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를 사랑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 어머니의 자유의지였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어머니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미리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미리는 어머니를 두려워하고 혐오하고 때로는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삶은 선택할 수 없었다. p227
숲속 새벽달, 책
D-29
이바
이바
최은영 <애쓰지 않아도> 를 다 끝냈습니다.
마지막 챕터인 ‘무급휴가’를 읽으면서 초반에 많이들 이야기하신 어금니깨물기와 시즈코상이 생각났어요.
<애쓰지 않아도>를 쭉 읽으면서 나 랑 작가랑 안맞나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마지막 챕터를 읽고나니 작가가 계속 궁금해지네요.
올려주신 인터뷰도 재미있어서 (사실 무서울거 같아서 안읽어야지 했는데) 저주토끼와 함께 최은영 작가의 단편이나 장편을 찾아 읽어보려 합니다.
숲속
이바님. 화이팅👍👍👍
이바
응원 감사합니다^^
이바
오늘 동네 책방에 가서 저주토끼와 내게 무해한 사람을 구입했습니다.
‘밝은 밤’과 ‘내게 무해한 사람’을 두고 한참 서서 고민을 하다 하나씩 시작해보자하는 마음과
작가 사진 하단에 적힌 작가의 말 중 일부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누군가로 인해 슬퍼하게 되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마음이 내 곁에 함께 누워주었다. 그 마음을 바라보며 왔다.’
제 곁에도 누워있는 그 마음들을 생각하며^^
숲속
그믐이 이제 열흘 남았습니다. 이제부터는 각자 읽고 있는 책 이야기들 올려주세요. 여러가지 상황이 여의치는 않지만 그래도 매일 독서하시는 거죠? ㅎ. 그 이야기 들려주세요.
보물선1
저는 이자람의 공연을 보고 공연장에서 <오늘도 자람> 에세이를 사왔습니다. 이 언니(!) 판소리, 밴드만 잘하는게 아니라 글도 잘쓰네요. 담백하게. 솔직하게. 팬심이 켜켜히 더해집니다ㅎㅎ
이바
진짜 너무 좋은 공연이었겠어요. 이자람님~너무 멋지시다며
이바
그럴 때 서로의 몸은 차라리 꿏잎과 물결에 가까웠다. 우리는 마시고 내쉬는 숨 그 자체일 뿐 이라고 이경은 생각했다. 한없이 상승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추락하는 하나의 숨결이라고. p14
무력감이 잠길 때, 이경은 그때의 일을 기억한다. 강을 따라 돌고 돌아 가던 길에서 나던 물냄새와 풀냄새, 오래된 스쿠터의 엔진 소리와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던 따뜻한 팔의 감촉, 합숙소 근처까지 오고서도 아쉬워서 스쿠터에 앉았다 내렸다를 반복하던 수이, 그때 수이가 짓던 우스꽝스러운 표정, 집으로 돌아갈 때 스쿠터 백미러로 보이던, 점점 작아지던 수이의 모습. p17
수이는 시간과 무관 한 곳에, 이경의 마음 가장 낮은 지대에 꼿꼿이서서 이경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수이야, 불러도 듣지 못한 채로, 이경이 부순 세계의 파편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p59
그 여름,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바람ㅎㅈ
계속 눈팅(이 단어로 옛날 사람 인증)해오다 적어봅니다. 하도 정보라 작가 얘기를 해서 어제 도서관 간김에 현대문학에 마침 한국과학소설 작가 연대의 단편들을 묶어 실은 장이 있어 읽어보았습니다. ‘저주토끼’는 도서전에서 오디오북으로 들었었는데 정신이 산란하고 일부만 들을 수 있어 별로 다가오는게 없었는데(제가 공포 장르 보다는 사이파이나 판타지 선호) 여기 실린 ‘통역’은 공포가 아니라 SF+사회문제를 섞은 듯한 이야기라 흥미로웠어요. 노동 과 갑질, 차별이 얽혀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보라 작가 좋아하는 분은 강화길 소설도 좋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은 고딕 호러+여성 문제를 같이 담으시는데 지향점이 비슷해 보입니다. 사실 1-2작품씩 밖에 안읽어서 단정지을 순 없지만요.
