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9. 도박사 2탄, 악령@수북강녕

D-29
역시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의 도박판은 멋졌습니다. 혼자라면 도저히 힘든 산이었어요. 후시딘님께서 <악령>은 스토리보다는 너무나 개성적인 인물들의 군상이 가득한 대작이라고 하셨는데 항상 스토리 위주로 읽어나가던 습관이 있었는데 <악령>을 다시 읽는다면 각각의 인물들 위주로 살펴봐야 겠습니다. (역시 함께여서 맛있게 읽는법을 배웠습니다.) <악령>에서 다샤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수은등님께서 <두 도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저도 프랑스 대혁명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 다음에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고 저장해 두었답니다. (역시 맛있는 책은 함께 공유하는 맛이있지요) 표트르가 가장 드러난 악인이지만 악의 시초는 스타브로긴에서 시작되고 이를 위로위로 가면 바르바라로 올라가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수북강녕님의 여러 시선들로 단편적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을 여러 부분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미스터리 인물인 스타브로긴에 대한 이야기로 여러 관점에서 나왔는데 티혼신부와의 대화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면이 살짝 엿보였지만 역시나 아무런 감정이 없어 여러 기행들을 일삼은 것이 아닌가 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가장 일찍 <악령>의 고지를 넘으신 스마일님의 추천도서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도 어떤 이야기로 또다시 이끌지 궁금하더라고요. 전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는 동안에 머릿속을 계속 남았던 것들은 <악령>이 '정치팸플릿'으로 쓰여졌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일까라는 것이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독실한 신자로 무신론자나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반대하여 이들을 표방하는 '5인조'를 통해 이들의 무력함 또는 허망함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했는데 저는 반 공산주의의 개념보다는 현실에 좀더 적용가능한 정치적 지혜를 얻고 싶었는데 그 부분은 제게 좀 부족했었습니다. 그리고 <악령1>에서 나오는 섬뜩한 '루가의 복음서'8장 32-36절의 호수로 뛰어드는 돼지떼와 악령은 누구인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악령을 허무주의와 함께 나타나는 무신론과 사회주의들일 수 있지만 오늘날 우리의 악령과 악령에 씌인 돼지떼는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매 시대마다 그 대상은 좀 달라질 수 있겠죠? 앞으로 허무주의와 권태에 빠진 스타브로긴은 점점 더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좀 끔찍한 상상도 오갔습니다. 아무래도 예전의 봉건제와 같은 극심한 빈부격차가 나날이 등장하니까요. 전 어제도 말했지만 스타브로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석영중 교수님의 <도스토옙스키, 깊이읽기>에 나오는 <권태라는 이름의 악>이라는 장이 참 와닿았습니다. 부족함이 없는 스타브로긴은 권태에 빠져 이를 깨뜨리는 행동으로 여러 기행들과 살인에 일조를 하게 되는데 앞으로도 부족함없는 누군가가 아무런 감정없이 이러한 일들을 자행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방조하지 않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 답답해지더라구요. 어제 진공상태5님의 내가 가장 경계하는 감정, <악령>을 집중하며 읽을 수 없게 만드는 내가 똑바로 볼 수 없는 심연같은 나의 어떤 모습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는 대답을 못했지만 계속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더라구요. 악령은 아니지만 이번에 읽은 정지아 작가님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중에서 작가님의 말이 와닿았습니다. p266 '친구들은 나를 반성주의자 또는 성장애주의자라고 부른다.' '나의 비극은 내 부모가 빨치산이라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내 비극의 출발점이었다.' <악령>에서 와닿는 인물들은 감상적인 옛구시대 지식인 스테판 트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키, 추상적 모호한 관념에 사로잡힌 알렉세이 닐로비치 키릴로프, 농노의 자식이지만 가슴이 뜨거운 지식인 샤토프입니다. 머리 속에 수많은 허상적 관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슴으로 내려와 실천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좋겠지요. 그믐밤마다 멋진 공간과 멋진 이야기들을 제공하시는 그믐과 수북강녕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악령>을 너무나 잘 이끌어주신 쓰힘세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려요. 벛꽃 가득한 계절에 친절한 답변들도 항상 달려주시고 감사합니다. 어제 함께 해주신 스마일님, 작은기적님, 수은등님도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함께 읽고 나누며 동지애를 느꼈습니다^^
