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엘벡 읽기] 플랫폼, 혼자 읽기

D-29
어? 그믐을 메모장처럼? 좋은데요? 그믐이 너무 무거워지지않고 가벼워지는거 좋아요. 자주 놀러올게요!
애거서 크리스티를 언급함. <어느섬의 가능성> 패딩턴발 4시 50분. 행복감을 느끼는 대목을 원용 <플랫폼> 할로 저택의 비극. 절망감을 느끼는 대목을 원용. 그는 비평가와 소설가 구분을 상관하지 않는다. 그는 지식과 예술을 구분하지 않는다. 우엘벡은 총체성을 지향한다. 마치 토마스 만처럼(그는 마의 산 팬이다). 마의 산은 읽기 힘들다.
"마의 산" - 유미의 세포들에 나온 책이라 기억합니다.
네, 정말 읽기 힘들더라고요 ㅎㅎ 유미의 세포에 나오군요. 김고은이 나오는?
맞습니다! 유미(김고은)이 대학교때 "마의 산" 책을 들고 다니는데, 그때 대학선배가 그걸보고 그 책을 읽으려고 해요. 제목이 뭔가 거대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GKD님께서 언급하시니 딱! 생각이 났습니다.
우엘벡 소설을 쭉 다시 읽는다. 그는 생존 작가 중에 가장 위대한 축에 들 것이다. 우엘벡을 대체로 냉소적이고 허무하다고 평가하지만, 전혀. 오히려 우엘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오해를 더 많이 퍼트리는 것 같다. 우엘벡은 한 인터뷰에서 인간의 덕목으로 꼽을만한 것은, 지성이나 성적 매력도 아닌 '친밀함'이라고 말했다. 친밀함이나 상냥함, 사랑이 실종된 우리 시대를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20세기를 쓰레기만 남은 시대라고 간주한다. 그럼 20세기가 만든 것 중에 훌륭한 건 뭔데? 우엘벡은 20세기에 남을만한 유산은 과학소설 뿐이라고 대답한다. 그의 소설은 얼마간은 장르소설이다. <어느 섬의 가능성>, <소립자>는 SF. <복종>, <세로토닌>은 대체 역사 소설. 물론 그는 허구를 팽팽히 부풀리지 않는다. 대신 현실로부터 파생된 가능성의 선을 따라간다. 그는 문학적 묘사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사회원리를 소설로 설명하려고 애쓴다(주로 '콩트'를 인용하며). 그가 그렇게 투사한 미래란, '사랑의 왕국'이다. 그것이 이슬람 공화국이건, 인간이 불멸하게 된 30세기의 미래건. 나는 그가 생각하는 게 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인간이 된다는 게 무엇인지.
혹시 저처럼 우엘벡이 누구인가 궁금한 분이 계실까봐 링크 공유합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0237
우엘벡이 바라보는 전문화된 세계. 이책의 주인공은 문화행정분야에서 일한다. 주인공의 여자친구는 관광분야에. 나는 우엘벡이 아주 정밀히 관찰할 때가 좋다. 그야말로 '업계'를 다룰때. 그는 한 업계의 관행, 목표, 야망을 진드기 생태 환경을 관찰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이 세부적인 업계는 또 역으로 우리가 사는 현대 세계를 정확히 묘사한다.
<어느 섬의 가능성>에서 내가 좋아하는 문장은 아래. "20만 분의 1 지도, 특히 미슐랭 지도에서는 온 세상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란자로테 섬 지도처럼 더 상세한 지도에서는 모든 것이 망가져버린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도에서 숙박 시설과 레저 인프라들을 구별하기 시작한다. 1:1 축척에서는 딱히 즐거울 게 없는 정상적인 세상이다. 그런데 거기서 더 확대하면 우리는 악몽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다시 말해, 살을 파먹는 진드기류, 사상균류, 기생충들을 구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밖에서 보면 아름답지만, 뭐든지 가까이서 보면 징글징글하다. 우엘벡 소설에서 다루는 엔터테인먼트업계, 현대미술, 불문학계, 관광업계, 물리학계, 같은 전문분야들이 전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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