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서의 발전 - 아마르티아 센] 일단 혼자 읽기

D-29
[ 기근은 이른바 분할통치를 통해 지속된다. 예를 들어 국가 전체로는 전혀 식량이 부족하지 않은데 한 지역이 가뭄 때문에 식량 생산이 감소하면 그 지역의 농민들은 식량을 구입할 획득권한을 상실해 고통받을 수 있다. 이 희생자들은 자신들의 식량 생산에 손실을 입어 소득을 얻기 위해 팔 것이 없으므로 다른 곳에서 식량을 사올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직업 혹은 다른 지역에서 더욱 안전한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타 지역에서 식량을 살 수 있다. 이와 매우 유사한 일이 1973년 에티오피아 월로 기근 때 일어났는데, 월로 지역의 수도인 데시의 식량 가격이 다른 지역인 아디스아바바나 아스마라에 비해 더 높지 않았음에도 이 지역 주민들은 빈곤해져 식량을 살 수 없었다. 사실 당시 월로 지역의 식량이 더 부유한 에티오피아의 다른 지역, 그러니까 사람들이 식량을 살 수 있는 소득이 좀 더 많은 곳으로 흘러 나갔다는 증거도 있다. ] 〈7장 기근과 기타 재난〉
[ 기근은 특정 지역에서 특정 직업군이 식량을 구입할 획득권한을 상실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 결과인 기아는 경제적 변화로 타격을 입은 이들의 소득과 획득권한의 최소 수준을 체계적으로 회복시키면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종종 대규모가 되기는 하나 그들의 숫자는 전체 인구 중에서 일부분인 경우가 많고, 기아를 벗어나는 데 필요한 구매력의 최소 수준도 꽤 낮다. 따라서 조기에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제도를 운영한다면 기근을 방지하기 위한 공공정책의 비용은 가난한 나라의 입장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 〈7장 기근과 기타 재난〉
[사실 가난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종종 비민주적 국가에 비해 식량 생산과 공급이 크게 감소하고 인구의 상당수가 구매력을 잃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독재국가가 큰 기근을 겪을 때 민주주의 국가들은 더 열악한 식량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근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1979~1981년과 1983~1984년 사이 보츠와나에서는 식량 생산량이 17퍼센트 줄었고 짐바브웨에서는 38퍼센트가 줄었지만, 같은 시기에 수단과 에티오피아에서는 감소량이 11 내지 12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식량 생산 감소량이 더 적은 수단과 에티오피아가 대규모 기근에 시달린 반면 보츠와나와 짐바브웨에서는 기근이 없었는데, 이는 이 나라들에서 적절하고 광범위한 기근 방지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 〈7장 기근과 기타 재난〉
[ 민주주의와 기근의 부재 사이의 인과적 관계는 알아차리기 쉽다. 기근은 여러 나라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을 죽이지만, 지배자가 죽는 일은 없다. 왕과 대통령, 관료들과 우두머리, 군부 지도자와 장군들은 기근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다. 만일 선거도 없고 야당도 없고 검열 받지 않는 공개적 비판도 없다면, 권력을 쥔 자들은 기근을 막지 못한 실패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는 이와 달리 기근의 책임을 지도층과 정치 지도자에게 돌린다. 이 때문에 이들은 예측되는 기근을 막기 위한 정치적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 사실 기근은 막기 쉽기 때문에(이 단계에서 경제적 주장은 정치적 주장으로 바뀌게 된다),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다. ] 〈7장 기근과 기타 재난〉
[ 자유로운 언론과 민주주의의 실천은 기근 방지 대책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정보를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예를 들어 가뭄이나 홍수의 초기 효과나 실업의 특징과 영향에 대한 정보).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하려는 기근에 대해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천은 뉴스 미디어다. 특히 정부를 당황스럽게 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 대한 인센티브—민주주의 체제가 제공하는—가 있을 때 그러하다(아마도 권위주의 정부는 이를 통제하려고 할 것이다). 사실상 나는 자유 언론과 활발한 정치적 비판이 기근의 위협을 받는 나라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조기 경보 체제라고 주장하고 싶다. ] 〈7장 기근과 기타 재난〉
[ 비슷한 문제의식이 최근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겪은 경제위기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태국 그리고 한국의 사례를 들어보자. 이 나라들이 수십 년간 매해 5~10퍼센트의 GNP 성장을 보인 만큼 한 해에 5~10퍼센트의 GNP 하락이 왜 그리 재앙적이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사실 총합의 수준에서 보면 이것은 본질적으로 재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5~10퍼센트의 하락이 국민들 사이에서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부담이 집중된다면, 그 집단은 소득을 거의 얻지 못하게 된다(과거에 전반적인 성장이 얼마나 훌륭했느냐와 상관없이). 그러한 전반적인 경제위기는 마치 기근처럼 뒤처진 사람만 덥치는 것이다.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사회적 안전망의 형태로 ‘안전보장’의 제도가 왜 중요한 도구적 자유인지를 보여주며(제2장에서 말한 것처럼) 왜 시민권 및 무제약과 함께 참여적 기회라는 형태의 정치적 자유가 경제적 권리와 생존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제6장과 이 장의 앞부분에서 논의한 것처럼). ] 〈7장 기근과 기타 재난〉
