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서의 발전 - 아마르티아 센] 일단 혼자 읽기

D-29
저도 한국인이라 각별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신생독립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루고 선진국이 된 롤모델 국가이고, 그 과정에서 개발독재를 거쳤지요. 혹시 이 '레시피'의 초기 단계에 '적당한' 개발독재가 필수요소인 것 아닐까, 하는 위험한 생각이 많은 사람 머릿속에 은밀하게 떠오를 수밖에 없었을 테고요. 아마티아 센도 그런 생각을 논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합니다. '이 생각만큼은 진지하게 논파해야 한다'는 결기 같은 것마저 약간 느꼈습니다.
쓰다 밧데리가 없어 날렸네요; 저도 부지불식간 리명제를 내화?했는가 본데요; 그러고보면 시화지속가능위 사례에 대해 텀페이퍼 쓸 때 거버넌스를 잘 실천하고 있는 저 회의에서 끝장토론으로 상대의 의견을 충분할 정도로 수용하니 결정 후 이행과정에서 오히려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적이더라!는 결론이었는데 그것과 스케일은 다르지만 같은 결의 논의로 보면 될까요~
한국 청소년-대학생들은 매우 안 좋은 방식으로 유사 리명제를 내면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중고등학생 때 강압적인 교육(개발독재) 이후 대학 가서 부어라 마셔라(민주화...?). 그런데 이것도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겠네요. ㅎㅎㅎ
이 물음에 대해 센은, - 경제적 필요 vs 정치적 자유 를 배타적인 대립항으로 설정하는 것부터 잘못됨. 경제적 필요의 강도가 정치적 자유의 긴급성을 증대시킨다. - 경제적 필요와 정치적 자유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상호연관적 관계를 맺는다. - 도구적 역할 : 정치적 자유는 경제적 필요를 해소할 인센티브와 정보를 제공한다. - 구성적 역할 : 공적 토론(정치적 자유)은 경제적 필요를 개념화하게 한다. - 이러한 상호연관적 관계에 더해 정치적 자유가 자유 그 자체로서 중요성을 가진다(직접적인 중요성)는 사실은 정치적 자유의 경제적 필요에 대한 일반적인 우위의 근거가 된다.
또 개도국에서 정치적 자유를 반대하는 세 가지 논리 중 두 가지에 대해 반박합니다. 1. 자유와 권리들이 경제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리 명제) -> 센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 “권위주의적 정부의 정치적, 시민적 자유의 억압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실제로 유익하다는 일반적인 증거는 거의 없다.”
이 지점에서 '경제성장의 주요원인(이를테면 교육과 보건)이 권위주의적 요소에 의해 뒷받침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바로 뒤에서 센은 그렇다는 실증적 증거가 없다고 말합니다. 대가가 실증적 증거가 없다고 하니 믿어야 겠는데, 약간 갸우뚱하긴 합니다.
2. 가난한 국민들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필요의 충족 사이에 선택한다면 예외없이 후자를 선택한다는 주장. 단순히 말해, 대중은 민주주의보다 빈곤해소를 원한다. -> 이러한 가정은 리 명제에서 파생된 것인데, 리 명제는 실증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지지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생각을 해보니, 제가 리 명제를 알게 모르게 내면화하고 있었네요, 리 명제에 대해 누가 반박해보라고 한다면, 민주주의가 선이라는 당위적인 차원의 주장 혹은 독재가 정치적 폭력 뿐만 아니라 물리적 폭력을 수반한다는 누구나 할 법한 주장을 하겠지만, 속으로는 (적어도 저개발국가에서는) 독재가 성장에 크게 기여한다는 가정과, 대중이 민주주의보다 빈곤 해소를 원한다는 가정에 의해 반박이 무력화될 것이라 생각할 것 같습니다. 리 명제가 참이라는 실증적 증거가 없다는 사실은 리 명제를 믿는 사람들을 설득할 유일한 근거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리 명제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경제성장 > 민주주의의 내재적 가치 및 도구적 역할’ 이라는 판단을 이미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언급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때 유럽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흡연석(비행기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에서 어느 기업인과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제법 치열한 토론을 벌였던 게 기억납니다. 그 기업인은 부드럽게 리 명제를 주장했고, 저 역시 '사람들(대중?)은 빈곤에서 벗어나는 일을 민주주의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을 제대로 반박할 수는 없었네요. 그 기업인이 "박정희 전에 한국에는 정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없었어요"라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 예를 들어 1943년 벵골 기근 당시 당국은 실질적인 식량 생산량의 감소가 없다는 사실에 경도되어 (그건 사실이었다) 혹독한 기근이 벵골을 덮칠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하지 못했고, 심지어 몇 달 전에는 그런 가능성을 부인하기까지 했다. ‘맬서스적 비관론’이 세계 식량 상황에 대한 예언으로는 부적절한 것처럼, 당국이 1인당 식량 생산을 잘못 전망하여 재난과 기근의 초기 징후를 무시했을 때 ‘맬서스적 낙관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수백만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잘못된 이론은 살인을 저지를 수 있으며, 식량-인구 비율에 대한 맬서스적 전망은 그 손에 많은 피를 묻혔다. ] 〈9장 인구, 식량, 자유〉
