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한영인 평론가와 [천국은 다른 곳에] 함께 읽기

D-29
안녕하세요, 모두들 주말 잘 보내셨나요? 드디어 본격적이 모임의 첫 시작입니다! 달여인 님께 댓글을 달면서 적기도 했는데 사실 이 책의 도입부는 그리 친절한 편이 아니에요. 플로라라는 인물의 삶과 그녀의 배경에 대한 자상한 설명이 없는 데다 생시몽주의, 푸리에주의 같은 낯선 용어들도 마구 등장하니까요. 1장의 제목은 <오세르의 플로라>이고 부제처럼 표시된 시간적 배경은 1844년 4월이라고 나와 있네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읽어두면 좋은 책이 맑스와 엥겔스가 함께 쓴 <공산당 선언>입니다. <공산당 선언>이 처음 출간된 해는 1848년이죠. 그러니까 이 소설에서 플로라가 활동하던 시절은 아직 <공산당 선언>이 나오기 전입니다.(<공산당 선언> 전문은 굳이 책으로 구해보지 않아도 인터넷에 많이 풀려 있으니 검색해서 읽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아래 링크를 타고 가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meltingroot.tistory.com/49)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로 시작하는 이 유명한 팸플릿을 제가 처음 읽은 건 대학생 때였어요. 맑스가 <공산당 선언>을 쓴 주된 목표 중 하나는 단지 부르주아 계급을 적으로 규정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시급한 목표는 다양한 ‘사회주의’들 사이에서 진정으로 혁명적인 공산주의 이념과 운동이 무엇인지를 확립하려는 ‘내부 투쟁’의 성격도 강했습니다. 그래서 <공산당 선언>을 읽다보면 중간에 다양한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을 검토하고 비판하는 대목이 길게 할애되어 있습니다. 거기서 맑스는 푸리에와 생시몽, 오언 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합니다. “원래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계, 즉 생시몽, 푸리에, 오언 등의 체계는 우리가 앞에서 말한 시기, 즉 프롤레타리아트와 부르주아지 사이의 투쟁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초기에 태어났다.(..) 계급 대립의 발전은 공업의 발전과 발맞춰 나아가기 때문에, 그들은 프롤레타리아 해방의 물질적 조건들을 발견할 수 없었고 이러한 조건을 창출해 낼 사회과학과 사회법칙을 찾을 수도 없었다.” 맑스는 생시몽과 푸리에 등의 사상을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야유합니다. 반면 자신의 사회주의를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칭했죠. 그런데 이 소설의 배경인 1844년은 맑스가 자신의 ‘과학적 사회주의’를 공표하기 4년이나 전입니다. 아직은 푸리에와 생시몽의 가르침을 따르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사람들이 공상적으로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었을 때죠. 하지만 플로라 트리스탄은 다릅니다. 그녀는 생시몽과 푸리에를 인간적으로 안쓰럽게 생각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걸로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진정한 해방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정부의 개혁이나 가진 자들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노동조합’을 결성함으로써 더 좋은 사회, 그녀 자신의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죠. 그녀가 갖고 다니는 <노동조합>은 일종의 팸플릿, 즉 책자입니다. 그런 점에서 맑스의 <공산당 선언>과 똑같은 거죠. 여기서 바르가스 요사는 플로라를 맑스 이전에 ‘공상적 사회주의’의 허상을 꿰뚫은 영리하고 당찬 혁명가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립구도는 분명 <공산당 선언>에서 빌려온 거예요. <공산당 선언>에서 맑스가 푸리에나 생시몽 등의 ‘공상적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을 읽어 보시면 플로라의 행로가 지닌 역사적 의미가 보다 잘 잡히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이념을 프랑스 전역에 설파하기 위한 그녀의 가열찬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형식이 조금 독특하죠. 3인칭과 2인칭이 혼용되어 있습니다. 가령 “플로라는 오세르 항에서 짐을 내릴 때 한바탕 난리를 치러야 했다.”