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전체적으로 단편들이 몰입감이 크네요. 몇몇 단편은 함의가 다양한 듯 해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윗분 말씀처럼 '머리'가 꽤 인상적이면서~기생충과 설국열차에서 계급별로 분리되어 있는 열차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제 2편만 남았는데~잔상이 오래 갈 듯 하네요.
최은영 작가 소설은 반면 사건이 무섭거나 크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 무의식적으로 뿌려져있는 가부장제 속에서 몇몇 여자사람의 좌절과 무력감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있어 힘이 들기도 하네요.
젊은 작가들 소설의 재미를 느끼면서 동시에 현실의 아픔이 느껴져 읽는 내내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숲속 새벽달, 책
D-29
이바
숲속
머리!!! 정말 기괴했어요. ㅎ.
저도 이자람 에세이 좋게 읽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에세이를 읽는 건 기분좋아요. 유명인이 쓴 에세이는 일단 그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중요한 거 같아요.
예전에 양희은 에세이 읽는데 내용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잘 안와닿더군요. 그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ㅎ.
숲속
반면에 이자람은 원래 좋아하는 맘이 있어선지 그의 글과 예인다운 섬세함이 마음에 와 닿고 그가 더 좋아졌어요.
이바
<저주토끼>를 다 끝냈어요.
저에게는 처음에는 감탄으로, 마지막은 슬픔으로 끝을 맺는 책이었어요.
작가의 말을 여러 번 읽으면서
'찬란하지만 쓸쓸한'(도깨비 제목 앞에 붙은 ㅎㅎ) 이라는 말이 자꾸 떠올랐어요.
"너는 어떤 슬픔이 그리워서 묶이길 원하는 거야?"
(중략)
그가 천천히 속삭였다.
"살아 있어도 좋다고, 허락받은 것 같아서."
p314, 재회
올리브
제가 사는곳의 인터넷 환경이 안 좋아서 이제사 들어왔습니다. 한국을 떠나오면서 <밝은 밤> 한 권 들고 들어와서
시간을 내어 후욱 읽었네요. 저주토끼같은 글은 아니지만 글 속에 내가 계속 빨려들어 가게 된 책이였어요.
지금도 계속되는 이야기. 나의 이야기같은. 잔잔한 가슴 속을 계속 요동치게 했던 이야기중에...
P134
엄마가 벤치에서 일어나 나를 바라봤다.
"이상한 일이야. 누군가에게는 아픈 상처를 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P156
나는 왜 내가 원하는 만큼 강해질 수가 없을까.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도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래 울던 밤에 나는 나의 약함을, 나의 작음을 직시했다.
P165
피난길을 가는 여자에게는 인민군, 국군, 미군, 중공군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았다. 밤마다 민가를 다니면서 여자를 강간하는 군인들이 어느 쪽인지 구분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으니까.
P171
나는 언제나 잘 웃는 아이였고, 자라서는 잘 웃는 어른이 됐다.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 때도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P299
내 어깨에 기댄 여자는 편안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었다 청명한 오후였다.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좋았다. 나는 내게 어깨를 빌려준 이름 모를 여자들을 떠올렸다. 그녀들에게도 어깨를 빌려준 여자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자나,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별것 아닌 듯한 그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살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깨에 기대는 사람도,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도. 구름 사이로 햇빛이 한 자락 내려오듯이 내게도 다시 그런 마음이 내려왔다는 생각을 했고, 안도했다.
P303
왜 그런지 별것도 아닌 일에 상처를 받았다. 어느 날은 희자가 계속 대학에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나가듯이 말했는데, 그 말이 할머니의 마음을 깊이 찔렀다. 희자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모르고 있나. 먹을 밥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널린 세상에서 배가 불러서 그런 약한 소리를 하는 건가.
P314
내가 엄마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나는 정말 엄마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내 생각처럼 당당할 수 있었을까. 나는 엄마의 자리에 나를 놓아봤고 그 질문에 분명히 답할 수 없었다.
이바
다그치다가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딸들에게 볼을 비비대던 엄마,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던 길, 늘 엄마를 만날 수 있었던 그때의 기다림을 윤희는 아프게 기억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p99, 지나가는 밤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올리브
어금니 깨물기를 읽기시작했어요
전부를 말하진 않았어도 전해지는 것들이 우리에게는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 외할머니를 생각해보게 하는 밤입니다.
