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전기화 평론가와 [멀고도 가까운] 함께 읽기

D-29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제가 있는 곳은 날이 스산했는데 여러분이 계신 곳은 어떠했나요, 어떤 하루를 보내고 대화로 접속하고 계실까요. 새로 오신 @siouxsie 님 반갑습니다^^ 이 책을 통과하는 여정을 함께 떠나게 되어 기쁩니다. @소금인형 님, 이야기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이 나를 싣고 어디로 데려갈 지 궁금합니다.”라는 이 문장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아마 소금인형 님은 딸의 위치에서, 또 어머니의 위치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이 책을 읽어나가실 것 같아요, 그것은 한 자리에서 가만히 책을 따라가는 것에 비해 매우 역동적인 읽기일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 끝에서 소금인형 님만이 마주하게 되는 뜻밖의 멋진 풍경이 있으리라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제가 이 책(이야기)을 올라타 마주한 것을 적어보듯, 다른 독자님들도 이 책을 올라타 마주하게 된 것들에 대해 이야기 들려주세요. 오늘은 함께 읽기로 한 1-2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저는 읽는 내내 좋았습니다. 우선은 ‘이야기’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까요, “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15쪽)”라는 문장과, “이야기가 그녀를 올라타고, 그녀는 이야기에 끌려다녔다.”(36쪽)는 문장은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주네요. 우리가 어떤 이야기에 사로잡히는 일에 대해, 그것이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야기의 강력한 힘에 올라타 아주 멋진 장소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이야기의 파괴적인 힘에 질질 끌려다니며 그렇지 않은 것조차 그 이야기에 꿰어 맞춰 해석하는 가운데 불현듯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가 하는 문제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47-48쪽에서 솔닛이 묘사하고 있는 아나 테레사 페르난데스(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의 퍼포먼스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련한 영상이 있어 링크로도 남겨두려 해요, https://anateresafernandez.com/ice-queen/ 43분 간의 퍼포먼스를 1분으로 빨리감기한 영상인 듯 보이는데요, 이 영상을 보고 솔닛의 문장을 다시 읽으니 솔닛의 ‘읽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솔닛의 읽기를 경유하여 우리 또한 ‘해로운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극복’한 아나의 이야기에 새롭게 접속해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돌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노인을 돌보는 일(20쪽)이 지니는 특수함에 대한 서술도 마음을 치고 가지만, 아이를 돌보는 일(50쪽)에 대한 서술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특히 저는 이 문장에 울컥했습니다. “친구들이 아이를 가지기 시작하고, 어떤 생명을 계속 지켜 주기 위해 들이는 그 영웅적인 노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요구하기만 하는 어떤 존재를 돌봐야 하는 그 끝없이 소모적인 일을 이해한 후에는, 나의 어머니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시기에 그 모든 일을 했음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나를 먹여 주었고, 씻겨 주었고, 입혀 주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그 밖에 수천 가지 도움을 받았다. 매시간, 매일, 매년 그런 일이 반복됐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내게 주었던 것이다.”(50쪽) 이 부분만 읽으면 어쩌면 심상하게 보일 수도 있을까요? 그러나 이 문장이 어디에 배치되어있는가가 중요하겠지요. 이야기의 ‘일관성’을 추구한다면, 말하자면 솔닛의 어머니가 솔닛에게 지닌 시기심과 분노, 솔닛을 대하던 태도에 담긴 폭력적 속성을 솔닛의 입장에서, 즉 딸의 입장에서 입장에서 낱낱이 서술해나가는 이 장의 일관적 서술을 위해서라면, 위의 대목은 빠져야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포함되었기에 저는 이 글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여러분들에게도 이번 독서 가운데 그런 문장이 있으셨나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말이 길어졌어요, 아직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토요일에 만나 또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책을 읽기 전에 목차부터 살펴보는 편인데, 이번에도 목차를 살펴보고 책을 읽으면서 7장인 매듭을 기점으로 6장 감다와 8장 풀다, 그리고 대칭되는 목차들을 보면서 계속 다음 장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읽은 1-2장에서 평론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야기와 그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이야기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하고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동화를 통해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딸, 형제, 작가라는 역할과 모습과 장소에 대한 이야기, 각 장의 마지막에 나온 나방과 새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흥미롭네요!!