는 분명 3인칭 서술입니다. 그런데 “플로라, 너는 그 ‘집’을, 넓고도 편안했던 그 집을, 잘 가꾼 정원과 바삐 돌아다니던 하녀들을 기억할 수 있겠니?”라고 물을 때는 2인칭이죠. 그런데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어떨 때는 플로라 자신인 것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야말로 제 3의 인물이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죠. 고갱을 다루느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혼합된 서술 스타일이 사실 이 소설의 매력을 배가하는 것 같아요. 어찌보면 단조로울 수 있는데 그 단조로움을 확확 바꿔버리니까요. 아무튼 내용을 살펴보면 플로라는 원래 “부르주아 놈들이 사는 동네” 출신이네요. 어릴 때는 잘 살았던 거죠. 그러다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이 무효가 되면서 졸지에 사생아가 되어버립니다.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와 함께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죠. 하지만 플로라는 그걸 나쁘게만 생각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이런 가난과 노예 상태를 알지 못했다면 각성도 없었을 거고 그저 한심한 부르주아 여자로 살다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플로라의 앞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그녀가 조직하려고 하는 노동자들은 그녀에 따르면 “너무 무식했고, 너무 멍청했고, 너무 이기적이었다.”니까요. 그럴 수밖에요. 그때는 1844년이고 노동자를 해방의 주역으로 격상시킨 마르크스주의가 태동하기도 전이니까요. 플로라 트리스탄은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보편화되기 이전부터 자신만의 ‘해방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인물입니다. 그녀가 꿈꾸었던 천국이 어떤 것이었을지 조금 감이 잡힐 것 같기도 합니다. 2장의 제목은 <악마, 어린 계집아이를 훔쳐보다>이고 시공간적 배경은 마타이에아, 1892년 4월이라고 나와 있네요. 플로라의 시대에서 48년이 지나 있네요. 코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폴 고갱이 타히티에 정착한 게 1891년 6월 9일이라고 하니 그로부터 약 반년 정도 지난 후네요. 폴은 “야만적인 삶”을 꿈꾸면서 낯선 열대의 섬으로 온 듯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 여자아이를 골라 함께 데리고 살기도 하네요. 보아하니 유럽에 아주 신물이 난 듯 합니다. 위선적인 죄의식을 강요하는 기독교 문명과 번지르르한 겉치레로 무장한 특유의 부르주아적 속물 근성 따위에 질려버린 그는 “아직 처녀성을 잃지 않은 세계, 아직 유럽의 예술에 물들지 않은 세계를 찾아 떠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염원은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입니다. 하지만 바르가스 요사는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개념으로 폴 고갱의 한계를 비판하는 데 이 소설의 목적을 두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요사의 목적은 그의 그가 타히티에서 그렸던 그림에 그의 삶을 덧입히는 데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이 챕터의 주인공은 <마나오 투파파우>라는 작품이죠. 저는 고갱의 그림을 잘 알지 못해 작품 제목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에서 그 작품을 찾아보았습니다. 2장의 말미에 나오는 <아티티 왕자의 초상>도 궁금햇 찾아보았고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아, 이 책은 이렇게 고갱의 그림을 찾아가며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구나! 이미 인터넷에 그의 그림 대부분을 확인할 수 있으니 여러분들께서도 꼭 이 책에 등장하는 고갱 작품을 찾아보면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그렇게 그 그림을 보니까 고갱의 그림이 뭔가 달라보이더라고요. 어쨌거나 폴 고갱은 ‘타락한’ 유럽을 떠나서 인간 본연의 순수한 열정과 광기어린 자유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타히티로 왔지만 제국주의의 손길은 이미 타히티조차 작은 유럽으로 바꿔놓고 있네요. 과연 타히티는 고갱이 찾아 헤맨 천국일 수 있을까요? 다음 모임은 8일에 갖도록 하겠습니다. 3장과 4장을 읽고 다시 만나요!
