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바르바라가 갑작스럽게 스테판과 다샤의 결혼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서 저는 처음에는 다샤와 스타브로긴과의 어떤 성적 관계가 있었다는 생각,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자기 아들을 수양딸과는 결혼시킬 수 없다는(신분상의 차이가 엄연하기에) 그런 생각으로 결혼시키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런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2.삶은 고통이자 공포이다. 이건 다분히 쇼펜하우어가 생각나네요. 물론 쇼펜하우어를 다 읽은 것은 아니고 맛보기만 한 것이지만 쇼펜하우어가 서양언어로 최초로 번역된 불교경전을 봤다고 하더군요. 근데 불교경전이 오역하기 딱 쉽게 되어 있거든요. 삶은 고통이라는 내용은 사실은 '인생에서 영원히 만족을 주는 것은 없다' 정도의 의미인데 이것을 고통으로 해석한 거죠. 제 생각에는 불교-쇼펜하우어-키릴로프(저 말을 한 사람) 식으로 자기 식으로 오역을 했다고 생각해요. 키릴로프에 대해서 도선생은 '선한 목적을 위한 총체적 파괴'를 주장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써요. 세상은 잘못되었다. 그렇다면 파괴해야 하지 않냐? 파괴 이후의 세계는 나는 모르겠고... 대략 이런 걸 주장하는데 이것 자체가 '선한 목적'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죠.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는 파괴적 본성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이 세상이 잘못되었음'을 주장하는 거잖아요?
사실 키릴로프는 폴 포트(크메르 루즈)가 생각납니다. 폴 포트는 불교+농본사회에 대한 어떤 환타지를 갖고 있었고 정권을 잡은 후에 도시를 파괴하고 모든 지식인들을 제거하면서 그가 원하는 이상사회를 실현시키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결과는 국민의 1/3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대학살로 끝났죠.
제 생각에는 도선생은 종교라는 것이 인간을 억압하는 단점이 있기는 해도 그 저변에 흐르는 '영성'만큼은 보존되어 한다고 보는 것인데 키릴로프는 그게 아니죠. 한마디로 비열하고 천박하며 사회에 대한 복수심을 갖고 있는데 그것이 유럽에서 들어온 어떤 신사상(사회주의)와 결합되면서 자신에 대한 어떤 확신 단계로 들어갔다고 봐요. 저런 개혁세력에 대해서 도선생이 생각하는 건 '현명한 뱀'인 거죠. 그들의 지성은 빛나는 점이 있다. 하지만 결국 뱀의 독으로 모두를 다 물어죽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러시아 문학을 보면 좀 독특한 측면이 있는데 자신들이 서구에 비해서 열등하다면서 자신을 비하하고 엄청 깝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그런 소리를 하면 러시아를 무시한다고 화를 내요. 이런 독특한 사고방식이 항상 깔려있어요. 그래서 서구에서 뭔가 새로운 사상(여기서는 주로 사회주의 허무주의)이 들어오면 러시아식으로 좀 묘하게 변형이 되요. 사실 그런 맛으로 러시아문학을 보는 거긴 한데... 일단 유럽에서는 저런 극단주의 경향이 없는데 러시아로 오면 좀 그렇게 된다는 말이죠. 도선생은 그런 경향을 꼬집는 거 같아요.
[그믐밤] 9. 도박사 2탄, 악령@수북강녕
D-29
프로슈머
프로슈머
3.스테판이 53세, 여자는 20세라고 되어 있죠. 33년 차이입니다. 당시에도 나이 차가 꽤 많이 난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은데 그런다고 해서 '안되는 건 아닌' 나이차이였다고 보여지네요. 주변 사람 반응에서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반대하는 사람은 스테판밖에는 없거든요.
스마일씨
참 저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천 베일이 떠올랐습니다. 겉은 잘생기고 세련되고 멀쩡해 보이지만 살인을 저지를 때, 공포나 고통이 없는 사람 같거든요. 4,5장 때 얘기하겠지만 스타브로긴은 정말 모든 행동이 연기같아요!
