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4. 조현병의 모든 것

D-29
거실의 사자 블로그를 보니 지금 지구상에 8억 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고양이가 수많은 다른 동물을 멸종시켰다고 합니다... 보통 인류세라고 해서 인류가 많은 동물을 멸종시킨 줄 알았는데 고양이도 아주 크게 한몫을 했군요...
읽다 보면 고양이에 대해 정이 떨어지게 되는 기묘한 책입니다. ㅎㅎㅎ 저는 개를 좋아하니까 별 상관 없었지만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아예 안 키우는 사람보다 오히려 건강이 안 좋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개 키우는 사람은 건강이 좋고요.)
집안에 상전을 모시면... 건강이... 쿨럭...
그런데 정말 저 책을 읽다 보면 고양이가 집안의 상전임을 깨닫게 됩니다. 인류가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게 어떤 쓸모(쥐를 잡는다든가 하는) 때문이 아닌 것 같다네요. ㅎㅎ
이러한 초과 사망률의 주요 원인은 자살이며, 10장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조현병 환자의 자살률은 일반인에 비해 10~13배 높다. 그러나 자살 외에도 사고, 질병, 건강에 해로운 생활방식, 불충분한 의료, 노숙 등 초과 사망률을 끌어올리는 다른 요인들도 있다.
조현병의 모든 것 4장 발병, 경과, 예후, E 풀러 토리
마지막으로 또 하나, 확실히 입증되었지만 여전히 신기한 사실이 있다. 조현병이 있는 사람은 류머티즘성관절염에 거의 걸리지 않고, 류머티즘성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조현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류머티즘성관절염은 조현병을 예방하는 요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조현병과 류머티즘성관절염 사이에는 유사성도 많아서 이러한 역상관관계를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든다. 두 병 모두 19세기 초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명확하게 기술되었고, 평생 발생률이 약 1퍼센트이며, 일란성쌍둥이 사이의 일치율, 즉 쌍둥이 중 한 명이 걸리면 나머지 한 명도 걸릴 확률은 30퍼센트다. 두 병 모두 시골보다 도시에서 더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두 병의 주요한 차이점 하나는 류머티즘성관절염은 3 대 1의 비율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조현병과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관계는 정말 신기하네요.
영국의 정신분석가인 로널드 랭은 참으로 기괴한 이유를 대며 조현병이라는 현실을 부정했다. 그는 조현병이 정신 나간 세상을 향한 유일하게 분별 있는 반응이며, 어쩌면 성장 경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퍼트렸다. 이런 터무니없지만 낭만적인 생각을 1960년대의 많은 급진주의자가 매력적이라고 받아들였다. 랭의 생각은 프로이트 이론과 가족관계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조현병에 대한 랭의 생각은, 그의 첫째 딸이 조현병 진단을 받고 몇 년 동안 입원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그는 점점 더 깊은 환멸에 빠졌고 나이가 들면서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브라운과 모즐리 등이 정신이상을 뇌 질환으로 논의한 지 100년 뒤, 후대의 정신의학자들은 정신이상이 어머니의 양육이 잘못된 결과이거나 명명이 잘못된 것이라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의학의 다른 어떤 영역에서도, 아니 과학의 모든 영역을 통틀어도 정신의학만큼 연구가 사실과 멀리 그리고 오랫동안 퇴보한 예는 없다.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조현병에 관한 사실들을 일관되게 엮어내는 일을 막는 큰 걸림돌 하나는, 조현병이 하나의 질병인가 여러 질병인가 하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연구자가 후자일 것이라 가정하지만, 그 가정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반대로 보는 것이 더 일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조현병 병례가 단 하나의 주요 원인에 의한 것으로 판명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한 가지 질문이 생겼는데요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언급한 것이 책에서 지적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흔한 편견이 될 수 있겠지만.. 조현병 환자의 경우에는 환청, 환각, 망상 등으로 인해 법정에서 양형을 할 때 감경을 해준다고 하는데요. 한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지 궁금합니다. Ex)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 사건 살포, 종교 근본주의자들 중 아이들에 의해 일어난 폭탄 테러. 이들은 뇌건강 측면에서 조현병 환자들과 다르다고 하지만 남들이 보이지 않는 걸 본다고 믿고, 들리지 않는 걸 들린다고 믿고, 편집증적인 망상을 한다는 점에서 그들과 다를 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지금 ‘그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런 것 같습니다. 예전에 기계교, 혹은 시스템교라는 제대로 존재하지도 않는 사이비종교에 빠져 자기 두 딸을 살해한 어머니가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는데 1심에서 세뇌 당해서 한 짓이라는 사정이 받아들여져서 살인죄 치고는 낮은 형량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2심에서는 더 감형됐고요. 오히려 그 교주(라고 하지만 교주도 아닌 그냥 지인 아주머니)가 더 무겁게 처벌되었습니다.