[ 권리의 수사법은 오늘날 모든 정치적 논쟁에 등장한다. 그러나 종종 이 논쟁에서 ‘권리’가 활용되는 의미가 모호할 때가 있다. 특히 법적 강제력을 갖는, 제도적으로 승인된 권리를 가리키는지 아니면 법적 권한 부여에 선행하는 규범적 권리의 관행적 힘에 호소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그렇다. 이 두 가지 의미의 차이는 전적으로 명백하지는 않다. 하지만 권리가 내재적인 규범적 중요성을 갖는지, 법의 맥락에서 도구적 관련성만 갖지는 않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합리적인 논점이 존재한다. ] 〈9장 인구, 식량, 자유〉
[ 권리가 내재적—그리고 아마도 법 이전의—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많은 정치철학자들, 특히 공리주의자들에 의해서 부정되었다. 제레미 벤담은 특히 자연권을 ‘헛소리’라고, ‘자연적인 불가침의 권리’를 ‘과장된 헛소리’라고 했다. 벤담은 권리를 전적으로 도구적 관점에서만 보았고 그 도구적 역할을 목표의 추구(총 효용의 증대를 포함하는)에서만 고려했다. ] 〈9장 인구, 식량, 자유〉
[ 여기서 권리에 대한 두 가지 접근법 사이의 선명한 대조를 찾아볼 수 있다. 만일 출산권을 포함해서 권리를 일반적으로 벤담주의의 관점에서 고려한다면, 이 분야에서 강제를 허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결과, 특히 효용의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논란이 되는 권리 자체의 충족이나 침해에 대한 내재적 중요성은 아무 관련이 없다. 이와 반대로 만일 권리가 그 자체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고려보다 우선권을 갖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권리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사실 자유지상주의적 이론은 일련의 권리에 대해 정확히 이런 태도를 갖는데, 이 권리들은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적절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이 권리들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적절한 사회적 제도의 일부가 된다. ] 〈9장 인구, 식량, 자유〉
[ 일반적인 출산율의 저하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발전과 출산율의 감소 사이의 양의 상관관계는 종종 ‘발전이 최고의 피임약’이라는 볼품없는 구호로 요약된다. 이 다소 거친 생각에도 일말의 진실이 있지만 발전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서구는 이 모든 것을 경험했는데, 여기에는 1인당 소득의 증대, 교육의 확대, 여성의 경제적 자율성, 사망률의 감소와 가족계획의 확산이 포함된다(이것들이 사회적 발전을 이룬다). 그러므로 더욱 안목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 〈9장 인구, 식량, 자유〉
[ 맬서스는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구적으로 분석했다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인구 증가가 ‘지속적인 행복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 맬서스 이전에 프랑스 수학자이자 위대한 계몽사상가인 콩도르세가 먼저 발표하였다. 그는 인구 문제에 대한 ‘맬서스적’ 분석의 기초가 되는 핵심적인 시나리오를 먼저 제시했다. 콩도르세는 “그들의 존속 수단을 초과하는 인구수의 증가”가 “행복과 인구의 지속적 감소, 즉 진정한 퇴행으로 이어지거나 혹은 적어도 좋고 나쁜 상태를 오가는 주기적 순환”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맬서스는 이런 콩도르세의 분석을 좋아했고 그에게 영감을 받아 인구에 관한 그의 유명한 글에서 이를 지지하며 인용했다. 이 둘이 견해가 엇갈린 것은 출산에 대한 견해차였다. 콩도르세는 출산율의 자발적 감소를 예측하고 ‘이성의 진보’에 기초한 작은 가족이란 새로운 규범이 출현할 것이라 예언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의무를 갖고 있다면, 그 의무가 그들을 태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교육의 확대, 특히 여성 교육의 확대(이에 대해 콩도르세는 가장 앞선, 그리고 가장 목소리를 드높인 지지자였다)로 인해 이러한 유형의 추론이 사람들을 낮은 출산율과 작은 가족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용하고 비참한 존재들로 세계를 가득 채우는 어리석은 일을 하는 대신”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이쪽을 선택하리라는 것이다. ] 〈9장 인구, 식량, 자유〉