여러분, 이번엔 3장과 4장을 읽기로 했는데 잘 읽고 계신가요? 3장부터는 플로라 트리스탄의 옛 이야기가 한토막씩 소개되고 있어요. 플로라는 어머니에 의해 앙드레 샤쟐이라는 추악한 남성에게 팔려가듯 시집가야 했죠. 자신을 둘러싼 압력에 맞서 싸우기에 플로라는 너무 어렸고 순진했던 것 같아요. 한편 여기서도 생시몽주의자들과 푸리에주의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누구인지, 세계는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나아갔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4장에서는 '파페 모에'라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네요. 유럽 문명이 억압한 충동과 열정을 양성적 존재인 조페타를 통해 드러 내고 있습니다. '파페 모에'라는 작품을 찾아보니 책에 등장한 사진과 많이 닮아 있더라고요. 그렇만 부르주아적 교양과 야만적 충동을 대립시키고 있는 구도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해볼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따로 날을 정하지 않고 여러분들께서 책을 읽어나가시면서 남기고픈 말이 있으면 자유롭게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해볼까 합니다. 딱히 하실 말씀이 없을 경우 의무적으로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실 테니까요. 그럼 책 읽으시다가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이곳에 들어와 편하기 글 남겨주세요:)
@한영인 옛날 교과서에서 배우던 '공상적 사회주의'를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5장에서 푸리에 등의 주장을 요약해서 접하게 되었는데,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맑스를 비롯한 과학적 사회주의자들이 공상적 사회주의의 아이디어를 많이 차용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저 역시 대학교 세미나 때 '공산당 선언'에서 얼핏 보았던 새외몽과 푸리에 등의 주장을 이 소설에서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어 신기했어요. 말씀대로 맑스주의는 공상적 사회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맑스주의에 영향을 끼친 주요한 세 가지 요소로 1. 영국의 정치경제학 2. 독일의 관념론 철학 3.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를 꼽는다고 알고 있어요.
3-4장 3장의 플로라 부분3장 전체를 전부 옮겨 놓고 싶을 만큼 모든 페이지가 밑줄이었습니다. 플로라는 인권과 여성운동에 중점을 맞추었다면, 폴 고갱은 소위 야만이라 부르는 원시부족에 대한 유럽의 침략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테하마나와 조테파를 통해, 우리가 남성과 여성의 카테고리 안에서만 답답하게 살았던 것을 비웃으며 제 3의 성에 대해 눈을 뜨는 모습, 선원 생활 중에 지켜낸 ‘뒷구멍’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또 하나, 플로라에겐 성이 착취였다면, 폴에겐 예술과 연결된 자기 확장의 매개체였지 않나 싶은데, 이것도 제도권 안에서 당하는 여성과,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닫혀 있는 성관계가 아닌 열려 있는 타히티 부족 여성들의 성생활과 대비되어 작가의 의도가 읽혔습니다. 예술에 눈 뜬 시절에 성에 관심이 없던 폴이 갑자기 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지는 부분도 예술과 성이 맞닿는 지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갱도 플로라의 남편처럼 여성을 폭력적으로 다루는 장면이 나와 좀 씁쓸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폴 고갱의 작품들을 찾아서 감상하는 것도 이 책을 보는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고흐를 그 미친 네덜란드 놈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웃기고요. ^^
저는 대학생 시절 한 선배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을 선물해줘서 무척 재미있고 감명깊게 읽은 적이 있어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인데 거기에 드러난 가난하고 불우한 예술가의 진솔한 자기표현이 감동적이었거든요. 그런 고흐가 여기선 말씀대로 '미친 네덜란드 놈'으로 나오큰데, 실제로 당시 사람들은 고흐와의 관계에서 고갱을 많이 욕하고 비난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여기서 고갱이 고흐를 그렇게 부르는 건 일종의 자기변명일 수 있겠으나 그 변명을 듣는 것도 이상하게 싫지 않고 말씀처럼 좀 웃기기도 해요. 저 역시 그림 하나하나를 찾아가며 이 책을 읽었는데요,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것과 그냥 그 그림을 보는 건 느낌이 아주 다르더라고요. 