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서의 발전 - 아마르티아 센] 일단 혼자 읽기

D-29
와, 저 책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파레토 최적은 저도 대학 때 배운 거 같습니다. 저는 쉽게 이해한 개념 같은데 혹시 잘못 이해한 걸까 하는 생각이 지금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
아주 생기초책이죠 ㅎ 파레토 최적은 그리 어렵지 않은 개념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경제분야에 거부감이 있어놔서 그럴 거에요;; & 257p의 인용은 조지 버나드 쇼의 <범인과 초인> 중 1840년의 아일랜드 기근을 기근으로 부르기를 거부한다고 나오는데요. 이 기근이든 저 기근이든 행위자와 장소만 다르지 본질은 같아 보입니다. "문화적 우월성의 확신은 정치적 힘의 불균형과 흔히 결합된다." 챙겨야 할 문화적으로 우월한 우리만 먹이고 나머지 "개돼지들"은 살던지 죽던지 방치한다는 것일까요. 이쯤되면 기근이 아니고 독재와 부패로 인한 착취와 방치 쯤이라고 바꿔 불러야 할까요.
206p 공공정책은 마치 정치처럼 가능성의 예술이다. Art of possibility쯤 될까요? 210p 부적합자를 대상에 포함시키는 유형 1의 오류를 줄이려다 적합자를 대상에서 배제시키는 유형 2의 오류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제가 한창 통계로 고생할 때 잘하는 동기가 저걸 설명해주었었는데 딱 저 이유로 송파 세모녀가 배제되었구나 생각하고 글을 쓴 게 있어요~ https://m.blog.naver.com/widerhorizon/150186339089 그리고 딱 되돌이킬 수 없다던 저 오류처럼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지 못한 저들의 비극은 죽었어도 + 그토록 이슈가 되었어도! 아직도 끝난 게 않은가 보더군요 ㅠ 심지어 주민센터에 문의했으나, 거소지가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다르다던지 등의 이유로 자신들이 찾아나서서 파악하진 못할지언정 찾아온 사람도 돌려보내는 "무사안일주의^^"를 유감없이 시전들 하셨더만요 🔥
네, 비슷합니다. 찾아보니 "the art of the possible"이네요.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Public policy, like politics, is the art of the possible, and this is important to bear in mind in combining theoretical insights with realistic readings of practical feasibility."
the possible로 했었군요~ practical feasibility는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말로만 되는 것은 없기 때문에 😂 그리고 여기서 agency 행위자성이라던가, 역량강화, 역량, 획득권한 entitlement? 이런 키워드들에서 몇 해 전 도서전에서 데려온 역량의 창조가 떠올랐는데 고이 모셔만 두고 있었네요; 각주에도 등장하긴 하더라구요. 대가 😭 김.우.창. 선생님께서도 즐겨 인용하시던 그 학자ㆍㆍ
역량의 창조마사 누스바움이 말하는 ‘역량’은 한 사람이 타고난 능력과 재능인 동시에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환경에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의 집합을 의미한다. 진정한 의미의 발전과 사회정의란 개개인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는 데 있다고 보고, 이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론이 역량 접근법이다. 누스바움은 10대 핵심역량을 제안하며 각 역량이 최소한으로 보장돼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선택과 자유를 중요
누스바움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역량 접근(capability approach)하면 센과 함께 항상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역량 접근에 대한 아래의 설명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센과 누스바움이 언급됩니다. https://plato.stanford.edu/archives/win2021/entries/capability-approach/
항상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 것 같습니다. 저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239p 센코노믹스에서도 강조되었던 민주주의의 중요성은 1. 내재적 intrinsic 중요성, 2. 도구적 instrumental 기여, 3. 가치와 규범의 창조과정에서 갖는 구성적 constructive 역할이 여기에도 등장해 케랄라사례나 기근이 독재국가에서만 나타난다 등 더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었네요.
앞 장에서 민주주의가 기근을 방지한다는 내용이 나와도,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한켠에 있었는데, 7장에서 제시하는 실증적인 사례들을 보니 민주주의가 기근을 방지하는 원인이라는 점이 분명하네요. ㅎㅎ
저도 매우 분명하게 알게 되었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가 사치품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요.
