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질문이 생겼는데요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언급한 것이 책에서 지적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흔한 편견이 될 수 있겠지만..
조현병 환자의 경우에는 환청, 환각, 망상 등으로 인해 법정에서 양형을 할 때 감경을 해준다고 하는데요. 한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지 궁금합니다.
Ex)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 사건 살포, 종교 근본주의자들 중 아이들에 의해 일어난 폭탄 테러.
이들은 뇌건강 측면에서 조현병 환자들과 다르다고 하지만 남들이 보이지 않는 걸 본다고 믿고, 들리지 않는 걸 들린다고 믿고, 편집증적인 망상을 한다는 점에서 그들과 다를 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벽돌책 챌린지] 4. 조현병의 모든 것
D-29
동키돈키
장맥주
지금 ‘그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런 것 같습니다. 예전에 기계교, 혹은 시스템교라는 제대로 존재하지도 않는 사이비종교에 빠져 자기 두 딸을 살해한 어머니가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는데 1심에서 세뇌 당해서 한 짓이라는 사정이 받아들여져서 살인죄 치고는 낮은 형량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2심에서는 더 감형됐고요. 오히려 그 교주(라고 하지만 교주도 아닌 그냥 지인 아주머니)가 더 무겁게 처벌되었습니다.
장맥주
‘그래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주 깊은 법철학 논의를 해야 할 것 같고, 아마도 그런 논의가 법학 교과서 어딘가에 제가 지금 막연히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나와 있을 거 같습니다. 여러 방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들로 이어질 거 같네요. 한쪽으로는 범죄자의 사연을 어느 정도나 고려해야 하느냐, 다른 한쪽으로는 형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 또 다른 방향으로는 인간은 얼마나 주체적인 존재냐 등등.
장맥주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조현병 환자의 범죄는 감형해야 하느냐, 혹은 무죄인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리는데, 이것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진주 아파트 방화 사건을 저지른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였는데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고 2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습니다. 조현병 환자를 교도소에 계속 가두어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고한 사람을 5명이나 살해한 자를 아무런 법적 처벌을 하지 않은 채 정신병원으로 보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기도 마찬가지고요. @동키돈키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장맥주
“ 루이스 토머스 박사는 매독과 결핵, 악성빈혈의 경우도 모두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병들이어서 단일 질병이라고 생각한 과학자가 거의 없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세 병 모두 각자 단 하나의 원인(나선상균, 결핵균, 비타민 결핍)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현병도 (그리고 어쩌면 양극성장애도) 이런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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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조현병이 기본적으로 유전질환이라는 주장을 의심할 이유는 또 있다. 가장 강력한 이유는 ‘조현병 역설’이라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의 낮은 출산율과 높은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이 계속 존재한다는 역설 말이다. 실제로 1830년부터 1950년까지 중증 조현병 환자들은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고, 자식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 시기 동안 조현병 유병률은 더욱 증가했다. ”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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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요약하면, 유전자가 조현병의 원인 제공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 역할은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미미하다. 감염이든 다른 것이든 특정 환경 요인에 노출될 경우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는 취약성 유전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게다가 조현병이 기본적으로 유전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은 좋은 소식으로 볼 수 있다. 정말 조현병이 유전질환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비유전적 원인들이 고치기가 더 쉽다. ”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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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키돈키
@장맥주 말씀대로 법철학적으로 어려운 논의가 되겠네요. 제가 아는대로만 말씀드리면 형벌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형벌의 목적이 갱생 및 교화에 있다면 조현병 환자들이나 종교에 빠진 분들은 어느 정도 참작을 해줘야겠죠. 하지만 형벌의 목적이 정의, 말 그대로라면. 모든 이들의 사정을 고려할 수는 없겠죠.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분들은 피해자 및 사회 전체가 될테니까요.
다만 제가 이와 같은 논의들에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지는 건 감정입니다. 법 형식과 내용과 상관없이 여론이나 감정에 의해 판결에 영향을 주려고 하거나,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때로는 판결에 영향을 준 사례도 있는 것 같아서요.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요. 안인득에게는 무기징역 시스템교에 빠진 어머니에게는 감형된 형량. 판결문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조현병이나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에게 판결되는 그 프로세스가 단순히 감정에 의해서가 아닌, <조현병의 모든 것>과 같이 과학적 사회학적으로 연구 결과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가 입니다.
장맥주
저 역시 오래 전부터 품고 있던 의문입니다. 죄형법정주의라는 틀이 막아주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다를 게 없는데 범인에 대한 선고 형량은 들쭉날쭉하지 않나. 결국 여론이 판결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그 여론은 집단지성이 아니라 군중의 감정에서 나온 것 아닌가. 자비심이든, 복수심이든. 판사나 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니라면서 분개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가끔 시니컬해질 때 대한민국 헌법 1조는 국민정서, 2조는 장유유서라고 비꼬기도 합니다.
요한
“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은 엄청나게 지독한 낙인을 짊어진 채 살아야 한다. 조현병에는 현대판 나병이라 할 만큼 심한 낙인이 따라붙으며, 일반 대중은 조현병에 대해 경악스러울 정도로 무지하다. ”
『조현병의 모든 것』 13장 대중의 눈에 비친 조현병, E 풀러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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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낙인이 그토록 강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폭력에 대한 공포 때문으로 보인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정신증이 있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폭력적인 사람들로 인식된다. (…) 다시 말해서 정신증 환자는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이 과거보다 오늘날 더욱 강력해졌다. ”
『조현병의 모든 것』 13장 대중의 눈에 비친 조현병, E 풀러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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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예전에 제가 있던 교회는 서툴긴 했지만 조현병 환자들을 종종 돌보았습니다. 안타까우면서도 마땅한 다른 대안이 그때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앞으로의 의료계 사정을 봐도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사회적 의료시스템이 마련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네요.