@전기화 돌봄 이야기를 하자면 아이를 낳고 얼마동안 느낀 공포의 감정이 생각납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누워있는 아이가 죽을거라는 사실이 무서웠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 해서 죽는 존재가 있다니. 이상하고 무섭더라고요. 지금은, 내가 뭘 좀 안하고 싶은, 손이 많이 가는 아이가 되었습니다.(결론이 이상하네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토요일은 잘 보내셨을까요. @슈이 님, 반갑습니다 ^^ @소금인형 님, 아이를 돌보며 느꼈던 감정에 대해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상하고 무서웠다는 마음에 한참 머물러보게 되었는데요, 저는 어쩐지 마지막 결론도 좋습니다 ^^ 이번에 함께 읽어보기로 한 부분에서는 솔닛이 들려준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들에 접속해볼 수 있었어요. 그 가운데 특히 4장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짧게 나누어보려 합니다. 솔닛은 어린이 책에서는 ‘사라지는 행위’가 필수적인 요소라면서,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마법사의 조카>에서 묘사하는 ‘숲’은 특별히 매혹적이라고 이야기하지요. 책의 묘사를 인용한 뒤, 솔닛이 덧붙이는 문장입니다. “그 자체로 다른 세상이라기보다는, 나무와 작은 연못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거울 같은 연못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가 되는 곳. 그건 도서관의 모습이었다. 모든 마법의 문이 그 입구를 지나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예술 작품을 상징하는 것과 같다. ... 도서관은 세상으로 가득 찬 은하수다. 모든 독자는 우다오쯔이며, 상상력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모든 책은 독자가 그 안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풍경이다.”(98-99쪽) 이 뒤로 이어지는 책에 관한 문장들도 너무 좋은데, 여러분들이 직접 확인해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믐에 모이신 분들은 책과 맺는 관계가, 그에 관한 기억이 남다를 거라고 짐작해보게 되는데요, 도서관에 관해서도 특별한 기억이 있으실까요? 저는 어렸을 적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쌓아두고 읽는 것을 참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이야기들에 잔뜩 둘러싸이는 느낌도,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이야기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내가 사라지는듯한 느낌도 좋았던 게 아닐까, 솔닛의 문장들을 읽으며 생각해보기도 했답니다. 돌이켜보니 지금껏 저는 다양한 도서관들에 머물러왔네요, 오늘은 그 도서관들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아직 3-4장은 읽지 않았지만 @소금인형 이 말씀하신 도세권을 보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려 몇 자 적어 보려고요. 서울에 30년 정도 살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지금은 '그냥 좋아서' 경기도에 살고 있는데요. 저는 저희집 반경 1km 안에 도서관이 세 곳이나 되는 도세권의 중심에 살고 있습니다. 너무 멀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산책겸 해서 왔다갔다 하기 정말 좋거든요. 어렸을 때 도서관은 제게 독서실의 기능밖에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달에 몇 만원씩 내는 독서실도 다니면서 주말에는 다른 느낌으로 공부하고 싶다며 100원씩 내고 아침 7시부터 줄서서 들어가는 도서관의 3층 독서실이 너무 좋아 친구들과 몰려 갔었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도서관인생으로 살고 있는 건 지금의 집으로 이사와서 독서모임에 가입한 6년 전부터고요. 10-20대 때엔 30-40대(늙은 아줌마의 이미지였음)엔 어떤 절망적인 삶을 살까...생각만 해도 슬펐지만, 지금 생각하면 10-20대 때보다 제 삶은 풍요롭고 너무나 행복합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쉬는 날이면 상호대차/예약한 도서들을 그날밖에 못 빌리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서관에 가면서 '내가 왜 이짓거리를 하나..'란 생각이 들지만, '좋아하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는 생각해 다시 행복해집니다. 다양하고 지능적으로 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저에게 도서관은 유일하게 차별없는 세상입니다.
