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임정균 평론가와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함께 읽기

D-29
인생책을 찾으려고 책장을 살펴보다가 알았습니다. 인생책을 꼽기란 쉽지 않다는 걸요. 다만 한번 읽고 난 뒤에 곧장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도 그런 책 중 하나입니다. 비교적 짧은 소설입니다. 단숨에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엔 그믐은 너무 깁니다. 두 번 읽으면 어떨까요. 아닌 게 아니라, 작가도 그걸 권하고 있네요. "읽다가 그만두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두 번 읽을 수 있도록" 썼다고요. 그러면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을, 그 답을 좀 더 숙고해볼 수 있겠지요. 함께 그 숙고의 시간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년에 들은 팟캐스트 <사각사각>에서 서효인 시인님이 추천하신 책으로 기억하는데...그때 이 책을 처음 읽고, 같이 얘기 하고 싶었는데 주변에 이 책을 읽은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마침 그믐에 모임이 생겨 신청하게 되었고 무척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바나나님. 이미 이 소설을 흥미롭게 읽고, 함께 나눌 분들을 찾고 계셨다니 더 반갑네요. 앞으로 29일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예전에 모신 하미드의 '서쪽으로'를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던 찰나에 이 책을 추천해 주셔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몇 번을 봐도 재미있을 책입니다. 어떤 내용이 발제될지 기대됩니다!
반가워요, siouxsie님! 모신 하미드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셨다니, 저를 포함해 모신 하미드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그믐을 탐험하는 진공상태입니다. 아, 소설 제목인줄 몰랐어요. 피로사회 같은 책인가? 했는데 소설이군요. 오케이, 책을 먼저 찾아보겠습니다. 두번 읽어도 된다, 이해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진공상태5님! 소설 제목치고는 좀 무거운 제목이죠. 저도 처음엔 소설 제목처럼 보이지 않아서 읽기까지 많이 꺼려졌던 소설이었답니다. 하지만 그만큼 소설을 읽으며 제목의 의미를 가늠하는 재미도 컸던 것 같네요. 흥미로운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책을 읽고 이따금 글을 쓰는 임정균입니다. 우리가 그믐 동안 함께 읽을 책은 파키스탄 출신 소설가 모신 하미드의 소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The Reluctant Fundamentalist, 2007)>입니다. 이 책은 여러 소개 글에도 잘 나와 있듯이 지난 2001년 발생한 9·11테러를 다루고 있습니다. 조너선 사프란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같은 소설이 테러 피해자의 해소될 수 없는 상처와 슬픔을 다루고 있다면, 모신 하미드의 이 소설은 그와는 다른 입장에서 쓰인 소설입니다. 우선 소설의 화자인 ‘찬게즈’는 저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파키스탄 출신의 엘리트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테러 직후 미국은 파키스탄과 같은 이슬람 국가들을 이른바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습니다. 그 전쟁은 지난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며 20년이 지나서야 막을 내렸지요. 여기에서부터 벌써 많은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이야기는 후반부로 미뤄두고요. 오늘은 소설이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소설을 읽기 전 염두에 둘만 한 것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허구의 이야기를 작가와 독자 사이에 벌어지는 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면, 독자가 소설을 읽는 일은 작가가 내는 수수께끼를 푸는 일이지요. 가령 이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이런 의문을 자아냅니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혹은 이 소설에서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누구를 가리키는가. 대개 이런 의문은 소설을 읽기 전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좋은 참조점이 됩니다. 이 의문과 관련해 이 소설에서 중요한 점은 소설의 화자가 이야기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소설의 화자인 ‘나(찬게즈)’는 보통의 1인칭 화자가 가상의 독자에게 말하는 것과 달리 ‘당신’이라고 하는 모종의 인물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흔히 2인칭 소설이라고도 하는데요. 고백체, 대화체로 쓰인 이런 류의 소설은 그 형식상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를 독자에게 제시합니다. ‘나’는 누구이고, 화자가 말을 하는 ‘당신’은 누구인가, 라는 존재론적 의문이지요. 이 물음은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라는 제목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마치 스릴러, 미스테리 장르를 연상시키지요. 실제로 모신 하미드는 그런 점을 노리기도 했고, 이러한 장르적 장치를 통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흥미롭고 깊이있는 질문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는 듯해요.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읽어나가면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듯하고,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은 총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소설이어서 단숨에 읽을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그믐 모임은 29일간 진행되어야 하니 어느 정도 일정을 정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3일 간격으로 모임을 진행하면 될 것 같은데 일요일은 모두에게 소중한 주말이니 건너뛰고 화, 목, 토에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만나면 좋을 것 같네요. 물론 이 일정은 어디까지나 일정일 뿐, 본인의 스케쥴에 따라 중간중간 글을 올리셔도 된답니다! 전반부에는 총 6회에 걸쳐 각 2장씩 소설을 읽으며 흥미롭거나 좋았던 구절, 혹은 의문스럽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구절 등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싶은 대목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3/7(화) 1~2장, 3/9(목) 3~4장, 3/11(토) 5~6장, 3/14(화) 7~8장, 3/16(목) 9~10장, 3/18(토) 11~12장. 후반부에는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게요.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3/21(화), 3/23(목), 3/25(토), 3/28(화), 3/30(목), 4/1(토). 그럼 3월 7일(화)에 1~2장의 구절들을 공유하기로 하고 오늘은 반가운 인사와 함께 그믐 동안의 다짐을 나눠 볼까요. 반갑습니다!
