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전쟁』 혼자 읽기

D-29
[ 그러나 불행히도 기독교는 지적 순응에 대한 독특한 갈망을 키워 나가는데, 이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이 증명될 뿐더러 다른 신앙 전통과 분리되는 요인이 된다. 반면 랍비들은 절대 하나의 중앙 권위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랍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하느님도 다른 유대인에게 무슨 생각을 하라고 명령할 수 없었다. 붓다는 종교적 권위라는 관념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단일한 신앙 규범과 구조화된 위계라는 관념은 인도의 다종다양한 전통에는 완전히 낯선 것이었다. 중국인은 모든 위대한 스승에게서 — 그들 사이의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 장점을 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기독교 지도자들은 발레리아누스의 죽음 이후 평화로운 40년 동안 교회를 당국에 점점 위협적인 존재로 만들게 된다. ] 〈5장 로마 제국 팔레스티나의 예수〉
[ 순교는 늘 소수의 항의가 되지만, 순교자들의 폭력적 죽음은 국가의 구조적 폭력과 잔혹성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순교는 늘 종교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었으며, 이것은 나중에도 마찬가지다. 제국의 적으로 겨냥당하고 당국과 완전히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를 맺고 있는 이 기독교인들의 죽음은 다른 종류의 충성을 도전적으로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로마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한 고귀함을 얻었으며, 순교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억압자의 문간에 갖다놓음으로써 효과적으로 억압자를 악마로 만들었다. 동시에 이 기독교인들은 원한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고, 이것이 그들의 신앙에 새롭게 공격적인 날을 세우게 된다. 그들은 〈요한계시록〉의 예수처럼 자신들이 계속되는 종말론적 싸움에 참여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검투사처럼 경기장에서 맹수와 싸울 때 그들은 (제국주의 권력으로 체현된) 악마의 권세와 싸우고 있었고 예수의 승리의 재림을 촉진하고 있었다. ] 〈5장 로마 제국 팔레스티나의 예수〉
[ 자발적으로 당국에 출두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혁명적 자살’이라고 부르는 것을 감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당국이 자신을 죽이도록 강요함으로써 이른바 팍스 로마나의 내재적 폭력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드러냈고, 자신들의 고통이 그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 〈5장 로마 제국 팔레스티나의 예수〉
[ 318년 알렉산드리아의 장로 아리우스는 ‘하느님의 말씀’인 예수의 본성이 신성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성경 텍스트를 풍부하게 인용하면서 하느님은 완벽한 순종과 겸손에 대한 보답으로 인간 예수에게 신성을 부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때에는 그리스도의 본성에 관한 정통적 입장이 없었고, 많은 주교가 아리우스의 신학을 아주 편하게 받아들였다. 그들은 이교도 이웃들과 마찬가지로 신성한 것을 닿을 수 없을 만큼 먼 실재로서 경험하지 않았다. 그리스-로마 세계에서는 인간 남녀가 완전한 신이 되곤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당대의 주요한 기독교 지식인이었던 에우세비오스는 회중에게 하느님은 전에도 인간 형태로 자신을 드러낸 적이 있다고 가르쳤다. 처음에는 아브라함에게 나타났는데, 아브라함은 마므레에서 세 나그네를 영접하면서 야훼가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모세와 여호수아도 비슷하게 신의 현현을 경험했다. 에우세비오스가 보기에는 하느님의 말씀, 즉 로고스 — 인간 안의 신성한 요소 — 가 그저 한 번 더 지상으로 돌아온 것일 뿐이었다, 이번에는 나사렛 예수라는 사람의 형태로. ] 〈6장 비잔티움, 제국의 무기가 된 신앙〉