3장에서는 내용이 그런 만큼 나로 인해 만들어진 것, 내가 만들어낸 것, 즉 창조에 대해 계속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읽는 내내 말과 행동의 선택, 결과, 책임의 무게, 정당화 등 각각의 단어를 곱씹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을 보지 않는 방식은 정교하다.” 이 문장들과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자신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생각보다 자신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르고, 회피하는 건 사실 간단하고 익숙하고 편한 방식일 수도 있지만, 쉽지 않으나 마주함으로써 그리고 마주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얻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요즘, 자아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가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나’를 찾고 구축하기 위한 조언을 얻고자 그동안 택했던 방식이 ‘작가가 홀로 들어가 자신이 마주친 미지의 영역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자 ‘작가가 닦아 놓은 길’인 책을 읽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도세권이라고 아시나요? 2년에 한번씩 꼬박꼬박 이사를 다녀야 하는 형편에도 포기하지 않는 조건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도서관입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함께 하고 싶은 도서관이 근처에 있어야 하죠. 남편과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든 뿌리가 다 없어지든 언제까지 함께할지는 모르겠으나 도서관과는 오래오래 사랑을 할 것 같습니다.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상과 연결된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압니다. 그래서 솔닛의 <비행> 파트 글이 반가웠습니다. 물론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더 많습니다만.....
안녕하세요. 한 걸음 느리게 읽고 이제야 1-2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러 왔습니다. 저는 읽으면서 첫 장부터 마음이 아팠어요. 최근 친지 중에 치매 증상을 보이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라 이 이야기가 저와 가족의 미래 같기도 했고, 대부분의 사람이 겪고, 겪게 될 상황 같아서요. 밀착하여 챙겨 드리기에는 나의 일이 있으나 그렇게 홀로 둠으로써 약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는 일, 요양 시설로 보내 드리면 낯선 공간이 된다는 점 등이요. 모두가 행복해질 해결 방법이 있을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막막해서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요. 그리고 52쪽부터 나오는 장소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아요. 저만의 장소라든가, 애정과 추억이 깃든 장소라든가, 저에게 사랑을 되돌려주는 장소라든가요. "장소에게 우리에게 주는 것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는 그런 장소가 있으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저로서는 아직 더 찾아보고 생각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1 장 초반에서는 살구가 언제 나올까 싶었는데 읽을수록 살구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게 살구일지도 모르겠고요. 처음에 목차 페이지를 대충 훑었을 때는 달 형상의 디자인이구나 했는데 2 장 거울에서 여전히 살구가 나오는 걸 보고 다시 목차를 보았습니다. 데칼코마니더라고요. 그래서 가운데 장인 매듭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고, 13 장까지 완독하는 일이 매우 기대가 됩니다. 아나 테레사 페르난데스의 얼음 하이힐 퍼포먼스가 궁금했는데 평론가님이 올려 주신 링크로 잘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베카 솔닛을 무척 좋아합니다. 2년 쯤 <멀고도 가까운> 정말 인상 깊게 읽었었어요!
저는 이제야 2장까지 읽었네요~ 부지런히 쫒아가겠습니다. 2장 ‘거울’을 읽으면서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가 생각났어요.
한 여자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장편소설. <남자의 자리>로 자신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덤덤하고도 가슴 뭉클하게 써내려간 아니 에르노가 이번에는 <한 여자>로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되짚어 간다. 이 작품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10여 개월에 걸쳐 쓴, 자신의 어머니이자 한 시대를 살다 간 '한 여자'에 대한 기록이다.