[ 아마 여성의 주체성에 초점을 두어야 할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여성의 복지를 억압하는 불평등을 제거하는 데 그러한 주체성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 때문일 것이다. 최근의 실증적 연구를 보면, 여성이 독립적인 소득을 얻고 집 밖에서 일자리를 찾으며, 소유권을 얻고 글을 읽고 쓰며, 가정의 안팎에서 결정하는 데 지식을 바탕으로 참여할 여성의 능력과 같은 변수들이 어떻게 여성의 복지에 대한 상대적 존중과 관심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존하는 데 불리하다. 하지만 주체성의 측면에서 진보가 이루어짐으로써, 상대적 불리함은 급격히 줄어들고 심지어는 사라지기까지 한다. ] 〈8장 여성의 행위주체성과 사회변화〉
[ 이러한 반여성적 편견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상대적 지배는 수많은 요인과 관련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경제력으로 가족들에게서 존경을 요구하는 ‘돈을 벌어오는 자’로서의 지위가 포함된다. 이 동전의 반대편에는 여성이 가정 밖에서 돈을 벌 수 있고 또 실제로 벌어올 때 이것이 가정 내의 분배에서 여성의 상대적 지위를 강화시킨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 ] 〈8장 여성의 행위주체성과 사회변화〉
[ 나는 기아, 영양실조, 기근 문제의 본질과 혹독함을 오직 식량 생산량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에 반대하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식량 생산량은 기아가 발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다. 소비자가 식량을 살 수 있는 가격은 식량 생산량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식량 문제를 전 지구적 수준에서 고려한다면(국가나 지역 차원이 아니라), 경제 ‘바깥’에서 식량을 구할 방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1인당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었다며 종종 회자되는 공포는 간단히 폐기할 수는 없는 문제다. ] 〈9장 인구, 식량, 자유〉
136p에 무차별 곡선 지도 system of indifference map이 등장하는데 원래 쓰는 용어인지 궁금하네요. 번역논란이 이 책 검색하니 등장하던데 지금껏 봐선 경제학 학위도 없으신데 대단히 잘하신듯 보이는데요. 그리고 역시 용어에 대한 관심으로 모수적 다양성이 여러 형태로 다른 비슷한 용어로 변주됨을 보았는데 역시 천재는 용어를 변화무쌍하게 쓰는 법이죠 👍 & 계속 다양하다는 표현보다 모집단, 모수까지 표현하심은 통계에서 어떤 집단을 표집할 것인가에 따라 왜곡되는 것까지 염두에 두심일까요~ 통계라면 학?을 떼던 인간이지만 ㅋ
무차별 곡선 지도! 저도 궁금합니다. 뭔가 무자비한 느낌...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드는데, 그냥 책 자체가 되게 읽는 맛이 있지는 않다는 생각은 합니다. ^^ 통계... 무섭습니다.
제가 경제학에서 합의된 번역어를 전혀 몰라서 그런지 크게 거슬리는 건 없었는데, 하나 아쉬운 건 원문에서 이탤릭 체로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번역판에서는 전혀 반영을 안했다는 점입니다.
원문까지 보고 계시는군요! 강조를 해두었으면 이해에는 더 도움되긴 하겠네요. 그리고 이 쯤에서 전문가분이 딱 등판하시어서 이건 그렇고 저건 이러하니 이래서 산으로 가고 있다;; 혹시 그렇다면 잘 이끌어쥬심 좋긴 하겠지만ㆍㆍ 그러려면 트레바리와 차별성이 없을 지도. 다만 무료일지도요~ 물론 번개는 없습니다만☆
5장 시장, 정부, 사회적 기회 들어가기 전에 쓰인 글이 코로나가 해제되는 마당이지만 전 세계가 삼년간 오롯이 겪어낸 현실이기에 더 시의적절해 보입니다. 나는 말라리아 박멸이라는 사회적 프로그램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지만, 거기에서 사과 🍎 나 셔츠와 같은 사적 재화의 형태로 내 몫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소비해야만 하는 공공재 ㅡ 말라리아가 없는 환경이다. 사실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말라리아가 없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나의 이웃들은 그것을 살 필요없이 그 환경을 함께 갖게 될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의 근거는 말라리아가 없는 환경과 같은 공공재보다는 사과나 셔츠 같은 사적 재화를 정당화하기에 적합하므로, 사적 시장이 육성하는 것을 넘어서 공공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바로 설득되는 논리였습니다.
여기에도 또 '공공'의 영역이 등장하여 한켠이 또 저릿해지더만요; 공공 따윈 내팽개쳐진듯 보이는 시절을 살아서 일까요ㆍㆍ 공공요금은 오르고 부동산은 최소한의 규제도 풀고 😢
현 정부 보고 있자면 진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또 캡처각이네요 ㅎㅎ 책 읽다보면 정의론도 그렇지만 국부론도 꽤나 많이 인용되던데요~ 예전에 한창 지대넓얕에서 거기 패널 중 한 사람이 그의 도덕감정론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삶에 적용까지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방송을 듣고ᆢ아니 어떤 사람이면 그럴 수 있을까! 했는데요. 그보다 더 대표작도 안 읽었는데 이참에 국부론이나 읽어볼까 싶지만 이러다 인생이 홀랑~ 그냥 가버리고 말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ㅋ 책더미에 파묻혀 있다보면 말이지요^^; 시덥잖은 글에도 반응해주신 대작가님의 하해와 같은 ㅋㅋ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번에 책읽으면서 애덤 스미스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공공교육은 시장에 맡기면 안된다고 하기도 하고. 제가 가졌던 선입견과는 많이 다른 사람이라 궁금하네요. ㅎㅎ
제가 진짜 점잖아서 표현을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했는데... 정말 마음이 무겁습니다. 암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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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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