[ 무함마드의 삶에 대한 우리의 주요 출처는 쿠란인데, ‘예언자’의 23년 포교 기간 동안 그에게 온 계시를 모은 것이다. 공식 텍스트는 무함마드 사후 20년쯤 뒤 3대 칼리파인 우스만의 지휘에 따라 표준화되었다. 하지만 쿠란은 원래 구전되고 암송되고 외우던 것이었다. 그 결과 ‘예언자’가 살아 있는 동안, 또 사후에도 텍스트는 유동적이었으며, 사람들은 자신이 들은 각기 다른 부분을 기억하고 깊이 생각했을 것이다. 쿠란은 일관된 계시가 아니다. 계시는 특정 사건에 대응하여 무함마드에게 하나씩 찾아왔기 때문에 여느 경전이나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모순이 있다. 특히 전쟁과 관련된 부분이 그렇다. 지하드(‘투쟁’)는 쿠란의 주요 주제로 꼽히지는 않는다. 사실 이 말과 그 파생어들은 겨우 41번밖에 나오지 않으며, 그 가운데 10개만이 분명하게 전쟁을 가리킨다. 이슬람의 ‘내어줌’은 우리의 내재적 이기심에 맞선 끊임없는 지하드를 요구한다. 이것은 때로는 ‘싸움’을 포함하지만 시련을 용감하게 견디고 곤경에 빠진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 또한 지하드로 묘사된다. ] 〈7장 이슬람의 딜레마, 정복과 공동체의 꿈〉
[ 콘스탄티노폴리스를 물리치려다 실패한 일은 쓰디쓴 타격이었다. ‘예언자’의 사위 우스만이 3대 칼리파(644~656년 재위)가 되었을 무렵 무슬림 군대는 폭동을 일으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제는 거리가 워낙 멀어졌기 때문에 원정은 진이 빠지는 일이었으며 약탈물도 줄어들었다. 병사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늘 낯선 환경에 살면서 안정된 가정 생활은 전혀 누리지 못했다. 이런 불안이 하디스 문헌에 반영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지하드라는 고전적 교리가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 〈7장 이슬람의 딜레마, 정복과 공동체의 꿈〉
[ 많은 하디스가 전쟁을 신이 신앙을 퍼뜨리는 방법이라고 보았다. “나는 인류 전체에게 보내심을 받았다.” ‘예언자’는 말한다. “나는 민족들이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고 증언할 때까지 그들과 싸우라는 명령을 받았다.” 제국 건설은 병사들이 스스로 인류에게 혜택을 준다고 믿을 때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며, 자신이 신의 사명을 받았다는 확신은 처지는 사기를 북돋운다. 또 ‘집에 머무는 느림보’에 대한 경멸도 있다. 병사들은 아마 정복의 혜택은 누리면서도 곤경은 나누려 하지 않는 무슬림에게 분개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하디스에서 무함마드는 정착 생활을 비난한다. “나는 상인과 농부가 아니라 자비와 투사로 보내심을 받았다. 이 움마에서 가장 나쁜 사람들은 ‘종교’(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인과 농부이다.” ] 〈7장 이슬람의 딜레마, 정복과 공동체의 꿈〉
[ 다른 하디스는 매일 죽음과 함께 살아가며 “집은 지었으나 그 안에서 살지 못하고, 여자와 결혼은 했으나 성교는 하지 못하는” 전사의 고난을 강조한다. 이 전사들은 가난한 자를 돌본다든가 하는 다른 형태의 지하드는 무시하기 시작했으며, 자신들만이 진정으로 지하드를 수행하는 자라고 생각했다. 어떤 하디스는 싸움이 ‘여섯 번째 기둥’, 즉 ‘신앙 고백’(샤하다), 적선, 기도, 라마단 금식, 하지와 더불어 이슬람의 ‘핵심적 관행’이라고 주장한다. 일부는 전쟁을 하는 것이 카바 옆에서 밤새 기도하거나 여러 날 금식하는 것보다 훨씬 귀중하다고 말한다. 하디스는 쿠란에서는 한 번도 부여한 적이 없는 영적 차원을 싸움에 부여한다. 병사의 의도가 매우 강조된다. 그는 신을 위해 싸우는가, 아니면 단지 명성과 영광을 위해 싸우는가? ‘예언자’에 따르면 “이슬람의 수도원 생활은 지하드다.” 군대 생활이라는 소명은 병사들을 민간인과 격리했다. 기독교 수사들이 평신도와 구분되어 살았듯이, 무슬림 전사들이 부인과 떨어져 살면서 금식과 기도를 열심히 하는 요새 도시는 그들의 수도원이었다. ] 〈7장 이슬람의 딜레마, 정복과 공동체의 꿈〉