1장을 읽는데, 처음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에 대한 묘사가 안타까웠고, 저희 어머니나 시어머니가 걸리면 어쩌지란 생각을 하고 계속 읽어나갔습니다....헉 근데 이 반전은 뭐죠? 젊은 시절 딸을 질투했던 어머니라니...제 생애 이런 어머니상은 처음이라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런 최악의 모녀 관계를 끝까지 이어가는 딸로서의 작가가 대단했습니다. 저도 사실 저희 어머니와 딱히 사이가 좋지 않지만,(어머니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지만, 저 혼자 거리두기하고 산지 20년쯤 된 거 같습니다) 저 정도는 아니고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며 사는 정도거든요. 저라면 서로 보지 않고 사는 쪽을 택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겐 미운 정이란 없느니만 못한 감정이라서요. 근데 2장을 계속 읽으면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 45p 내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아무 생각 없이 나를 당신의 동생 이름으로 부르곤 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나보다 사반세기 전에 태어난 질투와 애착을 덮어써야만 했다. 47p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신데렐라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건 대부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 외부적 상황으로 인해, 본인의 삶의 방식이 왜곡돼 버린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안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지 않나요?”란 생각입니다. 심지어 자기 딸에게 자신의 열등감을 투영시켜 괴롭히는 모습이 이해 되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2장의 마지막 부분엔 어머니에 관한 얘기가 아닌, 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데 59p : 연애 초기에, 지긋지긋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와 함께 떠나겠다고 마음을 먹은 소피에게, 그녀의 부모님은 차근차근 안정적인 직장의 단계를 밟아가기를 그만두고, 알 수 없는 세계로 자신을 던지는 것은 큰 실수라고 적어 보내셨다. -> 저는 이 부분이 항상 의문인데....그 분들이 생각하는 실수라는 게 무얼까요? 이혼? 가정불화? 부모님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결혼이라는 게 이혼 안하고 살면 성공한 결혼생활인지 의문이 듭니다. 결혼 생활에 성공이란 단어를 쓰는 것도 우습지만, 한 인간이 본인의 선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을 ‘실수’라고 비난하다니요. ‘본인의 의지 없이, 선택하지 못하는 삶’이 더 실수이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눈길을 사로잡고 잠시 멈춰 생각해보게 만드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서 페이지는 생략했습니다.) 1장에서는 “노인을 돌보는 일에 대해서는, 낭만적 사랑이나 아이를 낳는 일 같은 다른 종류의 헌신에 비해, 조언이나 독려가 될 만한 분량의 글이 없다. 그 일은 마치 예정에 없던 어떤 일처럼 슬그머니, 마침 한 번도 경고를 받지 못했고 지도에도 없던 암반으로 가득한 해변처럼, 갑자기 당신 앞에 닥친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야기에서 삶의 말년은 그 모든 세월이 지혜가 되는 황금빛 시기이지, 엉망진창인 어린 시절로 혹은 그 너머로 퇴행하고, 정신병처럼 보이는 질병으로 썩어 가는 시기가 아니다.”,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왕성한 정신으로 지식을 쌓아 가는 반면, 인생의 반대쪽 끝에 있는 이 단계에서는 그 지식들이 해체된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인 만큼, 두 단계는 다르다.” 여기서 한 해가 지나고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흘러간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막상 ‘나이 듦’과 그에 따라 찾아올 수 있는 ‘질병’에 대해서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비단 부모님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서도요. “어머니의 기억뿐 아니라 우리의 기억도 부분적으로 변형되고 희미해졌다. 기억이란 지나가는 물고기를 모두 잡는 일은 결코 없으면서, 종종 있지도 않은 나비를 잡아 버리는 그물 같은 것이었다.”, “살구는 내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 거의 모든 일이 잘못 풀려나가던 이후의 열두 달 동안 내가 그 의미를 찾아야 할 이야기였다.” 여기서는 기억과 이야기, 그 속의 감정과 왜곡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라 긴가민가한 이야기들이 불쑥 찾아오면 어떨 때는 당시의 감정과 뒤섞여 지나치게 왜곡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순간은 의미가 남아 이야기가 되었고, 어떤 순간은 이름을 붙이듯 의미를 붙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2장에서는 “커다란 살구 더미에는 덜 익은 열매와 익어 가는 열매, 썩어 가는 열매가 섞여 있었다.” 이 문장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 그리고 이야기 자체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다시 읽어보았던 문장입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버지 행동의 뿌리에도 다른 인물이나 역사의 힘이 작용했을 테고, 그런 식의 논리적 연결은 끝이 없기 마련이다.” 이 부분과 함께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읽으며 누군가, 특히 부모님의 영향과 그 속의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그러면 그러한 영향 밖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아닐까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얻은 자원과 통찰을 지닌 채 어린 시절의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는 것은 종종 효과가 있다. 그 당시에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략) 나는 어린 시절을 보내던 그 상태, 얼어붙은 채로 그렇게 동작을 멈추고 몸이 녹기를, 잠에서 깨어나 다시 살아가기를 기다리는 상태로 돌아갔다.”, “어린 시절의 당신은 얼어붙고, 말을 잃은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 환경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며, 그 감정과 그 감정을 낳은 잔인한 이유를 알아보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느끼는 일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기다린다.” 이 부분은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최근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상황과 그때의 감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지나쳐왔나 싶습니다. 제게 남은 흔적들임에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을 이제야 꺼내 봤던 터라 쉽진 않았지만 이름을 붙이고 충분히 소화될 때까지 느껴보려 하는 중입니다.
