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혼자 읽기

D-29
질베르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1958)에서 노동으로 환원될 수 없는 기술의 본래적 모습을 밝혀 낸다. 그에 따르면, ‘기술’이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관계 맺는 근본적인 존재 방식이다. 마이크로폰이 입력된 약한 음성신호를 크게 증폭하여 출력함으로써 강연자와 청중을 연결하듯이, 기술적 대상은 다양한 종류의 입력 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출력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능을 통해 이질적인 것들을 서로 관계 짓고 소통시키는 매개 역할을 한다. 인간은 항상 이러한 기술적 대상들과 더불어 기술적 대상들이 매개하는 세계 안에서 살아간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시몽동은 ‘노동’을 이런 기술의 발전 과정 중 특정 시기에 두드러졌던 하나의 양상으로 축소한다. 기술 발달이 아직 연장이나 도구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기술적 대상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없었을 때, 그래서 인간이 직접 들고 움직이며 그것들에게 동력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을 때 하던 활동을 노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화된 기계들이 인간의 노동력 없이도 스스로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인간이 굳이 그런 노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시몽동은 노동보다 더 근본적이고 노동 자체를 포괄하는 더 큰 범주가 기술적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망치든 스마트폰이든 모든 수준에서 기술적 대상들을 발명하고 수리하고 개선하고 관리하는 활동의 총체가 바로 기술적 활동이다. 기술적 활동은 기계들을 사용하는 노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계들의 작동 방식 및 기계들이 다른 기계들과 맺는 관계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이해, 기계들의 작동에 요구되는 자연적ㆍ기술적ㆍ인간적 조건들에 대한 다각적 인식 등 상당한 범위에서 앎의 능력도 포함하는 것이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따라서 시몽동은 자동화된 기계들이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인간 소외의 원인이라고 보지 않는다. 산업혁명 시기, 기계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기계들을 부수었던 러다이트 운동(1811)도 사실은 노동 패러다임에 갇혀 있던 인간이, 기술의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발전한 기술적 대상들과의 적합한 관계 방식을 찾지 못해서 일어난 사건으로 그는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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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자신의 연장들을 손에 쥐고 작업할 때, 즉 노동할 때, 느꼈던 인간과 기술적 대상 사이의 일체감은 그 연장들이 자동화된 기계로 발전하게 되자 부서진다. 마치 심리생리학적으로 연속적이었던 내 품 안의 자식이 다 자란 성인이 되어 자립하게 되었을 때 부모들이 느끼는 서운함처럼, 자신의 손을 떠난 자동기계들 앞에서 인간은 소외감을 느낀다. 이런 소외감은 기술적 대상들을 생산수단으로 소유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된 자식과 부모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자동화된 기계들과 인간도 다른 방식의 관계로 부서진 연속성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 소외의 문제는 기술의 자동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성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인간과 기술의 적합한 관계 방식을 찾아내는 것에 그 해법이 있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고용은 끝났다, 일이여 오라!』(2015)에서 노동으로부터 ‘고용’과 ‘일’을 구분한다. 통상 노동은 보수와 상관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의미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 일의 가치를 임금으로 계산해야 하는 ‘고용’의 현실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과 ‘고용’은 엄연히 다르다. ‘일’이라는 것은 보수를 받든 안 받든 나의 고유성과 독특성을 실현하는 활동이면서, 동시에 나의 활동을 통해 내 주변의 동료들이나 일반 시민들과 같은 다른 사람들의 고유한 삶을 실현하는 데도 이바지할 수 있는 활동을 말한다. 반면 ‘고용’은 단지 노동자들이 급여를 받는 활동일 뿐이다. 고용을 통해서 진정한 일을 실현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현대인들 대부분이 돈을 벌기 위해 고용되어 하는 일과 돈이 되지 않는 진짜 자기 일을 구분하고 있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스티글레르의 진단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노동 중심 사회를 넘어서 고용 중심 사회로 이행했다. ‘인간은 모름지기 노동을 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에서 ‘인간은 고용이 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노동에 담긴 순수한 ‘일’의 의미마저 해체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용 중심 사회는 완전 고용을 통해 모두에게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보장해 주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모두를 프롤레타리아화하면서 궁핍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소비 동물이 된 현대인들은 각자의 개성과 고유한 욕망에 따라 자신과 타인의 삶에 기여하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 산업화된 자본과 매스미디어에 의해 충동화된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용된 노동을 할 뿐이다. 