[ 동시에 개혁가들은 싸움에 영적 가치를 부여하여 기사의 전쟁을 기독교인의 소명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전사가 비무장 빈민을 하급 귀족의 약탈로부터 보호하고 교회의 적을 추적함으로써 하느님을 섬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930년경 클뤼니의 수도원장 오동이 쓴 《오리야크의 성 게랄두스의 생애》의 성자 같은 주인공은 왕도 수사도 주교도 아닌 평범한 기사였지만 그리스도의 병사가 되어 빈민을 보호함으로써 성스러움에 이르렀다. 개혁가들은 이런 ‘성전’ 예찬을 촉진하기 위해 군기와 검을 축복하는 의식을 만들고 미카엘, 게오르기우스, 메르쿠리우스(사람들은 그가 배교자 율리아누스를 죽인 것으로 믿었다) 같은 전투적 성자들에 대한 숭배를 장려했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교황들은 전에 카롤링거 왕조의 야수적 폭력을 축복했다. 교회가 그 폭력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레고리우스가 하인리히 4세와 싸우면서 배웠듯이 싸우는 사람들은 이제 무조건 교회의 리베르타스를 보호하려고 나서지 않았다. 교황과 황제 사이의 이 정치적인 권력 투쟁은 십자군 원정기에 종교적으로 영향을 받은 폭력의 동인이 된다. 양편 모두 유럽에서 정치적 우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었으며, 그 우위란 폭력의 독점을 뜻했기 때문이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1074년 그레고리우스의 십자군 원정에 선뜻 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20년 뒤에는 평신도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사태는 금세 우르바누스의 통제력을 벗어났다. 종교적 권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우르바누스는 질서 있는 군사 원정을 상상하여 십자군에게 추수 뒤까지 기다리라고 권했다. 그러나 다섯 대부대가 이런 분별력 있는 조언을 무시하고 봄에 길을 떠나 유럽을 가로질렀다. 그 결과 수천 명이 아사하거나, 아니면 이 갑작스러운 공격에 겁을 먹은 헝가리인에게 격퇴당했다. 우르바누스는 십자군이 유럽의 유대인 공동체를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1096년 게르만 십자군 한 부대는 슈파이어, 보름스, 마인츠에서 유대인을 4천 명에서 8천 명 학살했다. 이 부대의 지도자인 라이닝겐의 에미호는 자신을 최후 심판의 날들 동안 서방에서 나타나 예루살렘의 적그리스도와 싸우는 민간전승 속의 황제로 내세웠다. 에미호는 유대인이 기독교로 개종하기 전에는 예수가 재림하지 않는다고 믿어, 자신의 부대가 커다란 유대인 공동체들이 있는 라인 지방의 도시들로 다가가자 죽이겠다고 위협해서라도 유대인이 세례를 받게 하라고 명령했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일부 십자군은 진짜로 혼란에 빠진 듯하다. 예수를 실제로 죽인 민족 — 어쨌든 십자군은 그렇게 잘못 믿고 있었다. — 이 바로 문간에서 잘살고 있는데 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무슬림과 싸우러 가야 하는가? 한 유대인 연대기 기록자는 십자군끼리 하는 말을 들었다. “보라, 여기에 메시아를 십자가에 달아 죽인 유대인이 있는데 우리는 이스마엘의 자손에게 복수를 하러 가고 있다. 먼저 유대인에게 복수를 하자.”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십자군 원정으로 인해 반유대주의 폭력은 유럽의 만성 질병이 되었다. 십자군을 소집할 때마다 기독교인은 먼저 고향의 유대인을 공격하곤 했다. 이런 박해는 물론 종교적 신념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요소도 개입되어 있었다. 라인 지방 도시들은 시장 경제가 발전하여, 이것이 결국 농경 문명을 대체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근대화의 아주 이른 단계에 진입했는데, 이런 이행은 늘 사회 관계를 긴장시키기 마련이다.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도시 생활은 쇠퇴했다. 교역은 거의 사라지고 상인 계급도 없었다. 그러나 11세기 말 무렵 생산성이 증가하자 귀족은 사치품을 찾게 되었다. 귀족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농민으로부터 전문가 — 석공 장인 상인 — 계급이 출현했으며, 그 결과 돈과 물자의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도시가 재탄생했다. 