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민중을 갖지 못한 사람은 신도 가질 수 없는 법이지요! 자기 민중을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민중과의 관계를 잃어버린 사람은, 곧 조국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무신론자가 되거나 무관심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샤또프 ”
『악령 - 상』 p.60,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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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저는 민음사버전으로 55p의 '당신들은 모두 달을 못 채운 자들입니다' 라는 문장의 정확한 의미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달수를 못 채우고 태어난 아이처럼 미숙하다는 의미인가 싶었는데 뒤이어 '샤토프는 달을 채우고 싶어 안달했지만, 그 역시 달을 다 못 채운 자예요'라는 문장을 보면 아닌 것도 같고요. 다른 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쓰힘세
저는 열린책들(박혜경 번역)을 읽고 있는데 여기서는 이렇게 번역했네요. 이 부분은 박혜경 번역가의 번역이 더 명쾌해 보입니다. "너희들 아직은 멀었어... 샤또프도 안달을 하지만 그 녀석도 아직은 멀었다고..." 이런 의미인 것 같네요. 다른 이들의 생각이 아직 덜 여물었다고 말하는 스쩨빤의 평가질(?!) 같습니다. ^^
"자네들은 모두 <설익은> 친구들이네." 선생은 비르긴스끼를 향해 농담조로 말했다. "모두 말일세, 비르긴스끼 군. 비록 뻬쩨르부르끄에서 만났던 신학생들만큼 제-한-된 시야를 가지고 있지는 않네만, 어쨌든 자네들은 <설익은> 친구들일세. 샤또프는 그걸 넘어서려 하는데, 그 역시 <설익은> 친구지."
1.저는 2장까지 읽어보고 있는데 확실히 스체판에 대해서 굉장히 풍자적으로 얘기하고 있어요. 2장에서 바르바라는 스체판을 결혼까지 시키려고 합니다.(본인이 결혼하는 게 아니고). 리푸틴 샤토프 비르긴스키 스체판 같이 이 살롱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무신론자', '혁명가' 처럼 행세하지만 사실상 매우 속물적인 근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비르긴스키는 아내를 좋아한다는 어떤 남자와 셋이서 같이 살다가 그 남자와 싸우는 게 나오는데 아마 이건 콤뮨(급진적인 느낌)에 대해서 도스토옙스키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느낌을 대표하는 거 같습니다. 당시 콤뮨은 대략 '히피'와 비슷한 느낌이 있던 듯해요.
2.당시 이 소설이 쓰인 게 크림전쟁 후 대략 10여년 정도 지나서인데요. 크림전쟁(1850년대)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면서 러시아는 자국의 후진성을 절실히 깨달았고 이후에 농노해방으로 이어졌다고 하더군요. 귀족들의 입장은 총론찬성 각론반대라고 보면 될 거 같고요. 무엇보다 농노가 돈줄이잖아요?
서유럽은 공업화를 하면서 농민들을 도시로 데려와 노동자로 만들고 사실 이러면서 농업은 균열되는 흐름이었는데 러시아는 아직 그러지 못했죠. 그리고 농노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 러시아 일대의 농민들은 서유럽에 비해서 예속성이 강했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이게 몽골의 침략 후유증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몽골 후예들은 17세기까지도 러시아나 슬라브인들을 잡아서 노예로 엄청 팔았기 때문에 농노들은 자유보다는 귀족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이라도 해야만 했죠. 즉 적들이 너무 강하니까 귀족들에게 점점 속박될 수 밖에 없던 것이고요.
사실 여기 나오는 사람들 바르바라와 스테판 모두 귀족으로 스테판만 해도 50명의 농노를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바르바라는 훨씬 더 많았겠죠. 그런데 사실 농노가 부의 원천이잖아요? 반면에 유럽(특히 프랑스)에서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이 들어왔는데 바르바라와 스테판은 뭔가 자신을 '진보적인' 누군가로 규정하고 싶은데 실제로 농노해방이니 이건 불가능한 거에요. 스테판은 그 모순 속에 있는 인물이고 살롱에 있는 사람은 다소 소시민입니다. 아니 스테판만 해도 귀족여성의 후원을 받으면서 어쩌면 기생하고 있는 사람이구요. 이런 내적인 모순을 도스토엡스키가 풍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스테판의 경우에는 나름 진보적인 자세를 취해서 자신이 박해받고 있다는 망상을 하지만 바르바라에게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는... 19세기적으로 본다면 남자로서는 대단히 수치스런 상태인 거죠. 여자는 옷도 지어주고 이것저것 해주지만 남편감으로는 생각도 전혀 하지 않는데 스테판은 급발진해서 그런 생각도 하고 있다가 개망신당하고 의사-콜레라 발작을 일으켰다는 말을 하잖아요.
3.이건 검은색 프록코트입니다.
