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 부분을 여러 번 읽었어요.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다.
그 말은 아래 문장과도 이어지는 듯 해서 하나 더 꼽아봅니다.
[무슨 서점] 안희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같이 읽기
D-29
무슨
무슨
“ 나는 헤맴에 최선인 사람이고 싶다. 현실은 빈약한데 이상은 턱없이 높아서가 아니라, 적당히 타협할 줄 모르는 까다로운 성미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 자체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기 때문에 그렇다. ”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81,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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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2부의 몇 챕터를 남겨두고 아껴 읽고 있습니다. 결국 내일까지 다 읽게 되겠지만, 그래도 천천히 읽고 싶어요. 이번 산문집은 두고두고 곱씹어 읽고 싶은 구절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밑줄을 계속 긋고 있습니다. 밑줄만 그엇을 뿐인데 제 것이 된 것 같은 기분. 그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긋고 또 긋고 그러고 있네요.
무슨
눈앞에 주어진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저는 꽤나 단칼에 해버리는 편인데요. 가끔은 앞뒤 재지도 않고, 어떤 굳은 신념 따위도 없이 그저 내키는 대로 합니다.
고민하는 시간을 최소화해 그 시간이 주는 고통을 피하고 싶기도 하고, 내 직감을 믿는다, 제일 처음 떠오르는 게 정답(!) 같은 이런저런 이유가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간 해온 일들이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어떤 결정이든 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었기에(그래야 끝나기에, 마감이 있기에), 그런 일 처리에 인이 박혀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무언가를 선택할 때 '일단 선택해. 선택한 것이 좋아지게 만들면 돼.' 이런 마음으로 하지요.
해서 저 문장이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헤멤에 최선인 사람이라니. 헤메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그것에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안희연 작가의 글은 저도 몰랐던 저의 관념을 여러차례 전복시킵니다.
겨울매미
저는 어떤 선택을 앞에 두고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검토하고 다시 의심한 후 조심조심 한 걸음을 내디디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무슨 님의 글을 읽으며 '이럴 수도 있구나!'하고 무척 신기했어요.
'나는 헤맴에 최선인 사람이고 싶다.'라는 문장에 저도 밑줄을 긋고 표시를 해 두었는데요, 그 이유는 제 자신이 너무나 헤매는 사람인 까닭에 이 문장이 엄청난 위로가 되어서랍니다. 같은 문장에 대해서 저는 진한 공감과 위로를 느끼고 @무슨 님은 관념의 전복을 경험하셨네요. 이런 식으로 다양한 생각과 느낌, 삶의 방식에 대해 알아가는 것, 이런 게 바로 '독서 모임의 쓸모'이 겠죠? ^__^
무슨
저도 @겨울매미 님 덕분에 '독서 모임의 쓸모'를 다시금 깨우치고 있습니다:)
제가 매달 모임을 열면서도 가끔씩은 '이거 계속하는 게 의미가 있나' '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수만 번 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그래, 이렇게 대화하며 새로운 걸 알게 됐었지, 공감하며 위로받았었지, 안도했었지' 합니다. 왜 잊고 있었을까요... 덕분에 저 또한 자신감을 찾게 되었습니다!ㅎㅎ
무슨
“ 전쟁이 끝나면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 한다고, 끝에는 또다른 시작이 있는 법이라고 쉼보르스카는 말했지. 잊지 마. 네가 걸었던 길들을. 어떤 형태로든 스몄고 출렁일 테니. 이제 그만 징징거리고 빗자루를 들어. ”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87,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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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잊지마. 네가 걸었던 길들을. 어떤 형태로든 스몄고 출렁일 테니. 바로 내 안에서 말이지요.
@겨울매미 님처럼 자신감이 바닥을 칠 때 저는 종이에 적는 게 있는데요. 이게 좀 효과가 있습니다ㅎㅎ
'그동안 해왔던 것들은 어디 가지 않는다, 다 내 안에 있다'
이렇게 쓰고 나면 든든해지더라고요.
예전에 어느 작가 북토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내가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는 상상을 하자. 과거의 관점에서 지금의 나를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와 지금, 나의 무엇이 달라졌는지 회고해 보는 시간이. 스물의 나는 어땠지? 나의 처음은 어땠지? 지금의 나는 어떻지? 자신의 성장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것을 회고해보아야 한다.' 라고요. 어떤 작가였는지는 기억이 가물한데,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저에게 머물러 있습니다.
겨울매미
오... 저한테 너무나 힘이 되는 말씀을 해 주셨네요. @무슨 님의 글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스무 살의 제가 지금의 저(마흔 살의... 흐흐흐)를 만나면, '저 언니랑 친해지고 싶다, 저 언니한테 의지하고 싶다, 저 언니 편하고 든든하다.' 이렇게 느낄 거 같아서, 급 기분이 좋아졌어요.