[ 맬서스는 이 모든 게 그럴듯하지 않다고 보았다. 일반적으로 그는 사람들이 사회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구 성장의 결과에 관한 한 맬서스는 인구가 식량 공급을 초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확신했고, 이 맥락에서 식량 생산이 상대적으로 고정된 것이라고 간주했다.] 〈9장 인구, 식량, 자유〉
[ 인권이라는 관념은 최근 상당한 기반을 구축했고 국제적 담론에서 일종의 공식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이제 유력한 위원회가 주기적으로 만나 세계 여러 나라의 인권의 보장과 침해에 대해 논의한다. 확실히 인권 담론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더 자주 활용된다. 적어도 국가 내의 그리고 국가 간의 의사소통의 언어는 불과 몇십 년 전의 지배적인 담화 유형과 비교할 때, 우선순위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권은 또한 발전에 관한 문헌에서도 역시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인권이란 관념과 사용에서 뚜렷한 성과를 이루었지만, 비판론자들은 이런 접근법의 깊이와 일관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인권에 대한 웅변 아래에 깔려 있는 전체적인 개념 구조가 약간 단순하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 〈10장 문화와 인권〉
[ 인권의 지적 성과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갖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관심사가 있다. 첫째, 인권이 사람들에게 잘 정의된 권리를 부여하는 사법체계의 결과인지 누구에게나 정당한 권리를 실제로 부여하는 법 이전의 원칙인지를 혼동한다는 우려가 있다. 이것은 인권에 대한 요구를 정당화하는 문제다. 궁극적인 사법적 권위를 가진 국가가 법을 제정하지 않고서 어떻게 인권이 실질적 위상을 가질 수 있는가? 이 견해에 따르면 자연 상태의 인간은 옷을 입고 태어나지 않듯이 인권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권리는 마치 재봉을 통해서 옷을 얻듯 입법을 통해서 획득되어야 한다. 재봉을 거치지 않은 옷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입법을 통하지 않는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방향에서의 공격을 정당성 비판이라고 부르겠다. ] 〈10장 문화와 인권〉
[ 두 번째 방향의 공격은 인권의 윤리학과 정치학이 채택하는 형식을 문제 삼는다. 이 관점에 따르면 권리란 그와 상응하는 의무를 필요로 하는 획득권한이다. A라는 사람이 x에 대한 권리를 가졌다면,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행위자(말하자면 B)가 A에게 x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녀야 한다. 만일 그러한 의무가 규정되지 않는다면, 이 관점에서 봤을 때 앞서 언급한 권리는 공허할 뿐이다. 이러한 입장은 인권을 권리로 대우하려 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주장을 따라가보면, 모든 인간이 음식이나 의료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말하는 것은 충분히 좋은 일이지만, 행위자가 가져야 할 특정한 의무가 없다면 이러한 권리는 별 의미가 없다. 이러한 이해방식에 따르면 인권이란 개념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지만 엄격히 말해 비일관적이다. 그것은 권리라기보다는 정서적인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일관성 비판이라고 부르겠다. ] 〈10장 문화와 인권〉
[ 세 번째 방향의 회의는 그다지 법적이거나 제도적인 형태를 띠지 않는데, 대신 인권을 사회윤리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본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인권의 도덕적 권위는 수용 가능한 윤리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그러한 윤리는 진정으로 보편적인가? 만일 어떤 문화에서 권리를 다른 미덕이나 특성보다 특별히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인권의 범위에 대한 논쟁은 종종 이러한 문화적 비판에서 나온다. 아마도 가장 두드러진 예는 이른바 인권에 대한 아시아적 가치라는 회의적 입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권이란 그 이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보편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 유형의 비판자들은 그러한 보편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것을 문화적 비판이라고 부르겠다. ] 〈10장 문화와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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