김새섬
오! 그렇군요. 써 주신 글 읽으니 많은 부분이 이해되네요. 역시 배경을 알아야~
그래서 그 모임에서 샤또프가 스테판의 위선적인 모습을 비판했던 것이군요. 혼자 읽을 땐 그냥 글자로만 읽었는데 써 주신 글 보니 많이 생각하게 되네요.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려요.ㅎㅎ
스마일씨
아 스테판 캐릭터에 대해 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역시 주둥이 파이터. 🤨
쓰힘세
귀한 배경지식을 주셨습니다. 👍👍👍독해에 큰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
거북별85
3. 검은색 프록코트
2. p58
한 때 이 도시에서는 우리 모임이 자유사상과 방탕과 무신론의 온상이라는 얘기가 전해졌고 이 소문이 아예 굳어졌다. 하지만 우리 모임에는 가장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러운 전적으로 러시아적이고 명랑하며 자유분방한 수다밖에 없었다. '고급 자유주의'와 '고급자유주의자'즉 어떠한 목적도 갖고 있지 않은 자유주의자란 러시아에서만 가능하지 않은가.
p67 당신들은 민중을 훑어보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숫제 추잡한 경멸감까지 드러냈는데 당신들이 민중이라면 그저 프랑스 민중, 더욱이 파리 사람만 떠올리고는 러시아 민중이 그들같지 않다는 것을 수치스러워한 것만 봐도 그래요. 이게 적나라한 진실입니다. 민중이 없는 자에게는 신도 없어요.
: 민중과 고급자유주의에 대해 신나게 떠드나 그냥 공허한 말들이나 탁상공론 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다를 그들은 민중을 위한 위대한 활약으로 여길 수도 있겠죠. 이들의 말들이 말들로만 그치지 않고 다른 기대할 만한 행동들이 수반될지 희망을 가지게 되네요. 여기서 다시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와 같은 지식인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겠죠. 이제는 말만이 아닌 행동도 같이!!
해석이 열린책들이 좀더 나을까요? ^^;; 쉽지 않은 내용에 쉽지않은 해석은 음~ 갈길을 멀게 하네요...
스마일씨
“ 삶은 고통이고 삶은 공포며 인간은 불행합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고통이고 공포입니다. 지금 인간은 고풍과
콩포를 사랑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왔지요. 삶은 지금 고통과 공포의 대가로 주어지며 여기에 모
둔 기만이 있는 겁니다. 지금 인간은 아직 그 인간이 아닙니
다. 새로운 인간, 행복하고 오만한 인간이 나타날 겁니다. 고통
과 공포를 극복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신이 될 겁니다. 그
런데 원래의 그 신은 아닐 테죠. ”
『악령 - 상』 민음사 악령 1권 196P,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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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슈머
저 관련되어서 꽤 많은 말을 하는데 저도 블로그에 조금 적어두었습니다.
이런 내용이죠.
"
이성에 따라 자살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많이 한다.
사느냐 죽느냐가 아무래도 좋게 되면 그때는 완전한 자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모든 것의 목표지요.
삶은 고통이고 공포며 인간은 불행합니다. 지금 인간은 고통과 공포를 사랑하기 때문에 삶을 사랑합니다. 삶은 지금 고통과 공포의 대가로 주어지며 여기에 모든 기만이 있는 겁니다. 지금 인간은 아직 그 인간이 아닙니다. 새로운 인간, 행복하고 오만한 인간이 나타날 겁니다. 고통과 공포를 극복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신이 될 겁니다.
신은 죽음의 공포라는 고통입니다. 고통과 공포를 극복한 사람, 그 사람은 신이 될 거니다. 인간은 신이 되면서 물리적으로 변화할 겁니다. 그리고 세계도 변화하고 사건들도 변화하며 사상과 감정도 변화될 겁니다.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 자살할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자살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기만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살할 용기가 있는 사람, 그가 신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신이 존재하지 않도록,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공포를 죽이기 위해서 자살하는 사람만이 그 즉시 신이 되는 겁니다."
상당히 인상적인 내용인데 토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새섬
저도 같은 부분에 밑줄을 그어 놓았어요.
사느냐 죽느냐가 아무래도 좋은 사람 = 고통과 공포를 극복한 사람 = 새 시대의 신 = 스따브로긴? 인 걸까요? 2장을 막 다 읽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스마일씨
스타브로긴은 공포를 모르는 인간이잖아요. 키릴로프가 집채만한 바위의 예를 들면서 인간은 고통 자체보다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 고통당하고 그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잖아요. 공포를 모르는 인간이라는 것은 비인간적일테고 그에게 공포 없이 세상은 어찌 보일지..앞으로 스타브로긴이 얼마나 비인간적일지를 암시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죽거나 말거나 상관없는 이들이 득시글한 세상은 끔찍한 것 같습니다.
쓰힘세
와! 제가 올린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말씀처럼 '암시'로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소름 쫙...돋았습니다. 👍
스마일씨
“ 그러니까 모든 필사적인 사회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은 동시에 그토록 대단한 구두쇠이자 탐욕가이자 자본가인데, 심지어 철저한 사회주의자일수록 더 철저한 자본가가 되죠...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이 또한 감상적인 탓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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