귀족은 자신들의 타고난 권리라고 여기던 부를 획득하여 하층 계급으로부터 성장한 빌랭(‘벼락부자’)에게 분개했는데, 이 또한 독일 십자군이 폭력을 행사하는 데 연료가 되었을 수도 있다. 유대인이 특히 이 충격적인 사회 변화와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주교가 관장하던 라인 지방 도시들에서 도시민은 수십 년 전부터 상업에 장애가 되는 봉건적 의무를 떨쳐버리려고 노력해 왔지만 그들의 통치자인 주교들은 장사에 관해 극단적으로 보수적이었다. 또 부유한 상인과 가난한 축에 속하는 장인들 사이에 긴장이 있었는데, 주교들이 유대인을 보호하려 하자 상대적으로 재력이 약한 도시민이 십자군에 가담해 살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십자군은 늘 종교적 열정만큼이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십자군 원정은 특히 모험을 찾아 시골을 자유롭게 방랑하는 것으로 군사 훈련을 마무리하던 유벤투스, 즉 기사 ‘청년’에게 매력이 있었다. 언제든 폭력적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이 편력 기사들은 정주한 삶의 속박에서 자유로웠는데, 이들의 무법성이 십자군의 잔혹성의 일부를 설명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첫 십자군 가운데 다수는 오랫동안 홍수, 역병, 기근에 시달려 황폐해진 프랑스 북동부와 독일 서부에서 왔기 때문에 그냥 견딜 수 없는 삶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십자군 원정 무리에는 불가피하게 모험가, 강도, 타락한 수사와 도적이 끼어 있었으며, 다수는 틀림없이 부와 행운의 꿈만이 아니라 ‘들뜬 마음’에 이끌려 나왔을 것이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십자군은 늘 종교적 열정만큼이나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십자군 원정은 특히 모험을 찾아 시골을 자유롭게 방랑하는 것으로 군사 훈련을 마무리하던 유벤투스, 즉 기사 ‘청년’에게 매력이 있었다. 언제든 폭력적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이 편력 기사들은 정주한 삶의 속박에서 자유로웠는데, 이들의 무법성이 십자군의 잔혹성의 일부를 설명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첫 십자군 가운데 다수는 오랫동안 홍수, 역병, 기근에 시달려 황폐해진 프랑스 북동부와 독일 서부에서 왔기 때문에 그냥 견딜 수 없는 삶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십자군 원정 무리에는 불가피하게 모험가, 강도, 타락한 수사와 도적이 끼어 있었으며, 다수는 틀림없이 부와 행운의 꿈만이 아니라 ‘들뜬 마음’에 이끌려 나왔을 것이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구경꾼들은 십자군 원정 부대를 행진하는 수도원이라고 묘사했다. 위기마다 행렬, 기도, 특별 성찬식이 있었다. 그들은 굶주렸지만 전투 전에 금식을 하며 전투 지침만큼이나 설교에도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굶주린 사람들은 예수, 성자, 이제 천국에서 영광스러운 순교자가 된 죽은 십자군의 환영을 보았다. 그들은 천사들이 자신들과 함께 싸우는 것을 보았고, 안티오키아 공성전 때는 가장 힘든 순간에 거룩한 유물 —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찌른 창 — 을 발견했다. 이것 때문에 절망하던 사람들은 몹시 들떠 도시 밖으로 뛰쳐나갔고, 포위하고 있던 튀르크족은 놀라서 달아났다. 1099년 7월 15일 마침내 예루살렘 정복에 성공하자 십자군은 하느님이 자신들과 함께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이런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이 적의 나라들 사이에서 그들과 맞설 뿐 아니라 살아남기까지 했다는 데 누가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도 신부인 샤르트르의 푸셰르는 그렇게 썼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전쟁은 “관계를 보지 못하는 무능력 때문에 일어나는 정신 이상”이라고 적절하게 묘사되어 왔다. 제1차 십자군 원정은 특히 정신병적이었다. 