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을 쓰는 정진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신문기자로 일하던 지난 2011년 <도화촌기행>이라는 장편소설로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는 표현이 조금 민망합니다.
이후 7년 동안 아무런 작품도 내지 못했거든요.
상을 받으면 출판사 여기저기서 새로운 작품을 써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더라고요.
기자로 일하느라 바쁘기도 했고요.
2018년에 언론조직의 부조리를 다룬 두 번째 장편소설 <침묵주의보>를 겨우 출간했으나, 역시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다니던 언론사까지 퇴사하며 고심해 쓴 작품이 시장에서 철저히 묻히는 모습을 보고 소설을 그만 써야겠다며 낙담했었죠.
다시 다른 언론사에 조용히 입사해 기자로 일하던 중 뜬금없이 <침묵주의보>가 <허쉬>라는 드라마로 제작돼 부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20년 초에 11년 기자 경력을 정리하고 전업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퇴사 후 지금까지 장편소설 <젠가> <다시, 밸런타인데이>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산문집 <안주잡설> 등의 단독 저서를 비롯해 여러 공저를 내놓았습니다.
그중 원전비리를 다룬 <젠가>는 <침묵주의보>처럼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현재 5월 출간을 목표로 새 장편소설 <정치인>을 쓰고 있습니다. <정치인>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제가 직접 각본 집필에도 참여합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올 연말에는 첫 소설집도 나올 듯합니다.
장강명 작가와 더불어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인생책 소개
붓다가 입적한 지 석 달 후, 마가다국의 서울 라자가하에 제자들이 모여 몇 달에 걸쳐 스승이 남긴 가르침을 모았습니다.
<아함경>은 당시에 모은 가르침을 담은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입니다.
붓다의 입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만들어진 경전인 만큼 붓다의 인간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실제 경전은 방대한 분량이어서 일반 독자가 이해하며 읽기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일본의 불교학자인 마스타니 후미오가 동명의 불교 경전의 교리를 알기 쉽게 풀이해 독자의 이해를 보탭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붓다는 대단히 논리적이면서도 명쾌한 인물입니다.
이 책 속의 붓다는 극락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내세를 확신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현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논리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한 종교 경전의 해설서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철학 서적이나 깊이 있는 산문을 읽는다고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인생책 5문5답] 6. 정진영 작가
D-29
정진영
도우리
Q2
이 책이 인생책인 이유에 관해 조금 더 듣고 싶어요.
정진영
이 책의 핵심은 연기론에 관한 설명입니다.
이를 요약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소멸하므로 일체는 무상하다"와 "무상한 것을 향한 집착이 분노와 무지, 어리석음을 불러오고 삶에 고통을 준다"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붓다의 가르침을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므로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는 허무주의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연기론에 따르면 모든 존재와 현상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세상에 저 홀로 독립한 존재란 없다는 거죠.
붓다는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마음을 다스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채찍질에 가까운 가르침입니다.
인과의 법칙을 다루는 연기론의 가르침은 '아궁이에 불을 때면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말처럼 지극히 당연하게 들립니다.
그 당연한 가르침이 힘들었던 시절에 큰 위로가 됐습니다.
지난 일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줬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책은 '일단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게 했고,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소설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쓴 소설이 <아함경>을 제가 소화한 대로 풀어낸 <도화촌기행>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그로부터 몇 년 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받으며 데뷔작이 됐고요.
도우리
Q3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신 거예요?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와 사연이 궁금합니다.
정진영
제 20대 말은 어머니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오랜 첫사랑도 내 곁을 떠나고,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아무것도 이룰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왜 시련이 일시불로 찾아오는지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저는 휴학을 밥 먹듯이 해 나이 서른을 앞두고도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졸업 학기 수업을 대부분 인문대에서 수강했는데, 그때 수강한 과목 중 하나가 불교와 관련 교양 수업이었습니다.
<아함경>은 그때 만난 책입니다.
인과의 법칙을 다루는 연기론의 가르침은 '아궁이에 불을 때면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말처럼 지극히 당연하게 들립니다.
그 당연한 가르침이 그때 제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지난 일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줬기 때문이죠.
