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전쟁』 혼자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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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의 개혁은 호전성과 쇼비니즘 억제를 목표로 내걸고 기획된 것이었다. 절제와 양보가 정치 생활을 지배해야 한다. “예는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 그것이 가고 싶은 대로 놓아 두는 것은 오랑캐의 방식이라고 가르친다.” 의례주의자들은 그렇게 설명했다. “의례는 정도와 한계를 설정해준다.” 가정에서 장남은 아버지의 모든 요구를 살피고, 낮고 겸손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하며, 절대 분노나 원한을 표현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아버지도 모든 자식을 공정하게 친절하게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 이 체제는 각 가족 구성원이 어느 정도 존중받도록 기획되었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노의 말단 관직에 있던 공구(孔丘, 기원전 551~479)라는 이름의 한 사는 권력을 찬탈하는 가문들의 탐욕과 자만과 허식에 경악했다. 그는 예만이 이런 파괴적인 폭력을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제자들은 그를 공부자(孔夫子, ‘공 스승’)라고 불렀으며, 서양에서는 그 발음을 가져와 그를 ‘컨퓨셔스(Confucius)’라고 부른다. 공자는 바라던 정치적 입신을 하지 못하여 자신이 실패자라고 생각하며 죽었지만 1911년 신해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중국 문화를 규정하게 된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공자는 대부분 전사 귀족 출신인 소규모 추종자들을 이끌고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돌아다니며 자신의 이상을 실행에 옮길 통치자를 찾았다. 서양에서는 종종 공자를 종교적 철학자라기보다는 세속적인 철학자로 여기지만 그는 이런 구분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철학자 허버트 핑거렛(Herbert Fingarette)이 일깨워주었듯이 고대 중국에서는 세속적인 것이 곧 신성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공자의 가르침은 그가 죽고 나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책으로 정리되었지만 학자들은 서로 관련이 없는 짧은 격언을 모은 《논어》가 상당히 신뢰할 만한 자료라고 믿는다. 요순의 미덕을 소생시키려는 공자의 이념은 매우 전통적이지만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에 대한 세련된 인식에 바탕을 둔 그의 평등 이상은 농업에 기초를 둔 중국의 체제 폭력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였다. 공자는 붓다와 마찬가지로 고귀함의 개념을 재규정했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논어》의 주인공은 이제 전사가 아니라 매우 인정 많은 학자이며 무예는 좀 부족하다. 공자에게 군자의 주된 자질은 인(仁)이었는데, 그는 이 말을 정의하는 것을 일관되게 거부한다. 인의 의미가 당대의 모든 개념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공자의 제자들은 인을 ‘서(恕)’로 묘사한다. 군자는 언제나 다른 모든 사람을 공경하고 동정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데, 공자는 이런 행동 방침을 이른바 ‘황금률’로 정리했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제후가 힘으로만 다스리면 신민의 외적 행동은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적 성향은 통제하지 못한다. 공자는 완성된 인간에 대한 올바른 개념에 기반을 두지 않는 한 어떤 국가도 진정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교 이념은 개인을 위해 사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늘 정치적 지향이 있었으며 다름 아닌 공적 생활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고자 했다. 그 목표는 간단히 말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의례화된 전쟁의 공격적인 정중함에서 자주 그랬던 것처럼 예는 귀족의 위신을 높이는 데 이용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공자는 제대로 이해를 할 경우 예는 사람들에게 ‘평생’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다른 각도에서 상황을 보도록 가르쳐준다고 믿었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이런 태도가 습관이 되면 군자는 중국을 분열시키고 있는 자기중심주의, 탐욕, 이기심을 넘어설 것이다. 제자 안연(顔淵)이 인에 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자기를 제어하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다.” 군자는 자기 삶의 모든 면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의례에 바쳐야 한다. 공자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루라도 자기를 누르고 예로 돌아가면 온 세상이 인으로 돌아가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군자는 자신의 인간성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현재의 탐욕 폭력 천박함을 버리고 인간의 교제에 위엄과 품위를 복원할 수 있고, 중국 전체를 바꿀 수 있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화제로 지정된 대화
