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책방] '한국작가들' 함께 읽기 1탄. 인생의 역사_신형철

D-29
인간은 자신의 불행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견디느니 차라리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 헤매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인생의 역사(리커버) p. 43 마지막 단락 중, 신형철
'견디느니', '찾으려 헤매는 길'을 택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헤매는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어느 인생이 되는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문득 오두님은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헤매고 계신지 궁금해지네요 :)
새를 손으로 쥐는 일은, 내 손으로 새를 보호하는 일이면서, 내 손으로부터 새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내 삶을 지켜야 하고 나로부터도 내 삶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결국 아이의 삶을 보호하는 일이다. 아이를 보호할 사람를 보호하는 일이므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아이에게 가해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인생의 역사(리커버) p26, 신형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결국 아이에게 가해자가 될수 밖에 없다는 문장이 너무 인상깊어서 여러번 읽으며 마음에 새겼어요. 어쩜 문장을 이렇게 멋지게 쓰시는지!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욱 나를 사랑해 보겠다고 다짐하게 되네요.
저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먹먹해지는 부분이었어요.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필요로 하므로 스스로를 아껴야한다는 것. 최고입니다..
<인생의 역사> 프롤로그에서 소개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었기에 시처럼,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말해 준 누군가를 위해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것이 인생인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 이라는 <20년 후에, 지에게 - 최승자> 서평에서, ‘시인의 건강을 빈다. 부디 그의 가까운 곳에, 그를 다정히 안아주는 사람들이 많기를.’라는 신형철 작가의 평처럼 , 이제 내 곁에도 나를 말없이 다정히 안아주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라게 되었어요. 저는 인생이 아직도 많이 어렵습니다.
이 어려운 과정들을 겪고 나면 명료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1. 그러니까 인생은 이해할 수 없어서 불쌍한 것이다. 문제를 푸는 사람 자신이 문제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 수가 없는데 그렇다는걸 알면서도 계속 풀어야 하니까 더 불쌍한 것이다. 2.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예술이다. 시는 행과 연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 아래로 쌓여가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3.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사랑하는 동지들을 위해 나는 살아 있을 필요가 있는 존재다. 4.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자기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일이 됐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의무'가 되면 자신을 망가뜨릴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5. 그러니, 아, 내 사랑이여. 그대를 잘 돌보시길. 내가 나 위해서 아니라 그대 위해서 그러하듯이. 세심한 유모가 자기 아이 다칠까 노심초사하듯 나 역시 가슴에 그대 품고 소중히 간직하리니 ㅡ소네트23 부분. 소네트집 6. 새를 손으로 쥐는 일은, 내 손으로 새를 보호하는 일이면서, 내 손으로부터 새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내 삶을 지켜야 하고 나로부터도 내 삶을 지켜야 한다. 7. 미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으므로 미쳐서라도 견뎠을 것이다. 8. 신의 일방적인 발언을 이렇게 냉소한다. "쩌렁쩌렁 울리는 신의 말 때문에 욥의 침묵, 욥의 묵묵부답이 더욱 잘 들린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평결한다. "신은 정의롭지도 불의하지도 않다. 다만 무능할 뿐이다." 9. 신은 그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히 입증하는 증거 앞에서 오히려 신이 발명되고야 마는 역설. 가장 끔찍한 고통을 겪은 인간이 오히려 신 앞에서 무릎을 꿇기를 선택하는 아이러니.
엄청 열심히 문제를 풀어왔었는데 제가 풀수없는 문제여서 머리가 지끈거려 문제집을 덮어버렸어요 😆😆 인생 뭐 별거 있을까요? 잘 자고, 잘 먹고, 소소한 행복들이 있다면 그게 전부 아닐까싶어요.
인생은 매일매일을 충실하게 정성껏 사는게 다가 아닐까요 :) 정성껏 모인 매일이 아름다운 인생 전체가 되는 일.
언젠가 릴케는 문제의 묘석을 실제로 보았고, 거기 부조된 고대의 연인들(“절제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절제하는’ 사랑의 역설적 깊이를 보았다. 그가 말하는 ‘절제’란 사랑이 탕진되지 않도록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는 기술일 것이다. (...) 이제 그는 이렇게 말하기로 결심하는데 이를 제2비가의 결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살며시 어루만지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임을.” 사랑 따위 아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다. 격정으로서의 사랑이 덧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사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진실로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천사가 껴안으면 바스러질 뿐인 우리 불완전한 인간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그를 ‘살며시 어루만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사랑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 사랑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누구도 상대방에게 신이 될 수 없다. 그저 신의 빈자리가 될 수 있을 뿐.
인생의 역사(리커버) 2부 사랑의 면, <연인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 중, 신형철
읽는 내내 많은 문장들이 붙잡아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유난히 “사랑”에 관한 문구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빗방울까지 두려워해야 했던 사람’이라는 구절에서는 짐작은 했으나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랑을 떠올리고 곱씹을 수 있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인생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살아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는 중입니다.
읽는 내내 많은 문장이 붙잡았다는 말이 적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저도 정말 그랬어요!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어쩌자고 이런 것까지 모르는가. 왜 학교에서는 '슬픔학學'을 가르치지 않는가. 혼자 공부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런 벽에 부딪힌다.
인생의 역사(리커버) 48, 신형철
'그러나 누구도 시인들만큼 잘 묻기는 어렵다. 나는 그들로부터 질문하는 법을, 그 자세와 열도와 끈기를 배운다. 그것이 시를 읽는 한 가지 이유다. 인생은 질문하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P87' 마지막 문장에서 머리가 띵 했어요. 질문하는 만큼만 살아진다니... 여러번 곱씹어볼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이었어요. 질문하지 않는 인생은 무의미하죠. 내 삶에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지고 또 답을 찾아낼 것인지,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답을 찾아내는 그 과정이 곧 인생일테죠.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본 사람일수록 농도 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문장이 너무나 많네요 :)
맞아요 풀 수 없더라도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의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이 책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인생은 희로애락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슬픔에 대해서. 슬픔을 멀리 하고 이해하지 않으려는 이들을 멀리합니다. 슬픔을 공감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제 인생에 함께 했으면 합니다.
슬픔을 알고 깊이 느끼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 저도 생각해요.
p. 8 ...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 p. 25 ... 그대는 그대 자신을 위해 그대를 돌보면 되고, 나도 그대를 위해 나를 돌보면 된다. p. 36 ...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나는 내 뜻대로 안 된다. 너도 내 뜻대로 안 된다. 그러므로 인생은 우리 뜻대로 안 된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면, 그 이전 과는 사뭇 다른 눈으로 시를 읽고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제 돌을 갓 지났을 작가 분의 아이에게 작가는 자신을 마음 껏 이용해 줄 것을, 자신은 아이를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 시기를 조금 먼저 지나온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합니다. 조금 더 자란 아이들은 아빠가 필요하기도, 때로는 필요 없기도, 어느 순간에는 없는게 나을거 같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아이들의 생각이 영 잘못 되었다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더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찾아 떠나갑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때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내 곁을 떠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책임지고 돌보아야 합니다. 이제 나이가 좀 들고 나니, 주변의 친구들이 자의로 타의로 세상을 등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다지만, 아이들이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형편이 될 때까지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를 다짐하고, 아이들에게 짐이 되거나, 떠나가는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 인생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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