같은 느낌?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어라, 웅장하고 휘몰아치는 분위기가 아니네?' 싶더라구요. 슬픔의 연대기라는 말은 삶이 비극이라는 전제처럼 여겨졌어요. 그래서 주인공 비어트리스가 이 슬픔을 어떻게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맞닥뜨려 역사를 바꿀지 기대하며 읽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은 제1권, 제2권... 나누어져 있고 각 장도 짧은 것이 종교 서적이 생각나더라구요(저는 무교이고 종교 서적을 자세히 본 적이 없어 단언할 수 없지만요). 곳곳에 철학적인 문장이 있는 것도 그렇고, 배경이 신의 권세가 압도적이었던 중세인 것도 그렇고... 그런 점에서 화자는 말씀을 전하는 방식을 흉내내는 걸까, 다만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그 말투를 좀 더 친근하게 번역한 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도 '슬픔의 연대기'라는 단어가 많이 낯설었어요. 그리고 왜 중세 분위기의 수도사를 등장 시켰을까 의문이 생겼답니다. 읽다보니 중세풍의 에딕이라는 필사 수도사를 등장시켜 "글쓰기 "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슬픔의 연대기 첫글자는 멋진 금빛으로 안드는 수도사. 아름답게 필사하는, 신에게 봉헌하는 수도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세상의 슬픔도 아름답게 써내려가는. 여기에서 의문이 생기네요. 세월이 지나면 슬픔도 아름다운 추억이 될수 있을까요? 2권에 빕스피크 할머니의 생각: 어디에 있건 슬픔이 기다리고 있는데, 슬픔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사람들. ..있는 그대로 머물러 있었어. 슬픔이 올 테면 오라지. 결국 지나갈 테니까. 인생의 굴곡 속에 있는 슬픔을 그대로 껴안으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자연스레 여기는 할머니의 인생이 그려지는 대목입니다. 과거의 슬픔과 아픔을 나이가 들어 되돌아 보니 때로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도 한 듯 합니다.
잭도리가 빕스피크 할머니와 만나는 장면 좋았어요. 상처받은 낯선 어린이를 품어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 빕스피크 할머니의 마음 속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슬픔으로 남아있었을 거 같기도 해요. 그걸 견디는 방법을 찾아냈을 뿐.
저도요. 잭 도리와 빕스피크 할머니가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잭 도리가 (제 느낌으로는 보고하듯이 건조하게) 말하는 모습이랑 빕스피크 할머니가 위로의 말이나 극적인 행동 없이(감고 있던 눈을 뜬 것이 어찌 보면 극적인 행동이었네요) 잭 도리에게 이름을 말하게 하는 모습이 너무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어요. 감동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어서 안타깝네요ㅠ
저도 이 장면이 참 좋았어요. 빕스피크 할머니는 잭 도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그건 니 생각일 뿐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거짓말하거나 과장되게 위로하지 않아요. 그저 담담히 들어주고 니가 누구인지를 계속 물어보지요.
안녕하세요. 모임 열어주신 소리님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제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습니다. 가을에 나뭇잎을 다 떨어트려버리는 걸 겁내는 아기나무, 개구리가 된 친구 올챙이를 보며 왜 나는 뭍으로 나가지 못할까 속상해하는 물고기, 겨울잠 자러 들어간 동굴에서 달빛을 보게 해달라고 조르는 아기곰…. 이제 딸은 스스로 책을 읽는 어린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저의 머릿속에 맴도는 주인공과 장면들이 있어요. 그래서 “동화책”이라는 장르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던 차에 동화책을 주제로 한 모임이 보여 냉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소리님이 공유해주신 글을 먼저 읽었습니다. 토요일님 말씀처럼 저도 뭉클해졌어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럼에도 견딜만 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동화작가들의 역할이라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모든 어른에게 해당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요. (조금 동떨어진 얘기같기도 하지만…) 저는 성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뭔가를 이루어가는 사람들보다, 실패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무언가를 끈질기게 해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더 감동 받곤하는데 그들이 지닌 용기와 사랑의 깊이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책은 어제 시작해서 3장까지 읽었습니다. 안스웰리카처럼 개성있는 동물 캐릭터는 동화책의 필수 장치인가, 싶어요. 겨울왕국에서도 울라프는 등장하기만 해도 아이들의 환호를 받잖아요. 그런데다 이 염소는, 음, 왠지 자기만의 사연이 있을 거 같아요. 수사 에딕도 어린 수사일 것 같아요. 아버지의 목소리로부터 벗어나고싶어하는 모습을 보니 비어트리스와 함께 성장하겠구나, 하는 예측을 해보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로알드 달의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가 떠올랐어요. 거기에서도 제임스가 “너는 쓸모없는 겁쟁이”라는 이모들의 말로부터 벗어나는 여정이 그려지거든요. 이 대목에서 어린이들을 믿어주자는 디카밀로의 글이 다시 연상되네요. 비어트리스, 왈가닥 염소의 귀를 잡고 자는 모습으로 등장하니 어떤 목소리와 몸짓을 가진 아이일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작품 속 글쓰기에 관한 @달여인 님의 의견에 공감해요. 저는 작가가 비어트리스를 통해 허구가 주는 힘과 작가의 소임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자 기록이 소수에게만 허락되었고 유일신을 위한 것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비어트리스는 에딕의 인어 이야기(허구) 문장을 반복해 적으며 병사의 증언에 저항하는 듯한 행동을 취하지요. 비어트리스는 병사의 검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만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비어트리스가 자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본인의 주관에 따라 그대로 적기도 하고 그걸 가공하기도 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작가가 하는 일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에딕이 수도원을 나오기 전, 슬픔의 연대기에 본인과 비어트리스에 관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두 인물이 일개 수사, 위험한 소녀가 아닌 대체불가능한 서로가 되는 관계성이 아름답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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