어느 모로 보나 십자군은 반쯤 미친 것 같았다. 그들은 3년 동안 주변 세계와 정상적으로 만나지 못했으며, 장기화된 공포와 영양실조 때문에 비정상적 정신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문화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자신들과 다른 적과 싸우고 있었으며 — 우리 시대에도 자주 보게 되지만, 이 요인은 정상적인 심리적 억제를 제거하는 경향이 있다. — 예루살렘 주민을 공격할 때는 사흘 동안 약 3만 명을 살육했다. “십자군은 눈에 띄는 모든 사라센족과 튀르크족을 죽였다.” 《프랑크족의 공적》의 저자는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전했다. “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죽였다.” 거리에 피가 냇물처럼 흘렀다. 유대인은 회당에 몰아넣고 검으로 죽였으며, 하람 알-샤리프로 피신한 무슬림 만 명은 잔인하게 학살했다. “머리, 손, 발 무더기가 여럿 보였다.” 프로방스의 연대기 기록자 아길레르의 레몽은 그렇게 썼다. “사람들은 무릎과 고삐까지 차는 핏물 속에서 말을 달렸다. 사실 이 장소가 불신자들의 피로 가득 찬 것은 하느님의 정의롭고 훌륭한 심판이었다.” 죽은 자들이 너무 많아 십자군은 시신을 처리할 수가 없었다. 다섯 달 뒤 샤르트르의 푸셰르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려고 예루살렘에 왔을 때 여전히 도시 주위의 밭과 도랑에 널린 채 썩어 가는 주검에서 나는 악취에 경악했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베르나르는 기독교인이라면 “이교도”가 “흩어지고”, “잘려 나가고”, “쫓겨나는” 것을 보고 기뻐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첫 서방 식민지들에 퍼진 이데올로기에는 종교가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었는데, 훗날 서방의 제국주의는 더 세속적인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종종 십자군 원정의 무자비함과 공격적 독선을 공유하게 된다. ] 〈8장 십자군과 지하드, 성스러운 폭력의 충돌〉
[ 그러나 르네상스 인본주의자들은 식민지 기획에 깊이 공감했다. 토머스 모어가 쓴 이상적 사회에 관한 허구적 이야기 《유토피아》(1516)에서 유토피아 사람들은 “침략군을 친구들의 영토에서 몰아내거나, 인도주의의 이름으로 억압당하는 사람들을 압제와 노역에서 해방할” 때만 전쟁에 나섰다. 모두 매우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이런 자비로운 정책에는 한계가 있었다. 섬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인구가 많아지면 유토피아인은 본토로 정착민을 보내 “원주민이 살지 않거나 경작하지 않는 땅이 많은 곳 어디에나” 식민지를 만들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전에는 너무 황량하거나 무가치해 원주민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이 방치된 땅을 경작하여 풍성한 작물을 키워낼 것이다. 우호적인 원주민은 식민지로 흡수해 들일 수 있지만, 유토피아인은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데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유토피아인은 땅을 놀리거나 황폐하게 내버려 두면서도, 자연의 법칙에 따라 그 땅에서 먹을 것을 얻어야 하는 다른 사람들이 그곳을 이용하고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람들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 완벽하게 정당한 일이라고 말한다.” ] 〈9장 근대의 개막과 종교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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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우리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by 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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