고용된 노동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관심도 이해도 없는 아이히만과 같은 ‘무사유 노동자’를 양산하며 ‘무관심의 경제’를 구축한다. 무관심의 경제란 경제 주체인 개인들이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고 공동체로부터의 보호나 관심도 전혀 기대하지 않는, 한마디로 ‘각자 도생’의 경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소비 자본주의와 결합된 디지털 자동화 기술은 사용자 맞춤형 광고 기법과 행위 유발형 마케팅으로 우리 모두를 아무 생각 없는 자가 소비 기계로 만들고 있다. 내 정보로 데이터를 만들고 그 데이터를 다시 내가 소비하는 네트워크 시스템 안에서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기능적 요소에 불과한 존재. 스티글레르는 이런 자동화 사회의 지배원리를 ‘알고리즘 통치성’이라고 부른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고용이 사라지고 임금노동이 불가능해진다면 어떻게 돈을 분배할 것인가? 스티글레르는 실업을 없애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 바로 고용을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향후 10년 내에 냉혹하게 불어닥칠 고용 한파야말로 ‘무관심의 경제’에서 ‘기여경제’로 경제체제를 바꾸어야 할 필연성을 뒷받침해 준다고 본다. 사용가치나 교환가치보다 실용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실용가치’는 시장에서 일회적인 상품으로 소비되는 ‘노동’ 생산물에 붙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유되고 확산되고 계승되면서 더 나은 가치들을 창출할 수 있는 ‘일’의 생산물에 붙는 것이다. ‘무관심의 경제’가 경쟁과 소비를 가속화하고 냉혹한 자본 논리 외에 나와 타인의 삶에 대한 어떠한 관심도 없는 체제라면, ‘기여경제’는 자신의 앎을 나누고 그 혜택을 함께 누리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체제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기여경제 안에서는 고용과 임금노동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실용가치를 창출하는 일과 기여소득으로 살아간다. ‘기여소득’은 실용가치를 창출하는 일, 즉 자신의 잠재성을 실현하여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앎의 형태를 발명하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소득이다. 가령 프리웨어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그 사용과 연구, 수정, 복제, 배포가 기술적,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소프트웨어다. 이 개방된 소프트웨어는 모든 사람들의 기여에 의해 지속 보완됨으로써 사용자 모두의 앎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런 프리웨어 개발자들에게 또는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는 비정규직 예술인들에게 기여소득 지급이 가능할 것이다. 기여소득은 임금이나 실업 수당이 아닌 방식으로, 다시 말해 고용이 아닌 일의 관점에서 부를 분배하는 방식이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6장 기본소득: 고용 없는 노동과 일의 재발명〉 (김재희), 신상규 외 지음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이 도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역으로 주목받는 분야가 영상 판독이다. 이를테면 소장에 있는 용종polyps은 암으로 발전하기 전에 일찍이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이런 일을 하려면 수많은 환자들의 영상 사진에서 용종을 찾아 표식을 하고 입력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 일을 인간이 하고 있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이른바 콘텐츠 조정이라고 불리는 일도 인간이 인공지능을 도와주는 또 다른 사례다. 우리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과 포털 등을 많이 보지만 유해한 콘텐츠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포르노그래피, 아동학대, 살인, 자살, 폭력, 욕설, 증오 발언, 인종차별주의, 동성애 혐오, 주류 판매 등 온갖 유해한 종류의 콘텐츠들이 있지만, 짐작하는 것만큼 자주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도 누군가가 사전에 걸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인공지능이 영상과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필터링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일은 인공지능이 수행하기 어렵다. 무엇이 가치 있는 콘텐츠이고 무엇이 걸러야 할 콘텐츠인지 구분해 내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기 위해 끔찍한 살해 현장을 찍은 동영상들이 수시로 소셜미디어에 올라온다. 이 콘텐츠가 공익적 목적인지 아니면 단순히 주목받기 위한 시도인지 인공지능이 평가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일은 인간의 몫이다. 