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읽기클럽)3.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D-29
<종이동물원>으로 잘 알려진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 켄 리우의 신작 소설집입니다. 기발한 상상과 유려한 문체가 매력적인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모임은 좀 짧게 20일로 셋팅했습니다.
이 소설 작가 켄 리우의 전작 소설집인데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종이 동물원SF에서부터 환상문학, 하드보일드, 대체 역사, 전기 소설에 이르기까지 켄 리우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품집 『종이 동물원』. 총 14편의 중단편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2017년 로커스 상 최우수 선집상을 수상하였다.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일반 대중이 누구나 실생활에서 생각해 볼 만한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인 아버지가 결혼 정보 카탈로그를 보고 선택한 여성이었던 잭의 어머니. 영어를 할 줄 아는 홍콩 출신이라고
저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에요. 독후감을 찾아보니 20년 1월에 읽었네요. 반가운 마음에 공유합니다. ^^ ----------------- 첫 번째로 실린 것은 표제작 ‘종이동물원’ 복잡하지 않은 구성이 오히려 담백하니 좋았다. ‘즐거운 사냥을 하길’ 에서는 현대판 구미호가 최첨단 도시 홍콩을 누비는 재미가 있다. ‘상태 변화’ 라는 제목은 처음에 무슨 뜻일까 싶었는데 읽고 나니 아이디어가 참 귀여운 소품. ‘파자점술사’ 역시 제목만 들어서는 당최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는 이야기였는데 읽는 중에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었다. ‘레귤러’ 는 중년 여자 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러물.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 아주 영리하게 느껴졌다. 극 중 ‘레귤러’ 라는 장치는 테드 창의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에 등장하는 장치 ‘칼리’ 가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모노노아와레’ 중국, 대만에 이어 일본까지 노리는 작가의 야심이 돋보인다. 어차피 머리 검은 동양인인데 다 내 나와바리다 싶은…한국 관련 이야기도 곧 쓰지 않으실까 싶음. 대략 인상적인 작품들은 이 정도지만 나머지 대부분 작품이 모두 준수하다. 즐거운 SF 소설 읽기 시간이었다.
@고쿠라29 넷플릭스 연작 웹드라마 '러브, 데스 + 로봇'에서 「즐거운 사냥을 하길」을 원작으로 '굿 헌팅'이라는 에피소드를 만들었는데 볼 만했어요 영문학 전공 프로그래머이자 변호사인 켄 리우와, 물리학과 컴퓨터공학 전공 테드 창은 둘 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했던 SF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사전 주문하신 분이 계셔서 책방에 모셔두었는데, 저도 읽고 싶어집니다 ^^
책을 미리 읽지 못 했지만, 오늘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보려고 합니다.
@강희누나 님 반갑습니다. 이제 책동무가 생겼으니 오늘부터 모임이 시작이네요. 저는 앞의 두 편을 읽었는데 요즘 많은 논란이 있는 AI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기계는 얼마나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것부터 인간이 하기 싫은 내지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기계를 고안했는데 결국 기계가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는 걸까? 뭐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게 되실지 궁금하네요. 소감을 기다려보겠습니다.^^
당시 작가 켄 리우 프로필은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 1976년 중국 서북부 간쑤 성의 란저우 시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하버드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 후 하버드 법학 전문 대학원을 졸업,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7년간 일했다. ---------- 바야흐로 이 시대가 원하는 문이과 통합천재형. 세상에서 멋있는 건 혼자 다 하는 스펙 좋은 남자. 혹시 얼굴이라도 못생겼나 싶어 구글로 찾아봤는데 외모까지 준수하시더군요. 참 질투 나는 인생을 살고 계신 분. 옆에 있으면 좌절감 느껴지는 인간상일 듯 합니다. 제2의 테드 창을 꿈꾸며 쓴 소설들이겠구만 이라고 처음부터 색안경을 쓰고 '종이 동물원'을 펼쳤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미래가 기대되는 작가라고 당시에도 적어 놓았네요.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도 매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수북강녕 @고쿠라29 테드 창과 비슷하게 느껴지죠. 저도 '러브....' 그 애니메이션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다들 취향이 비슷한 걸까요? ㅎㅎ
<집사부일체>의 오늘 토론 '트롤리 딜레마'는 첫 번째 단편 <루프속에서>를 떠올리게 하네요.
오늘은 출근길에 <우수리 불곰>을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시대와 기술과 사실과 환상의 불일치한 조화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매력에 빠져 휘리릭 단숨에 넘어갔네요. 곰사람은 자연에 대한 은유 같기도 하고, 지난 3년 우리를 괴롭혔던 무서운 전염병도 떠오르게 했습니다. 끝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그로 인해 파멸의 댓가를 치르고 그래도 또 다시 반복된다는? 뭐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니까요...ㅎㅎ
<1비트짜리 오류>를 펼치자마자 한 문장이 가슴에 와 박혔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하나하나의 이름을 두 번 정의한다는. 한 번은 앞 날에 대한 기대로 한 번은 지난 날의 요약으로. 이래서 켄 리우^^
<그 짐은 영원히 그대 어깨 위에> 는 약간 위트가 있다고 해야하나요? 먼 미래의 고고학자들이 루나라는 지구 유적을 탐사하면서 생긴 일이 모티프인데 명성을 지키려 진실의 가능성을 외면하는 학자의 모습이 제목에 있는 짐을 가리키는 중의적인 의미일까요?