이바
셋이란 이런 거구나. 미 주는 종종 자신이 주나와 진희의 특별한 관계에 딸린 부록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둘의 관계에는 미주가 개입할 수 없는 단단한 지점이 있었다. 그 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진희는 자기야말로 그런 생각을 했다고 대답했다. p192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거야. 진희야 함께할 때면 미주의 마름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중략) 미주의 행복은 진해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디 때문에 가능했다. 진희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미주는 그 착각의 크기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 p196
둘은 진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고, 진희를 연상하게 하는 어떤 기억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것이 둘만의 보이지 않는 계약이었다. 그 계약을 지킬 때에만 둘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p204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얼굴 앞에서 거스를 수 없는 슬픔을 느끼니까. 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p208
이바
신의 현존에는 분명 그가 말한 위안이 존재했다. 그런데도.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p209
고백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올리브
기도를 잠시 멎게 하기중에서....
아기들은 오직 오늘만을 살고 내일은 없다고 여긴다고, 어딘가에서 들었다. 또 아기들은 잠드는걸 죽음과 비슷한 공포로 여긴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잠들려 하지 않는다고. 내일을 위해서 이제 자야지, 하고 생각하면 아기가 아니라고. 그런 아이들에게 내일이 있다는 것을, 내일이 곧 오늘처럼 이곳으로 오리라는 것을 가장 평화로운 방식으로 설득하는 일이 자장가를 불러주는 일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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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매일 떠나보낼 나를 배웅한다. 떠나는 나를 위해 나는 가만히 있는다.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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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기생하는 새로운 고통과 쾌락에 기생하는 새로운 죽음이 새연인처럼 양옆에 누워 있다.
어금니 깨물기ebook p71
이바
공 무에 관해서라면 나는 언제나 애틋함을 느낀다. 처음 그애의 글을 읽었을 때부터, 실제로 얼굴을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애에게 기대하고 실망과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애틋함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그애가 애써왔다는 걸 알아서인지도 모른다. 애쓰고 애쓰고 또 애써온 시간이 그애의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나도 그애를 대할 때는 불성실하고 싶지 않았다. p115
이바
어른이 되고 나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어린 시절,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습관이자 관성이 되어 계속 작동하는 것 아닐꺼. 속이 깊다거나 어른스럽 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았다. 이해하는 것, 그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이었으니까. p121
모래로 지은 집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올리브
그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으로 살아가는듯해요.
자연스럽게 베어나온 행위들이겠죠.... 어른스럽다는게 뭘까요? 삶이란 참 어떻게 보면 쉽고, 어떻게 보면 무지 어려워요. 갑자기 그런생각이 드네요^^
이바
생존의 방식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거겠죠?! 정말 삶은 어찌보면 단순한데, 다른 방향으로 보면 인간의 몸 만큼이나 연결고리가 많고 복잡한 것 같아요.
올리브
"도미노 게임처럼 소중한 걸 너무 가까이 두지 마라. 하나가 무너져도 연쇄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조금 멀리 두어야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해준 말 중에 큰딸이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말이다. 못 하나를 박아도 허술하게 박아서 무언가를 매달면 얼마가지 않아 떨어지고 부서지게 했던 그였으므로, 현자 같은 그 말은 딸에겐 유머에 가까웠다.
P95
숲속
이틀동안 책도 못 읽고 그믐 접속도 못했어요. 이제 내일이면 그믐이 마무리되는데 뭔가 제대로 못해 아쉽네요.
푸른_쓰는마음
그믐에 자주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저주토끼는 계속 가까이 두고 한 편씩 읽었어요. 어찌 이렇게 다 외롭고 상처 입은 사람들인지,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쓸쓸한 기분이 들어서 한 편 읽으면 바로 다음 편으로 넘어가게 되지 않고 잠시 멈췄다가 다른 책도 잠시 읽었다가 다시 책을 펴 들게 되었어요. 환상의 옷을 입고 씁쓸한 현실을 품어 보여주는 것이 딱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데 선생님 추천이 아니었다면 아마 안 읽었을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읽을 수 있어서, 다른 분들 마음에 남은 문장들도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믐은... 뭔가... 테스트 과정을 지나면 더 좋아지겠지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이바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내 말에 모래은 고개를 돌렸다. 그 말이 모래를 어떻게 아프게 할지 나는 알았다. 나는 고의로 그 말을 했다. 너처럼 부족함 없이 자란 애가 우리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네가 아무래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뭫 알아, 네가 뭘. 그건 마음이 구겨져 있던 사람 특유의 과시였다. p126
모래로 지은 집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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