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직 안 태어났어도 함께 읽어 보아요. '아이가 태어나면'

D-29
책읽기 시작했습니다. 전화 상담은 안된다 부모가 시간을 들여서 편지를 써야 한다는 대목이 반복적으로 나오는군요. 글을 쓰면서 생각할 시간이 생기고 그러면서 문제가 정리되고...해결책을 듣기도 전에 문제가 해결될수도 있고...책의 시작부터 이 박사님 넘나 신뢰가 갑니다.
아이는 욕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껴요. 그러니까 친구들과 같이 있을때는 해도 되죠. 집에서는 또 나름대로 규칙을 두고요. 아이들의 방문을 닫으면 방은 아이들의 세계가 됩니다. 부모가 문 앞에서 엿듣고 있으면 안돼요.
아이가 태어나면(양장본 Hardcover) p.80, 세브린 비달, 카트린 돌토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제가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아이가(중학생) 친구들이랑 있을때 곱지 않은 말투와 단어를 쓰는 것을 우연히 듣고 혼자 맘을 좀 끓였는데...아이들끼리는 그들만의 문화로 이런 말들을 쓰기도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제 아이는 고운말만 쓰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바나나 저도 욕 대목에서 무릎을 쳤어요. '그냥 욕은 금해야하는 것, 나쁜 것.' 이라는 것을 머리속에 새겨있으면서도 그게 친한 무리들이랑 있으면 그렇지가 않죠. 하지만 돌토 박사는 친구들과 있으면 해도 된다고 얘기하죠. 아이들이 욕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입지'와 관련이 있다는 대목에서 저는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사회성'과 연관지어 생각했습니다. 물론 욕을 안하면 더 좋겠고 그래도 사회성이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좀 다른 얘긴데, 그래서 제가 학교를 싫어합니다 ㅎㅎ 정확히 말하면 학교란 사회를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당연히 사회화되어서 커야 되고 그러니 학교라는 사회를 미리 성인 사회 전에 거쳐야 하는 건 맞지만, 또 반대로 어린 나이에 서로 입지를 지키고 무리화하고 누군가를 괴롭히기도 하면서 성장, 사회화되는 게 너무 싫더라고요. 전 학창 시절에 누구를 괴롭히지도,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은 일반적인 학생이었는데도 그런 모습이 참 싫었어요. 전 그래서 육아하면서도 아이를 학교에 꼭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교육시킬래? 묻는다면 답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지만요... 학교가 최선인가 의문입니다.
맞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학교가 획일화를 강조하고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못하는 측면이 더 있어요. 이건 또래 문화에서 더 그렇게 나타나기도 하는것 같아요. 튀는 아이를 배척하고, 아이들끼리도 기싸움하랴 눈치보랴 정글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학교가 좋다 나쁘다를 넘어서서 사회에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체제에 순응하는 아이는 지내기가 좀 수월하고, 아닌 성향의 아이는 고전을 하게 되지만, 그런저런것도 피해갈수만은 없으니까요. 저도 막연히 아이가 쉽게 지내기를 바라는 것 밖엔 하는게 없네요.
@흑백 싫고 불편하지만 그것을 감내하고 사는게 또 사회의 일원인거죠. 아니면 이데올로기나 시스템을 내가 순응하거나 거부하냐의 문제로 나아갑니다.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닌것. 다시말하면 차선이지만 차악. 더 나아가 그것들 사이의 Ordirary, standard, Normal,middle 정도로 절충하는게 우리가 소위 말하는 사회화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항상 언니를 질투하는 자매에 대한 에피소드도 좋았어요. 저도 아이 여럿을 키우면서 누구하나 편애받는다는 느낌 없게 하려고 '공평함'에 신경쓰고 있는데, 공평하게 대하는게 아이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 방법이었네요. 언니와 무엇이 다른지 알려주고, 다름을 받아들여 무조건 닮으려 하지 않고 자기의 정체성을 찾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아이들은 모든 분야에서 자율성을 길러야 하는데, 이때 부모가 아이들에게 안전망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정한 좋은 엄마의 기준에 맞는것이 중요한게 아니고요.