[ 그러나 인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인이라는 이상은 우리 인간성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군자가 자기 세계의 중심으로부터 물러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공자는 인도의 출가 수행자들과는 달리 가족생활을 깨달음의 장애로 여기는 대신 영적 탐구를 위한 학교로 보았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가족생활을 통해 남을 위해 사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나중에 철학자들은 공자가 가족에만 배타적으로 집중했다고 비판하지만 공자는 각 사람을 계속 넓어져 가는 일련의 동심원의 중심으로 보았다. 각 사람은 이 원들과 관계를 맺고 가족 계급 국가 인종의 요구를 넘어서는 공감을 계발해야 했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우리 각각은 가족 안에서 생활을 시작하기에 가족 사이의 예에서 자기 초월 교육이 시작되지만 거기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군자의 지평은 점차 확대된다. 부모 배우자 형제를 보살피며 얻는 교훈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가까운 공동체, 그다음에는 그가 사는 나라,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온 세상으로 넓어진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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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는 지극한 현실주의자라 인간이 전쟁을 포기할 수 있다고 상상하지 않았다. 그는 생명과 자원의 낭비를 개탄했지만 어떤 나라도 군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했다. 자공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대답했다. “먹을 것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軍備)를 풍족하게 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빼야 한다면 군비라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과거에는 오직 주의 왕만이 전쟁을 선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봉신들이 왕의 이런 권리를 빼앗아 서로 싸우고 있었다. 공자는 이런 일이 계속되면 사회 전체에 폭력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오랑캐 침략자 반역자에 대한 ‘징벌적 원정’은 필수적이다. 정치의 주요한 과제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이런 이유 때문에 사회의 구조적 폭력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공자는 늘 민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통치자에게 무력과 공포로 민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그들의 자존감에 호소하라고 촉구했지만 민이 일탈했을 때 처벌하지 않으면 문명이 붕괴할 것임을 알았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우리는 주어진 일군의 ‘종교적’ 믿음이나 관행이 반드시 폭력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상상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보여주는 매혹적인 패턴을 이 시기 중국 역사에서 만나게 된다. 실제로 사람들은 똑같은 신화, 묵상 수행, 관념의 자원에 의지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행동 경로를 밟아 나간다. 전국은 근대의 세속주의에 가까운 에토스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면서도, 이 시기의 냉정한 병법가들은 자신을 성인으로 여겼고 전쟁을 일종의 종교로 보았다. 그들의 영웅은 ‘황색 제왕’이었으며, 그의 책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글 또한 신성한 계시를 받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서양에서는 《도덕경》이라고 알려진 기원전 3세기 중반의 글을 개인의 영성을 위한 경건한 텍스트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이것은 취약한 한 나라의 제후를 위해 쓴 치국의 교본이었다. 익명의 저자는 노자(老子, ‘늙은 스승’)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그는 통치자가 하늘을 모방해야 하는데, 하늘은 인간의 ‘길[道]’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따라서 간섭을 일삼는 정책을 버리기만 하면 왕의 ‘덕’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다. “내가 바라기를 멈추고 가만히 있으면 천하는 저절로 평화에 이를 것이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도가에서 왕은 명상 기법을 실천하여 마음이 “텅 비고” “고요해져야” 한다. 그러면 ‘하늘의 도’가 그를 통해 작용하여 “생이 끝나는 날까지 위험을 만나지 않게 된다.” 노자는 포위 공격을 당하는 제후국들에게 생존의 계략을 제공했다. 정치가는 보통 미친 듯이 활동하고 힘을 과시하려 드는데, 사실은 정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약하고 작게 보여야 한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노자는 병법가처럼 물의 비유를 들었다. 물은 “부드럽고 약해” 보이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보다 힘이 훨씬 셀 수도 있다. 도가의 통치자는 남성적으로 자기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신비한 여성[賢嬪]”의 부드러움을 끌어안아야 한다. 올라가는 것은 반드시 내려오기 마련이므로 굴복하는 척하여 적을 강하게 해주면 사실 적의 쇠퇴를 앞당기게 된다. 노자는 군사적 행동은 늘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병법가들과 뜻을 같이한다. 무기는 “불길한 도구”라고 그는 주장한다. 성군은 “어쩔 수 없을 때”만 그것을 이용한다. ] 〈3장 중국, 전쟁의 고통에서 등장한 군자〉