그믐 밤에 무거운 고전을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양한 감상 나누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네요. 판을 깔아주신, 이끌어주신, 함께 나눈 모든 도박사님께 감사합니다. 22일까지 열어두신다니 할 수 있는 만큼 질문에 대한 답도 달아보려고 해요^^
중권 B 1. 뾰뜨르. 이 인물이 추구하고자 하는 모임? “들어봐요, 스따브로긴. 산을 평평하게 만든다는 것, 이건 훌륭한 생각이에요, 우꽝스러운 게 아니죠. 난 쉬갈료프에게 찬성합니다! 교육은 필요도 없고, 과학도 됐어요! 과학이 없어도 1천년 동안 쓸 자원은 충분하지만, 복종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세계엔 오직 그것만, 복종 하나만이 부족하거든요. 교육에 대한 욕망 자체가 이미 귀족적인 욕망이죠. 가족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 그건 벌써 사유화에 대한 소망이라고요. 우리는 이 소망을 죽일 것이고, 우리는 음주와 유언비어, 밀고를 만연시킬 것이며, 우리는 전대미문의 방탕을 만연시킬 것이고, 우리는 온갖 천재들을 구워 삶아서 어린애처럼 만들 겁니다. 모든 것이 하나의 분모를 향해 가면, 완전한 평등이 되는 겁니다. <우리는 기술을 배웠고, 우리는 성실한 사람들이며, 우리에겐 다른 어떤 것도 필요없다.> 바로 이게 최근, 영국 노동자들의 대답입니다. 오직 불가피한 것만이 불가피한 것인데,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 온 지구의 표어가 된 겁니다. 그러나 전율도 필요하죠. 우리 통치자들이 염려하는 건 바로 이겁니다. 노예들에겐 통치자가 있어야 됩니다. 완전한 복종, 완전한 무인격성, 그러나 30년에 한 번, 쉬갈료프가 전율을 던져주면, 모두들 오로지 권태롭지 않기 위해서, 어느 지점까지는 갑자기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합니다. 권태는 귀족적인 감각이니까요. 쉬갈료프쉬나엔 소망이라는 게 없어요. 소망과 고통은 우리를 위한 것이고, 노예들을 위해서는 쉬갈료프쉬나가 있는 거죠.” p643 뾰뜨르가 혼란과 폭동을 통해 이룬 세상은 결국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스가 지켜보는 세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완전한 통제속에서 부품처럼 살아가며 사소한 일로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고 포상을 받는 그런 세상. 언어를 줄여 단순화하고 과거를 조작하는 무서운 세상이죠. ‘완전한 평등’을 ‘폭력과 혼란’으로 이루려는 목적의 모임 같습니다. 쓰힘세님의 질문을 통해서 네차예프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이 소설이 당시에는 사회고발(?) 소설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2. 스따브로긴을 리더로 원하는 이유는? 세상과 자신에 ‘초연한’ 인물이 갖는 비범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3. 독서 확인을 위한 깜짝 퀴즈? 회의를 원하면 오른손을 들으라고 했는데 갈팡질팡했던 ‘투표’입니다. - 중권을 한 마디로 : 폭력과 혼동으로 이루려는 완전한 평등의 실체
인간은 자살하지 않고 살기 위해 신을 생각해낸 것이다. 이때까지의 세계사는 바로 이것에 불과한 거야. 만인을 위한 구원의 길은 모든 사람에게 이 사실을 증명하는 데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최초에 그것을 자각한 자는 반드시 자살해야 한다. - <악령>, 도스토옙스키
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240여 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예심 심사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본심 심사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당선된 작품이다. '한국 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 섬찟하면서 슬프다'라는 평을 받으며 문학상 심사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중권 C -1. 리자의 죽음 : 혼돈의 세상을 만들고 싶은 뾰뜨르의 계략에 희생량이 된 죽음이고 민중들의 분노를 느낄 수 있는 죽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따브로긴이 이를 예상하고 뾰뜨르에게 부탁했던 것도 인상에 남습니다) 리자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스따브로긴에 대한 미련을 거두지 못했고, 타인의 아픔에 무관심한 귀족이지만, 군중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안타까웠습니다. 2. 5인조는 어떤 이들이들? '공동의 과업'이란? : 5인조가 어떤 이들이라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공동의 과업을 향해 모였다고는 하지만 뽀뜨르의 계략에 대한 반응은 각기 달랐던 것도 같습니다. 샤또프를 제거하려는 계략의 정점에서 쉬갈료프는 뒤늦게 깨달음을 얻고 단호하게 돌아서기도 했으니까요. 그들이 원했던 과업은 ‘평등한 세상’이고 그것은 민중을 위한 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뾰뜨르의 계략을 통해 자신들을 밀고 할 것 같은 ‘민중의 한 사람’ 샤또프를 해하는 일에 동참합니다. 스따브로긴이 아닌 다음에야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세상을 위한다는 과업에 모순되는 일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3. 독서 확인을 위한 깜짝 퀴즈: 혼돈의 상징 ‘방화’입니다.