요한
개개인 차원에서 마주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큰 건 분명해 보입니다. 제 아는 동생이 제가 돌보던 환자에게 스토킹을 당했는데, 여러 명이 함께 대응해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인 차원에서 대응하려고 했으면 사법시스템으로 해결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저도 교회에 있을 때는 함께 대응할 여지가 있어서 환자를 돌보았지만, 그런 공동체가 없는 지금은 개인적으로 그 환자들을 돌보아달라고 하면 못할 것 같네요.
프로슈머
그렇죠..
저자도 적극적인 입원치료를 강조하네요.
한국에서도 탈원화 운운하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
최소한 이 책은 읽고 탈원화 얘기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현병이 있다고 해도 성욕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니 굉장히 위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죠.
장맥주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의 저자도 책에서 탈원화에 대해 거의 분개하는 어조로 반대 의견을 펼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영화화한 《아버지의 깃발》의 공저자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 저널리스트 론 파워스가 자신의 두 아들에게 찾아온 약탈자 같은 질병인 조현병에 무너진, 그러면서도 그 병과 싸우기를 멈추지 않은 가족의 연대기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평생을 글과 함께 살아온 저자가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자기 자신과 약속했던 이야기인 조현병을 앓는 사람과 그 가족들의 내밀한 일상과 함께,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혐오하고 멸시해왔는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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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저는 조현병 환자들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대한 적이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네요. 하지만 아무리 편견을 버리라고 해도 겁이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들은 위험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위험한 환자와 위험하지 않은 환자를 구분하기 어렵고 위험성을 예측할 수도 없을 때 평범한 개인이 취하게 되는 최선의 전략은 일단 피하는 것 아닐는지요. (저는 지하철에서도 종종 이상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자리를 옮기곤 합니다.) 요한님 말씀 듣고 보니 개인과 사법시스템 사이의 공동체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슈머
저는 오늘 다 읽었어요...
조현병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어릴 때의 억압이나 이런 것과 조현병이 관련이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병이 아니네요.
유병율도 엄청나고(전 인구의 1%)
여기에 이 병이 보통 스물을 전후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일생의 기회를 거의 다 놓치게 되죠.
제 생각에는 우리 시대에 가장 덜 알려진 치명적인 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들이 부분적으로라도 사회에 복귀해서 의미있는 일을 해야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 다음에는 '경계선 지능'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사실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시한폭탄이 바로 이들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90년 경에 노가다를 했는데 당시에만 해도 경계선 지능자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경계선 지능이면 편의점 일도 제대로 하기 엄청 힘듭니다.
거의 모든 일이 상대적으로 고도의 지능을 가져야만 가능한데 경계선 지능은 이게 불가능하고 더구나 사회복지 도움도 받기 힘듭니다.
이들은 거의 15%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을 사회복지에 넣는다면 사실상 국가가 유지되기 힘들 겁니다.
지금 현실에 15%의 국민이 장애인으로 등록한다면? 그 누가 그걸 감당할 수 있습니까?
이 문제에 대해서 잘 정리된 책을 읽어보고 싶군요.
개인적으로 조현병을 앓는 분들을 위해서 조그마한 봉사활동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장맥주
경계선 지능에 대한 말씀 정말 공감합니다. 시한폭탄도 이만한 시한폭탄이 없을 텐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특정한 개인을 가리켜 할 수도 없는 얘기이고, 막연하게 추상적인 논의조차도 시작하기 어려운 상태일 것 같아요. 엄연히 존재하는 문제이지만, 그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혐오와 차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아마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제일 먼저 그 프레임으로 비난을 받을 것이고) 그래서 아무도 그런 이슈가 존재하지 않는 듯 구는 게 현 상황 아닐까 싶네요. ‘보통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지적 능력, 도구 조작 능력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낙오되는 그룹은 점점 커질 테고요.
장맥주
경계선 지능 문제를 잘 정리한 책이 있다면 저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서는 영국 과학 저널리스트 마이클 핸런의 『과학이 아직까지 풀지 못한 10가지 질문』이 있는데, 이 책의 한 챕터가 ‘머리가 나쁜 것도 일종의 장애이다?’입니다. 여러 문제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대중 교양서이고, 경계선 지능 이슈를 깊이 다루지는 않습니다만 이 챕터에서 대답하기 대단히 곤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현대 사회에서 머리가 나쁜 사람은 살아가기 어렵지 않은가, ‘성공’을 하기도 어렵고, 놀림감이 되는 순간도 많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들의 그런 어려움을 덜어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검색해보니 책은 절판이네요.
과학이 아직까지 풀지 못한 10가지 질문(양장본 HardCover)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열 가지 주제를 뽑아 엮었다. 성과중심주의, 합리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인간중심, 생명체중심의 과학이 나아갈 방향을 유머와 위트를 통해 과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적 나침반을 제공한다. 《과학이 아직까지 풀지 못한 10가지 질문》은 비만도 전염병인지, 영원불멸의 삶과 초과학, 시간의 개념과 리얼리티, 우주는 과연 살아 있는가 등에 관한 10가지 질문과 그 문제에 관한 과학적 이론, 그 이론들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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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터진달팽이
그리고 이 책 한 번 추천 드려봅니다. 인류애가 아쥬 넘쳐나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핵폭탄같은 환자 사랑에 꺼이꺼이 울었던 1인 드림.
Ps. 어찌되었든 환자를 그토록 비난하는 게 맞습니까? 전에 종현씨 사례에서 의사가 환자를 편하게 안해주고 비난하고 그랬다는데 그게 더 그를 갈 곳 없게 만든게 아닌가 했었거든요. 샤이니 팬은 아니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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