[ 나중에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은 모두 성경의 신을 브라흐만이나 니르바나와 비슷한 절대적 초월의 상징으로 만들게 된다. 그러나 모세 오경에서 야훼는 인드라나 마르두크와 비슷한 전쟁의 신인데, 한 가지 중요한 점에서 다르다. 야훼는 인드라와 마찬가지로 한때 우주 질서를 잡기 위해 혼돈의 용들 — 레비아단이라고 부르는 바다 괴물이 주목할 만하다. — 과 싸웠지만, 모세 오경에서는 우주가 아니라 한 민족을 세우기 위해 지상의 제국들과 싸운다. 더욱이 야훼는 농업 문명에 비타협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바벨탑’ 이야기는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바빌론에 대한 비판이다. 바빌론 통치자는 세계 정복이라는 환상에 취해 인류 전체가 공통의 언어를 쓰는 단일 국가에서 살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들은 지구라트가 하늘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믿었다. 야훼는 이런 제국적 오만에 분노하여 정치 구조 전체를 ‘혼란’(바벨)으로 밀어넣었다. 이 사건 직후 야훼는 아브라함에게 이 시기에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국가로 꼽히던 우르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야훼는 세 족장 — 아브라함 이삭 야곱 — 에게 도시 생활의 계층화된 압제를 버리고 목자 생활의 자유와 평등을 얻으라고 고집했다. ] 〈4장 폭력과 평화 사이, 히브리인의 딜레마〉
[ 모세 오경을 읽다 보면 족장들의 윤리에 종종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들 가운데 누구도 존경할 만한 인물이 아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아내를 파라오에게 판다. 요셉은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다. 야곱은 딸 디나의 강간에 충격적일 정도로 무관심하다. 그러나 이것은 도덕 이야기가 아니다. 모세 오경을 정치 철학으로 읽으면 상황은 분명해진다. 이스라엘은 주변으로 밀려날 운명이었기 때문에 강한 국가들 앞에서 늘 약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문명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문명 없이는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족장들은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그런 결함을 지녔지만 여전히 이 이야기에 나오는 통치자들과 비교하면 나은 사람이다. 이 통치자들은 신민의 부인을 빼앗고 우물을 훔치고 딸을 강간하고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는다. 왕들은 일상적으로 다른 사람의 소유를 징발하지만 아브라함은 늘 소유권을 철저하게 존중한다. 심지어 약탈하는 네 왕을 습격했을 때도 납치를 당한 조카 롯을 구출했을 뿐 전리품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아브라함이 지나가는 나그네 세 명에게 보여준 친절과 환대는 그들이 문명화된 소돔에서 경험한 폭력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야훼가 아브라함에게 소돔을 파괴할 계획이라고 하자 아브라함은 그 도시를 살려 달라고 간청한다. 인간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통치자들과는 달리 그는 무고한 피를 흘리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 〈4장 폭력과 평화 사이, 히브리인의 딜레마〉
[ 성경의 〈여호수아〉에는 여전히 고대의 자료가 일부 남아 있지만 앞서 말한 개혁가들이 이것 또한 근본적으로 수정했다. 그들은 이것을 묘하게 외국인 혐오적인 자신들의 신학 관점에서 해석했다. 개혁가들은 여호수아가 야훼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여 가나안의 모든 주민을 학살하고 그들의 도시를 파괴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런 대대적인 파괴의 고고학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성경의 텍스트 자체도 이스라엘인이 가나안인과 수백 년 동안 공존하며 서로 혼인했다는 것, 또 그 땅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가나안인 수중에 남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개혁가들이 해놓은 작업을 근거로 삼아 일신교, 즉 하나의 신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이스라엘이 특히 폭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었다는 주장이 종종 나온다. 다른 신에 대한 부정이 이교의 관대한 다원주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적인 불관용을 드러낸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인은 이 시점에 유일신교도가 아니었으며, 그렇게 바뀌기 시작하는 것은 기원전 6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사실 성경이나 고고학 증거는 초기 이스라엘인 대부분의 신앙과 관행이 가나안의 이웃들과 거의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히브리 성경에는 명료하게 유일신적인 진술이 거의 없다. 개혁가들의 십계명 가운데 첫 번째 계명조차 경쟁하는 신들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고 단지 이스라엘이 그들을 섬기는 것을 금할 뿐이다.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 ] 〈4장 폭력과 평화 사이, 히브리인의 딜레마〉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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