4장에서는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늘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는 꿈속에서 살고 있다.”라는 문장들에서처럼 이야기, 이미지, 꿈 그리고 ‘만들다’라는 단어에 집중했습니다. 앞의 세 가지 이야기, 이미지, 꿈은 때로는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때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허상 같지만, 삶과 뗄 수 없는 관계라 여기에 ‘만들다’와 만드는 주체인 ‘나’를 덧붙이는 것으로 더 나은 이야기, 이미지, 꿈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글을 쓰는 것과 읽는 것(독서), 작가와 독자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우다오쯔처럼 나 역시 그림 속으로, 나의 문장으로 만든 문을 통해 걸어 들어갈 예정이었다.”라는 문장도 좋았습니다. 또한 책 속으로 사라지는 것, ‘나무와 작은 연못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거울 같은 연못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가 되는 곳’인 도서관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오늘도 도서관에 다녀왔는데 평론가님께서 도서관에 관한 특별한 기억에 대해 짚어주셔서 생각해보니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늘 도서관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책들에 둘러싸여 둘러보는 과정이 미로에서 길을 찾는 모험의 과정처럼 느끼곤 했습니다. 거기에는 두근거림과 설렘이 함께 해 원하는 책을 찾으면 보물을 발견한 듯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을 구할 때도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지 확인하고, 근처 도서관에 읽으려는 책이 없으면 도장 깨기 하듯 새로운 도서관들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많은 분들께서 들려주신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좋았어요. 그러다 문득 앞으로 여행을 다닐 때에는 그 지역의 도서관을 들러보는 일정을 포함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행과 여행의 교차, 그런 생각을 해보며 소소하게 즐거웠습니다. @소금인형 님과 @day 님이 남겨주신 글을 읽으며, 나는 사는 곳의 중요한 조건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새삼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일상의 반경에 도서관을 두는 것, 도서관에 가는 삶을 나 자신에게 주는 것, 그것은 참 멋진 선물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리고 @siouxsie 님이 남겨주신 도서관에 관한 덧글도 흥미롭게 따라가다가 “차별없는 세상”이라는 표현에 이르게 되어 좋았습니다. 6장 <감다>에 이르면 자아의 경계란 것이 ‘수축’되기도 하고 ‘확장’되기도 한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자꾸 쪼그라드는 자아를 ‘확장’ 쪽으로 아주 조금씩 끌어당겨주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 덧글을 읽다 보니 @시민 님이 말씀해주신, 연속성을 제공하는 ‘장소’와 관련하여서는 어쩌면 도서관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시민 님과 day 님이 짚어주신 이 책의 목차, 둥그렇게 휘어진 책 목차의 대칭성을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이 목차에 관해서도 책을 읽어나가며 그 의미를 거듭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주먼지밍 님, 반갑습니다. @바르미 님 아니 에르노의 책도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day 님이 짚어주신 2장의 문장, “커다란 살구 더미에는 덜 익은 열매와 익어 가는 열매, 썩어 가는 열매가 섞여 있었다.”는 문장을 함께 곱씹어보고 싶은데요, 5장 <숨>에 이르게 되면 솔닛이 미술관에서 보았던 ‘살구가 담긴 바구니’ 그림에 대한 묘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곧 썩기 시작할 것임을 드러내는 작은 상처가 있는 살구가 몇 개 있고, 맨 앞에 놓인 살구에는 파리도 한 마리 앉아 있다.”(131쪽)는 문장이 담긴 묘사가 너무 좋아, 어떤 그림일까 궁금해 하며 찾아보니 반비 출판사 블로그에서 아마도 그 그림으로 추정되는 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banbibooks/220664967258 5장을 읽으면서는 좋았던 문장들이 참 많았어요, ‘모든 것이 변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변주해가는 솔닛의 글쓰기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사태를 단순하게 파악하지 않고 한번 뒤집어 그것이 품고 있는 복잡성을 읽어내는, 이를테면 ‘썩는다는 것’에 관한 이런 문장이요, “문드러진다는 건 뭔가가 썩고 있음을 암시하는 과정이지만, 그건 또한 무언가가 자라는 과정,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것을 취한 다음 더 큰 환경으로 흩어질 준비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123쪽) 그리고 솔닛이 해석하는 ‘요리’와 ‘글쓰기’(125쪽)에 관한 서술도 무척 재미있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읽으셨을까요? “요리란 그 재료를 먹어버림으로써 사라지게 하는 일, 음식을 먹는 이의 몸 안에 묻는 흥겨운 장례식이다.”