이 책은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책은 '일단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게 했고,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소설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쓴 소설이 <아함경>을 제가 소화한 대로 풀어낸 <도화촌기행>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그로부터 몇 년 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받으며 데뷔작이 됐고요.
도우리
Q4
이 책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어떤 분들께 추천하시겠어요?
정진영
인생이 왜 이렇게 풀리지 않는지 고민하는 분께 강력하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 데뷔작인 <도화촌기행>은 언론사에 취직하기 전에 써서 수십여 출판사에 투고했다가 거절당한 작품입니다.
저는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북한산에 있는 한 사찰에 들어가 반년 동안 그 소설을 썼습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되니까 깔끔하게 포기하고 체념하게 되더라고요.
'체념'이라는 단어가 불교에서 왔다는 걸 아시나요?
저는 <아함경>을 읽고 그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체념은 희망을 버리고 단념한다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한자를 살펴보면 의미가 묘합니다.
체념은 살피다를 의미하는 ‘체(諦)’와 생각을 의미하는 ‘념(念)’을 합친 말입니다.
한자를 살펴보면 '생각을 살피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체념은 우리가 사용하는 체념과 달리 자신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우리는 지난 일을 후회할 때 보통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더 후회합니다.
그때 조금 더 해볼 걸, 그때 조금 더 해볼 걸.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되면 의외로 깔끔하게 포기가 돼요.
이건 내 노력으로 안 되는 거라고 마음 속 깊이 인정하게 돼요.
지금 이게 안 된다고 다른 것까지 안 되는 게 아니거든요.
끝까지 밀어붙였는데도 안 되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돌릴 수가 있어요.
그런데 어설프게 노력하면 끝까지 후회로 미련으로 남아요.
<도화촌기행>을 썼을 때 정말 후회 없이 쏟아부었기 때문에,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당하니 순순히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글로 먹고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며 찾은 길이 언론사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기자로 일하며 밥벌이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소설도 몇 년 후 운때를 만나 저를 작가로 만들어줬습니다.
<아함경>을 접하지 않았다면 저는 풀리지 않는 인생에 절망만 하며 다른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붓다의 가르침과 사상을 쉽고 재미있게 접해볼 수 있게 합니다.
불교를 믿지 않아도, 붓다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삶에 기준이 될만한 내용이 많은 책입니다.
도우리
Q5
마지막으로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해 주세요.
정진영
“대왕이시여, 저에게는 저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는 듯 생각됩니다.”
제가 3년 전 퇴사할 때, 아무도 저를 나가라고 떠밀지 않았습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도 괜찮았고, 심지어 기자로 일하며 오랫동안 선망했던 문학기자 자리까지 꿰차고 있었습니다.
모든 게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고 느낀 그때, 2019년 봄 문학기자로서 첫 인터뷰로 만난 윤고은 작가의 질문 앞에서 저는 길을 잃었습니다.
“기자님도 소설 쓰시죠?”
저는 당시 ‘찐’ 무명작가였습니다.
데뷔작 <도화촌기행>은 시장과 문단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묻혔고, 7년이나 흐른 뒤 겨우 출간한 <침묵주의보>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자괴감을 더 느끼고 싶지 않았던 저는 소설을 그만 써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윤 작가의 질문은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바를 살피는 계기가 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제 안에선 소설가라는 자아가 기자라는 자아보다 커졌습니다.
사직서를 내고 소설 쓰기에 집중하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밥이 문제였죠. 때 되면 나오는 월급을 포기하고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삶으로 뛰어들 엄두가 나질 않았으니까요.
저는 다시 <아함경>을 펼쳐 읽다가 파세나디 왕과 마리카 왕비의 문답에 주목했습니다.
그곳에서 고민을 풀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저는 직장이란 울타리 밖에서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습니다.
심지어 즐겁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길이 잔가지를 치는 모습이 흥미롭고요.
저를 후순위로 미뤄두고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면 몰랐을 험난하지만 매력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셨으면 합니다.
도우리
[인생책 5문5답] 인터뷰에 함께 해 주셔서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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