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챌린지] 4. 조현병의 모든 것

D-29
네 저도 우울증이 슬픈 감정의 지속이기 보다는 무감정한 상태의 지속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조현병 환자의 무감정한 상태에 대한 묘사를 보면 우울증과는 또 다른 차원인 것 같았습니다. 이제 1장을 다 읽었는데 조현병이 끔찍한 질환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알게 됩니다. @장맥주 님이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읽고 '자폐증 환자 부모는 절망하는 것 같았고, 조현병 환자 부모는 공포에 질린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또한번 공감합니다.
그 분의 부모님 보면... 그냥 다 운명이려니 생각하시더군요. 그래도 그분의 여동생은 그런 형편에서도 삼성전자 생산직으로 들어가서 결혼하고 아이낳고 그래서 손자 보는 맛에 산다고 합니다. 어차피 이 분은 사회생활은 글렀구요.
저는 대체로 과학기술 발전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태도는 아닌 편인데, 이런 때에는 과학의 발전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네요...
과학기술이 상당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전 맞다고 봐요. 예전에는 그냥 하늘의 뜻이니 했던 게(대표적으로 문둥병도 그렇고 간질도 천질이라면서 하늘이 내린 병으로 생각했죠) 이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게 되었고요. 오늘 어떤 할머니와 이야기를 했는데 이분이 자식이 넷인데 원래는 다섯인데 하나는 죽었다는군요. 1970년 경의 일인데 아이가 저체중으로 태어나서 살기 어려웠는데 자기 시어머니와 의사가 짜고서 아이를 방치해서 죽게 했다더군요..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서 좌절이나 공포 때문에 정신장애가 있는 자녀를 살해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 정말 슬프고 무서웠습니다.
오늘날에는 조현병 환자가 둔한 감정과 무관심을 흔히 경험하는 이유는 조현병 치료제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생각이 유행처럼 번져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아주 조금만 진실이다. 조현병 치료에 쓰는 많은 약에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거나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감정이 둔하게 마비되고 의욕이 희박해지는 것은 병 자체의 결과지 약의 영향이 아니다. 이는 그 약물들이 도입되기 전 문헌에 묘사된 환자들의 모습만 봐도 쉽게 증명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장 광기 내부의 세계: 안에서 보는 모습〉, E 풀러 토리
저 이미지는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고흐의 그림인데... 저렇게 보이는군요. 정말 저렇게 세상이 보인다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현실에 있는 것인지 알기 힘들 듯.
뭐 당시에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겠지요. 당시까지만 해도 기근이 있던 시절이니까 저체중으로 태어나 오래 못 살 거 같은 애들은 그런 식으로 유기해서(요즘에는 엄연히 살인죄) 버리는 일이 많았다는데... 할머니는 어린 천사가 하느님을 만나러 갔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군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에서 바구니에 담긴 아기들을 건지는 설화들이 있는데, 이 또한 고대의 영아 살해 방법이었을 것 같습니다. 직접 죽이기는 너무 마음에 부담이 되니 그런 식으로 '떠나 보냈던' 듯합니다.
질병 인식이 줄어드는 현상은 다른 뇌 질환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의 경우 대개 처음에는 병을 인식하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병식이 사라진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했을 때 공개적으로 자신의 병을 밝혔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병식을 잃었고 심지어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했다. 다른 유형의 치매와 일부 뇌졸중 환자의 경우에도 병식이 감소한다. 뇌졸중을 겪은 사람 중에는 증거가 분명히 눈에 보이는데도 자신의 팔이나 다리가 마비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이들도 있다. 병식 감소는 공식적인 신경학적 용어로 질병인식불능증(anosognosia)이라고 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1장 광기 내부의 세계: 안에서 보는 모습〉, E 풀러 토리
망상장애와 조현병의 정확한 관계는 아직 확정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임상의와 연구자 들은 망상장애가 덜 진행된 형태의 조현병이 아닐까 의심하지만, 아직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망상장애는 DSM-5의 진단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조현병의 모든 것 2장 조현병의 정의: 밖으로 보이는 모습, E 풀러 토리
정말로 조현병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면, 그 스펙트럼의 가장 바깥쪽 경계선은 어디일까? 이 질문은 최근 일부 연구자들, 특히 주로 유럽 연구자들이 제기한 주장 때문에 더욱 중요해졌다. 그들은 환청을 비롯해 조현병 증상과 유사한 정신적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2장 조현병의 정의: 밖으로 보이는 모습, E 풀러 토리
게다가 문화에 따라 기대되는 예상치의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돌아가신 어머니가 들려주는 충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비정상적이라고 여기는 문화도 있다. 한 국제 비교 조사에서는 환시나 환청을 경험했다고 보고한 사람들의 비율이 네팔은 32퍼센트, 브라질은 14퍼센트, 인도는 12퍼센트였지만, 중국과 스페인, 파키스탄에서는 1퍼센트 미만이었다.
