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같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오늘도 제뜻대로 되어 주지 않는 작업에 편향과 열정을 바쳤네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무슨 서점] 안희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같이 읽기
D-29
겨울매미
무슨
“ 짓밟힌 눈은 더이상 희지 않다. 깨끗하지 않다. 나는 풀지 않으면 흔나는 숙제처럼, 소탕해야 할 폭도처럼 눈을 바라본다. 눈은 내가 겨울을 사랑하게 돕지 않는다. 도리어 나를 미끄러트리고 엉덩방아를 찧게 만들 뿐. ”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182,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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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작가님의 생각에 유일하게 반기를 들었던 대목입니다.ㅎㅎ
저는 눈과 겨울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짓밟혀 더러워진 눈, 흙탕물을 뒤집어쓴 눈, 차갑고 딱딱하게 얼어버린 눈 모두 좋습니다. 비에 젖은 흙보다 좋습니다. 녹아내려 흙을 적시면 다를 게 무어냐 하겠지만, 눈이었기 때문에 좋습니다.
제겐 작가님이 말하는 그런 부분보다 차가운 공기 속에 퍼지는 입김, 추위에 빨갛게 변한 코끝과 손끝, 눈이 내리고 쌓 이며 생기는 적요, 눈 자체가 가진 흰 차가움이 더 우선입니다. 눈이 모든 걸 덮어 세상을 빈 캔버스로 돌아가게 하는 지점에서부터 무한한 기쁨을 느낍니다. 그에 반해 저는 여름이 무척 괴롭습니다. '초록과 연두의 무한한 스펙트럼' '초록이 가장 무성하고 환한 시간'은 정말 좋지만...
겨울매미
어쨌든 무릎이 깨졌다는 건 사랑했다는 뜻이다.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157쪽,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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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미
당신 지금 슬픔 속에 있어요. 이곳은 당신의 슬픔이 만든 공간이에요. 그러니 슬픔을 탕진할 때까지 머무세요.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161쪽,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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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미
3부를 읽으며 밑줄 그은 문장들을 옮겨 보았어요. 언젠가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엽서에 적어 주고 싶은 문장들이에요.
겨울매미
“ 할아버지는 뭔가를 쪼개고 있었다. 아가야, 나는 이것을 작게 만들어야 한단다. 그리고 아주 깊숙한 곳에 감추어야 하지. 어디가 깊은 곳인데요? 얘야, 지척에. 흘러가버리는 순간순간에.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18쪽,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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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미
그리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을 보았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을 보았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49쪽, 안희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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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매미
어느새 오늘이 이 모임의 마지막 날이군요. 아쉬워요. 그러면서 동시에 또 다음 모임이 기대되기도 합니다.
저는 요번에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을 읽으면서 동시에 같은 작가의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었는데요. 이렇게 한 작가의 에 세이집과 시집을 동시에 읽으니 에세이는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시는 에세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어 좋네요.
위에 인용한 두 부분에서 이야기하듯, 지척에, 흘러가버리는 순간순간이 바로 ‘깊은 곳’이라는 것, 그리고 빛은 ‘문틈으로’, ‘아주 가까이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 즉, 삶의 구석구석이 깊고도 빛나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이 에세이집 전체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어요.
겨울매미
덕분에 저도 제 일상을 다시 돌아보고 작지만 새로운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일 년간의 휴직을 마치고 이제 2주 후면 복직을 하는데 제 안에 새싹 같은 용기가 꿈틀대네요.
이렇게 좋은 기회 마련해 주신 @무슨 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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