여름이라 저는 심장 단련을 위해 뒤늦게 ‘13계단’을 읽고 있습니다. 한 십년 전에(?) 같은 작가 ‘제노사이드’ 읽고 좋아서 사놓고 여름마다 읽어봐야지 해놓고 이제사요.
유유리딩
자살토끼는 자살토끼에서 멈춘 상태에요. 정보라 작가님 글은 충분히 읽고 알아갈 시간이 필요한 작가인 듯해요.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남다르게 독특해요.
북클럽이 있어 <시녀이야기> 읽고 있어요. 저는 이 글을 읽는 내내 천선란 작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주제도 다르고 지닌 작가 특유의 개성도 다를진데 뭔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인>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거기서 문장이 절제된듯 힘있지만 아름답기도 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던지는 물음도 저의 반경을 넓혀주어 좋았거든요.
<시녀이야기> 문장 속 딱딱 끊기는 간결함이 멈칫 멈칫 강해요. 천선란 작가가 마거릿 애트우드를 좋아했나? 생각도 했어요.
파도타는샛별
드디어 ‘저주토끼’의 저주에서 풀려났습니다.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한때 한참 유행하던 ‘엽기토끼’ 캐릭터가 떠올랐습니다. 이십대에는 추리소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여 참 많이 읽었는데 책도 나이가 들면서 맛이 달라지더라구요.(요즘은 그림책이 참 맛있습니다^^) 저주토끼부터 시작해서 재회까지 모처럼 글자가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여러 챕터의 이야기 중에서 ‘머리’ 는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글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오래 마음에 남아서 공유합니다. (한동안 화장실 변기뚜껑을 못 열 것 같아요)
“은혜라니, 무슨 은혜란 말이냐? 내가 언제 태어나고 싶어 네게 부탁한 적이라도 있더란 말이나? 네게서 비롯된 피조물이라 하여 네가 한 번 이라도 따뜻이 돌보아준 적이라도 있었더냐? 너는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태어나게 했고 이후에도 나를 혐오하고 역겨워하여 줄곧 없애거고자 하지 않았느냐? 내게 베풀어준 것이라고는 있어 봤자 네게는 백해무익할 따름인 배설물과 오물뿐이 아니었느냐? 그나마 받아먹으며 사람다운 외양을 이루기 위해 나는 네게서 갖은 수모와 박해를 받아야 했단 말이다. 하지만 드디어 나는 몸을 이루었다. 어두운 구멍 속에서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이제 나는 네가 되었으니 너의 자기를 차지하여 살아가리라.”
저주토끼 중 ‘머리’ 중 발췌
이바
저주토끼 전체적으로 단편들이 몰입감이 크네요. 몇몇 단편은 함의가 다양한 듯 해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윗분 말씀처럼 '머리'가 꽤 인상적이면서~기생충과 설국열차에서 계급별로 분리되어 있는 열차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제 2편만 남았는데~잔상이 오래 갈 듯 하네요.
최은영 작가 소설은 반면 사건이 무섭거나 크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 무의식적으로 뿌려져있는 가부장제 속에서 몇몇 여자사람의 좌절과 무력감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있어 힘이 들기도 하네요.
젊은 작가들 소설의 재미를 느끼면서 동시에 현실의 아픔이 느껴져 읽는 내내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숲속
머리!!! 정말 기괴했어요. ㅎ.
저도 이자람 에세이 좋게 읽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에세이를 읽는 건 기분좋아요. 유명인이 쓴 에세이는 일단 그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중요한 거 같아요.
예전에 양희은 에세이 읽는데 내용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잘 안와닿더군요. 그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ㅎ.