조현병의 모든 것 〈2장 조현병의 정의: 밖으로 보이는 모습〉, E 풀러 토리
8장에서 다루겠지만 현재 유럽에는 그러한 주장을 퍼뜨리기 위한 ‘환청 네트워크’가 조직되어 있다. 그들은 목소리를 듣는 것, 즉 환청이 “근절해야 할 병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 소리를 듣는 이의 삶의 이야기와 내밀하게 연결된 의미 있고 해석 가능한 경험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은 모두 아주 무해해 보이지만, 그런 생각이 공식적인 진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제다.
조현병의 모든 것 〈2장 조현병의 정의: 밖으로 보이는 모습〉, E 풀러 토리
대부분의 정신의학자는 그러한 증후군을 추가하는 데 반대하지만, 항정신병약물 시장의 확대를 꾀하는 제약업계는 열성적으로 지지한다.
조현병의 모든 것 〈2장 조현병의 정의: 밖으로 보이는 모습〉, E 풀러 토리
저는 조현병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복용해야하는 정신과 약물과 친구인 사람입니다. 언젠가 의사선생님께서 "진공상태님은 꼭 조현병 환자분들처럼 말씀을 하시네요" 라는 말을 저에게 해 주신적이 있어요. 그때, 아 이런식으로 생각을 하고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가슴깊이 깨닫고, 그 후로 많이 노력해서 지금은 더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여동생이 저에게 해 주었던 말도 있었는데요, 어떤 정신과 의사분께서 평생 환자들과 보냈던 날들을 되돌아 보면서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정신과 환자들은, 세상 그 누구보다 조마조마해하는 아주 안쓰러운 사람들이다" 여동생이 해주었던 말을 제가 정확히 잘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이야기였을거예요. 저는 약물 치료를 잘 받고 세심하게 저의 상태를 잘 모니터링하면 사회생활이 가능한 상태라서, 현재 회사생활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약을 꾸준히 잘 복용하면서 규칙적인 일상성을 잘 지켜나가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는 성인이고 현재 제가 겪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는 프로 환자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십대의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을 알고 있어요. 그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때문에 제가 과거에 겪었던 힘든 시간을 아직은 보내고 있는 중이구요. 학교에 대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한 친구들도 있답니다. 저는 항상 그 친구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에게 힘든 시간이 찾아올때면, 그 아이들의 부모님께서 저에게 해주신 말들을 항상 기억하려고 많이 노력을 해요. 저를 보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잘 기다려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고, 그분들께서 말씀해주셨거든요. 대단할 것 없는 제가 뭐라고, 저를 보면서 희망을 가진다고 말씀해주시는 그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감사해지기만 합니다. 저는 조현병이 아니지만, 제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겪어 보지 않은 사람에게 잘 설명하기가 참 힘이 들어요. 심지어 의사선생님께도 설명하는 것이 힘들때가 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항상 저를 도와주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선생님이 제가 겪는것을 겪고 계신것은 아니니까.. 그런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아주 운이 좋게, 가족들과 친구들과 의사선생님의 도움을 인생의 어느순간부터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믐의 이 모임을 통해서, 이 모임의 글을 읽는 분들이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해서 조금더 관심을 가지게 되시길, 그리고 조금더 이해하게 되신다면 정말 좋겠다 라는 마음을 살짝 품어봅니다. 그리고 더불어 조금 어린 친구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다면, 부디 그들에게 저보다는 일찍 도움의 손길이 닿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현병은 아니지만,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부모님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 있어서 소개하고 이만 마치겠습니다. 그믐의 이 모임을 통해 조현병에 관해 여러 글들을 짤막하게 나마 읽을 수 있음에 감사드려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1999년 4월 벌어진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격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책이다.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하고 있다.
너무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말씀하신 책 꼭 읽어볼게요.
읽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라는 생각은 들었는데요, 읽고 나서 저 책으로 책모임을 했거든요.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나와있는 책인것 같아서 소개해 보았습니다.
저 책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꼭 읽어보려고요. 저도 잠깐 신경정신과에 다녔어요. 병명은 우울장애. 그런데 저는 프로 환자는 못 되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을 속이고 투약을 몰래 중단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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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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