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10. <동물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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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전하면서 항상 언급하는 동물 셋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날아다니는 새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앨버트로스입니다. 크리스 조던의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를 보고서 받았던 깊은 감동과 끔찍한 충격을 전하면서, 저도 청중도 함께 눈가가 촉촉해지고 목이 메어서 말을 잇지 못한 적이 여러 차례입니다. 앨버트로스와 함께 언급하는 다른 두 동물은 2017년 1월 6일 생명을 잃은 범고래 ‘틸리쿰’과 역시 2015년 7월 1일 목이 잘려 트로피가 된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 ‘세실’입니다. 이렇게 그간 어쭙잖게 틸리쿰, 세실 또 앨버트로스 등을 언급하면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나름대로 공부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항상 아쉬웠습니다. 할 헤르조그의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같은 훌륭한 책은 한국어판이 절판되어서 서점에서 구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 책을 대신해서 권할 만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드디어 헤르조그의 책만큼 훌륭한 대안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국내 저자의 책으로! 남종영의 『동물 권력』(북트리거)입니다.
연말연시에 이 책을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충실한 공부 또 집요한 취재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뇌종양이라는 병마와 싸우면서 어렵게 썼다는 일을 알고 있던 터라서, 비판적 탐구나 대담한 해석보다는 여러 정보만 요령 있게 정리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처음 몇 쪽을 읽자마자 저자를 낮춰 봤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로 저자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자기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정리한 책을 내놓았습니다. 제가 이 책 읽기를 권했던 한 지인은 이렇게 평하더군요. “한국 저자가 쓴 줄 모르고 읽었더라면, 유명한 외국 작가가 쓴 책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처음 등장하는 동물은 인간의 동반자가 된 동물, 개입니다. 그건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전에 제가 먼저) 추천했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에서 읽었다고요? 이래서 책 한 권만 읽고서 마치 그 분야 전문가라도 된 양 찧고 까부는 일이 위험한 겁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는 많은 공백이 있습니다. 『동물 권력』은 바로 그 빈틈을 채우면서 독자를 사로잡죠.
그렇게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한니발의 전쟁에 동원되어서 알프스산맥을 넘어 로마로 질주하던 코끼리, 제2차 세계 대전의 숨은 전쟁 영웅 비둘기 등부터 20세기 산업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헨리 포드 자동차 공장 컨베이어 벨트의 역할 모델이었던 시카고 정육 단지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동물-인간 사이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특히, 저자는 지배(인간)-피지배(동물)의 착취 관계라는 통념을 흔들고, 나아가 인간과 동물의 경계조차 허무는 사례를 소개하는 데에 공을 들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 곳곳의 어부는 오랫동안 범고래와 협력해서 다른 고래를 사냥하거나 혹은 돌고래와 협력해서 지역 어업을 일궈왔습니다. 이때 고래는 인간에게 길들었다기보다는 당당하게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자입니다. 죽은 새끼가 바다에 가라앉거나 해변으로 떠밀려가지 않도록 17일간이나 지지하고 다니면서 애도했던 범고래 어미의 애타는 마음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가운데는 인간과 의사소통하도록 교육받으며 인간처럼 대접받다가 덩치가 커졌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이들도 있습니다. 인간사회를 갈망하다 죽은 이들은 동물인가요, 인간인가요?
앞에서 이야기를 꺼냈으니 범고래 틸리쿰과 사자 왕 세실 이야기를 살짝이라도 해야겠죠. 틸리쿰은 1983년 11월 5일 두 살 때 아이슬란드 인근 바다에서 잡혀서 2017년 목숨을 잃을 때까지 30년 넘게 북미의 수족관을 전전한 수컷 범고래입니다. 그는 생식용 수고래로 쓰이며 공연용 여러 범고래 새끼의 아비가 되어야 했죠. 틸리쿰이 21세기의 가장 유명한 동물이 된 것은 끔찍하게도 세 건의 살인 때문입니다. 그는 1991년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1999년과 2010년에 각각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이 세 건의 살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틸리쿰은 범고래, 돌고래 등 고래류를 수족관에 가둬두고 전시하고 공연하는 일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리는 상징이 됩니다.
