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오군란 이후 갑신정변을 거친 시기에 나타난 일본 대외정책론의 제 양상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문헌이 1887년 나카에 초민이 저술한 『삼취인경륜문답』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양학신사, 호걸군, 남해선생 등 3명의 등장인물이 각각 술에 얼근하게 취한 상태에서 일본을 둘러싼 대뇌외 정세를 분석하고 향후의 대외전략을 논하는 스토리로 구성되었다. (p.103)
나카에 초민의 이 인상적인 책에 등장하는 3명의 인물은 당대 정치세력들의 국가전략론과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학신사는 서구 국가들과의 대응한 조약 개정을 추진하면서 서양 법제의 수용 등에 힘쓰던 이노우에 가오루 외무대신 등을 표상하고 있고, 호걸군은 야마가타 아리토모나 민권파 계열 국권확장론자들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청국 등과의 평화전략을 제시한 남해선생은 아시아 연대론자들을 연상시킨다. 요컨대 나카에 초민의 이 책은 1880년대 후반 시점에 존재하던 일본 대외정책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1880년대 후반에 일본에는 호걸군과 같은 군비증강론자와 대륙진출론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점차 증대되어갔다. (p.105) ”
『제국 일본의 전쟁 1868-1945』 제3장 1880년대 일본 국가전략의 확장 과 대외정책, 박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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