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5문5답] 4. 이인숙 전 중학교 교사

D-29
모모는 제게 갑작스럽게 가신 어머니를 웃으며 보내드릴 수 있게 위로를 건네주는 거 같아요. 병원에서 식물처럼 연명하는 삶이 아닌 로자 아줌마가 진정으로 원하는 편안한 곳에서 고통스러운 생을 마감하게 해 준 셈이니까요. 로자와 모모는 우리 시대 부모 자식의 은유로도 읽히지 않으시나요?
물질과 정신이 균형을 이루는 삶,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루는 삶,과거와 현재가 미래를 향해 일관되게 이어지는 삶을 살고싶은 우리들입니다. 잘 살기를 꿈꾸었던 우리들이기에 이제 잘 죽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습니다."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이다"라고 불렀던 노래를 다시한번 중얼거리면서 모모가 이야기 속에서 했던 멋진 말들 떠올려 봅니다.
Q3: 이 책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와 당시 사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주세요.
친구들과 남해 여행지 책방에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제목을 보고 끌리듯 책을 집어들었지요. 2020년 1월 말쯤이었네요. 작가도 책 제목도 낯설지 않고 끌리었던 것은 우울증으로 2017년 여름 오래 몸담았던 직장을 퇴직 후 동료와 한달간 남미 여행 중 들렀던 페루에서의 경험이 작용한 것 같아요. 로맹가리의 인간들을 만나 죽음까지 여정을 그린 단편들이 나의 눈에 비친 부조리한 세계에 팔딱거리는 인간의 모습과 겹쳐지며 멜랑꼬리(?)함을 자극했다고 할까요...에밀 아자르란 또 다른 필명의 '자기앞의 생'을 자연스럽게 찾아 읽게 되었고 이어 2019년 모친의 사고사 이후에도 제 머리맡을 떠나지 않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책이 되었습니다. 최근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이 책을 권했어요. 시어머니를 오래 봉양하느라 지쳐 잠시라도 쉴 때 보라고 닮은 듯 다른 모모와 로자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갑자기 한 친구도 시어머니를 오래 봉양하다 힘겨울 땐 말없이 가까운 바닷가를 찾아 바라보다 온다던 말이 떠오르네요. 그 책도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한참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의 이야기이죠. 우리에게 바다는 영생의 이미지이며 궁극적인 인간과 내세의 약속, 볼 때마다 자신을 잊게 해주고 가라앉혀주는 광막함, 다가와 상처를 핥아주고 체념을 부추기는 닿을 수 있는 무한이라고 로맹가리가 일찍이 일러 주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Q4: 이 책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어떤 분들께 추천하시겠어요?
초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는 웰빙 만큼 웰 다잉에 대해서도 같이 세대를 아울러 변모하는 중입니다만 숙제로 남기신 분께 권하고 싶고요. 가차없는 현실 앞에 참 어른다운 사람들로 성장하려는 당신에게도 권합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다가 죽을 자유가 소중한 분들에게도 꼭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Q5: 마지막으로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해 주세요.
"정의로운 사람들은 매사 걱정이 많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그러나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 같다. 남의 일에 아랑곳하지 않으니까... " "정상이란 작자들은 모두 비열한 놈들뿐인걸요" 정말 공감가는 표현입니다. 작가는 헤어진 아내가 의문사로 죽자 자살이 아닌 타살로 봤다고 해요. KGB가 개입되어 있을거라고 ~자유와 진실을 찾는 여생이 그이의 눈처럼 맑고 크게 다가옵니다. "엉덩이는 말이다 사람이 가진 것들 중 가장 신성한 것이란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그 누구도 네 엉덩이를 만지게 하면 안된다.네가 가진 것이 엉덩이뿐이라고 해도 절대 그런 짓은 하지 마라" 평생 창녀로 살아온 로자 아줌마가 죽기전 모모에게 당부하는 말이니 참 인생은 아이러니며 내리사랑이죠.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모모가 친엄마를 보고파 하고 오던 양육비마저 끊기자 아픈 로자를 대신해 뚜쟁이 일이라도 하러 나갔던 사실을 알고는 로자 아줌마는 너무 슬퍼합니다. 이 때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의 이 말을 떠올리죠. 또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 없다"며 똑똑하게 나서니까 로자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들이지요. 멋진 조합입니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의 시대에, 또 불임으로 고민이신 분도 주위에 계시겠지요. 이런 어려운 처지의 양아들 하나 맡겨진다면 아니 맡아서 기르는 일도 참으로 복짓고 받는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동안 나를 돌아보고 또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마다 책과 함께 더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인생책 5문5답] 인터뷰에 함께 해 주셔서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신 이인숙 선생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책을 소개해 주고 싶은 분들은 아래 페이지에 접속하셔서 답변을 작성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template/1 위 페이지 접속이 어려우신 분들은 contact@gmeum.com 으로 연락 주시면 저 도우리가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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