세실의 삶도 틸리쿰만큼이나 비극적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사자 연구팀의 눈에 띄어 짐바브웨 초원 황게 국립공원의 사자 왕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았던 그는 한 미국인 치과의사가 색다른 휴가를 즐기고자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 나선 ‘트로피 관광’의 재수 없는 희생자가 되어 목이 잘리게 됩니다. 목이 잘리고 몸통만 남은 사자 왕의 시신은 아프리카 국립공원을 둘러싼 글로벌 동물-인간관계의 추악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왜 미국인 치과의사는 당당히 국립공원의 사자를 사냥해서 목을 자를 수 있었을까요? 사자 사냥에 원주민이 기꺼이 협력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지어, 사자 왕의 이름이 하필 ‘세실’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말연시에 나와서 좋은 책인데도 운 나쁘게 독자와 만나지 못하고 매대에서 사라지는 일이 많습니다. 남종영의 『동물 권력』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은 반드시 ‘올해(2023년)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여러 곳에서 추천받고 선정되어야 합니다. 여러 눈 밝은 독자의 주저 없는 독서를 권합니다.
<기획회의> 577호(2023년 2월 5일)의 ‘이 주의 큐레이션’의 일부입니다. 여러 차례 말하지만, 정말 좋은 책이에요. 아마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여러 통념이 깨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모음이기도 합니다. 펼쳐서 몇 줄 읽기만 하셔도 YG와 JYP가 극찬하며 읽기를 권한 이유를 아실 거예요.
전자책이 있으면 좋으련만, 해외배송하면 최소 일주일 걸리네요. 혹시 전자책으로는 출간되지 않나요?
@새벽서가 아, 전자책이 바로 나올 것 같진 않은데 안타깝네요.ㅠ.
참여자가 10분 정도가 되면 남종영 기자님을 모시겠습니다.
조금씩 모이더니 이제 JYP님, YG 님 빼고도 참여인원이 12명이 되었어요. 참고로 모임의 참석자 확인은 모바일의 경우, 위 점점점 메뉴에서 i.모임정보 가시면 참여인원 탭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초대하기 기능도 있어서 혹시나 남종영 기자님을 카톡으로 초대하시는 거면 '초대하기' 버튼을 살짝 눌러주시고 남종영 기자님을 목록에서 선택하심 됩니다. ^^
어머~~~작가님 오시는건가요? :)어머~~~작가님 오시는 건가요? :)
영풍문고에 갔는데 재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주문했는데..얼릉 도착하기를..
@책읽는나랭이 네, 재미있게 읽으실 거예요!
이제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물들의 탈출부분은 영화 <마다가스카>를 떠오르게 하네요. 애니메이션이지만 그들이 붙잡히지 않고 멀리멀리 가도록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똑같았어요. 현실에선 모두 잡히고 말지만요. 어쩌다 아이들과 가는 동물원에서 본 동물들의 이상행동도 떠오르며 그 이상행동을 하게 한 원인에 동조했다는 죄책감도 들게하네요. 앞으로 읽어나가며 생각을 더 깊이해보고 싶습니다. <동물권력>이란 제목이 확 와닿지 않았었는데 동물이 마냥 피지배의 수동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뜻이군요. 좋은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귀연사슴 저도 그래서 "일단 재미있는 이야기책"이라고 강조했어요. 그런데 남종영 기자님 말씀을 듣고 보니 '동물 권력'이라는 딱딱한 제목을 고집하신 이유도 이해는 되더라고요.
안 그래도 jyp는 방송에서 제목과 표지에 대해 지적질을 했답니다… “다정한 동물들이 사라져간다” 차라리 이런 제목이 낫지 않았겠냐고요. 표지도 좀 더 말랑말랑하게.. 제목이나 표지가 주는 느낌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잘 읽힙니다. 많관부. 많독부.
네이버에서 범고래쇼를 최근에 관람한 내용이 있어 어떻게 된 일인지 보니 지금하는 범고래쇼의 범고래들이 마지막세대라 이 세대가 끝날 때까지는 쇼를 한다고 하네요. 미국에 가 본적이 없어서 씨월드를 몰랐는데 디즈니같은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었군요.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저도 관광코스에 넣고 관람을 했겠지요. 다른 동물에 관해서는 어느정도 대강이라도 들어보거나 읽은적이 있는데 산천어라든지 범고래같은 해양생물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습니다. 올해도 산천어 축제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려 최대인파를 기록한 것 같던데 많은 사람들이 산천어 축제의 진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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