인문학 책이라 생각했는데, 소설이라 해서 소설덕후라 신청했습니다. 새로운 책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그것도 임정균 평론가님께서 이끌어 주신다니 더욱더 기대가 됩니다~^^
반가워요 바르미님! 소설덕후시라니 함께 이야기 나눌 시간이 든든하게 느껴지네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늘 혼자 읽을 땐 알지 못했던 걸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기대가 됩니다^^
구글의 도움으로 '근본주의자' 라고 검색해보았더니 / "종교에 있어 근본주의(根本主義, 영어: fundamentalism) 또는 원리주의(原理主義)는 종교의 교리에 충실하려는 운동이다." / 라고 나왔습니다. 이 책의 원제가 the reluctant fundamnemtalist 라고 되어있네요.
네, 맞아요^^ 근본주의의 사전적 의미가 소설에서는 어떤 의미로 쓰였을지 상상하며 읽으면 더 흥미로울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다음주 금요일 즈음부터 참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북클럽을 끝내고 평론가님이 언급하신 조너선 사프란모어의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스케줄을 보니 벌써부터 두근두근합니다. :)
반갑습니다 호디에님! 금요일부터 소설에 대해 많은 이야기 나눠 보아요! 편안한 한주 되시고요!
전자책으로 258페이지, 오케이, 내용이 무거울까 조금 걱정되지만, 살살 도전해보겠습니다. 모신 하미드, 영국계 파키스탄 소설가. 음.. 생각이 엄청 많은 소설일까, 궁금해집니다.
언더우드샘슨에서 면접보는 내용을 읽고 있습니다.
모신 하미드, 이 작가는 이 책, "본격소설"을 읽어봤을까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본격소설 상제54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한 미즈무라 미나에의 작품『본격소설』상권. 영국에서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꼽히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의 큰 틀을 빌려와, 근대 일본을 배경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장대한 구성과 낭만적인 품격으로 계급과 시대에 휩쓸린 남녀의 사랑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동시에 패전 후 일본사회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친구의 초대로 고급 별장지 가루이자와에서 휴가를 보내던 유스케는 밤중에 길을 헤매다 한 낡은 별장에 신세를
글쎄요. 모신 하미드가 그 책을 읽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민자 출신 작가인 미즈무라 미나에의 작품에 분명 흥미를 느꼈을 것 같네요^^;;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동안 즐거운 독서하셨나요.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은 늘 힘드네요ㅜㅜ 하지만 봄이 한결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서 기분이 들뜨기도 합니다. 다들 따뜻한 봄 맞이하고 계시지요. 오늘은 2장까지 읽고 말씀 나누기로 하였지요. 아마 다들 소설의 시작과 함께 화자의 눈앞에 있는 ‘당신’의 정체가 궁금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은 어느 오후 파키스탄의 라호르라는 도시의 한 야외 카페테리아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먼저 파키스탄에 관해 조금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파키스탄은 인도와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의 국가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나라지요. 영국 식민지 시기에는 인도의 서북쪽 지방이었는데, 힌두교를 믿는 인도와 달리 파키스탄인들은 이슬람교를 믿고, 문화와 언어도 인도와는 달랐다고 해요.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파키스탄은 인도에서 떨어져 나와 자치령이 되었고요. 이후 20세기 내내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는 수차례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인도가 파키스탄의 일부였던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도우면서 인도-파키스탄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기도 했고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전쟁을 치렀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조직되고 정권을 장악하는 데에도 파키스탄이 영향을 주었다고 해요. 저는 인도-파키스탄 전쟁에 관해서 영국 런던 출신이자 지금의 방글라데시인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줌파 라히리의 소설집 『축복받은 집』에서 처음 접했던 것 같아요. 1971년 방글라데시가 독립하던 해를 배경으로 한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라는 줌파 라히리의 단편 소설은 종교와 영토분쟁으로 벌어진 전쟁의 참상이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럼 다시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로 돌아와서, 1~2장의 대강의 줄거리는 화자인 찬게즈가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 재정을 평가하는 ‘언더우드샘슨’이라는 회사에 취직하게 된 뒤 대학 졸업 여행에서 에리카라는 미국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입니다.