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3.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D-29
저희 독서클럽에서 20년에 '세상의 모든 자서전' 이라는 주제로 자서전을 한 권씩 사서 모인적이 있었어요. 암튼 그때 저는 프랭크로이드라이트와 아가사 크리스티중에서 망설이다 프랭크로이드 라이트는 들고 가서 교환하고, 아가사 크리스티는 제가 가졌는데, 너무 두껍더라고요. 덕분에 읽겠습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서 언급하신 '끝없는 밤'을 읽기 시작했는데, 원본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한국어도 이렇게 더딘데' 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오바마 회고록을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900쪽이 넘더라고요. 크리스티 여사는 『끝없는 밤』을 자기 작품 중에 최고로 쳤고 독자들 중에도 그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 많은데 저는 썩 좋아하지는 않는 작품이에요. ^^
153쪽, 그 다음 주에 다시 만나게 되기를 고대했지만,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이렇게 슬픈 사랑 하나가 흘러갔다. 역시 사랑은 타이밍... ㅠㅠ
사랑은 타이밍... ㅠ.ㅠ 저는 이제 막 100페이지 넘었습니다. 쫓아갈게요~.
저 이제 이 부분 읽는데... 참 가슴 아픈 첫사랑이군요. ㅎㅎㅎㅎㅎ
96쪽, [하지만 결혼은 연애보다는 더 큰 것을 의미한다. 나는 결혼에 존경이 필요하다는 구식 사고방식을 믿는다. 존경을 찬미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결혼 생활 내내 한 남자를 찬미하는 것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랬다가는 목 근육에 정신적 쥐가 날 것이다. 하지만 존경은 내 속에 그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300페이지까지는 인생의 굴곡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쟁에 접어들면서 결혼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상당히 불편한 환경에 처해있지만 그렇게 부정적으로 묘사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크리스티가 굴곡이 적었던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 일을 많이 했던 저로서도 꺼려지는 환경이어서 한편으론 존경스럽기까지 하네요.
98쪽, [우리의 영혼이 살고 있는 우리의 몸이 처음에는 우리에게 낯설어 보이는 모양이다. 실체. 아이는 그 이름을 알고, 그것과 함께하지만, 아직은 완전히 나와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산책을 하는 애거서이고, 계단을 내려가는 매튜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느끼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다음 단계로 발전한다. 더 이상 “매튜가 계단을 내려간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계단을 내려간다”가 된다. ‘나’를 익히는 것이야말로 한 개인으로서의 삶에 첫걸음을 디디는 것이리라.]
이런 대목들에서 문득 내가 크리스티 여사님을 오해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재미있게 잘 쓰시지만 인생에 대한 철학을 논하시지는 않더라, 하고 잘못 알고 있었어요.
124쪽, [예지디교가 악마를 숭상하고, 공작(孔雀) 천사 루시퍼를 경배한다는 것을 당시 나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사탄을 숭배하는 사원이 중동의 다양한 성지 중에서도 가장 평화롭다니, 생각할 때마다 괴이하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우리는 떠났다. 절대적인 평화였다.] 예지디교라는 걸 처음 알았네요. 신기합니다.
그믐 첫 이용이네요! 그동안 왜인지 두고만 보다가..p.12 [지금은 추리 소설을 써야 '마땅'하지만, 작가란 모름지기 지금 써야하는 것만 빼고는 무엇이든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마련이라 느닷없이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이는 것이다.] 부분을 보고 혼자 웃다가 사진 찍고 그믐에까지 왔습니다. ㅋㅋㅋ 자서전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시작은 좋습니다(?)
환영하고 감사합니다. 12페이지 그 대목에서 저도 실실 웃었어요. 생각해보니 저도 제 의지로 남의 자서전을 읽는 건 처음 아닌가 싶네요. (백범일지를 자서전이라고 해야 하나...?) 자서전이라는 장르 자체에 좀 불신이 있습니다. 과연 사람이 자기 인생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쓸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평전은 더러 읽었지만 자서전에는 손이 잘 안 갔습니다.
전에 직업 때문에 한국 정치인들 자서전을 꽤 읽었는데 그 책들 때문에 자서전에 더 편견을 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김한길의 『눈뜨면 없어라』와 우상호의 『촌놈』은 무척 좋았습니다. 두 책은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정치인 자서전 같지 않게 자기 홍보도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님이야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니까 자기 홍보 많이 하셔도 괜찮은데, 아직까지는 그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네요. ^^
[82쪽 헌데 기이하게도 고통과 불행은 떠올리기 쉽지 않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헐 보통은 반대 아닌가요? 일반적으로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더 오래남는걸로 아는데 크리스티 여사는 반대네요 역시 긍정적인 생각을 오래 하니 건강하고 오래사신 듯
[89쪽 그때만 해도 소득세율은 5% 지나지 않았다] 이거 사실입니까!!!! ㅠㅠㅠㅠ
크리스티 여사가 프랑스로 간 게 돈을 아끼러 간 것이었네요! 몰랐음. 저는 유학이라고 생각했음. 하긴 유학이었으면 파리로 가겠지요. 프랑스 남부가 아니라. 아버님이 현금 흐름에 익숙하지 못하신 듯.
[90쪽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 해외여행은 지금과는 아주 딴 판이었다. 당연히 여권도 입국 신고서도 없었다. 그저 표를 끊고 침대석을 예약하면 끝이었다] 재미있네요 그래도 19세기에는 입국 관리를 할 줄 알았는데,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소득세라든지 여권이라든지 생긴지 얼마되지 않았군요. 무슨 역사책 보는 느낌 ㅎㅎ
[90쪽 우리 가족들은 미래의 재산 분배를 자유로이 논했다] 금은 보화면 유화까지 부모 살아생전에 이미 다 정해놓았네요. 우리도 차라리 그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유산 정리 안 하면 정말 죽고 나서 자식들 싸움 가관이죠..
크리스티 여사님이 수집벽이 있군요. 유화, 가구, 보석, 도자기 등등 얘기하는 대목 보면 알 수 있네요. 오늘날이면 무엇을 모았을까.
[93쪽 (피레네 산맥을 보며 실망하는 대목) 결코 잊지 못한 환멸이었다. .."에게 저게 바로 그 산이라는 말인가?"] 프랑스 산 스케일은 좀 작았겠죠. 예전에 고종석 선생이 경주 석가탑인가 불국사 보고 넘 작아서 실망했었다는 (어렸을 때) 그 대목이 기억이 나네요. 아무래도 한국 문화 유산들이 중국 일본에 비해 파괴도 많이 되고 스케일도 작다보니 나오는 말인데, 크리스티 여사도 프랑스의 의외의 아기자기함에 실망하신 듯. 아마 알프스 봤으면 얘기 달랐을 수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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