숲속
반면에 이자람은 원래 좋아하는 맘이 있어선지 그의 글과 예인다운 섬세함이 마음에 와 닿고 그가 더 좋아졌어요.
이바
<저주토끼>를 다 끝냈어요.
저에게는 처음에는 감탄으로, 마지막은 슬픔으로 끝을 맺는 책이었어요.
작가의 말을 여러 번 읽으면서
'찬란하지만 쓸쓸한'(도깨비 제 목 앞에 붙은 ㅎㅎ) 이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어요.
"너는 어떤 슬픔이 그리워서 묶이길 원하는 거야?"
(중략)
그가 천천히 속삭였다.
"살아 있어도 좋다고, 허락받은 것 같아서."
p314, 재회
올리브
제가 사는곳의 인터넷 환경이 안 좋아서 이제사 들어왔습니다. 한국을 떠나오면서 <밝은 밤> 한 권 들고 들어와서
시간을 내어 후욱 읽었네요. 저주토끼같은 글은 아니지만 글 속에 내가 계속 빨려들어 가게 된 책이였어요.
지금도 계속되는 이야기. 나의 이야기같은. 잔잔한 가슴 속을 계속 요동치게 했던 이야기중에...
P134
엄마가 벤치에서 일어나 나를 바라봤다.
"이상한 일이야. 누군가에게는 아픈 상처를 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P156
나는 왜 내가 원하는 만큼 강해질 수가 없을까.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도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래 울던 밤에 나는 나의 약함을, 나의 작음을 직시했다.
P165
피난길을 가는 여자에게는 인민군, 국군, 미군, 중공군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았다. 밤마다 민가를 다니면서 여자를 강간하는 군인들이 어느 쪽인지 구분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으니까.
P171
나는 언제나 잘 웃는 아이였고, 자라서는 잘 웃는 어른이 됐다.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 때도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P299
내 어깨에 기댄 여자는 편안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었다 청명한 오후였다.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좋았다. 나는 내게 어깨를 빌려준 이름 모를 여자들을 떠올렸다. 그녀들에게도 어깨를 빌려준 여자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자나,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별것 아닌 듯한 그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살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깨에 기대는 사람도,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도. 구름 사이로 햇빛이 한 자락 내려오듯이 내게도 다시 그런 마음이 내려왔다는 생각을 했고, 안도했다.
P303
왜 그런지 별것도 아닌 일에 상처를 받았다. 어느 날은 희자가 계속 대학에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나가듯이 말했는데, 그 말이 할머니의 마음을 깊이 찔렀다. 희자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모르고 있나. 먹을 밥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널린 세상에서 배가 불러서 그런 약한 소리를 하는 건가.
P314
내가 엄마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나는 정말 엄마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내 생각처럼 당당할 수 있었을까. 나는 엄마의 자리에 나를 놓아봤고 그 질문에 분명히 답할 수 없었다.
이바
다그치다가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딸들에게 볼을 비비대던 엄마,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던 길, 늘 엄마를 만날 수 있었던 그때의 기다림을 윤희는 아프게 기억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p99, 지나가는 밤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올리브
어금니 깨물기를 읽기시작했어요
전부를 말하진 않았어도 전해지는 것들이 우리에게는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 외할머니를 생각해보게 하는 밤입니다.
이바
셋이란 이런 거구나. 미 주는 종종 자신이 주나와 진희의 특별한 관계에 딸린 부록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둘의 관계에는 미주가 개입할 수 없는 단단한 지점이 있었다. 그 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진희는 자기야말로 그런 생각을 했다고 대답했다. p192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거야. 진희야 함께할 때면 미주의 마름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중략) 미주의 행복은 진해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디 때문에 가능했다. 진희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미주는 그 착각의 크기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 p196
둘은 진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고, 진희를 연상하게 하는 어떤 기억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것이 둘만의 보이지 않는 계약이었다. 그 계약을 지킬 때에만 둘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p204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얼굴 앞에서 거스를 수 없는 슬픔을 느끼니까. 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p208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