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서의 발전 - 아마르티아 센] 일단 혼자 읽기

D-29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찰스 에드워드 트레블리언이 아일랜드 기근을 아일랜드인들의 감자사랑 탓으로 분석하는 부분이 어이가 없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켄 로치가 이 영화로 황금종려상을 받았군요. 켄 로치영화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밖에 보지 않았는데 기억해뒀다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기근이요? 라고 묻자, 멀론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굶주림이다. 나라에는 식량이 가득하고 수출까지 하는 상황이었는데, 기근일 수가 없지." 257p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저 영화는 지금은 없어진 좋아하던 극장에서 친구가 보고싶다고 해서 봤었는데, 이토록 무거운 영화라니ㆍㆍ당시에는 잘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네요; 켄 로치 영화는 무거운 깨달음을 주어 이후로도 몇 편 더 챙겨보긴 했습니다. 레이닝 스톤, 택배 사업에 뛰어든 한 부부 이야기 등 노동문제 대가라고 알고 있어요.
이 부분 진짜 뼈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영화를 별로 안 보고, 그나마 굉장히 대중적인 SF나 코미디만 보는 편이라 켄 로치 감독의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작품을 본 적이 없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거부하지 않으렵니다.
뭔가가 이상한 감이 들어 검색해봤더니 기근이 아니고 ira였습니다;; 🤦 2006년에 봤던 것이라, 거긴 아일랜드였고 킬리언 머피가 뭔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힘들어했지 정도만 남았네요. & 조금 남아서 계속 달려보면^^ 307p 멜서스적 비관론이 세계 식량 상황에 대한 예언으로는 부적절한 것처럼, 당국이 1인당 식량 생산을 잘못 전망하여 재난과 기근의 초기 징후를 무시했을 때 맬서스적 낙관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수백만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잘못된 이론은 살인을 저지를 수 있으며, 식량ㅡ인구 비율에 대한 맬서스적 전망은 그 손에 많은 피를 묻혔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이 이 기근을 두고 쓴 글이지요...? 하고 적으려고 하다가 약간 미심쩍어서 찾아보니 아일랜드 대기근 전에 쓴 글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저처럼 그 글을 아일랜드 대기근에 대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ㅠ.ㅠ
7장에서는 기근을 식량생산량의 감소가 아니라 획득권한의 상실로 정의합니다. 획득권한의 회복은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근은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단기 공공프로젝트를 통한 고용증대는 기근이 발생한 지역의 구매력을 회복시켜 비극을 막습니다. 또한 민주주의를 통한 정치적 인센티브, 언론을 통한 정보의 전파를 통해 기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실증사례를 제시하는데 흥미롭습니다.
7장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놀란 것은 20세기에도 대규모 기근이 빈발했다는 사실입니다. 40년대 인도에서 2-300만명, 58-61년 중국에서 3000만 명이 기근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읽고 멍해졌습니다. 기근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정도 대규모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수치가 정말 믿기 어렵죠... 저는 『팔과 다리의 가격』을 쓰면서 20세기 기근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하긴 저도 1980년대에 에티오피아 대기근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았고, ‘위 아 더 월드’ 노래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에티오피아 대기근 사망자 수는 100만 명 정도였다고 하네요. 1990년대 후반 북한 ‘고난의 행군’ 때 사망자 수는 33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중국과 인도, 우크라이나의 대기근들에 비하면 ‘적은’ 수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3년 동안 매일 300명이 사망해도 33만 명이 안 됩니다.
8장에서는 여성 운동의 목표를 복리주의에 더해 행위주체성의 증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성의 문자해독율 증가가 아동생존율을 증가시킨다고 하는데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엔 두 개가 어떻게 연관을 맺는지 전혀 감이 안왔습니다. 뒤에서 센은 "어머니들이 아이의 복지 문제에 부여하는 중요성, 그리고 어머니들의 주체성이 존중받고 강화될 때 그 방향으로 가족의 결정에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여성의 강화를 동반하지 않는 근대화가 아동생존율에 별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결국 근대화가 되더라도 남성들이 자식 복지에 부여하는 중요성이나, 성별에 대한 선호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제도적 근대화가 의식의 근대화(정확히 무엇일지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는다고도 이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교가 영향을 주는 부분도 있을 것 같구요. 자식을 낳더라도 한 두명 낳는 요즘 한국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센은 위와 같은 분석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결론내리는데, 제가 8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의 활동성과 관련된 몇몇 변수들이 사회의 복지를 증대시키는 데 있어 일반적으로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데 관련된 변수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활동성 증진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에 늦게 참여해서 벌써 모임이 끝나가네요; 각 잡고 좀 끝내보려구요~ 274p 부적절하고 위험한 투자의 양태는 인도네시아나 한국에서 민주적 비판자가 그것을 요구했다면 더 성실하게 조사될 수 있었다. ᆢ 도전받지 않는 통치권력은 쉽게 무책임과 불투명성에 빠져들며, 이것은 종종 정부와 정부와 금융계의 거물들 사이의 강력한 유착 관계 때문에 더 강화되곤 한다. 몇 년 후의 얘기지만 론스타 먹튀사건이 바로 저 이유로 벌어졌고! 그게 얼마 전에 다시 대한민국에 소환되어 그때 더 못챙긴 💰 을 내놓아라는 소송이 있었잖아요. 마침 <블랙머니>를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대한민국이 그렇게 호구?는 아니었던 걸로. 판결에서 상당부분 선방한 것으로요~
막판 스퍼트 파이팅입니다! 저는 다 읽었습니다. ㅎㅎㅎ
진즉 12장 인용하신 것 보았지 말입니다~^^
한 줄 감상을 남긴다면, 매우 영양가 높은 양서였으나 엄청나게 글맛이 있지는 않았다... 입니다. ㅎㅎㅎ 너무 솔직한가요. 뭐 대중저술가가 아닌 학자의 책이 이 정도면 상당히 준수한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깨닫는 바는 컸습니다. 그믐 모임 아니었어도 완독하기는 했을 텐데 시간은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거 같네요.
기본적으로 딱딱한 논문을 쓰시는 학자시니 글맛은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저는 앞서 언급한 센코노믹스에서 딱 리스펙트!가 당시 나왔었기에 기대를 하고 책을 집어든 것도 없진 않았는데요~ 대단하신 분이시고, 여러 분야를 망라하셨지만 여성의 권리에 대해 방점을 찍으시는 것도 실은 서론인가에 등장하던 대단한 👍 미모의 학자 아내분 덕분이 아닌가 하구요. 그렇게 아이디어를 나눴거든 감사의 글에 언급만 하실 게 아니라 공저 쯤이어야 하지 않겠나! 싶기도 한데 한 두 챕터라 좀 애매하긴 하네요^^;
갑자기 궁금해져서 아마티아 센의 부인 사진을 찾아보았다가, 첫 번째 부인과 두 번째 부인의 노년 사진을 보고 젊은 시절 사진을 찾아보려다가, 내가 뭐 하는 짓이람 하고 포기했습니다.
그러시니까 저도 갑자기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뭐 대학자도 얼굴인가 싶었다는 😑 라고 하면 ㆍㆍㆍ
@장맥주 님께서 이전에도 책이 읽는 맛이 엄청 있지는 않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같은 생각입니다. ㅎㅎ 그래도 해당 주제와 관련해 추가적인 궁금증이 생기고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결과적으로 읽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 인생책은 못만난걸로..
@느려터진달팽이 저는 모임지기임에도 어영부영하다 막판에 급하게 읽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해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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