‘그래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주 깊은 법철학 논의를 해야 할 것 같고, 아마도 그런 논의가 법학 교과서 어딘가에 제가 지금 막연히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나와 있을 거 같습니다. 여러 방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들로 이어질 거 같네요. 한쪽으로는 범죄자의 사연을 어느 정도나 고려해야 하느냐, 다른 한쪽으로는 형벌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 또 다른 방향으로는 인간은 얼마나 주체적인 존재냐 등등.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조현병 환자의 범죄는 감형해야 하느냐, 혹은 무죄인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리는데, 이것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진주 아파트 방화 사건을 저지른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였는데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고 2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습니다. 조현병 환자를 교도소에 계속 가두어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고한 사람을 5명이나 살해한 자를 아무런 법적 처벌을 하지 않은 채 정신병원으로 보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기도 마찬가지고요. @동키돈키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루이스 토머스 박사는 매독과 결핵, 악성빈혈의 경우도 모두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병들이어서 단일 질병이라고 생각한 과학자가 거의 없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세 병 모두 각자 단 하나의 원인(나선상균, 결핵균, 비타민 결핍)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현병도 (그리고 어쩌면 양극성장애도) 이런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조현병이 기본적으로 유전질환이라는 주장을 의심할 이유는 또 있다. 가장 강력한 이유는 ‘조현병 역설’이라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의 낮은 출산율과 높은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이 계속 존재한다는 역설 말이다. 실제로 1830년부터 1950년까지 중증 조현병 환자들은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고, 자식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 시기 동안 조현병 유병률은 더욱 증가했다.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요약하면, 유전자가 조현병의 원인 제공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 역할은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미미하다. 감염이든 다른 것이든 특정 환경 요인에 노출될 경우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는 취약성 유전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게다가 조현병이 기본적으로 유전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은 좋은 소식으로 볼 수 있다. 정말 조현병이 유전질환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비유전적 원인들이 고치기가 더 쉽다.
조현병의 모든 것 5장 조현병의 원인, E 풀러 토리
@장맥주 말씀대로 법철학적으로 어려운 논의가 되겠네요. 제가 아는대로만 말씀드리면 형벌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형벌의 목적이 갱생 및 교화에 있다면 조현병 환자들이나 종교에 빠진 분들은 어느 정도 참작을 해줘야겠죠. 하지만 형벌의 목적이 정의, 말 그대로라면. 모든 이들의 사정을 고려할 수는 없겠죠.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분들은 피해자 및 사회 전체가 될테니까요. 다만 제가 이와 같은 논의들에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지는 건 감정입니다. 법 형식과 내용과 상관없이 여론이나 감정에 의해 판결에 영향을 주려고 하거나,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때로는 판결에 영향을 준 사례도 있는 것 같아서요.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요. 안인득에게는 무기징역 시스템교에 빠진 어머니에게는 감형된 형량. 판결문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조현병이나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에게 판결되는 그 프로세스가 단순히 감정에 의해서가 아닌, <조현병의 모든 것>과 같이 과학적 사회학적으로 연구 결과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가 입니다.
저 역시 오래 전부터 품고 있던 의문입니다. 죄형법정주의라는 틀이 막아주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다를 게 없는데 범인에 대한 선고 형량은 들쭉날쭉하지 않나. 결국 여론이 판결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그 여론은 집단지성이 아니라 군중의 감정에서 나온 것 아닌가. 자비심이든, 복수심이든. 판사나 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니라면서 분개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가끔 시니컬해질 때 대한민국 헌법 1조는 국민정서, 2조는 장유유서라고 비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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