라는 문장에는 밑줄을 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이어지는 ‘절임’에 대한 서술(126쪽)과, 통조림 만들기의 과정에 관한 서술(128쪽), 살구 통조림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서술(129쪽) 등 지극히 구체적인 문장들을 읽으며 즐거웠습니다. 변화와 보존, 찰나와 부패 등을 생각하다보면 인간을 둘러싼, 인간을 통과하는, 인간이 통과하는 수많은 변화란 것을 생각해보게 되는데, 인간의 신체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솔닛의 유방암 조직 검사 과정이 다루어지는 이 장에 이어지는 6장에서, 솔닛은 ‘고통’을 새롭게 해석하네요.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발췌되는 160쪽에서 ‘감정의 거리’와 ‘자아의 경계’가 다루어지는 대목을 함께 생각해보아도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의 여정이 목차의 한중간 7장 <매듭>을 향해 가네요.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발자국을 따라 걸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책을 하나의 줄기로 꿰어내는 읽기를 정립하는 대신, 앞으로도 흩어지는 발자국을 따라 여기저기 산책하며 함께 읽어나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봄이 더디지만 아주 가까이는 온 것 같아요, 모두들 멋진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여행 일정에 도서관 포함하기!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 여행지에서 독립 서점을 방문해 책을 구매했었는데, 도서관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다음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5장 저도 ‘썩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썩어 가는 것도 다른 생명으로 변신하는 하나의 형식이다. 무언가가 되어 가면서 동시에 무언가가 사라지는 격렬한 과정의 일부이다. 그것은 잔인하고, 죽음이며 또한 삶이다.” 썩는다는 것은 단순히 사라지기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에서 의미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다른 생명으로 변신하는 하나의 형식’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5장에서는 특히 ‘변화’와 ‘시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중략) 수용이냐 저항이냐를 선택할 수 있을 뿐, 변신 자체를 피할 수 없다.”라는 문장에서처럼 변한다는 것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공감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매년, 매달, 매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지고 있지 않을까요? 더불어 우리의 ‘알고 있음’은 이미 지나간 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어떤 사람을 오래 알아 왔다 해도 그 사람이 지금도, 여전히 제가 아는 사람, 안다고 생각한 사람일 거라고 확신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때로는 과거가 눈을 가리고, 때로는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기도 하며, 때로는 외면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요리와 글쓰기를 비교한 부분도 재밌게 읽었는데, 보존과 절임을 엮어서 말한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이 순간의 조각을 보존해 주더라도, 이메일이나 편지를 수천 통 가지고 있더라도,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이 문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나 벅차오를 때, 또는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을 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싶을 때 그런 순간들과 지금의 감정,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다는 생각에 ‘순간의 박제’를 위해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 문장을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무엇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입니다. 