저는 원래 미술관 나들이를 거의 하지 않는데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여행가는 곳에 고갱의 그림이 있다면 일부러 들러서 꼭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씩 플로라와 고갱의 세계가 만나고 갈등하는 지점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고갱은 안락한 부르주아의 삶을 지향하다가 그림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섹스도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서른여섯이 되던 1884년 말 코프르니쿠스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오직 그림에만 열중하기로 한 순간부터 고갱은 섹스에 완전히 사로잡힌 거죠. 그리고, 그의 타히티에서의 삶은 우리가 보던 바와 같습니다. 반면 플로라는 결혼 초기부터 섹스를 거부했으며, 섹스는 '정치문화랄지 사회정서랄지 하는 문제 이전에, 여성을 착취하고 지배하기 위한 원초적인 도구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었죠. 이러한 관점 아래 육체의 쾌락을 미래 사회의 목표로 주장한 푸리에와 멀어지기도 합니다. 다만, 플로라 역시 동성 연인(인것 처럼 보이는) 올랭피아와의 관계가 깊은 것처럼 묘사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흥미롭습니다. 소설이 점점 재밌어지고 있네요..
이 소설의 쟁점 중의 하나가 '섹스'인 건 분명한 것 같아요. 플로라(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섹스는 자신의 신체에 가하는 폭력에 다름 아니었기에 섹스를 혐오하게 되었고 고갱 역시 자신이 '부르주아 윤리' 안에서 착실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갈 때는 섹스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죠. 하지만 말씀대로 '다르게' 살아가기로 마음 먹으면서 난잡하고 방탕한 성생활에 탐닉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건 그 자신이 부르주아 윤리에 반항하는 한 방편이었지만 오늘날 그와 같은 의미의 반항이 얼마나 유의미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생시몽주의와 푸리에주의자 같은 들어는 봤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모르는 단어부터 조사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1~2장은 폴 고갱의 할머니?인 플로라와 고갱의 에너지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장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인상적인 문구는(전자책으로 읽어 페이지는 안 올리겠습니다.) ** "가족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여자를 사서는, 애 낳는 기계로 만들고, 짐 나르는 짐승으로 여기고, 게다가 후끈 달아오를 때마다 강제로 올라타는 짓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못할 짓입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호기심도 없었다. 짐승과 같은 삶에 단단히 길들어 있었다......착취와 빈곤이 그들을 바보멍청이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저 두 문장을 읽으며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서글퍼졌습니다....ㅜ.ㅜ
저도 그 두 문장에 플래그 붙였어요ㅠ 그래도 요즘은 문제의식이 있는데 지금보다 더 문제의식이 옅었던 시대에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받았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요. 그런 중에도 낙담하지않고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펼치려는 플로라도 멋있었어요.
네, 책 처음부터 플로라의 에너지에 완전 압도당했어요. 이런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전 육체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성격인데, 그게 무리했다가는 주변에 크게 피해를 줄 정도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거든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십수년 후에 환갑이네요 ㅍㅎㅎㅎ
큰 틀에서 보면 우리의 삶은 별반 달라진 것 없이 보이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억압과 폭력, 착취와 무능은 여전히 우리 세계에 만연하니까요. 하지만 그에 대해 반항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의 삶도 시대에 따라 다르게 존재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플로라와 고갱은 정치와 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나름대로 몸부림 친 사람들일텐데 오늘날 우리 시대는 어떤 몸부림이 있는지...새삼 돌아보게 되네요.