아이가 태어나면(양장본 Hardcover) P. 192, 세브린 비달, 카트린 돌토
이 문장을 오늘의 문장으로 마음에 담았습니다.
@바나나 아...잠시 잊고있던 대목인데 상기시켜주시는군요. 아이가 필요로 하는 존재, 자신이 정한 좋은 엄마의 기준이 아닌....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의견이 어디있어 라고 치부하고 자신 스스로 정한 기준에 맞춰 아이가 따라오도록 강요하죠....아이는 표현이 서툴뿐 주장과 의견이 있는데요. 그냥 무시 묵살.
돌토 박사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입장을 견지하시는걸 느꼈어요. 아이도 다 알고, 생각할수 있으니 잘 설명해주라고. 숨기지 말고, 왜곡하지도 말고, 잘 설명해주라고 하는데...그걸 알아들을수 있는 아이가 의견이 없을리가 없는데 말이에요. 설혹 그 주장과 의견이 엄마의 의견과 맞지 않을수는 있어도요.
@바나나 당대 사람들은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어른들은 아기. 특히 신생아가 언어를 이해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대한 설명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돌토박사는 아기도 인간이고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언어를 이해한다는 거죠.
아...시대를 깜빡했네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당시엔 정말 더 그랬을것 같아요. 저 어릴때만 생각해도...@@ 그러고 보면 돌토박사님의 조언들이 파장을 가져왔을게 상상이 가네요.
@바나나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 불과했는데도 불구하고 돌토 박사의 언행 하나하나가 프랑스 사회에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 코너도 2년 남짓 진행한 것인데 석연치 않는 하차 이유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하네요. 이 책을 출간하고 나서 교보문고의 한 행사에 우연히 만난 프랑스 여성분에게 "프랑수아즈 돌토가 유명하냐?"라는 아주 유치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는데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very very very famous." 라고 very를 연발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마치 "넌 그게 질문이냐?"라고 되묻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책을 완독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인상에 남는것 여럿중에 하나는 돌토박사님과 자녀들과의 관계도 꼽을수 있겠어요. 자녀교육, 아이들의 심리를 말로만 말하는 분이 아니었겠구나. 성인이 된 자녀와도 이렇게 긴밀하게 일을 같이 할수 있다는게 쉽지 않잖아요. 또 책뒷부분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작업의 양도 상상해보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편지들이 쏟아졌을것이며 여기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시다니요. 프랑수와즈 돌토& 카트린 돌토와 방송관계자들의 수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바나나 좀 책 내용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이긴 한데, 너튜브에서 책에도 등장하는돌토박사의 연예인 아들 Carlos Dolto를 검색했더니 Big Bisous 와 몇 몇 곡이 있었습니다. 가창력도 없고 촌스럽다는 생각이 강렬했고 왠지 고협알과 당뇨에 시달렸을 것 같았지만 얼굴에 행복이 가득해 보였어요. 시간적 여유가 되시면 님에게 '가족이 되기까지'라는 영화 시청도 권해드려요. 독서 모임인데 영화를 권유하는게 좀 그렇고 돌토박사에 대한 언급도 없는 입양에 관한 영화지만 (한편 독서욕구를 조력하는 시청각 자료라 생각하고) 이 책과 일맥상통하는 면모가 있는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독서모임이지만 책얘기 하다가 사는 얘기도 하고, 영상물 추천도 하고 그렇게 흘러가는거죠. 그래서 더 재밌고요. ㅎㅎ
제가 해외에 살고있어서 책을 오늘 받았습니다. 진도가 어떻게 나가고 있나요?뒷북 죄송합니다.
@은민 아...아직 21일이나 남았습니다. 책 자체는 아마 길게 잡아도 일주일안에는 다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easygoing 하게 숨고르시면서 읽으시다가 생각나시는 것들이 있으시면 같이 이야기 나누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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