요즘에는 카톡 대화, 이메일, 사진 등과 관련된 디지털 저장강박증도 많다고 하는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커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바니타스 회화와 유방암 조직 검사 과정까지 읽으면서는 “그 일시성이 분명해질 때, 숨은 지루하지 않은 것이 된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찰나의 순간, 일시적인 순간을 인식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나’의 존재가 당연시되고 익숙할 때는 더더욱 그 유한함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독서를 하며 생각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를 인식하게 만들어 소중한 시간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더 유의미하게 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6장 6장에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체화’입니다. 체 게바라 이야기 중 “그 모험에서 그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만났다. 그때까지 그가 접해 보지 못했던 것들, 혹은 접했지만 직접 다가가거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그의 삶으로 들어왔다.”라는 문장에서처럼 무엇인가 삶으로 들어온다는 것, 그것을 직접 느끼고 몸에 배어 ‘내 것’이 되는 것에 대해서요. “어떤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다음에는 상상해야만 한다.” 배우고, 상상하며 타인을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경계를 지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금은 무난한 방법으로 이런저런 외면을 한다.” 자기방어적인 측면에서 외면과 회피는 쉽게 발생합니다. ‘나’의 고통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까지도 외면과 회피라는 방법은 얼핏 보기에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본질에 다가가지 않았기에 끝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각자가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하고 타인까지 그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한편으로는 “타인에게 공감함으로써 자아는 확대되지만 그다음엔 자아도 위험과 고통을 분담하게 된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현자가 아닌 이상 모든 고통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문장에서처럼 타인에게 공감하고 상처를 보듬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의 중요성도 깨닫습니다.
제 큰 꿈이 "전 세계 도서관 투어"입니다. 잡지 Chaeg(스펠링...맞나 모르겠네요)에서 소개해 주는 전 세계의 멋진 도서관들 다니려면 부자되어야겠더라고요...교통비를 계산하다 투어를 포기했답니다. 그래도 꿈은 꿈이니! 안물안궁이시겠지만, 중간 꿈은 한국에 있는 도서관 투어, 작은 꿈은 "매일 도서관에 출근해서 3시간씩 책 읽다 오는 것"이고요. 지금은 작은 꿈을 지하철 통근 시간에 실행 중입니다. ^^
늦었지만~~ 3장에서는 북극에서 시작해 메리 셸리의 이야기로 이어지네요. 책보다 영화를 더 좋아하는 저는 극지방에 대한 얘기에 ‘어디갔어 버나뎃’과 ‘메리셸리’란 영화를 떠올리며 읽었습니다. 메리 셸리 이야기는 영화를 보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본인에게 결여된 것들을 집약해서 영혼을 갈아 쓴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읽는다 읽는다 하면서도 아직도 프랑켄슈타인을 못 읽고 있네요. ^^ 근데 계속 읽다 보니 ‘아티스트 웨이’에서 미션 중 하나인 아침에 글 3장 쓰기한 것을 모아 놓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글이 좋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의식의 흐름으로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생각도 납니다. 혹시 번역자가 같나요?ㅎㅎ 4장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저도 솔닛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공교롭다’는 단어가 둥실하고 떠오릅니다. 코로나 이전에 과중한 업무와 상사의 괴롭힘, 아이가 20살 될 때까지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독박(같은) 육아로 정신적 황폐가 극에 달했을 때, 코로나가 터져 -모두에게 너무나 죄송합니다만- 제 삶의 여유를 찾았습니다.(경제적으로 위기가 온 건 안비밀) ‘중쇄를 찍자!’란 일본 만화/드라마에서 살인을 저지르려는 비행청소년에게 한 노인이 “운은 모을 수 있다네. 이 세상은 더하고 빼서 0이 될 수도 있네. 갖고 태어나는 것에는 차이가 있어도 패는 모두 동등하게 나뉘네. 좋은 일을 하면 운이 쌓이고 나쁜 일을 하면 바로 운은 줄어들지. 살인은 인생의 끝이야. 운을 자기편으로 만들면 행복이 몇 십 배는 많아질 걸세..... 생각하고 생각해서 토할 정도로 생각해서 판단을 내려. 운을 잘 다뤄야 해.” 