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10. <동물 권력>

D-29
연말에 YG가 읽자마자 ‘2023 올해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미리 점찍은 책이 있습니다. YG의 권유로 읽은 JYP가 “저자 이름을 가리고 읽었더라면, 외국의 유명 저자가 쓴 명저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극찬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동물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정리한 남종영 기자의 『동물 권력』(북트리거)입니다. 저자 남종영 기자와 함께 『동물 권력』을 ‘그믐’에서 한 달간 읽고 또 ‘YG와 JYP의 책걸상’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눠봅니다. 괜히 편견을 가지고 ‘어려운 책’이라고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한글만 읽을 줄 알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함께 울고 웃고 감동과 분노를 느끼는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니까요. ‘YG와 JYP의 책걸상’ 방송은 3월 6일, 8일 업로드됩니다.
바쁘신 남종영 기자님 모셔서 '책걸상'에서 이야기나누고, 그믐에서 함께 읽는 모임까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남 기자님도 금방 초대할 예정입니다.
목차만 살펴봤는데 굉장히 흥미롭네요. 도서관에 없어 바로대출로 신청해두었습니다. 빨리 읽어보고 종종 남기겠습니다!
책도 방송도 기대됩니다!!
남종연 기자님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도서관에 바로대출 신청했습니다. 빨리읽고싶네요!
저도 목차부터 살펴봤는데. 유혹하는 소제목들이네요~
몇 년간 강연을 다니면서 계속해서 반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여섯 번째 대멸종’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 진행 중인 지구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 감소를 ‘대멸종’이라고 지칭하는 유행에 불만이 있어요. 지구에 생물 다양성이 증가하고 나서 가장 심각한 멸종 사태였던 고생대 페름기 말 대멸종의 권위자 더그 어윈에게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대멸종 연대기』(흐름출판)의 저자 피터 브래넌과의 인터뷰에서 어윈은 ‘일단 어떤 요인이 기폭제가 되어서 멸종 사태가 시작하면 그것을 되돌릴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일단, 대멸종이 시작하면 그것은 폭발하는 건물처럼 원상태로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과학적으로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대멸종이 시작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입니다. 어윈의 지적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의 생물 다양성 감소가 좀 더 빨라져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래서 정말 대멸종이 시작하면 그때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더구나, 고생대 말과 중생대 말에 지구의 주류였던 동식물이 그랬듯이 인류 역시 그 대멸종에서 살아남기는 어렵겠죠.
이런 이야기를 전하면서 항상 언급하는 동물 셋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날아다니는 새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앨버트로스입니다. 크리스 조던의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를 보고서 받았던 깊은 감동과 끔찍한 충격을 전하면서, 저도 청중도 함께 눈가가 촉촉해지고 목이 메어서 말을 잇지 못한 적이 여러 차례입니다. 앨버트로스와 함께 언급하는 다른 두 동물은 2017년 1월 6일 생명을 잃은 범고래 ‘틸리쿰’과 역시 2015년 7월 1일 목이 잘려 트로피가 된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 ‘세실’입니다. 이렇게 그간 어쭙잖게 틸리쿰, 세실 또 앨버트로스 등을 언급하면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나름대로 공부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항상 아쉬웠습니다. 할 헤르조그의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같은 훌륭한 책은 한국어판이 절판되어서 서점에서 구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 책을 대신해서 권할 만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드디어 헤르조그의 책만큼 훌륭한 대안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국내 저자의 책으로! 남종영의 『동물 권력』(북트리거)입니다.
연말연시에 이 책을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충실한 공부 또 집요한 취재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뇌종양이라는 병마와 싸우면서 어렵게 썼다는 일을 알고 있던 터라서, 비판적 탐구나 대담한 해석보다는 여러 정보만 요령 있게 정리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처음 몇 쪽을 읽자마자 저자를 낮춰 봤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로 저자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자기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정리한 책을 내놓았습니다. 제가 이 책 읽기를 권했던 한 지인은 이렇게 평하더군요. “한국 저자가 쓴 줄 모르고 읽었더라면, 유명한 외국 작가가 쓴 책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처음 등장하는 동물은 인간의 동반자가 된 동물, 개입니다. 그건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전에 제가 먼저) 추천했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디플롯)에서 읽었다고요? 이래서 책 한 권만 읽고서 마치 그 분야 전문가라도 된 양 찧고 까부는 일이 위험한 겁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는 많은 공백이 있습니다. 『동물 권력』은 바로 그 빈틈을 채우면서 독자를 사로잡죠.