하권 1. 심판받지 않은자? : 왜 그가 심판받지 않았는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독자로서 계략가이자 조정자 뾰뜨르와 스따브로긴의 ‘대격돌’을 기대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활한 악인이 세상으로 흩어져버린 것 같습니다. 2. ‘찌혼의 암자에서’를 통해 드러난 스따브로긴의 의 최후 '선택‘ :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찌혼 신부는 ‘스스로 용서에 이르지 못한 자’인 스따브로긴에게 하나님의 용서를 권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하나님의 용서를 거부하고 악령이 든 자신을 절벽으로 밀어붙입니다. 신의 용서를 주도적으로 벗어나 버린 그에게서 위버멘쉬, 압락사스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죄와 벌에서 라스꼴리니코프는 죄 자체에 대한 참회를 하지 않았음에도 소냐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을 받아들입니다. 그에 반해 스따브로긴은 ‘구원’그 자체를 거부했다고 느꼈습니다. 3. 샤또프는 아내 마리가 출산을 하게 되자 산파를 데려오기 위해 00을 팔겠다고 말합니다. 00은 무엇일까요? 이 부분을 굉장히 불안하게 느끼면서 봤습니다. 자신을 지키는 최후의 수단을 팔아버린 것을 복선이라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권총’입니다. 📌 <악령> <하권>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하나님의 용서를 거부한 ‘초월자’ 악령
2023.04.17 안전문자 오늘 20:30분경 은평구 진관동 102 인근 야생멧돼지 출몰해 포획중에 있으니, 인근 주민들께서는 외출 자제하고 실외인 경우 건물내부로 피신 바랍니다. 그믐밤이 열리기 이틀 전, 수북강녕이 위치한 은평구 진관동에는 위와 같은 안전 문자가 발송되었다고 합니다. 이 무슨 일일까요?
악령들린 돼지떼가 등장하는 성경 구절로 시작되는 소설 <악령> 야생 멧돼지 출몰 문자로 시작되는 9회 그믐밤. 그러나 개의치 않고 그믐달이 뜨는 밤, (아니 그믐달은 새벽에 뜨니까) 그믐달이 뜨기 직전의 밤, 다시 5인조 아니 9인조가 모였습니다. 책 안 읽는 사회를 어떻게 전복시킬까 하는 위험한 계획을 나누었지요. <두 도시 이야기>를 읽으니 단두대가 효과가 좋더라! 도박사 1탄 <죄와 벌>과 <악령>을 비교하며 등장인물 절반 정도는 사라지는 <악령>을 보니 2명 정도 죽은 것 가지고 전에 우리가 너무 호들갑을 떨었다며 잠시 지난 그믐밤도 회고했고요.
뷔페 음식이 부실하면 폭동이 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날의 무도회를 주관한 @수북강녕 에서는 민란을 두려워 하며 책보다는 음식에 신경을 쓰셨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등장한 메뉴는! 일단 러시아 차가버섯 차로 몸을 따뜻하고 덥히고 트러플 잠봉뵈르,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 (틈만 나면 불어를 섞어 쓰시는 허세쟁이 스쩨빤 선생님을 생각하며 뜬금 프랑스 음식 약간), 2시간이 넘는 긴 파티 중 쓰러질 염려가 있으므로 당보충 용 쿠키, 신선한 딸기와 치즈 안주로 마치 그 시절 러시아 귀족이 된 듯한 호사를 누리기도 했고요 (내가 바로 바르바라!), 러시아산 포장지가 너무 귀여운 초콜릿 과자 (맛은 장담 못함), 계속 반응이 좋은 러시안 케이크, 그리고 대망의 러시안잭 맥주와 보드카까지!
독서모임 후기인지 먹부림 후기인지 모를 이 글의 마무리는 @스마일씨 님의 명쾌한 한 마디로 정리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악령>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 9회 그믐밤 온라인/오프라인 참여하여 주신 분들 너무나 감사합니다. 9인조는 곧 인터내셔널과 접선하여 전 세계로 뻗어나가겠습니다. 그믐달은 전 세계 어디에나 뜨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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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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