프로슈머
그렇군요... 일종의 사이코패스 내지 소시오패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
거북별85
와!! 말씀하신 것을 보니 저도 공감되네요. 우아한 듯하면서도 뭔가 간교하고 냉소적인 가면같은 모습이 아메리카 사이코의 크리스천 베일이 스타브로긴역을 맡는다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바르미
저는 좀 늦게 출발해 어제 1장을 읽고, 오늘 2장을 읽었습니다. 어제는 60페이지 분량을 3시간 동안이나 읽었습니다. 집중이 왜 그리 안 되던지...
오늘 2장은 중간에 많이 쉬지 않고 계속 읽을 수 있었습니다.
3장은 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겠지요?
이름은 정말 저를 괴롭히는 부분입니다. 이름도 비슷해서리!
매일 한장씩 읽으면 진도에 맞춰 상권을 끝낼 수 있을 듯 하네요.^^
김새섬
1장이 제일 안 넘어가고 @스마일씨 님 말씀처럼 뒤로 갈 수록 의외로 괜찮네요. 저도 지금 3장입니다.
쓰힘세
힘내셔요! 제가 제시하는 진도보다 조금 늦으셔도 됩니다. 파이팅입니다! 🙌
존르카레라이스
안녕하세요, 글을 남기면 중간참여가 되나요?
늦었지만 참여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새섬
어여 오세요~ 초반부가 좀 힘든데 그 부분만 넘어가면 괜찮은 거 같습니다.
존르카레라이스
네 ㅎㅎ 얼른 따라가겠습니다.
쓰힘세
환영합니다! 😊 네~ 모임지기가 올려둔 글 읽어보시고 천천히 답 달아주시면서 참여하시면 됩니다. 반갑습니다.
쓰힘세
1-1.
벌써 1권을 다 읽으셨군요! 👍
맞아요. 말씀처럼 감히 내 아들과 결혼할 급은 아니라는 태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1-2.
아! 개인적으로 스쩨빤, 스따브로긴 외에 끼릴로프라는 인물에게 주목을 많이 하게 됐어요. 말씀하신 '선한 목적'이란 대체 뭐고, 그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정할 수 있는지 등등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번에도 배경지식을 많이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를 좀 해봐야겠어요.
1-3.
정답입니다! 책을 읽다 문득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계산을 한 번 해봤습니다. 다른 분들 의견도 궁금했고요. 근데 당시로선 별 일이 아니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쓰힘세
♣ 객실 안내 방송 ♣
안녕하세요. 😊
쓰힘세입니다.
여러분의 활발한 참여 감사합니다.
올려주시는 여러 의견들 덕에 다양한 해석을 해보며 책을 읽게 되네요.
잠시 열차 내 안내 방송 나갑니다~
이후 공식적인 <악령> <상권> 읽기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3월 30일: (휴무) 말만 휴무이지 그간 못 나눈 의견들 나누셔도 좋습니다.
-3월 31일, 4월 1일: 197~325p(5장까지)
-4월 2일: 상권 정리 및 중권 스케줄 안내
진도표 일정대로 못 읽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중간에 해석이 잘 안 되는 부분은 다른 탑승자분들이 올려주신 여러 글들을 참고하셔도 좋을 겁니다.
빠른 속도로 읽고 계신 분들은 앞에서 읽은 내용들에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나 다양한 배경지식 등 남겨주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4월 1일에 몇 가지 질문들과 함께 또 오겠습니다. 🙌
빈다
앗... <죄와벌>읽고 바로 <악령>빌려놓고 자동 신청되는 건 줄 알았던 사람이네요..뒤늦게 탑승합니다 ;ㅅ;
쓰힘세
환영합니다! 😊 함께 완독의 즐거움을 느끼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IlMondo
@쓰힘세 탑승합니다 오늘부터 읽습니다 두근두근 초독입니다. 죄와벌보다 복잡하군요 ㅎㅎ
쓰힘세
네~ 탑승완료! 환영합니다! 😊
김새섬
“ 대체 왜 모든 필사적인 사회주의자들이나 공산주의자들은 동시에 믿기 어려울 정도의 구두쇠이며 탐욕스러운 사유 재산가들인 것일까? 그들은 사회주의자가 되면 될수록, 사회주의에 더 많이 빠질수록, 더욱 강력한 사유 재산가가 되어 버리는데...... ”
『악령 - 상』 p.120 스쩨빤 뜨로피모비치의 지적 중에서,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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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슈머
와... 어렵다. 이건 진짜 혼자 읽기에는 너무 벅찬 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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