그렇게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한니발의 전쟁에 동원되어서 알프스산맥을 넘어 로마로 질주하던 코끼리, 제2차 세계 대전의 숨은 전쟁 영웅 비둘기 등부터 20세기 산업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헨리 포드 자동차 공장 컨베이어 벨트의 역할 모델이었던 시카고 정육 단지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동물-인간 사이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특히, 저자는 지배(인간)-피지배(동물)의 착취 관계라는 통념을 흔들고, 나아가 인간과 동물의 경계조차 허무는 사례를 소개하는 데에 공을 들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 곳곳의 어부는 오랫동안 범고래와 협력해서 다른 고래를 사냥하거나 혹은 돌고래와 협력해서 지역 어업을 일궈왔습니다. 이때 고래는 인간에게 길들었다기보다는 당당하게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자입니다. 죽은 새끼가 바다에 가라앉거나 해변으로 떠밀려가지 않도록 17일간이나 지지하고 다니면서 애도했던 범고래 어미의 애타는 마음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가운데는 인간과 의사소통하도록 교육받으며 인간처럼 대접받다가 덩치가 커졌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이들도 있습니다. 인간사회를 갈망하다 죽은 이들은 동물인가요, 인간인가요?
앞에서 이야기를 꺼냈으니 범고래 틸리쿰과 사자 왕 세실 이야기를 살짝이라도 해야겠죠. 틸리쿰은 1983년 11월 5일 두 살 때 아이슬란드 인근 바다에서 잡혀서 2017년 목숨을 잃을 때까지 30년 넘게 북미의 수족관을 전전한 수컷 범고래입니다. 그는 생식용 수고래로 쓰이며 공연용 여러 범고래 새끼의 아비가 되어야 했죠. 틸리쿰이 21세기의 가장 유명한 동물이 된 것은 끔찍하게도 세 건의 살인 때문입니다. 그는 1991년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1999년과 2010년에 각각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이 세 건의 살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틸리쿰은 범고래, 돌고래 등 고래류를 수족관에 가둬두고 전시하고 공연하는 일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리는 상징이 됩니다.
세실의 삶도 틸리쿰만큼이나 비극적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사자 연구팀의 눈에 띄어 짐바브웨 초원 황게 국립공원의 사자 왕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았던 그는 한 미국인 치과의사가 색다른 휴가를 즐기고자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 나선 ‘트로피 관광’의 재수 없는 희생자가 되어 목이 잘리게 됩니다. 목이 잘리고 몸통만 남은 사자 왕의 시신은 아프리카 국립공원을 둘러싼 글로벌 동물-인간관계의 추악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왜 미국인 치과의사는 당당히 국립공원의 사자를 사냥해서 목을 자를 수 있었을까요? 사자 사냥에 원주민이 기꺼이 협력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지어, 사자 왕의 이름이 하필 ‘세실’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말연시에 나와서 좋은 책인데도 운 나쁘게 독자와 만나지 못하고 매대에서 사라지는 일이 많습니다. 남종영의 『동물 권력』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은 반드시 ‘올해(2023년)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여러 곳에서 추천받고 선정되어야 합니다. 여러 눈 밝은 독자의 주저 없는 독서를 권합니다.
<기획회의> 577호(2023년 2월 5일)의 ‘이 주의 큐레이션’의 일부입니다. 여러 차례 말하지만, 정말 좋은 책이에요. 아마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여러 통념이 깨지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모음이기도 합니다. 펼쳐서 몇 줄 읽기만 하셔도 YG와 JYP가 극찬하며 읽기를 권한 이유를 아실 거예요.
전자책이 있으면 좋으련만, 해외배송하면 최소 일주일 걸리네요. 혹시 전자책으로는 출간되지 않나요?
@새벽서가 아, 전자책이 바로 나올 것 같진 않은데 안타깝네요.ㅠ.
참여자가 10분 정도가 되면 남종영 기자님을 모시겠습니다.
조금씩 모이더니 이제 JYP님, YG 님 빼고도 참여인원이 12명이 되었어요. 참고로 모임의 참석자 확인은 모바일의 경우, 위 점점점 메뉴에서 i.모임정보 가시면 참여인원 탭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초대하기 기능도 있어서 혹시나 남종영 기자님을 카톡으로 초대하시는 거면 '초대하기' 버튼을 살짝 눌러주시고 남종영 기자님을 목록에서 선택하심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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