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리얼리즘> 함께 읽기

D-29
p123 "스피노자는 중독이 일탈적 상황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표준 상태. 이 인간 존재는 (자신들 및 세계의) 얼어붙은 이미지에 의해 습관적으로 반응적, 반복적 행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스피노자에 따르면 자유란 우리가 우리 행위의 실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때만, 우리를 취하게 만들고 도취시키는 '슬픔의 정념들'을 물리칠 때만 성취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추린 부분들을 다시 읽다가 니체의 '초인'과 '최후의 인간' 개념에 대해 찾아보고 왔어요.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방식 중 하나가 '소설 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셨잖아요. 자기 가치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니체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여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제시한 대안이(특히 관료주의에 관한 대안이) 대학 기관이라는 특수한 곳으로만 좁혀져 있어서 아쉬웠지만 실재와 현실의 균열을 경험한 사람들이 점점 더 그 틈을 벌려 가며 공모해 나가야 하는 거겠죠. 몸은 최후의 인간으로 남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정신은 초인의 방향을 향해 있어서 더 괴롭네요. 하하ㅠ 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라캉에게 실재는 모든 '현실'이 반드시 억압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은 바로 이러한 억압을 통해 구성된다. 실재는 재현할 수 없는 X, 겉으로 드러난 현실의 장내에 있는 균열과 비일관성 속에서만 엿볼 수 있는 어떤 외상적 공백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대항하는 한 가지 전략은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현실의 기저에 있는 실재(들)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5, 마크 피셔
기후 변화나 자원 고갈 위험은 억압되기보다는 오히려 광고나 마케팅에 통합되고 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5,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악착스레 정신 건강을 날씨 같은 자연적 사실인 양 취급한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제는 날씨도 정치경제적 효과만큼이나 자연적 사실이 아니다). 정말이지 쟁점은 질환들의 바로 그 평범함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7, 마크 피셔
관료주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가 변했으며, 이 새롭고 탈중심화된 형태를 통해 오히려 증식했다. 후기 자본주의에서 관료주의가 존속하고 있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존속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제시하는 그림과는 아주 다름을 시사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49, 마크 피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반성적 무기력. 이들은 사태가 나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사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또한 안다. 그런데 이런 '앎', 이런 반성성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수동적인 관찰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자기 충족적 예언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52, 마크 피셔
어디선가 우리나라의 출산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낮은 출산율을 무언가의 결여로 여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 대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선택을 한다던 말이 생각나네요. 무기력한 젊은 세대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언급되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그들의 수동성이 아니라 '자기충족적 예언'일 수 있겠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햄버거를 원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니체를 원한다. 이들은 그 소화하기 힘듦, 그 어려움이 곧 니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며 소비 체계의 논리는 이러한 오해를 부추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57, 마크 피셔
이 문장이 저에게도 새로운 인식을 주었습니다. 난독증이라고 자처하며 읽기 어려운 글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문장을 읽고 나서부터는 수영 전에 깊이 호흡하고 잠수하듯이 문장 속에 잠수해보려고 시도해보게 되더군요. 성인이 된 후라도 가르침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작은 가르침들이 얼마나 큰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엔터테인먼트-산업 복합체에 직면해 주체성이 파편화된 현상... 의미화 사슬의 붕괴와 더불어 라캉적 정신분열증은 순수한 물질적 기표들에 대한 경험, 달리 말하면 순수하고 서로 무관한 일련의 현재들에 대한 경험으로 환원된다" 50쪽 - 이 책이 전체적으로 예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이 부분 특히 완전 쇼츠 틱톡 얘기 아닌가요 ㅎ
글쓰기는 결코 자본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심오하게 반문자적이다. 전자 언어는 목소리나 글쓰기의 방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데이터 처리 과정은 그것 둘 없이 행해진다. 그러므로 성공한 수많은 사업가가 난독증인 것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그런데 이 사업가들의 포스트렉시아적 효율성은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인가 아니면 결과인가?)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61, 마크 피셔
즉 자본주의는 가족을(노동력을 재생산하고 돌보는 본질적인 수단으로, 무정부적인 사회경제 상황이 야기한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 방책으로) 요구하고 있다. 자신이(부모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만들고, 부부를 서로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주는 유일한 존재로 만들어 그들에게 참기 힘든 스트레스를 부과하면서) 가족을 침식해 가는 그 순간에 말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75, 마크 피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적대는 이제 외적으로 계급 블록 사이의 대결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즉 한 명의 노동자로서 옛 스타일의 계급 갈등에 관심이 있지만 또한 연기금에 가입한 자로서 자신의 투자 수익을 최대화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는 노동자의 심리학에 위치해 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79, 마크 피셔
자본주의는 다른 어떤 사회 체계에서도 전례가 없었을 정도로 사람들의 기분에 의존하고 그것을 재생산한다. 망상과 자기 확신이 없으면 자본주의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80, 마크 피셔
정신 질환의 화학-생물학화는 당연히 그것의 탈정치화로 이어지게 된다. 정신 질환을 개인의 화학-생물학적 문제로 간주하면 자본주의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게 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83, 마크 피셔
영화에서 체인점의 직원들은 "개성과 창조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일곱 개의 장식물"로 유니폼을 꾸미도록 요구받는다. ... 통제 사회는 이제 노동자들에게 생산뿐 아니라 정서도 요구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86, 마크 피셔
노동의 새로운 조직화에 대해 제기된 주장 중의 하나는 그것이 권력을 탈중심화한다는 것, 말하자면 조직에서 더 낮은 직급에 있는 사람에게 자기 활동을 통제할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한다는 것이다. ... 새로운 정보 체계는 고유 관리자들에게 그 조직에 대한 포괄적인 그림을 제공하는데, 이는 네트워크 속 어디에도 개인들이 숨을 공간이 거의 없게 만든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89, 마크 피셔
하지만 노동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애초에 정량화하기 힘든 노동 형태를 측정하려는 충동은 불가피하게 추가적인 관리 및 관료주의를 요구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91, 마크 피셔
자본주의가 '외피를 벗어 가는' 점진적인 경향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로' 있는 그대로의 자본-탐욕스럽고 냉담하며 비인간적인-의 정체를 점차적으로 폭로하는 일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자본주의에서 홍보, 브랜드, 광고 등이 야기한 '비신체적 변형'은 자본주의의 약탈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다양한 형태의 외피에 의존해야 함을 시사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p.99, 마크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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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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