자신감 떨어졌던 저에게 너무나 좋은 처방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스스로 힘을 내기 위해 기억하고 있던 이야기였을 뿐인데 @겨울매미 님께도 도움이 되었다니 무척 기쁩니다^^ 며칠 전 이 이야기를 남기고서, 그날 밤 자기 전에 '스물의 내가 어땠었지', 떠올리다 잠이 들었는데요. 꿈에 나오더라고요. 갓 대학에 입학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던 저의 모습이, 그 때의 에너지가.ㅎㅎ 자주 떠올려봐야겠어요.
무슨
꿈은 보여준다. 무엇이 아픈지. 누가 불편한지. 왜 놓여나지 못하는지. (...) 아무렴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 없다. 밤은 밤이고, 끝끝내 밤인 것을.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96,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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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꿈 이야기를 하니까, '시어서커' 파트에 있던 글이 생각나 수집해 봅니다.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애써 기억하려 합니다. 가끔씩은 꿈이 다음날 하루를 점쳐주기도 하는 것 같아서요. 기분 좋은 꿈을 꾸고난 날이면 '오늘은 좋은 일이 있으려나~' 하는 그런 마음 때문에.
아무렴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습니다. 좋은 꿈을 꾼다고 항상 좋은 일이 일어나진 않더라고요. 그랬던 날들을 떠올리며 읽으니 '밤은 밤이고, 끝끝내 밤' 이라는 말이 가슴이 훅 와닿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이 머릿속에서 나오는 걸까요?
무슨
“ 자신을 쪼개지 않고 어떻게 제 얼굴을 몸 밖으로 꺼내겠는가. 내가 나를 정말 그릴 수 있나.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가능할까.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요'이고, 자화상이라 이름 붙은 그림들은 사실상 실패의 기록이라는 생각이다. ”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100,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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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저도 과거.. 미대 입시 때문에 오랜 기간 소묘를 했거든요. 그 당시 제가 그린 석고상 얼굴은 매번 저를 닮아있었어요. 대학에 들어가 인체 소묘를 할 때도 분명 앞에 서있는 모델을 그렸는데 그림 속엔 내 모습이 보이고. 다른 친구들 그림도 찬찬히 보면 그들의 모습이 담겨있곤 했더란 말이지요. 물론 저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림엔 어쩔 수 없이 그린 사람이 담긴다고 생각합니다. ( @겨울매미 님은 어떠신가요?)
해서 저 부분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를 꼭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린 그림이어야 자화상일까?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면 곧 실패일까?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을 어떻게 쪼개야 진짜 내가 나오는 걸까?' 등의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문장을 곧이곧대로 해석한 탓도 있을 테지요. 하지만 자신을 반드시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내가 그린 그림에는 자연스레 스며나오는 내가 있을 것이기에, 그 자화상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를 담기만 해도 성공한 자화상일 것이다,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 부분을 읽으며 다들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겨울매미
우와 @무슨 님 미대 언니셨군요!!! 비전공자인 저로서는 부럽습니다.
‘자화상이라 이름 붙은 그림들은 사실상 실패의 기록이라는 생각이다.’
인상적이어서 저 역시 밑줄 그어 둔 문장인데요.
객관적으로 바라보아 그린 그림이 성공한 그림이라는 전제 하에 생각해 보면,
저의 생각엔 세상 모든 그림이 아름다운 실패의 기록이란 생각이 들어요.
@무슨 님 말씀대로 그림에는 그리는 이가 묻어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과연 완벽한 객관이란 존재할 수나 있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는 이의 시각과 냄새가 덕지덕지 묻은 지극히 주관적인 그림들, 얼마나 아름답고 처절한 그리고 고유한 실패인가요. 객관적이 되기를 아름답고 처절하고 고유한 방식으로 실패한 그림이 어쩌면 진짜 성공한 그림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무슨
저의 의견과 결국 같은 의견이지만 '아름다운' 실패의 기록(!)이라고 말 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아름답고 처절하지만 고유한 실패, 그것이 결국 성공한 그림! 실패했지만 실패가 아닌. @겨울매미 님 덕분에 또 이렇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실패'라는 단어가 가진 사전적 정의에 너무 얽매여 있었던 모양이에요.
무슨
너만 여기 있어. 너만 제자리라니까? 빠르게 앞서나간 사람들이 일으킨 흙먼지가, 시간과 감정의 더께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나의 옷은 더럽다. 씻고 싶고 빨고 싶다.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108,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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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오늘도 다른 서점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더러워진 내 옷을 씻고, 빨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겨울매미
헤헤, 저도 자주 느끼는 느낌이에요. 모두가 나를 앞서 달려가는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은 제게 우울과 함께 오곤 해요.
이제는 그럴 때 주문처럼 외워 봅니다. “생각보다 잘되고 있다. 모든 일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잘되고 있다.”
중요한 건 남과 다른 자신만의 고유함을 잃지 않는 일인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나는 남들보다 뒤처진 게 아니라 그들과 다른 나만의 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이죠.
무슨
인간이 살기 위해 많은 게 필요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 '그 사람' 하나만 있으면 인간은 살 수 있다. 견딜 수 있다.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p.151,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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