@나무스테 님 처럼 저도 섹스에 대한 플로라와 고갱의 상반되는 태도가 흥미로웠어요~ 4장까지 읽었는데 1,3 장 까지는 '멋있고 올바른 플로라!' 라고 감탄하면서 즐겁게 읽다가 2,4 장에서는 '너무 노골적이잖아? 내가 이걸 읽고 있다는 걸 누가 보는건 아니겠지? 아니 고갱은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건가? 그런데 타히티의 문화가 자유로워서 피해를 주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나쁜건가?' 하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읽게 되네요 ㅎㅎㅎㅎ 내가 익숙한 행동방식과 익숙하지 않은 행동방식을 보고 느끼는 상반된 감정과 생각들- 요사가 노린게 바로 저와 같은 반응인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타히티의 성문화가 실제로 이렇게 자유로웠는지, 그러니까 고갱의 행동이 실제로 상대방한테 어떤 해악도 끼치지 않았는지 (고갱에 대한 비난을 할 수 있는지)궁금하긴해요. 그리고 고흐의 기행이 더 잘 알려져있다보니 고갱은 반고흐의 이야기에서 상대적으로 더 사회화 잘 된 일반인(?) 처럼 보였는데 고갱도 한가닥 했다는걸 알게 됐어요.
전반적인 얘기는 했으니, 5-6장에서는 인상 깊은 문장들을 써 볼게요~ 102p 저는 진짜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얘기해야 합니다. 제가 사람들과 진정으로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이 가톨릭 신자들 앞에서 하는 연설과는 다르단 말입니다. 106p 마흔하고도 한 살 나이에 아직까지 성깔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다니. 그러나 바로 그 불같은 성질 때문에, 종종 분통을 터뜨려 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자유를 잃어버릴 때마다 다시 회복할 수 있었지. -> 저도 항상 제 불같은 성질을 고치기 위해 평생을 바쳐 노력해 왔지만, 사람이 ‘본래부터’ 가진 에너지라는 게 어떻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괜한 곳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책에 집중해 더 많이 쏟으려고 노력합니다. 제 에너지라는 게 항상 ‘분노’에 가까워서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저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면 곱씹으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버릇이 생기더라고요. 플로라처럼 세상을 위한 분투는 아니지만, 저 자신도 제 불같은 성미 때문에 제 주변의 뭔가를 바꿔 보려고 책도 읽고 생각도 하는 것 같습니다. 108p 플로라의 가슴을 찢어놓은 것은 바로 무관심이었다. 그들은 플로라의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친절을 베풀지도 않았고, 다정한 표정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여기서 그 삼남매를 쉽게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플로라의 성미가 거친 폭력이라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서로 연대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 알게 되는 대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111p의 부잣집 과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쓰지는 않을게요. 플로라의 발언들이 하나같이 다 제 생각들 같아 혼자 오!오!하면서 읽었는데요. 저 또한 밥먹고 사는 것에 쫓기지 않았다면....에 대해 항상 꿈을 꾸는 사람이라, 플로라가 한 말에 백배 공감했습니다. 113-114p 그들 중에는 지능이 낮은 사람들이 많았다. 똑똑한 사람들도 종종 있었지만, 사회 제도가 그들의 지능 발달을 가로막았다. -> 사회 제도.....예나 지금이나.....이것과 연결해서 121p 이 불쌍한 사람들이 정신이 나간 것은 대부분의 경우 가난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제가 6장에는 하나도 라벨을 안 붙인 걸 발견했습니다. 사실 고갱이 무엇을 추구하고, 예술가에겐 어느 정도 허용되는 일탈의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2023년을 사는 (아주 쬐금 진보적인) 여성인 저에게, 고갱의 행동들이 전체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시부족? 여성들에게 계속 버림받는 고갱이 살짝 통쾌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번 장에서는 그림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저도 플로라가 자신의 고약한 성질머리를 탓하다가도 또 그래서 자기가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었던 거라고 애써 위로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위로받았어요. 플로라는 대중들을 조직하는 임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활동가이기에 스스로와 더 부대끼죠. 대중에 대한 선한 믿음과 낙관을 유지해야한다는 당위와 현실의 대중들에게 느끼는 실망과 환멸...어찌보면 우리 모두도 그와 같은 낙차를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때로는 기만적으로 봉합하면서 또 때로는 그 낙차에 질려하면서. 저는 이 소설에서 요사가 그리는 플로라라는 캐릭터가 그 낙차를 위선적으로 회피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활달하게 대면하는 방식이 참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6장에서도 그림이 등장합니다. 6장은 <자바 여인 안나>라는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에요. 그림을 찾아보시면 반가운(?) 원숭이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오! <자바 여인 안나> 그림 찾아 봤습니다~강렬하네요! ^^ 감사합니다!
