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한영인 평론가와 [천국은 다른 곳에] 함께 읽기

D-29
처음엔 생시몽주의와 푸리에주의자 같은 들어는 봤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모르는 단어부터 조사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1~2장은 폴 고갱의 할머니?인 플로라와 고갱의 에너지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장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인상적인 문구는(전자책으로 읽어 페이지는 안 올리겠습니다.) ** "가족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여자를 사서는, 애 낳는 기계로 만들고, 짐 나르는 짐승으로 여기고, 게다가 후끈 달아오를 때마다 강제로 올라타는 짓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못할 짓입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호기심도 없었다. 짐승과 같은 삶에 단단히 길들어 있었다......착취와 빈곤이 그들을 바보멍청이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저 두 문장을 읽으며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서글퍼졌습니다....ㅜ.ㅜ
저도 그 두 문장에 플래그 붙였어요ㅠ 그래도 요즘은 문제의식이 있는데 지금보다 더 문제의식이 옅었던 시대에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받았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요. 그런 중에도 낙담하지않고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펼치려는 플로라도 멋있었어요.
네, 책 처음부터 플로라의 에너지에 완전 압도당했어요. 이런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전 육체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성격인데, 그게 무리했다가는 주변에 크게 피해를 줄 정도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거든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십수년 후에 환갑이네요 ㅍㅎㅎㅎ
큰 틀에서 보면 우리의 삶은 별반 달라진 것 없이 보이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억압과 폭력, 착취와 무능은 여전히 우리 세계에 만연하니까요. 하지만 그에 대해 반항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의 삶도 시대에 따라 다르게 존재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플로라와 고갱은 정치와 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나름대로 몸부림 친 사람들일텐데 오늘날 우리 시대는 어떤 몸부림이 있는지...새삼 돌아보게 되네요.
@나무스테 님 처럼 저도 섹스에 대한 플로라와 고갱의 상반되는 태도가 흥미로웠어요~ 4장까지 읽었는데 1,3 장 까지는 '멋있고 올바른 플로라!' 라고 감탄하면서 즐겁게 읽다가 2,4 장에서는 '너무 노골적이잖아? 내가 이걸 읽고 있다는 걸 누가 보는건 아니겠지? 아니 고갱은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건가? 그런데 타히티의 문화가 자유로워서 피해를 주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나쁜건가?' 하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읽게 되네요 ㅎㅎㅎㅎ 내가 익숙한 행동방식과 익숙하지 않은 행동방식을 보고 느끼는 상반된 감정과 생각들- 요사가 노린게 바로 저와 같은 반응인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타히티의 성문화가 실제로 이렇게 자유로웠는지, 그러니까 고갱의 행동이 실제로 상대방한테 어떤 해악도 끼치지 않았는지 (고갱에 대한 비난을 할 수 있는지)궁금하긴해요. 그리고 고흐의 기행이 더 잘 알려져있다보니 고갱은 반고흐의 이야기에서 상대적으로 더 사회화 잘 된 일반인(?) 처럼 보였는데 고갱도 한가닥 했다는걸 알게 됐어요.
전반적인 얘기는 했으니, 5-6장에서는 인상 깊은 문장들을 써 볼게요~ 102p 저는 진짜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얘기해야 합니다. 제가 사람들과 진정으로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이 가톨릭 신자들 앞에서 하는 연설과는 다르단 말입니다. 106p 마흔하고도 한 살 나이에 아직까지 성깔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다니. 그러나 바로 그 불같은 성질 때문에, 종종 분통을 터뜨려 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자유를 잃어버릴 때마다 다시 회복할 수 있었지. -> 저도 항상 제 불같은 성질을 고치기 위해 평생을 바쳐 노력해 왔지만, 사람이 ‘본래부터’ 가진 에너지라는 게 어떻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괜한 곳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책에 집중해 더 많이 쏟으려고 노력합니다. 제 에너지라는 게 항상 ‘분노’에 가까워서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저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면 곱씹으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버릇이 생기더라고요. 플로라처럼 세상을 위한 분투는 아니지만, 저 자신도 제 불같은 성미 때문에 제 주변의 뭔가를 바꿔 보려고 책도 읽고 생각도 하는 것 같습니다. 108p 플로라의 가슴을 찢어놓은 것은 바로 무관심이었다. 그들은 플로라의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친절을 베풀지도 않았고, 다정한 표정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여기서 그 삼남매를 쉽게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플로라의 성미가 거친 폭력이라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서로 연대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 알게 되는 대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111p의 부잣집 과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쓰지는 않을게요. 