7장 기근과 기타 재난에서, 식량 가용성이 높은 상태에서 일어난 기근의 한 사례가 1974년 방글라데시 기근이라는 것과 아마 켄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풍경>에서 보았던 아일랜드 기근은 253p에서 "악마는 가장 뒤처진 자를 잡는다"는 표현처럼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그게 반드시 기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전 세계가 삼년간이나 오롯이 겪으며 무수한 죽음을 목도한ㆍㆍ치료시스템과 백신, 마스크에 대한 접근 유무가 생/사 마저 가를 수가 있구나! ㅜ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일랜드 기근 당시, 돈을 더 쳐주는 곳으로 남아도는 식량을 역수출! 했다는 대목에서 분노 🔥 를 느꼈고ㆍㆍㆍ 그걸 가지고 제대로 막지도 못했으면서 유사한 다른 사례를 들어 처칠이 "벵골 기근이 토끼처럼 번식하는 원주민들의 성향 때문이었다."고 했다는 대목에서 욕을 한마디 해야할까 싶었네요!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찰스 에드워드 트레블리언이 아일랜드 기근을 아일랜드인들의 감자사랑 탓으로 분석하는 부분이 어이가 없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켄 로치가 이 영화로 황금종려상을 받았군요. 켄 로치영화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밖에 보지 않았는데 기억해뒀다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기근이요? 라고 묻자, 멀론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굶주림이다. 나라에는 식량이 가득하고 수출까지 하는 상황이었는데, 기근일 수가 없지." 257p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저 영화는 지금은 없어진 좋아하던 극장에서 친구가 보고싶다고 해서 봤었는데, 이토록 무거운 영화라니ㆍㆍ당시에는 잘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네요; 켄 로치 영화는 무거운 깨달음을 주어 이후로도 몇 편 더 챙겨보긴 했습니다. 레이닝 스톤, 택배 사업에 뛰어든 한 부부 이야기 등 노동문제 대가라고 알고 있어요.
이 부분 진짜 뼈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영화를 별로 안 보고, 그나마 굉장히 대중적인 SF나 코미디만 보는 편이라 켄 로치 감독의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작품을 본 적이 없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거부하지 않으렵니다.
뭔가가 이상한 감이 들어 검색해봤더니 기근이 아니고 ira였습니다;; 🤦 2006년에 봤던 것이라, 거긴 아일랜드였고 킬리언 머피가 뭔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힘들어했지 정도만 남았네요. & 조금 남아서 계속 달려보면^^ 307p 멜서스적 비관론이 세계 식량 상황에 대한 예언으로는 부적절한 것처럼, 당국이 1인당 식량 생산을 잘못 전망하여 재난과 기근의 초기 징후를 무시했을 때 맬서스적 낙관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수백만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잘못된 이론은 살인을 저지를 수 있으며, 식량ㅡ인구 비율에 대한 맬서스적 전망은 그 손에 많은 피를 묻혔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이 이 기근을 두고 쓴 글이지요...? 하고 적으려고 하다가 약간 미심쩍어서 찾아보니 아일랜드 대기근 전에 쓴 글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저처럼 그 글을 아일랜드 대기근에 대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ㅠ.ㅠ
7장에서는 기근을 식량생산량의 감소가 아니라 획득권한의 상실로 정의합니다. 획득권한의 회복은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근은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단기 공공프로젝트를 통한 고용증대는 기근이 발생한 지역의 구매력을 회복시켜 비극을 막습니다. 또한 민주주의를 통한 정치적 인센티브, 언론을 통한 정보의 전파를 통해 기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실증사례를 제시하는데 흥미롭습니다.
7장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놀란 것은 20세기에도 대규모 기근이 빈발했다는 사실입니다. 40년대 인도에서 2-300만명, 58-61년 중국에서 3000만 명이 기근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읽고 멍해졌습니다. 기근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정도 대규모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수치가 정말 믿기 어렵죠... 저는 『팔과 다리의 가격』을 쓰면서 20세기 기근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하긴 저도 1980년대에 에티오피아 대기근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았고, ‘위 아 더 월드’ 노래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에티오피아 대기근 사망자 수는 100만 명 정도였다고 하네요. 1990년대 후반 북한 ‘고난의 행군’ 때 사망자 수는 33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중국과 인도, 우크라이나의 대기근들에 비하면 ‘적은’ 수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3년 동안 매일 300명이 사망해도 33만 명이 안 됩니다.
8장에서는 여성 운동의 목표를 복리주의에 더해 행위주체성의 증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성의 문자해독율 증가가 아동생존율을 증가시킨다고 하는데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엔 두 개가 어떻게 연관을 맺는지 전혀 감이 안왔습니다. 뒤에서 센은 "어머니들이 아이의 복지 문제에 부여하는 중요성, 그리고 어머니들의 주체성이 존중받고 강화될 때 그 방향으로 가족의 결정에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여성의 강화를 동반하지 않는 근대화가 아동생존율에 별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결국 근대화가 되더라도 남성들이 자식 복지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나, 성별에 대한 선호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제도적 근대화가 의식의 근대화(정확히 무엇일지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는다고도 이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교가 영향을 주는 부분도 있을 것 같구요. 자식을 낳더라도 한 두명 낳는 요즘 한국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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