이 속도로 읽다가는 북클럽이 끝날 거 같아서 조금 속도를 내서 11장까지 읽었습니다. 1) 인상적인 몇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플로라가 남편에게 두들겨 맞을 때 도와주려던 남성들이 때리는 남자가 남편인 걸 알자, 도와줄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정말 주먹이 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왜 남편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저런 상황이면 제 남편이 아니라고 모르는 남자라고 했을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이유로 폭력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는 건 간섭을 안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행동이라 봅니다. 그런데 220p에서 플로라가 진짜 불행한 이유는 앙드레 샤잘 때문이 아닌 ‘교육받지 못한 것’때문이라는 문장이 뼈를 때리더군요. 2) 플로라가 노동조합에서는 무기 생산을 금지시키고 군대를 없애 버릴 거라는 발언에 프랑스 군인이 화를 내자 “여러분, 내 조국은 프랑스이기에 앞서 인류입니다.”라고 하는데, 진정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다른 나라 욕하면서 ‘우리 우리’할 때마다, 항상 ‘우리가 전지구인이 아닐 경우, 우리가 아닌 사람들은?’이란 의문이 많이 들었거든요. 서로 욕하는 거 그만두고, 인류애를 위해 모두가 노력했으면 합니다.(외계인 미안) 3) 후에 아레키파에서 흥청망청 귀부인 같은 삶을 계속 살지 않고, 운동가 플로라로 바뀌게 되는 계기도 궁금합니다. 4) 전에도 살짝살짝 나오기는 했지만, 고갱의 인생에 플로라가 미친 영향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나와 더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226p에 나온 여러 작품들에 대해서는 본인의 평가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인터넷에 찾아서 보니 전작들과 무엇이 그렇게 다른지 잘 모르겠더군요. 네버모어를 대작으로 평가한 것 같은데....제 눈이 해태인가요? ㅎㅎ 전 전부 비슷비슷해 보여서요. 5) 에드거 앨런 포의 <까마귀>도 찾아 보았는데, ‘르노어’와 ‘네버모어’....재미있네요.
이제 절반 정도 읽으셨으니, 이 모임이 끝나는 것과 상관없이 조금만 더 가시면 완독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조금 더 읽어가시다보면 3)에서 던지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발견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플로라에게는 사실 두 가지 선택지가 가로놓여 있던 셈이지요. 하나는 말씀하신 것처럼 친척들의 후의에 힘입어 식민지 지배층 여성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인데 플로라에게는 아마 그것이 새장속의 삶과 다르지 않았겠지요. 물론 그녀도 그 유혹에 이끌리긴 하지만 아마 그녀의 성정이 그 답답한 삶을 견뎌낼 순 없었을 것 같아요. 저도 사실 고갱의 어떤 그림들은 흠...혹은 엥? 할 때가 있었어요. 제 눈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요 ㅎㅎ 그치만 네버모어를 둘러싼 이야기가 저는 흥미로웠어요. 애드거 앨런 포, 그리고 포를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한 보들레르, 그리고 고갱...세 사람의 삶을 보면 묘한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보들레르는 <악의 꽃>의 서시 격인 '독자에게'에서 이렇게 노래했죠. "위선자 독자여! 내 동류여! 내 형제여!" 어쩌면 고갱의 네버모어를 그 외침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모임은 이렇게 끝나가지만 꼭 완독하셔서 이후의 이야기들을 즐겨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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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하루키'라는 장르
[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에이츠발 독서모임 16회차: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의 문장 - 은화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7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1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3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0월 31일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 책으로 그림 읽기!
[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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