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은 첫 페이지에서 찬게즈가 ‘당신’이 미국인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는 장면입니다. 처음 만난 사이인 것 같은데 말이죠. 찬게즈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미국인이란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요?(중략) 당신처럼 짧게 깎은 머리에 우람한 가슴은 미국인의 특징이죠.(중략) 하지만(중략) 내가 당신을 알아본 건 당신 태도 때문이었어요.”(7쪽) 찬게즈는 ‘당신’의 외모와 태도로 그가 미국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가 격식을 차리듯 외투를 벗지 않는 것을 보며 미국인답지 않다고도 말해요. 찬게즈는 한 나라의 ‘전형’적인 ‘국민성’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인 것 같네요. 사실 소설에서 3인칭 전지적 시점을 취하는 화자가 아닌 이상, 소설의 화자는 현실의 개개인과 마찬가지로 살아온 환경과 언어, 문화, 지적 수준, 나이와 성별 등이 주어져 있고, 그런 만큼 편견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런 편견들이 사실은 소설의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소설의 의미를 다채롭게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소설 속 화자의 편견은 조금 다른 주목을 요하는 것 같아요. 가령 그는 파키스탄의 엘리트로 프린스턴 대학교에 입학해 미국인처럼 살고 싶어 하는 인물이기도 하니, 실상 그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은 찬게즈가 욕망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그는 이슬람 국가 출신으로 미국에서 생활하며 자신을 향한 편견을 겪기도 합니다.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여러 미국인 친구들로부터 호의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지금’ 눈앞의 미국인인 ‘당신’에게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을 지적하는 대목은 다소 반어적으로 읽힙니다.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언더우드샘슨에 취직하기까지 외국인으로서 미국인들에게 받았던 호의가 이후 어떤 사건으로 인해 지금에 와서는 모종의 변화를 겪었다고 짐작하게 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당신’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할 만한 힌트들이 여럿 눈에 띄기도 했어요. 가령 “당신은 무슨 임무를 띠고 있는 것 같았어요”(7쪽)라거나, ‘당신’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보고 “인공위성으로 연락할 수 있는 모델”(31쪽)이라고 말하는 대목 같은 거요. ‘당신’은 범상치 않은 사람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추리소설처럼 ‘당신’의 정체를 추측해가며 읽는 것도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인 것 같아서 기대가 되네요. 여러분은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나요. 각자 눈여겨 본 대목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눠보아요.
이 소설을 시작하면서, 이거 어마어마하게 재미있겠다! 라고 생각이 든 이유가.. 작가가 가진 인종적 배경과 교육적 배경에 제가 가진 개인적 경험이 딱 들어맞아서였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주류에 속하지 못하지만, 주류에 속한 듯이 보이는 사람들의 관찰자적 시선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리고 그들이 결국은 느낄 수 밖에 없는 "진입하지못함"에 관한 느낌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구요. 이러한 저의 모든 호기심이 집약되어있는 소설이라는 느낌이 팍! 와서 이거 흥미롭겠는걸? 이라는 생각을 책을 펼쳐든 초반부에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개인적인 경험인지 궁금하네요. 말씀처럼 이 소설의 배면에는 작가나 화자의 배경에서도 드러나듯 한 사회에 편입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들의 무의식적인 편견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소설 속에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호의처럼 보이지만, 그 시선의 주체는 시선의 대상을 분명한 차별과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민자 문제는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비단 국적의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가족, 학교, 직장, 또래집단 등 이미 형성된 집단에 적을 두고 속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있지요. 모든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 같은 게 필요해 보이고, 더 나은 곳에 속하기 위해 청춘과 평생을 소진해야할 때도 있고요. 더구나 그런 자격이 경제력과 등치되고, 계층 이동이 더 어려워지면서 벌어지는 일들 때문에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지옥'이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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