인간노동자가 직접 콘텐츠를 보고 포르노그래피인지 혹은 끔찍한 폭력 영상인지 평가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서 불쾌한 경험을 그나마 피할 수 있는 이유는 인공지능을 대신해 유해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거하는 숨은 인간노동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커튼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인간들이 인공지능의 모자란 능력을 채워 주며 인공지능의 일을 부지런히 도와주고 있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이 크라우드 워크를 수행하는 기업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AMT)’다. 아마존은 거대 기술 기업으로서 데이터 처리 업무를 외주로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업무를 중개하는 기업을 세웠다. AMT는 데이터 레이블링과 같은 단순 반복적이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을 수행할 노동자와 이런 종류의 일을 외부에 맡기고 싶은 기업 및 개발자 들을 서로 연결해 준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이런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는 어떤 이들일까? 이미지 레이블링 한 개당 고작 몇 센트의 보수를 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이런 일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다. 부업으로 일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를 주 소득원으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로 저소득층 노동자나 주부 혹은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이들이다. 장애를 갖고 있거나 가족을 돌봐야 해서 외출할 수 없는 이들, 혹은 공부를 하고 있어 정규 시간에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이다. 온라인으로 노동력이 중개되는 이 업무에 총 40여 개국의 노동자들이 참여하는데, 주로 저개발국가의 노동자들이 대다수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이들의 실상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는 없지만, 국제노동기구의 한 조사에 따르면 AMT에서 데이터 처리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은 평균 시간당 4.43달러를 벌었다. 그나마 미국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4.7달러를 번 반면, 아프리카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이들의 시간당 임금은 고작 1.33달러에 그쳤다. 하루 8시간 일한다고 이 돈의 8배를 버는 것도 아닌데, 그중 상당한 시간은 적합한 업무를 검색하거나 업무 수행 자격이 되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테스트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루 종일 일하고 8~10달러를 버는 경우가 많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기술발전으로 인간이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내러티브는 경계해야 한다. 기술발전은 거역할 수 없는 것이고, 인간이 쓸모없어지는 것 또한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쓸모없음을 정해진 미래처럼 만드는 것이다. 인간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은 이제 기술발전의 필연적 결과일 뿐이니 순순히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기술의 오랜 역사가 보여주듯이, 사실 기술발전은 하나의 결과를 지시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지하고 설계하느냐에 따라 기술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때로는 기술의 경로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7장 마이크로워크: AI 뒤에 숨은 인간, 불평등의 알고리즘〉 (하대청), 신상규 외 지음
지구 생태계의 혼란을 벗어나 우주로 도피하려는 영화 속 계획이 실제로 추진 중이라고 한다. ‘페르세포네 프로젝트’는 “지구가 기후 변화나 핵전쟁, 생물전으로 인해 인간에게 쓸모없는 지대가 될 경우를 대비해 인간 문명을 보존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한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인류세』의 저자인 사회학자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렇게 반문한다. “왜 우리가 인간 문명을 보존해야 한단 말인가? …… 문명을 태동시킨 자연 조건을 지켜 내지 못한다면, 그 문명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8장 인류세: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송은주), 신상규 외 지음
이렇게 ‘선한 인류세’가 가능하다고 낙관하는 이들이 에코모더니스트ecomodernist이다. 그중 대표적 인물인 얼 엘리스Erle C. Ellis는 역사적으로 인간이 자연 체계를 변화시켜 왔지만 지구는 늘 그러한 변화를 잘 수용하여 더욱 생산적으로 변모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역학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지구는 인간의 지식과 기술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이를 잘 사용하기만 한다면 인류세는 위기가 아니라 인류를 도약하게 하는 위대한 지질연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8장 인류세: ‘인간’이 만든 인류의 곤경〉 (송은주), 신상규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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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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