플로라의 발언들이 하나같이 다 제 생각들 같아 혼자 오!오!하면서 읽었는데요. 저 또한 밥먹고 사는 것에 쫓기지 않았다면....에 대해 항상 꿈을 꾸는 사람이라, 플로라가 한 말에 백배 공감했습니다. 113-114p 그들 중에는 지능이 낮은 사람들이 많았다. 똑똑한 사람들도 종종 있었지만, 사회 제도가 그들의 지능 발달을 가로막았다. -> 사회 제도.....예나 지금이나.....이것과 연결해서 121p 이 불쌍한 사람들이 정신이 나간 것은 대부분의 경우 가난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제가 6장에는 하나도 라벨을 안 붙인 걸 발견했습니다. 사실 고갱이 무엇을 추구하고, 예술가에겐 어느 정도 허용되는 일탈의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2023년을 사는 (아주 쬐금 진보적인) 여성인 저에게, 고갱의 행동들이 전체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시부족? 여성들에게 계속 버림받는 고갱이 살짝 통쾌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번 장에서는 그림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저도 플로라가 자신의 고약한 성질머리를 탓하다가도 또 그래서 자기가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었던 거라고 애써 위로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위로받았어요. 플로라는 대중들을 조직하는 임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활동가이기에 스스로와 더 부대끼죠. 대중에 대한 선한 믿음과 낙관을 유지해야한다는 당위와 현실의 대중들에게 느끼는 실망과 환멸...어찌보면 우리 모두도 그와 같은 낙차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때로는 기만적으로 봉합하면서 또 때로는 그 낙차에 질려하면서. 저는 이 소설에서 요사가 그리는 플로라라는 캐릭터가 그 낙차를 위선적으로 회피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달하게 대면하는 방식이 참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6장에서도 그림이 등장합니다. 6장은 <자바 여인 안나>라는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에요. 그림을 찾아보시면 반가운(?) 원숭이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오! <자바 여인 안나> 그림 찾아 봤습니다~강렬하네요! ^^ 감사합니다!
이 속도로 읽다가는 북클럽이 끝날 거 같아서 조금 속도를 내서 11장까지 읽었습니다. 1) 인상적인 몇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플로라가 남편에게 두들겨 맞을 때 도와주려던 남성들이 때리는 남자가 남편인 걸 알자, 도와줄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정말 주먹이 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왜 남편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저런 상황이면 제 남편이 아니라고 모르는 남자라고 했을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이유로 폭력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는 건 간섭을 안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행동이라 봅니다. 그런데 220p에서 플로라가 진짜 불행한 이유는 앙드레 샤잘 때문이 아닌 ‘교육받지 못한 것’때문이라는 문장이 뼈를 때리더군요. 2) 플로라가 노동조합에서는 무기 생산을 금지시키고 군대를 없애 버릴 거라는 발언에 프랑스 군인이 화를 내자 “여러분, 내 조국은 프랑스이기에 앞서 인류입니다.”라고 하는데, 진정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다른 나라 욕하면서 ‘우리 우리’할 때마다, 항상 ‘우리가 전지구인이 아닐 경우, 우리가 아닌 사람들은?’이란 의문이 많이 들었거든요. 서로 욕하는 거 그만두고, 인류애를 위해 모두가 노력했으면 합니다.(외계인 미안) 3) 후에 아레키파에서 흥청망청 귀부인 같은 삶을 계속 살지 않고, 운동가 플로라로 바뀌게 되는 계기도 궁금합니다. 4) 전에도 살짝살짝 나오기는 했지만, 고갱의 인생에 플로라가 미친 영향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나와 더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226p에 나온 여러 작품들에 대해서는 본인의 평가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인터넷에 찾아서 보니 전작들과 무엇이 그렇게 다른지 잘 모르겠더군요. 네버모어를 대작으로 평가한 것 같은데....제 눈이 해태인가요? ㅎㅎ 전 전부 비슷비슷해 보여서요. 5) 에드거 앨런 포의 <까마귀>도 찾아 보았는데, ‘르노어’와 ‘네버모어’....재미있네요.
이제 절반 정도 읽으셨으니, 이 모임이 끝나는 것과 상관없이 조금만 더 가시면 완독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조금 더 읽어가시다보면 3)에서 던지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플로라에게는 사실 두 가지 선택지가 가로놓여 있던 셈이지요. 하나는 말씀하신 것처럼 친척들의 후의에 힘입어 식민지 지배층 여성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인데 플로라에게는 아마 그것이 새장속의 삶과 다르지 않았겠지요. 물론 그녀도 그 유혹에 이끌리긴 하지만 아마 그녀의 성정이 그 답답한 삶을 견뎌낼 순 없었을 것 같아요. 저도 사실 고갱의 어떤 그림들은 흠...혹은 엥? 할 때가 있었어요. 제 눈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요 ㅎㅎ 그치만 네버모어를 둘러싼 이야기가 저는 흥미로웠어요. 애드거 앨런 포, 그리고 포를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한 보들레르, 그리고 고갱...세 사람의 삶을 보면 묘한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보들레르는 <악의 꽃>의 서시 격인 '독자에게'에서 이렇게 노래했죠. "위선자 독자여! 내 동류여! 내 형제여!" 어쩌면 고갱의 네버모어를 그 외침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모임은 이렇게 끝나가지만 꼭 완독하셔서 이후의 이야기들을 즐겨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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