순서대로 읽을까,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는 순서대로 읽을까를 고민하다 첫 작품은 그래도 소설집의 첫 이야기 <루프 속에서>로 골랐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지 않는 전쟁은 어쩌면 사람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고 서로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대신 그 싸움을 하게 해 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행위의 주체를 무엇으로 포장하든 결국 그 마지막의 마지막은 사람이 남는 거였네요. 흐릿한 렌즈로 전장을 누비는 드론 뒤에는 순간적으로 무서운 판단을 했어야 했던 그로 인해 결국 자신의 삶도 놓아 버린 카이라의 아빠가 있었고, 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알고리즘 뒤에는 카이라가 있었으니까요. 기술이 발전한다고, 우리의 삶은 나아질 거라고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우리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 그 자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희누나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죽일 사람을 고르고 결정하고 결국 그 결정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것이 끔찍했어요. 소설 마지막이 그래서 더 무서웠고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느 전쟁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터에서 기계가 사람을 대리해 사람을 공격하고 싸움을 이어나가면서, 이게 첨단이라고 위안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것이 참 아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기계 뒤에 숨는다고 숨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강희누나 절대 공감합니다.^^ 오늘은 <장거리 화물 비행선>에 나오는 소동파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찾다가 등려군의 목소리로 부근 '단원인장구'를 들었어요. 원래 좋아하는 가수인데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또 다른 노래를 알게 되니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가수는 중국 사람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가인인가 봐요.
햇살 좋은 날 다소 이질적인 작품이지만, <우수리 불곰>을 읽으며 황량한 벌판에 저 스스로를 던져놓고 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시대와 이야기의 ‘기술력(?)’이 다소 이질적이라 오히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연 인류가 과연 제국주의 시대를 넘어서긴 한 것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인류는 시대의 강을 건너온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결국 역사는 그대로 쌓여 그 시대를 온전히 버린 것은 아닐지도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시선에서는 복수해야 할 대상이었던 ‘곰’이 그 이전에 사람의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희생당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하며 인류가 지구상에 저지르고 있는 수많은 범죄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네요.
@강희누나 시대배경과 이질적인 기술력이라는 표현에 동감합니다. 아직 <북두>를 안 읽으셨을까요? <우수리불곰>과 <북두>가 다 동북아시아 역사 배경이고, 특히 <북두>는 임진왜란이 배경이다 보니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먼 역사를 현대적인 기술과 섞어 묘사한 점은 비슷하고요. 저는 <북두> 중에 잠깐 나오는 정화원정대 이야기를 읽으며 <1434>라는 오래 전에 읽었던 책도 떠올랐습니다. 왜 명나라가 그런 문물을 가지고도 몰락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소설 속에서 만력제가 대답하네요. 물론 뭐가 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1434: 중국의 정화 대함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을 지피다이 책에서 15세기 중국 함대의 유럽 방문이 르네상스를 촉발했다는 흥미진진한 증거를 제시하며 역사를 재해석한다. 역사 교과서에서는 르네상스를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적인 사상과 이상의 재발견에 따른 결과로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1434년에 중국이 유럽의 르네상스를 불러일으켰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그에 따르면, 1434년 이후 유럽인들은 중국의 지적 자산, 새로운 발견, 발명품 등을 받아들였고, 그것은 오늘날 서구 문명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었다고 말
이 땅의 시각에서, 여기서 배운 역사로 알고 있던 시대의 이야기를 다른 땅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재미있었습니다. 당시 그 전쟁이 조선뿐만 아니라 조선을 지척에 두고 있는 ‘명’도 당사자였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하네요. 물론 이 이야기 역시도 시간이 존재하는 곳과 이야기를 아우르는 기술이 존재하는 곳의 이질감이 재미를 더하는 것 같았습니다. <루프 속에서>에서 전쟁의 당사자일 사람을 지키기 위한, 사람 앞에 내세우기 위한 기술 뒤에도 결국 사람이 있어 그 책임은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과는 또 다른 결로 기술의 이야기를 다루는 면도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소설집의 제목 <신들은 죽임 당하지 않을 것이다>을 가진 소설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신 '신들은...'으로 시작하는 세 편의 소설이 포스트 휴먼 3부작으로 실려 있더군요. 목줄을 차지 않고, 순순히 죽지 않고, 헛되이 죽지 않을 신이된 기계 혹은 기계가 된 인간의 이야기가 결국은 이 소설집의 핵심인가 봅니다. 재미있게 읽었도 앞으로도 이 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여러 분들과 나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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