다들 너무나 잘 아는 얘기지만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쏜 화살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고, 본인이 베푼 인정과 자비도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뭔가 ‘시크릿’처럼 얘기하고 말았는데, 솔닛도 그런 의미에서 하늘에서 도우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115p “정말 좋은 이유가 없다면 절대로 모험을 거절하지 말자.” -> 저는 정말 좋은 이유가 있어도 모험은 가능하면 거절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저만의피셜이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꼰대로 가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거든요. 관성에 의해 안주하는 것이 매우 편하고 좋지만, 조금은 무리를 해야(무리라고 하는 이유는 다들 못하는 이유가 수만가지더라고요) 새로운 일에 도전할 ‘짬’이 나더라고요. 이 모임 또한 저한테는 작은 모험 중 하나입니다. ^^
@day 님이 짚어주신 '썩는다는 것'에 대한 부분이 저도 참 좋습니다. 썩는 것에 자동적으로 결부되는 부정적인 느낌들을 ‘격렬함, 살아있음’으로 뒤집는 문장을 읽으며, 오랜 통념과 멀어지는듯해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6장에서 놓치고 온 지점들도 세심히 짚어주셔서 고맙습니다. @siouxsie 님이 짚어주신 ‘공교로운’ 순간과 ‘거절하지 않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작은 꿈과 중간 꿈, 큰 꿈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이 책이 의식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신 것도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요(번역자 두 분은 다른 분이시네요), 오늘은 이 책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아도 좋겠습니다. 7장 <매듭>에서 솔닛은 병원에서 보낸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운데 넬리와 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앤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아픈 서술도 많았지만 동시에 앤이 얼마나 강인하고 멋진 사람인지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앤이 만든 마지막 작품, “커다란 벽에 석고로 만든 섬들을 이어서 만든 양각의 지형도”에서 “가늘고 빨간 실로 각각의 섬들을 이은” 작품은 눈에 그려지는 것 같았어요. 솔닛은 그것이 “모든 것은 이어져 있음을 우아하게 주장하는 작품”(192쪽)이라고 해석합니다. 어쩐지 이것은 이 책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이 책은 오로지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관철시키지 않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가운데 여러 사람들-여러 존재들의 이야기가 그물처럼 얽혀들고 있지요. 앤이 그것을 그림으로 보여주었다면 솔닛은 그것을 서사라는 형식에서 구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부분에서 솔닛은 자신의 삶을 ‘세상을 꿰매는 바느질’처럼 상상해본다고 말해요. “내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세상이 꿰매지고 있는 것 같은 상상. 다른 이들이 만들어 내는 길과 교차하기도 하면서”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하나로 엮이는, 수많은 바느질들의 교차. 인간의 삶을, 인간과 세계가 맺는 관계를 이렇게 비유할 수도 있군요. ‘바느질’이 곧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며, 그 이야기가 바로 당신의 삶인 것 같다”는 문장에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자아낸다’와 ‘풀어버린다’는 동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7장의 <매듭>은 8장의 <풀다>로 이르게 되네요, 그리고 우리가 1장에서 보았던 문장이 다시 한 번 등장하는군요,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앤의 작품은 8장에서도 다시금 다루어집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실처럼, 시간에 따라 풀려나가는 하나의 서사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 하지만 우리들 각각은 그저 하나의 섬이고, 그 섬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실이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는 것일 뿐이다.”(213쪽) 앤의 작품은 원서의 Thanks to에 실린 이름 ‘Ann Chamberlain’을 근거로 찾아보았어요. 바로 그 작품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솔닛의 묘사를 따라가며 상상한 것과 상당히 비슷했는데요, https://www.artbusiness.com/1open/firstth0906a.html 이곳에서 중간쯤 내려보시면 확인해보실 수 있어요. 그리고 217쪽에서 이야기되는 모나카론의 작품은 이렇게나 강렬하군요. https://monacaron.com/artivism/world-wat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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